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풍우연귀래

49. 절절한 여인의 한

오늘의 쉼터 2014. 10. 29. 13:58

49. 절절한 여인의 한

 

 

작은 병의 마개를 빼고 그 중에서 하얀? 알약을 딱 두 알만을 꺼내 조소접과 도옥에게

한 알씩 나누어 준 양몽환은 청의의 선비에게 시선을 돌리며 다시 화제를 이어 갔다.
[우리 중원 무술계의 고수들이 몇 명이나 지광대사의 부하로 있습니까?]
[이십명 정도 되지요. 그러나 옷차림이 천축국의 승려들과 같아 구별하기는 어렵습니다.]
[당신도 중원 사람입니까?]
[그렇습니다.]
[몇년 동안이나 천축국에 있었습니까?]
[칠년째입니다.]
하는 동안 치료약을 먹은 조소접과 도옥은 참지 못할 만큼 그렇게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상처가

거짓말처럼 고통이 사라지고 잇따라 기력도 점점 회복되는 것에 오직 감탄만이 나올 뿐이었다.
세상에 신통(神通)한 일이 있다면 바로 지금과 같은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도옥과 조소접은 혀를 내둘렀다.
즉시 기력을 회복하고 아울러 고통까지 사라지게 된 도옥은 그제야 살았다는 듯이

이곳저곳 몸을 어루만지며 양몽환과 청의 선비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럼 천축국에서 독약(毒藥)을 만들어 내는 곳도 알고 계시겠군요?]
하는 양몽환의 물음에 선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기는 하오만 경비가 심해서 들어가지는 못하죠.]
하고는 더 말하지 않고 몸을 돌려 문 밖으로 사라져 갔다.
청의 선비가 나가고 얼마 동안을? 그대로 있던 양몽환은 그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이

조소접과 도옥에게로 몸을 돌렸다.
[어떠시오? 상처가?]
그러자 조소접은 정말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고맙다는 말부터 먼저 했다.
[고마워요. 양상공! 그런데 무슨 약인데 이렇게 신통하죠?

그렇게 심하던 고통이 씻은 듯이 없어지는군요.]
[그래요? 다행입니다. 그러나 더 복용하면 중독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는 바로 그때 다시 방문이 열리며 나타나는 사람이 있었다.
순간, 일제히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육중한 지광대사가 그 큰 눈을 두리번거리며 들어오는 것이었다.
이때 도옥은 들어오는 지광대사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턱을 바싹 올렸다.
[무슨 일이오?]
하고 물었다.

그러나 도옥의 말은 들은 척도 않고 얼마 동안 그렇게 섰던 지광대사는 두 손을 합장하며

겁게 입을 열었다.
[양대협!]
전에 들어보지 못한 위엄있는 어조에 양몽환은 한 걸음 나서며 역시 반례했다.
[무슨 일로 부르시오!]
[지금 당신을 구하기 위해 중원의 고수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오.]
<뭣이? 어떻게 알고 또 누가 오는 것일까?>
하면서도 태연히 대답했다.
[그래서?]
[그저 알려주는 거요.]
[그래서 두렵단 말이오?]
[천만에. 이번 소승이 이곳에 온 목적은 주소저 한 사람을 천축국으로 데려가기 위해서요.

그러니 주소저 아닌 당신들 때문에 싸움을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오.]
[그래서 어쩌겠단 말입니까? 정정 당당히 싸우는 것이 무술인이 아니오?]
[옳은 말이오. 그러나 쓸데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 것이 소승의 신념이오.]
[그러면 이 양모인이 나서서 싸우지 않도록 해달라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지금 주소저는 소승의 손에 잡혀 있소

그런 만큼 주소저를 살리려면 양몽환 당신이 나서서 잘 설득시켜 달라는 말이오.]
[이 양모인이 만일 응낙하지 않는다면?]
[주소저와의 생명을 생각하오.]

<겁이 나는 모양이군...... 그래서 주소저의 생명을 미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절로 코웃음이 터지는 양몽환이었다.
[흥! 주소저의 생명으로 이 양모인을 위협하지는 마시오.

더구나 우리 중원 무술인들이 그렇게 두려우면 주소저를 놔두고 도망이나 치시오.]
[핫...... 하...... 좋은 말이오. 사실 소승은 곧 떠나려다가 떠나는 것을 취소했소이다.

주소저를 놓고는 한 걸음도 중원 땅을 떠날수가 없기 때문이오.]
[그것은 당신 마음대로요.

