50. 피비린내 나는 무술계
인질이나 다름없이 대청 안에 감금된 채 앞으로 어떻게 그들과 대응할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양몽환은 그렇게 사방 팔방에서 요란하게 들려오던 호각소리가 그친 것을 알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일대 살상(殺傷)전이 벌어지기 직전의 긴장감이란 마치 폭풍전야의 공포와 전율이 대청의 분위기를
살벌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형세가 이렇게 급변함에 따라 양몽환은 더욱 조바심이 났다.
그것은 주약란과 조소접 그리고 도옥의 내상을 치료해서 몸을 자유로이 써야만이 위기를 피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양몽환의 조급한 마음도 그리고 생각도 더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것은 양몽환이 초조히 생각하고 있을 바로 그때,
대청 안과 방이 갑자기 환해지며 파아란 등불 수 백개가 일제히 어둠을 비쳐주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제야 양몽환은 다시 하루의 긴 해가 서산 뒤로 자취를 감추고 주위가 어둠에 싸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파아란 등불이 켜짐과 동시에 짐승의 외마디 울부짖음같은 휘파람 소리가 스산한 분위기를
흔들며 대청 안까지 들려오는 것이었다.
그 순간,
양몽환은 그 휘파람을 부는 주인공이 바로 자기의 장인 이창란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긴장했다.
드디어 격전의 서전(緖戰)을 알리는 모양이었다.
그와 동시에 벌떡 일어난 지광대사는 두 명의 승려를 앞세우고 부랴부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어지러운 지광대사의 발자국 소리도 멀어져 갔다.
지광대사가 나가고 몇명의 승려가 대청 안을 서성거리고 있을 때,
그때까지 조식하고 있던 조소접은 이마를 찌푸리며 양몽환을 부르는 것이었다.
상처의 고통이 다시 심해지는지 아름다운 얼굴에 파아란 힘줄이 보일 만큼 창백한 조소접이었다.
[양상공, 더 못견디겠어요. 약을 한 알만 더 주세요.]
하는 말에 양몽환은 펄쩍 뛰었다.
[안 됩니다. 약을 먹어서 잠시 고통은 잊는다 해도 중독된다는 것을 잊지마시오.
그렇게 되면 재생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조소접은 이미 중독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당장 못견디게 쑤셔오는 고통만? 잊는다면 살 것같았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어요. 이렇게 고통을 당하노니보다 중독이 되든가 죽는 것이 차라리 낫겠어요.]
그러자 땀을 뻘뻘 흘리며 이를 악물었던 도옥도 애원하다시피 두손을 마주 쥐었다.
[양형! 중독되어도 좋소. 한 알만 더 주시오. 못견디겠소.]
처참하게 일그러지는 도옥의 얼굴이나 창백한 조소접의 얼굴을 더 바라볼 수 없는 양몽환은
그만 하는 수 없이 지니고 있던 약병에서 두 알을 꺼내 하나씩 나누어 주고 말았다.
그러자 도옥과 조소접은 누가 빼앗아 가기나 하듯 한 알씩 집어 삼키는 것이었다.
<...... 굉장한 약이군......벌써 중독 증세가 나타난단 만인가?.........>
가슴이 뜨끔하도록 양몽환은 놀랐지만 약을 먹자
즉시 고통이 가신 듯 혈색이 붉어지는 것을 보고는 그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 이 약은 바로 마약(痲藥)이었다. 그래서 약을 복용하면 어떠한 고통도 잊게 하는 것이고
약 기운이 없어지면 다시 참지 못할 고통이 덮치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통을 잊기 위해 한알, 두알 먹다보면 그 약이 없으면 당장 죽음 앞에서 헤매게 되어
점차 중독이 되는 것을 양몽환이나 조소접 그리고 도옥이 알리가 없었다.
그러나 당장 몸이 나를 듯 가쁜해진 조소접과 도옥은 주먹을 쥐어보기도 하고 팔도 휘둘러보며
그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는 대청 밖에서도 큰 변화가 벌어지고 있었다.
수 십명의 승려가 철통같이 방위하고 진을 친 경혼대진의 동쪽 방위에서 천천히 자태를 나타낸
사람은 흰 수염을 날리며 용두지팡이를 움켜쥔 이창란이었고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은
이창란의 부하인 검북사의 사형제와 곤륜파의 장문인인 옥영자(玉靈子)를 비롯한
혜진자(慧眞子)와 일양자(一陽子)였다.
그리고 대낮같이 불빛이 휘황한 경혼대진의 남쪽 방위에는 자태도 요염한 옥소선자가
삼수나찰 팽수위와 백독으로 이름을 떨치는 백독옹(百毒翁)을 위시해서 조소접의 시녀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뿐이 아니었다.
동쪽의 이창란, 남쪽의 옥소선자 말고도 이번에는 북쪽 방위에서부터 기세있게 다가오는?
사람은 천용방 시절 이창란의 부하이다가 지금은 도옥의 부하인 왕한상(王寒湘)이
쇠부채를 들고 앞장을 섰고 그 뒤로 도옥의 화신(化身) 네 명과 수 십명의 장정이 뿌우연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세 방위에서부터 차츰 거리를 좁혀오는 무술계의 고수들은 완전히 경혼대진을
포위하고 말았다.
그때 다시 대청 뒷편인 서쪽 방위에서부터 휘파람 소리와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쪽 방위로부터는 누가 나타났는지 보이지 않아 알 길이 없었지만 격전은 서쪽 방위에서부터
벌어진 모양이었다.
큰 불덩어리를 공중으로 띄워 올리며 고함을 지르는 승려들은 각기 파아란 횃불을 흔들며
이제 벌어질 격전의 일보 앞에서 기세를 돋우었고? 이미 벌어진 싸움을 응원하는 일군의 승려가
발자국 소리도 어지럽게 대청 뒤로 뛰어가고 또 잇따라 아우성 소리와 함성이 터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 십명의 승려로 이루어진 경혼대진은 아직 요지부동으로 좌선(座禪)하듯
꼼짝없이 앉아 있는 것이었다.
대청 안에서 목을 길게 빼고 삼면을 주시하는 양몽환의 눈에 풍채가 당당한 이창란이
뒤에 선 곤륜삼자에게 무엇인가 의논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한편.
흰 수염을 날리며 용두지팡이를 움켜쥔 채 동쪽 방위에서 나타난 이창란은
수 십명의 승려들과 경혼대진을 치고 앉은 승려들을 한눈으로 휘둘러 보고는 곤륜삼자에게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세분 도형, 그러면 이 늙은이가 앞장을 서겠소!]
하고는 용두지팡이를 거꾸로 쥐고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가자 그? 뒤를 역시 장검을 비껴든
일양자와 옥영자 그리고 혜진자가 동시에 뛰어나가고 다시 그 뒤를 급히 따르는 검북사의의
비호같은 걸음이 먼지를 날렸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남쪽 방위에서 역시 몸을 날리던 옥소선자는 기세있게 육박해 들어오는
이창란을 흘깃 보고는 즉시 이창란에게로 몸을 돌렸다.
[이 노선배님! 잠깐 기다리십시오.]
그러자 질풍같이 달리던 이창란이 서고 그 뒤를 곤륜삼자와 검북사의도 뒤따라 섰다.
[옥소소저는 무슨 일이라도 있으시오?]
하며 반문하는 이창란에게로 달려온 옥소선자는 여러 선배들에게 허리를 굽힌 다음 음성을 낮추었다.
[제가 듣기에는 이 경혼대진이 매우? 흉악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만큼 따로따로 공격하지 말고
왕한상과 의논해서 일제히 공격하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는데요?]
하며 왕한상과 의논하자는 것이었다.
그 말에 이창란은 잠시 망설였다. 옥소선자의 의견도 좋았다.?
그러나 아무리 극악의 사태에 임해서 행동을 같이 하는 이창란이지만 옛날의 부하였고
지금은 원수와 다름없는 왕한상과 마주서서 의논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잠시 주저하던 이창란은 모든 일을 옥소선자에게 미루고 말았다.
[......그럼 옥소소저가 왕한상을 만나 보시오.]
하는 것이었다.
이때 이창란의 심정을 짐작한 옥소선자는 허리를 굽혀 보이고는 즉시 몸을 돌려 왕한상에게 달려갔다.
[옥소소저가 웬일입니까?]
급히 달려오는 옥소선자를 먼 빛으로 알아본 왕한상은? 옥소선자가 다가오기를 기다려
먼저 주먹을 흔들었다.
[왕단주, 한가지 의논할 일이 있어요.]
[무슨 일입니까?]
[왕단주는 방주인 도옥을 우리는 주소저와 조소저 그리고 양상공을 구하려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니겠어요?]
[그건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면 각기 흩어져 공격해 들어갈 것이 아니라 삼방위(三方位)에서
일제히 협공해 들어가는 것이 어떻겠어요?]
그러자 왕한상은 즉시 대답하지 않고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웃음을 띄웠다.
[좋소. 그러나 한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라구요?]
의외의 말에 옥소선자는 눈을 크게 떴다.
[그렇습니다. 한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무슨 조건인데요?]
[지금 우리들은 각기 구해야 할 사람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런데다가 우리 천용방과 옥소소저 당신들과는 서로 적대지간입니다.