그러나 당신이 천축국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우리 중원의 무술인들이

당신이 돌아가도록 그냥 놔두지는 않을 것이오.]
하고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그러나 대사, 타협할 수 있는 방법도 없지는 않소.]
[타협? 어디 말이나 해 보시오. 소승이 응하지는 않겠지만!]
[만일 주소저와 조소저 그리고 도형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고이 보내준다면 달려오는

중원 땅의 무술인들을 돌려 보내겠소.]
[필요없소. 소승이 계획한 경혼대진(驚魂大陣)에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얼마든지 와도 좋소!]
[흥! 그까짓 경혼대진쯤 두려워할 우리들이 아니오.]
[두려워하고 안하는 것도 생명이 붙어 있을 때 뿐이오. 죽은 다음에야 무엇이 두렵겠소.]
하고는 휙 몸을 돌려 문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그러자 급히 몸을 날려 지광대사의 앞길을 막으려는 양몽환을 잡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도옥이었다.
[왜 잡는 거요?]
[그냥 놔두시오. 이 도옥이 한가지 생각한 바가 있소.]
[?...............]
[귀원비급에 폐혈신장(閉血神掌)이라는 것이 있소.]
[폐혈신장?]
[그렇소이다.

이 폐혈신장 수법으로 말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일격이 매우 느릿하고 힘도 없는 것같지만

장을 맞기만 하면 혈관(血菅)이 차차 굳어져 나중에는 혈관이 막혀버리고 피가 말라

죽게 되는 수법이오.]
하고는 품 속에서 작은 병을 하나 꺼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계속해서 말했다.
[이 병에는 극히 무서운 독액(毒液)이 들었소.

이 독액이 살에 닿기만 하면 독액은 모두 살 속으로 흡수되고 격렬한 고통을 받게 되오.]
그러자 조소접은 얼핏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 이 간사한 도옥이 슬슬 말하는 척하면서 독액을 양상공에게 뿌리려고

그래서 눈에 가시같은 양상공을 이 기회에 없애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다......>

하고 생각한 조소접은 즉시 몸을 날려 도옥의 손에 쥐어진 독액 병을 낚아챘다.
그리고 즉시 약병의 마개를 뽑은 조소접은 달려드는 도옥에게 뿌리려고 번쩍 손을 들었다.

그바람에 황망히 물러선 도옥은 우는 시늉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조소저. 왜 그러시오? 그 약으로 폐혈신장의 위력을 보여드리려고 하는데......]
[흥! 거짓말하지 말아요. 당신의 말은 믿을 수 없어요.]
[아니 정말입니다. 믿기지 않으면 이 도옥에게 실험해 봐도 좋습니다.]
[실험? 좋아요. 손을 내밀어요. 그럼.]
그러자 울며 겨자 먹기로 손을 내미는 도옥은 금방 얼굴이 일그러지며 눈을 꽉 감았다.
약병에서는 검붉은 독액이 두어방울 떨어지고 떨어진 독약은 금방 살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도옥은 그 자리에서 껑충껑충 뛰며 죽는 소리를 했다. 고통을 참지 못하고 날뛰는

도옥의 일그러진 모습만으로도 독액의 위력을 가히 짐작할 수 있는 조소접과 양몽환이

도옥의 일그러지는 얼굴을 따라 역시 얼굴을 찌푸리는 바로 그때.
돌연 날카로운 휘파람소리가 돌리며 와락 방문이 열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신을 흑의로 감싼 흑의인(黑衣人)이 돌풍처럼 뛰어드는 것이 아닌가.
순간, 화다닥 놀란 양몽환은 지금 여기 세 사람 중에서 적을 맞아 싸울 능력이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즉시 진기를 돋우었다.
이때, 돌풍처럼 뛰어든 흑의인은 얼굴 전체를 복면하고 다만 두 눈만이 안광을 번쩍이고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것은 조소접과 양몽환을 한번 보고는 도옥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분노에 불타는 듯 살기가 돋힌 시선으로 노려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 흑의인이 도대체 누구인데 도옥에게 저토록 살기를 뿜으며 다가가는 것일까......?

비록 도옥이 밉지만 그렇다고 구하지 않을수는 없지.....>


하고 결심한 양몽환은 마침 도옥을 향해 일격을 가하려던 흑의인을 가로막으며 눈을 부라렸다.
[누구요. 당신은?]
그 순간, 급히 손을 거둔 흑의인은 도옥에게 가하려던 일격을 단념했는지

천천히 얼굴에 가렸던 복면을 벗는 것이었다.
[앗! 동사매!]
동숙정이었다.
천만 뜻밖에도 달려든 흑의인이 동숙정이자 양몽환은 손이라도 잡고 싶도록 반가웠다.
지금같은 위기에서 동숙정이 나타났다는 것은 구원의 서광이 비친다는 것임을

 더 의심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왜 도옥에게 일격을 가하려고 했는지 그 이유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사태가 사태인 만큼 인사도 나눌 겨를도 없이 다급히 음성을 낮추어 물었다.
[동사매가 어떻게 여기를?]
[쉬잇...... 조용히 하세요. 급히 알려야 할 일이 있어 왔어요.]
[?......]
[지금 중원 땅의 많은 무술인들이 이곳을 포위하고 있어요.