그러한 사이로서 힘을 합해 천축국의 승려들을 처치하자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서로 적대지간이라고 해서 힘을 합해 천축국의 승려를 물리친 다음
곧 우리들과 싸우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여기서 천용방과는 싸우지 말자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다시 말하면 공동의 목적을 달성한 다음 며칠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우리와 싸우자는 것입니다.]
[좋아요. 그러나 왕단주나 나는 아직 결정적인 말을 할 수 없는 지위에 있는 만큼
당신은 도옥에게 나는 주소저에게 의논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것은 염려마십시오. 우리 도방주(陶方主)님을 대신해서 본인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나도 우리 주소저를 대신해서 결정하겠어요.]
[그럼 됐습니다.]
이때 왕한상의 부하들은 각기 연주갑나를 들고 있었다.
한 줄로 늘어 선 여덟 명의 장정을 휘둘러본 왕한상은 손을 한번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여덟 명의 장정은 일제히 몸을 돌려 경혼대진을 지키고 있는 승려들을 향해
팔을 들어 올렸다고 하는 찰나!
회오리 바람처럼 날카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무수한 화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허공을 가르는 것이었고,
허공을 가른 화살은 승려들의 머리 위로 소나기 처럼 쏟아져 내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지광대사의 노성이 터지고 연이어 고함소리가 터지는 것과 함께 앉아 있던 승려들은
일제히 동발(銅 )을 들고 소나기같이 쏟아져내리는 화살을 향해 휘두르는 것이었다.
그러자 동발에 맞은 화살은 툭툭 소리를 내며 부러지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 튀기도 해서
화살을 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승려들의 행동이 아무리 빠르다 해도 소나기처럼 쏟아져 떨어지는 화살을
모두 피할 수는 없었다.
꺾어지기도 하고 다를 곳으로 튕겨 버리기는 했지만 활 시위를 떠난 화살은
십여 명의 승려들의 등에 머리에 그리고 가슴에 꽂히고 처참한 비명을 지르게 하고 말았다.
지금 왕한상의 부하들이 쏘아댄 연주갑나는 한번 쏘는 데 십여개의 화살이 한꺼번에 허공을
가르는 것이다.
그러한 화살이 여덟개의 활에서 동시에 허공을 가르자
하늘은 온통 화살로 덮인 듯한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십여 명의 승려만 쓰러뜨렸다면 승려들의 민첩한 동작은 가히 알만했다.
한번 자기들의 실력을 과시한 여덟 명의 장정들은 왕한상의 손짓에 따라
제자리로 돌아가고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옥소선자를 돌아보며 어떠냐는 듯이
싱긋 웃는 왕한상에게 경탄을 발하던 옥소선자는 그 다음 순간,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틀림없이 화살을 맞고 쓰러졌던 십여 명의 승려들은 등과 머리 혹은 가슴에 화살이 꽂힌 채
하나하나 일어나 앉는 것이 아닌가.
그것만도 가히 놀랄? 일인데다 더욱 놀라운 것은 화살을 맞은 승려들이 조금도 아픈 것을
느끼지 못하는 듯 예전대로 좌선하듯 앉아 눈을 두리번 거리는 것을 보고서는
어안이 벙벙해질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옥소선자가 이렇듯 놀라는데야 당사자인 왕한상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도시 믿기지 않다는 듯 눈을 비비며 승려들을 보고 또 보고 하는 왕한상이었다.
자기들의 위력을 옥소선자 앞에서 과시하려고? 한 일이 오히려 승려들의 무공이
어느 정도라는 것만 알게 된 왕한상은 놀랍기도 하고 또 두렵기도 해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만일? 옆에 옥소선자가 없었다면
주섬주섬 부하들을 이끌고 뒤로 돌아갔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이때, 왕한상의 부하들이 화살에 놀라고 천죽국 승려들의 괴이한 무공에 놀란 옥소선자는
잠시 넋이 빠진 듯 서 있다가 입술을 꼭 깨물었다.
<음...... 천축국 승려들의 무공이 괴이하다는? 발은 들었지만......
과연 맞는 말이군......그러나? 이 정도에 놀라
기세가 꺾일 수는 없지......내가 직접 경혼대진 속으로 들어가 봐야지......>
다부지게 결심한 옥소선자는 그때까지 놀라움과 두려움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왕한상을 소리쳐 불렀다.
[왕단주! 두려운가요?]
그러자 왕한상은 펄쩍 놀라며 태도를 굳혔다.
아무리 두렵다고 해도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천만에! 이 왕한상이 저따위 괴술(怪術)에 두려워 할 사람은 아니오.]
[그럼 됐어요. 따라 오세요!]
하고 말을 마치자마자 옥피리를 휘어잡은 옥소선자는 번개같이 몸을 날려 진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앞에 있는 승려들부터 휘둘러 갈기며 달려 나갔다.
한편 왕한상은 마지못해 쇠부채를? 펴들며 어기적어기적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때까지 꼼짝않고 앉았던 승려들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옥소선자를 에워싸는가 했는데
빙글빙글 옥소선자의 주위를 돌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꼼짝없이 승려들에게 같힌 옥소선자는 그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바람에
역시 따라 들며 옥피리를 휘둘렀으나 그때마다 딱! 딱! 옥피리가 무엇엔가 부딪치는 소리가
날 뿐 옥피리를 맞은 승려들은 신음소리도 내지 않고 그냥 돌기만 하는 것이었다.
정확히 겨냥하고 한 승려의 가슴을 후려 갈겼다고 생각하면 어느 사이에 딱!
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옥소선자의 옥피리는 튕기듯 튀어나오는 것이 거의 삼십 수의 공격도
모두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이때 뒤미처 어기적거리며 옥소선자의 뒤를? 따르던 왕한상은 손에 움켜쥔 부채도
흔들어 볼 사이도 없이 지쳐나온 네 명의 승려에게 협공을 당하고 말았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왕한상은? 펼쳐들었던 부채를 휘저어 달려드는 승려들을
몇걸음 뒤로 물러서게 하고서야 숨을 돌려 쉬었다.
그리고 어떠한 방법으로 공격할까-계획을 세우는 잠시,
얼핏 진속에 갇힌 옥소선자를 바라본 왕한상은 배에 힘을 주며 부채를 흔들며 달려 나갔고
옥소선자는 옥소선자대로 옥피리를 흔들며 그들과 함께 정신없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그러자 이와 때를 같이 하여 용두지팡이를 꼬나잡은 이창란이 바람에 수염을 날리며
진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순간, 두 명의 승려가 마주 지쳐나가면서 휘두르는 용두지팡이를 막으려고 동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하늘 높이 올라갔다 이장(二丈) 밖으로 떨어지는 두 개의 동발!
순식간에 동발을 날린 승려는 구를 듯이 뒤로 물러서고, 그 뒤를 새로 네 명의 승려가 대신해서
뛰어나왔고 한번 팔에 힘을 줄 때마다 공중으로 떠오르는 동발이 마치 별똥처럼 떨어져 나갔다.
이와같이 경혼대진 속으로 뛰어든 옥소선자는 옥소선자대로 승려들에게 포위되고 왕한상은
네 명의 승려와 부채를 날리고 이창란은 이창란대로 용두지팡이를 휘두르는 일대 공방전이
일시에 세 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천축국 승려들의 공격 수법은 두 명이나 네 명이 일제히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공격하고 앞으로 나가면 그 다음 승려가......
이렇게 차례차례로 공격을? 해오면서 빙글빙글 돌기 때문에 숨돌릴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의 공격 수법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신경을 곤두 세우고 한번 공격하고 지나간 승려가
뒤로부터 다시 공격해 오지 않는가 경계하고 또 앞에서 달려드는 승려를 후려 갈기랴,
얼마 동안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게 했다. 그리고 때를 지은 승려들의 무리도
공격 수법은 거의 비슷했다.
수 십명으로 일군(一群)을 이룬 집단은 빙글빙글 돌아가며 번갈아 공격을 가해오고 있었다.
한 무리가 일제히 공격하고 물러나면 그 다음 무리가 뒤를 이어 공격하고 또 그 다음 무리가......
이와같이 빙글빙글 돌면서 번갈아 공격을 가하는 것이 처음엔 상당히 두려웠으나
어느 정도 그들의 공격 수법을 알고부터는 약간 침착하게 대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격 수법을 알아 침착해질 수는 있었지만 승려들을 처치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치 풍차처럼 돌아가며 에워싼 진을 뚫고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격에 쓰러지지도 않는
승려들을 상대로 팔을 휘두른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한편, 네 명의 승려에게 에워싸인 채 용두지팡이로 바람을 가르던 이창란은
수염을 내려 쓸며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나이 탓인지 숨이 몹시 가빴다.
그러나 오랜 무술 경험과 강인한 그의 체격은 아직 젊은이 못지않게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경험과 견문이 넓은 이창란은 지금 승려들이 펴고 있는 경혼대진을 면밀히 살피고 있었다.
한손으로는 용두지팡이를 휘두르고 한 손으로는 연신 수염을 쓰다듬는 이창란은
지금 이 경혼대진이 소림사의 나한진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거의 비슷하다고 하는 것은 소림사의 무공이 천축국의 무공에 근원을 둔 만큼
그 범주 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 천축국의 괴한들의 무공에 비해 소림사의 무공은 기묘한 변화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정도였다.