그리고 천축국 승려들의 앞길도 철통같이 막고 있어요.

그래서 이곳 지광대사는 최악의 경우를 각오하고 경혼대진을 친 거에요.]
[그럼 우리들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겠군요.]
[그래요. 그러나 피차 쌍방의 살상자가 많이 날 거에요.]
[지광대사가 피하기만 한다면 싸움이 벌어지지는 않겠죠......]
[그런데 지광대사는 최악의 경우까지 각오하고 있는 모양인데 싸움을 피할 수 있겠어요?]
[음...... 그런데 중원 땅의 고수들은 누구누구가 왔습니까?]
[확실히는 모르지만 이노선배님이 거느리는 일진과 옥소선자가 거느리는 일진

그리고 저 도옥의 부하가 일진, 그리고 다른 일진은 누가 거느리는지 모르겠어요.]
양몽환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경혼대진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본 적이 있습니까?]
[아직 본 적은 없고 들어보긴 했는데 무시무시한 진법(陣法)이에요.

그래서 만일 싸움이 벌어진다면 그 승부를 예측할 수 없어요.]
하고 도옥을 노려본 동숙정은 몸을 홱 돌리며 도옥에게로 달려드는 것이었다.
그 순간, 질겁을 하고 놀란 양몽환은 간신히 동숙정을 가로막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동사매! 참아주시오. 동사매의 원한을 이 양사제가 모르는 바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서로 힘을 합해야 할 때입니다. 참아주십시오.]
하고 애원하는 양몽환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던 동숙정은 그만 고개를 탁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사실, 동숙정이 품고 있는 도옥에 대한 원한은 십 수년 동안 계속된 증오요,

원한이었다.

사랑에 속고 몸을 망치고 나중에는 정신까지 잃었던 동숙정이 오매불망(寤寐不亡)?

불철주야(不撤晝夜)로 원수인 도옥을 찾아 헤매기 십여년.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한 여인이 품은 원한은 강산이 변할 십년이 지났어도 변하기는 커녕

더욱 가슴에 맺히는 것이었다.

이제 언제 어느때 만나더라도 일격에 죽이려고 이를 갈며 찾아 헤매던 도옥을 지금 뜻아닌 장소에서

만난 동숙정은 한에 맺혀 몸부림치며 통곡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생사를 겨룰 격전을 앞두고 힘을 합해야 한다는 양몽환의 말을 받아 들이기로 한 지금,

흘리는 눈물은 도옥을 죽이고 흘려야 할 눈물인지도 몰랐다.

그러한 동숙정이 떨어뜨린 눈물은 방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이때, 양몽환은 깊이 탄식하며 조용히 동숙정을 불렀다.
[동사매, 진정하시오.

이곳을 벗어나면 이 사제가 꼭 동사매의 원한을 갚아드리겠습니다.

제발 이번만은 참아주시오.]
그제야 동숙정은 손끝으로 고인 눈물을 찍어내며 고개를 들었다.
[알겠어요. 그럼 양사제를 믿겠어요.]
[맹세코 원수를 갚아드리겠습니다.]
하는 한편,

지광대사에게서 중독을 당하고 겨우 신약(神藥)으로 고통을? 잊었던 도옥은 다시 자기의 간계에
자기가 걸려들고 만 독액(毒液)에 중독되어 고통을 참으랴, 동숙정의 일격을 피하랴,

정신없이 구석으로 쫓기다가 양몽환의 중재로 겨우 숨을 돌려쉬고 죽은듯이 앉아 있기만 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밸이 뒤틀려 견딜 수가 없었다.

<뭐, 이놈 양가놈! 네놈이? 원수를 갚는다고 이 도옥이 몸만 회복되면 이 년놈을

한꺼번에 박살을 내야지...... 두고 보자......>


골백번 어금니를 악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인 채 눈을 위로 치뜨며 흘기기만 했다.
이때, 양몽환의 만류와 위로로 살기를 거둔 동숙정은 잠시 마음을 진정한 후,

음성을 낮추어 양몽환을 불렀다.