천축국의 요가술(瑜 術)이 새로 창조되면서부터 소림사의 무공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바뀐 것을
잘 알고 있는 이창란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경혼대진이 소림사의 나한진과 거의 비슷하다고 느낀 것이,
그래서? 경혼대진과 나한진이 같은 근원이라는 것이 과연 사실이라면 근 백년 동안
그 위력을 과시해온 나한진과 다를 바가 없는 흉악한 진법이라 할 수 있었다.
이때 다시 빙글빙글 돌며 동발을 휘두르는 승려를 향해 용두지팡이를 날린 이창란은
그 다음 달려드는 승려에게 맞부딪치며 일격을 가하고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섰다.
한편, 이창란의 뒤를 따라 진 속으로 달려들려다 주춤 걸음을 멈춘 곤륜삼자는
삽시간에 승려들에게 따로따로 포위된 이창란과 옥소선자
그리고 왕한상을 번갈아 보며 어느 쓱으로 뛰어들까 하고 망설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경혼대진이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켜 세 사람을 에워싸기는 했는데
어느 지점에 있는지
분간할 수도 없고 또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다만 어지러운 그림자만 이리저리 돌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이렇듯 어지러운 형세를 노려보고 있던? 옥영자는 앞에 서서 역시 뛰어들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일양자를 불렀다.
[사형, 저 경혼대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데
사형께서는 뚫고 들어갈 묘책이라도 있는지요?]
그러자 일양자도 같은 생각으로 망설이고 있던 중이라 즉시 응답했다.
[나 역시 지금 생각 중이오마는 별 묘책이 없군요. 얼핏 보기에는
소림사의 나한진과 비슷한데가 있긴 하지만 좀 어지러운 것 같습니다.]
[그럼 천흥대사에게 알아보면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천흥대사는 지금 서쪽 방위에서 싸우는 모양입니다.]
[제가 가서 알아보고 오겠어요.]
[아니 가실 것 없습니다. 곧 이쪽으로 올 겁니다.
천홍대사가 오면 계책을 세워 행동을 같이 하기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며 다시 승려들이 돌아가고 있는 경혼대진 속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편.
대청 뒤 서쪽 방위에서부터 산발전(散發戰)을 일으키며 차차 공격권을 좁혀오던 천홍대사는?
부하들을 통솔하며 한 걸음 먼저 대청 앞으로 뛰어들었다.
이때 역시 독전(督戰)하던 지광대사는 인질로 잡아둔 양몽환 일행이 염려되어
급히 대청으로 들어오다가 마침 대청 앞으로 뛰어드는 천홍대사와 마주치고 말았다.
[누구냐?]
소리와 함께 일격을 가하는 지광대사의 장풍을 맞받아 갈긴 천흥대사는
급히 옆으로 비켜서면서 강한 장풍을 몰아붙이며 고함을 터뜨렀다.
[당신은 누구요? 빈도는 소림사의 천흥대사요!]
하는 바로 그 순간,
대청 안에서 초조히 전세(戰勢)를 관망하던 양몽환이 엄호하고 있는
네 명의 승려를 일격에 후려 갈기고 문을 박찼다.
그리고 마악 공격하고 돌아서는 천홍대사에게로 다가가 어깨를 나란히 서고?
달려나가는 지광대사와 마주쳤다.
이때, 뜻밖의 양몽환의 출현으로 용기백배한 천홍대사는 미소를 띄워
양몽환과 눈인사를 나누고는 즉시 지광대사를 덮치고 들어갔다.
그러자 양몽환도 땅을 박차며 날카로운 장풍을 휘몰아 붙였다.
그바람에 어쩔 수 없이 여섯걸음이나 뒤로 물러선 지광대사의 굵은 눈썹이 꿈틀했다.
<음...... 이놈이 어떻게 나왔을까? 일격에 가슴을 두쪽으로 박살내야지......>
하면서도 양몽환의 무공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광대사는
새로운 진기를 운집하는 모양으로 이마에 굵은 주름이 잡히도록 얼굴을 찌푸리는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여유를 가진 양몽환은 진기를 돋우고 지광대사를 노려보며 눈을 부라렸다.
[여보시오, 대사! 지금 우리 중원의 무술인들이 사방 팔방으로 이곳을 포위했소.
그런데도 쓸데없이 경혼대진으로 대적한다면 당신의 목숨은 한방울의 물과 같은 것이오.
그런 만큼 진을 걷우고? 주소저와 조소저의 상처를 치료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소.]
그러자 지광대사는 산이라도 떠나갈 듯이 웃더니 갑자기 뚝 그치는 것이었다.
[당신은 지금 무슨 잠꼬대를 하는 거요?
경혼대진이 이미 발동을 한 이상 진 속에 들어있는 사람을 죽이지 않고는 멈추지 못하는 거요.]
[흥! 그래도 생명이 아깝다면 멈추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하는 바로 그때 다시 하나의 검은 그림자가 지광대사에게 덮쳐들며 일장을 가하고는
천홍대사와 양몽환이 서 있는 곳으로 달려오는 것이었다.
순간! 바싹 긴장했던 양몽환과 천홍대사는 적인 줄 알았던 검은 그림자가
지광대사에게 일격을 가하자 적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지만 그래도 누구인가
알 길이 없어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검은 그림자를 살폈다.
그러나 검은 그림자는 의외로 무당파의 장문인 정현도장이었다.
일시에 세 명의 적을 맞게 된 지광대사는 두려움을 느끼련만 눈썹하나 깜박이지 않고
또 부하를 불러 합세할 태도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돌연히 나타난 정현도장은 천홍대사가 인솔하는 부하들과 힘을 합해
대청 서쪽 방위로부터 천홍대사와 함께 돌격해 들어오다가 천홍대사의 안위가 염려되어
곧 뒤를 따라 들어왔던 것이었다.
그런 정현도장은 염려했던 천홍대사도 무사하고 더구나 양몽환까지 만나게 되어
더더욱 기세를 돋우었다.
[만나게 되어 반갑소. 우리 함께 공격하는 것이 어떻겠소?]
하며 세 명이 일시에 지광대사를 협공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양몽환은 즉각 대답하지 않고 신중을 기하면서 말했다.
[그것도 좋은 계획이긴 합니다만 천축국의 기술(奇術)은 괴이해서 섣불리 행동하면?
도리어 상처를 입게 됩니다.
지금 주소저나 조소저 그리고 도옥도 상처를 입은 처지입니다.]
[주소저가? 그렇게 무공이 뛰어난 주소저까지 상처를 입었단 말이오?]
하고는 굉장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습니다. 그러니 조심해서 지광대사와 겨뤄야 합니다.]
하는 바로 그때
[세 분 조심하시오.]
소리를 지르면서 왼 손으로 일장을 후려 갈겨 양몽환에게 몰아붙인 다음,
오른 손에 강력한 장풍을 일으켜 천홍대사와 정현도장에게 덮어 씌우듯
달려드는 지광대사의 육중한 몸매는 그야말로 비호같이 대청 앞마당을 가로 질렀다.
순간,
[두 분께서는 각별히 조심하시오!]
하며 천홍대사와 정현도장에게 주의를 준 양몽환은 빨리 몸을 돌려 지광대사의 일장을 피한 다음
왼 손을 급변시켜 여봉사폐(如封似閉)의 수법으로 그때 마침 일격을 가하고 재차 일격을 가하려는?
지광대사의 가슴팍을 노리고 휘둘렀다.
이 며칠간 지광대사와 몇번 겨루어 본 양몽환은 지광대사의 공격수법이 일격에 두 팔을 뻗으며
공격해서 상처를 입힌다는 것을 알아냈다.
처음 한 수의 공격은 위협으로 갈기는 일격이고 그 다음에 갈기는 한 수가 바로 공격을 운집한
무시무시한 일격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이었다.
그래서 양몽환은 경각심을 높이고 지광대사의 풍차같이 돌아가는 두 손만 노리며 정확히
그리고 날카롭게 반격했다.
이때 역시 천홍대사와 정현도장은 양몽환의 주의하라는 말을 듣고 십분 경게하면서도
지광대사를 포위하듯 좌우로 벌려 서며 장검을 휘둘러 지쳐나갔다.
그러자 독수리가 날개를 펴듯 두 팔을 힘껏 벌렸던 지광대사는 벼락같이 팔을 휘둘러
손바닥을 탁 마주치는 것이었다.
순간, 한 줄기의 날카로운 잠력이 정현도장과 천홍대사의 옷깃을 스치고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이렇게 날카로운 잠력을 휘둘러 보낸 지광대사는 몸을 돌려 이번에는 양몽환에게 덮치고 달려들었다.
그 순간, 지광대사보다 먼저 웅후한 진기를 모았다가 이빨을 깨물며 힘껏 뿌리친 양몽환의
심오한 장풍이 달려드는 지광대사를 노리고 노도와 같이 밀려 나가고 말았다.
그바람에 황망히 걸음을 멈춘 지광대사는 이미 장풍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엉겁결에 두 손바닥을 펴 가슴부터 보호하며 맞받아 치지 않을 도리가 없게 되었다.
할 수 없이 일장을 맞받아 친 지광대사의 손바닥에 의해 다시 되돌아오는 장풍!