도옥의 생각은 이미 접어두기로 결심한 표정이었다.
[양상공, 오늘밤 삼경(三更)에 주소저를 구해내겠어요.]
뜻밖의 말이었다.
[어떻게 자신이 있습니까?]
[모든 준비는 다 되어 있어요. 그런데 상처가 위중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옳은 말이었다. 주소저의 상처는 지광대사만이 고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주약란을 지광대사에게서 구해낸다면 그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혹시 치료약이라도 구할 수 없습니까?]
[나도 생각은 했지만 방도가 없군요......

우선 구해? 놓고 천축국놈들에게 물어 보겠어요.

그럼 몸조심하세요.
곧 돌아오겠어요.]
하고는 도옥을 잠시 노려본 다음 문 밖으로 그림자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기밀을 알려주고 동숙정이 사라진 다음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양몽환은 앉아 조식하고 있는

조소접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맥이 빠지는 것같기도 하고 머리가 멍한 것도 같고 그러다가는 힘이 용솟음치는 것도 같아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태였다.
[조소저, 우리를 구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온 모양이오만 조소저의 상처가 중해서 걱정됩니다.]
[양상공. 너무 염려하지 말아요. 이왕 나는 중상을 입은 몸, 당신이나 조심하세요.]
하며 전에 없이 다정한 눈길을 보내는 그때.
홀연, 사방 팔방에서 일제히 날카로운 호각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즉시 몸을 일으킨 양몽환은 급히 문 밖으로 뛰어나가 지붕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부근 일대에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우왕좌왕하는 천축국의 승려들이 보이고

대청 앞에 늘어선 일군의 승려들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지광대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고함소리에 따라 이쪽으로 움직이고 또 저쪽으로 질서있게 움직이는 승려들이

지금 진(陣)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사방 팔방에서 요란하게 들리는 호각소리는 사방을 에워싼 무성한 수풀 속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그 숲 속에 중원땅의 무술인들이 매복해 있다는 증거였고 서로 불어대는 호각소리로

무슨 신호를 하고 있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듯 심상치 않은 사태를 한눈에 파악한 양몽환은 나는 듯이 방안으로 되돌아 왔다.?

그러자 역시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일어났다 앉았다 하던 조소접이 성급하게 달려왔다.
[어때요, 형세가?]
[사방 팔방에서 들리는 호각소리로 미루어 보아 이곳을 완전히 포위한 모양이고 승려들은

진을 치는 것이 아마 이곳에서 생사(生死)를 판가름할 모양이오.]
[드디어 결전이 벌어지는군요.]
하고 말을 마쳤을 때였다.
갑자기 방문이 열리면서 두 명의 청의(靑衣) 승려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공손히 두 손을 합장하며 허리를 굽혔다.

그러한 승려를 싸늘히 노려보며 양몽환은 눈을 부라렸다.
[무슨 일이오?]
[대국사께서 세 분을 대청으로 모셔오라는 분부십니다.]
[대청으로?......]

<......무슨 일일까?......하여간 가보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는 말도 있는데......>

[좋소. 안내하시오.]
두 청의인의 안내를 받으며 양몽환과 조소접이 나란히 서고 그 뒤를 도옥이 천천히 따랐다.
이때, 도옥은 자신의 무공으트 독액을 제거하고 또 폐혈신장 수법으로 치료했는지?

별로 고통스러운 표정이 없는 것으로 보아 차차 기력을 회복하고 있는 눈치였다.

그러나 양몽환은 아무 말도 묻지 않고 두 승려의 뒤를 따라 대청으로 들어섰다.
대청에는 얼굴색이 푸르스름하게 들뜬 승려들이 십여명 서 있었다.
그러한 승려들을 보는 순간, 양몽환은 독약에 중독된 것이리라 생각하며 차례차례 훑어가다

가운데 뻗치고 앉은 지광대사 앞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대사가 우리를 불렀소?]
[그렇소.]
[무슨 일이오?]
[한 곳에 모아 놓고 소승이 감시하려고 불렀소.]
서슴치 않고 대답하는 지광대사나 주저없이 묻는 양몽환이나 모두 기세가 등등했다.
[주소저는 어디 있소?]
[저쪽 휘장을 친 방에 있소.]
하면서 팔을 들어 왼쪽 구석진 곳을 가리키고는 그대로 팔을 움직여 마룻바닥을 가리키며

다시 말을 이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저 원을 친 곳에서 떠나지 마시오.]
하는 말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세 명이 겨우 붙어 앉을 수 있을 만큼의 자리를

흰칠로 둥그렇게 그려놓은 곳이 보였다.
[속히 들어가 앉으시오!]
다시 떨어지는 지광대사의 말을 따라 양몽환을 선두로 조소접과 도옥이 원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그러나 양몽환이나 조소접 그리고 도옥은 하나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들어가 앉기는 하였으나

어떻게 하면 밖에서 공격해 오는 중원 무술인들과 호응할 수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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