그러나 밀려오는 장풍을 맞받아 치긴 했으나 손바닥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낀 지광대사는
너무나 억센 힘에 혀를 내둘렀다.
그 순간, 좌우에서 협공해 들어온 천홍대사와 정현도장은 공작개편(孔雀開扁)의 수법을 돌변시켜
비스듬히 지광대사의 아랫도리를 노리고 후려 갈겼다.
일거에 세 명을 상대로 살생전(殺生戰)을 벌리게 된 지광대사는 자신의 웅후하고도 지순한 기술로서
세 명 중의 어느 한 사람도 쓰러뜨리지 못하는 것에 절로 분통이 터지고 말았다.
그런데다 정현도장이 뽑아든 장검과 천홍대사가 뽑아든 동발(銅 )은 양몽환의 맨 주먹보다
더 경계를 요하는 것이어서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앞과 좌우의 삼면에서 협공을 받게 된 지광대사는 연신 흥! 흥! 소리를 내며
이리 뛰고 저리 피하면서 좌충우돌, 일격으로서 상대방을 쓰러뜨리려고 이를 악물었다.
공격하려고 달려들면 살짝 피하면서 반격하는? 양몽환을 쫓아가려고 하면 어느 사이에
천홍대사의 동발과 정현도장의 장검이 눈 앞에서 번쩍 불꽃을 튀기는가 하면 뒤에서
새파란 섬광을 날리는 것이 좀처럼 어느 한사람을 노리고 공격한다는 것이 어려웠다.
분통이 터지고 숨이 가빠진 지광대사는 좌충우돌로 이리저리 정신없이 돌아가던 몸을 세우고
공격 수법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세명을 일시에 대적하지 말고 역시 양몽환처럼? 몸을 피하면서 독수(毒手)를 쓰리라 결심했다.
그러는 바로 그때 동발을 휘둘러 지광대사에게 가한 일격이 그만 무위로 끝나는
바람에 심기가 불끈해진 천흥대사는 소매를 걷고 두어걸음을 물러섰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저따위 중놈이 우리 불가(佛家)에 있다는 것은 불가 전체의 수치야!]
벽력같이 고함을 친 천홍대사는 쥐고 있던 동발을 지광대사의 가슴을 겨누고 힘껏 날리고 말았다.
순간! 휙! 소리를 내며 파아란 섬광을 날린 동발은 무서운 속도로 양몽환의 머리 위를 지나
지광대사에게로 달려갔다.
그러나 지금 천홍대사가 던진 소림사의 동발은 다른 동발과 달리 크기도 두곱 이상이지만
한 번 던지면, 날으는 방향이 일직선으로 날다가 급변하기 때문에 정작 무엇을 노리고 날아오는지
그리고 또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갈피도 잡을 수 없게 괴이한 암기의 동발이었다.
그러한 동발이 지금 지광대사를 노리고 허공을 힘차게 가르는 그 순간! 바로 그때,
경혼대진 속에서부터 무슨 일인지 급히 뛰어오던 청의인(靑衣人)이 마악 지광대사의 앞으로
지나는 찰나! 외마디 비명과 함께 검붉은 피를 사방으로 튀기며 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때, 눈을 꽉 감았다 뜬 양몽환은 달려가던 청의인을 박살내고도 계속 날아간 동발이
대청의 높은 지붕을 와르르 벗겨내며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때, 아슬아슬하게 죽을 고비를 넘긴 지광대사는 동발에 피를 흘리며 나가 떨어진
청의인의 등덜미를 잡는가 했는데 한바퀴 비잉 휘두르다 그대로 천홍대사를 향해
암기라도 던지듯 던져버리고 말았다.
그 순간 재빨리 팔을 뻗쳐 던져오는 청의인을 부둥켜 안은 양몽환은 이미 숨이 끊어진 청의인을
땅에 눕혀 놓고 다시 지광대사를 찾았을 때는 이미 대청 안으로 몸을 날리고 있는 지광대사였다.
그러자 양몽환은 정현도장이 쥐고 있는 장검을 빼앗듯이 가로채면서 지광대사의 뒤를
번개같이 쫓아 들어갔다.
그 뒤를 역시 천홍대사와 정현도장이 따른 것은 물론이었다.
한 발 먼저 대청 안으로 들어간 지광대사는 천축국어로 무슨 말인가?
고함을 치자 늘어 서 있던 여섯 명의 승려가 일제히 양몽환을 가로 막아서는 것이었다.
여섯 명의 부하로 양몽환의 접근을 막은 지광대사는 헐떡 헐떡 가쁜 숨을 몰아 쉬느라고 말도 못했다.
한편, 양몽환의 뒤를 쫓아 들어온 정현도장은 양몽환에게 지광대사를 맡기고
급히 조소접에게로 다가갔다.
이때 조소접은 다시 상처의 고통이 발작했는지 창백한 얼굴에 땀을 흘리고 있다가
정현도장을 보자 쓸쓸히 웃었다.
[조소저! 상처가 중하시오?]
[도장님! 상처도 중하지만 중독돼서 이미 죽은 몸과 같아요.]
[너무 비통해 하지 마십시오. 치료하는 법이 설마 없겠소!]
하고 위로의 말을 했다. 이때 역시 도옥은 얼굴을 찌푸리며 고통을 참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도옥은 다가온 천홍대사나 정현도장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돌아앉아 버리는 것이
보기도 싫다는 태도였다.
그러자 도옥을 흘겨본 정현도장과 천홍대사는 말도 건네지 않고 양몽환에게로 다가갔다.
한편, 여섯 명의 승려를 방패로 삼고 가쁜 숨을 몰아쉬던 지광대사는
어느 정도 기운을 회복했는지 진기를 운집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양몽환은 지광대사보다 앞에 버티고 서 있는 여섯 명의 승려를 노려보다
불끈 주먹을 쥐었다.
그것은 지금 눈 앞에 서 있는 여섯 명의 승려가 천축국의 승려가 아닌 중원 땅의
장정들이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이 푸르딩딩한 것이 신약(神藥)에? 중독된 것이 틀림없었고
멍청한 두 동공은 이미 정신이 혼미해져 있다는 걸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런 승려들을 일격에? 쓰러뜨리는 건 문제가 아닌 양몽환이지만
천축국의 앞잡이가 된 이 승려들이 한편 불쌍하기도 했다.
그래서? 음성을 낮추어 그들의 의중을 떠보았다.
[당신들은 이 중원 땅의 사람들로서 어찌 천측국의 앞잡이로 중원 사람들을 괴롭히오?
즉시 사죄하고 돌아가시오. 아니면 용서치 않겠소!]
그러자 여섯 명의 승려들은 푸릇한 얼굴에 후회의 빛을 띄우며 망설이는 눈치였다.
그러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난처한 표정을 지을 뿐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이때 뒤에서 진기를 운집하던 지광대사의 괴상한 호령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멍청히 섰던 여섯 명의 승려들은 갑자기 정신이 든 것처럼 펄쩍 놀라며
재빨리 소매 속에서 비수를 한자루씩 뽑아든다고 했을 때는 이미 양몽환을 노리고
마룻바닥을 박찼을 때였다.
그바람에 황망히 뒤로 물러선 양몽환은 장검을 잡은 손에 진기를 돋우며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며 장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벌떼같이 달려들던 승려들은 저마다 장검을 피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 기회를 노려 양몽환은 눈썹을 치켜 세웠다.
[이놈들! 그래도 사죄하지 않고 칼을 휘둘러! 그렇다면 이 양모인을 원망하지 마라!]
소리치며 호통을 친 양몽환은 천천히 장검을 들어 올려 크게 무지개를 그리면서
중앙에 선 승려부터 마치 잡초 베듯 쓸고 나갔다.
그 순간! 으악! 소리를 지르며 순식간에 세 명의 승려가 허둥지둥 뒤로 물러서며 피를 토하고
쓰러지고 연이어 재차 공격해 들어가는 양몽환의 장검에 다른 한 명의 한쪽 팔이
천장으로 솟구치며 피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그바람에 눈에 쌍심지가 생긴 지광대사는 급히 손을 들며 외쳤다.
[잠깐! 손을 멈추시오.]
아직까지 볼 수 없었던 양몽환의 살기를? 품은 장검에 여섯 명의 부하를 모두 잃을 것같은
지광대사는 더 두고 볼 수 없어 소리쳐 양몽환의 장검을 멈추게 했다.
[왜 그러시오?]
그러자 지광대사는 차가운 어조로 내뱉듯이 말하는 것이었다.
[만일, 더 망령된 행동을 한다면 당장 주소저의 생명을 끊어버릴 것이오.]
<흥! 이놈이 또 주소저의 생명을 미끼로 위협하는군!>
하면서도 주춤 비껴 세웠던 장검을 내려뜨리고 말았다.
사실 주소저의 생명을 끊는다면 여기서 이렇게 싸울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 싸우고 있다는 것을 쨍각할 때 아무리 위협의 말이지만
끌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었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때 천홍대사는 악이 날대로 나 그대로 듣고 있을 수 없었다.
[뭐라고? 만일 주소저를 해친과면 당신도 가장 참혹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오!]
하며 눈을 부라리는 바로 그때.
지광대사에게로 다가가는 도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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