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풍우연귀래

47.순결 빼앗긴 여인

오늘의 쉼터 2014. 10. 27. 14:05

47.순결 빼앗긴 여인

 

 

주약란의 요혈을 짚어본 도옥은 약간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두시간 정도 걸리겠소.]
그러나 조소접을 치료하듯 쉽게 치료가 될 줄 알았다가 두시간이라는 말에

다시 한숨을 내려쉰 옥소선자는 그래도 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가 여기서 기다리겠어요.]
[좋습니다. 그런데 지금 주소저의 내상을 치료하자면 웅후한 내력이 필요한데

여러분 중에서 이 주소저에게 내공을 진입시켜 줄 분이 없겠소?]
그러자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혜진자였다.
혜진자는 칠년 전 요주성(饒州城)에서 사수구원(蛇 邱元)에게? 뱀독(蛇毒)의 공격을 받고

위기에 처했을 때 주약란 자신의 진기를 아끼지 않고 주입시켜 치료해 준 은혜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든지 그녀에게 보답하려고 마음먹고 있다가 지금 선뜻 나선 것이었다.
한번 진기를 다른 사람에게 진입시켜 주면 근 사흘 동안 움직이지 말고 다시 새로운 내공을

운기해야 하는 것으로서 보통 무술인들은 진기의 진입을 기피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나 혜진자는 이 기회에 은혜를 보답하리라 결심하고 나선 것이었다.
[이 빈도(貧道)가 내공을 진입시키겠소.]
하는 말에 잠시 주저하던 도옥도 쾌히 받아 들였다.
[그럼 수고해 주시오. 우선 주소저의 명문험(命門穴)에 진입시키시오.]
혜진자는 들고 있던 장검을 걷은 후 주약란의 명문혈에 손을 댔다.

그리고는 눈을? 감으며 내공을 진입시키기에 몰두했다.
얼마간 주약란에게 내공 진입을 하는? 혜진자와 주약란을 번갈아 바라보던 도옥은

돌연 손을 들어 요혈을 짚고 이어 다시 옆구리를 짚으며 혜진자에게 조용히 말하는 것이었다.
[조금만 더 계속하시오.]
그리고는 다시 똑같은 수법으로 네 곳의 요혈을 짚고 물러났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은 유유히 흘러가 이윽고 한시간.
드디어 그렇게 가사(假死) 상태에서 사경(死境)을 헤매던 주약란은

귀신도 놀랄 정도로 반짝 눈을 뜨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앉은 주약란은 그때까지 자신의 진기를 진입시켜주는

혜진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노선배님! 감사합니다.]
그러자 혜진자는 담담히 겸손의 말을 했다.
[오히려 이 빈도가 할 말이오.]
살아나 주어서 기쁘고 은혜를 보답한 것이 기쁜 혜진자는 자신의 없어진 내공쯤은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
혜진자에게 인사를 한 주약란은 도옥에게도 정중히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고마워요. 물론 조건이 있겠지만.]
구해줘도 그냥 구해주겠는가 하고 미리 선약된 일까지 들추며 치사하는 말에

도옥은 씨익 웃었다.
[물론 조건이 있죠. 그래서 할 수 없이 손을 쓴 것이오.]
하고는 주소저에게 주먹을 마주쥐고 다시 말을 이었다.
[소저께서는 몸을 보중하시오. 이 도옥은 물러가겠소.]
하고는 몸을 돌려 왕한상에게 소리쳤다.
[자, 갑시다!]
하고 먼저 달려갔다.

그러자 왕한상과 그의 부하들이 앞서 달려가는 도옥을 쫓아 질풍같이

계곡을 빠져나가고 잠시 후에는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도옥이 사라지고 그의 부하들이 사라지자 주약란은 가볍게 한숨을 토했다.
[호랑이를 산으로 놓아주는군......]
하며 도옥을 놓아주는 것을 못내 근심스러워 했다.
그렇게 한숨을 토하며 혼자 말하듯하는 주약란을 바라보고 있던 조소접도 역시 한숨을 토했다.
[언니를 구하기 위해서는 할 수 없었어요.]
[그래 조건은 무엇이었죠?]
[삼개월 후에 겨루자는 거에요.]
[만일 내가 상처만 입지 않았다면 풍파의 화근인 도옥을 죽였을 것을......

그러나 지나간 일은 할 수 없군요. 삼개월이라면 길지는 않은데......]
하고는 눈을 깜박이던 주약란은 주위에 늘어선 군중들을 바라보고

특히 곤륜삼자 앞으로 천천히 다가가 허리를 굽혔다.
[먼길까지 와주시고 또 도와주어서 감사할 뿐입니다.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혜진자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주소저를 위해 큰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하는 말에 이어 이창란도 수염을 쓰다듬으며 기뻐했다.
[다행이오. 주소저가 회복된 것은 우리 무술계의 경사요.]
하며 싱긋이 웃는 것이었다.
그때 옥소선자가 가볍게 기침을 했다.
[구대문파의 군협께서 소저의 위급을 전해듣고 모두 모였습니다.]
하는 말은 주약란의 마음을 더 감격하게 했다.
[저같은 여자를 위해 이렇듯 도와주시니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하고 황공해 하는 것을 이창란은 허, 허, 웃으며 손을 저었다.
[주소저는 너무 미안해 마시오.

이 천하 무술계는 주소저의 인덕(人德)을 흠모하고 있소.]
하는 말에 이어 옥영자도 치사해마지 않았다.
[이노선배님의 말씀은 지당한 말씀입니다.

더구나 우리 모두가 자진해서 달려온 만큼

주소저는 겸양해 하지 마시고 더욱 인덕을 베풀어 주시오.]
그러자 이번에는 일양자가 나섰다.
[옳은 말씀이오. 이 빈도가 주소저의 위급을 전해듣고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위기를 벗어나서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이 기회에 주소저께서는 구대문파의 무술인들을 규합해서 삼개월 후에 있을

도옥과의 대결에 만전을 기하도록 이끌어 주시오.]
모두가 황공하고 분에 넘치는 찬사요, 또 고마운 말이었다.

그리고 무거운 짐을 지워주는 말이었다.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어깨가 무거워지는 말이었다.
[고맙습니다. 제가 그 큰 일을 어떻게 감당할지 두렵군요.

그러나 여러 노선배님께서도 저를 도와주시고 함께 의논해서

대사를 무사히 치루도록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일단 찬사와 성원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한 주약란은

옥소선자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옥소선자는 그때까지 지광대사의 시체 옆애 무릎을 꿇고 앉은채

합장하고 있는 승려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주소저, 저 천축국의 승려들은 어떻게 할까요?]
주약란은 그들을 뚫어본 후 냉랭히 말했다.
[목숨만은 살려줘요. 그래서 천축국으로 돌아가 대국사인

지광대사의 최후가 어떠하였다는 것을 알리도록 합시다.]
하는 것이었다.
좋은 생각이었다.
즉시 몸을 날린 옥소선자는 천축국 승려들에게로 다가갔다.
한편, 여기 모인 무술인 가운데서 제일 연장자(年長者)인 이창란은

 중상에서 회복한 주소저와 조소저를 좀 쉬도록 하고 검북사의를 시켜

백독옹과 지광대사의 시체를 매장하도록 명했다.
이때 차차 건강을 회복한 주약란은 아직 피곤함이 가시지 않은 몸이었지만

마음과 몸을 편히 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무엇인가 할 일이 많은 것같았다.
잠시 정신을 수습한 주약란은 양몽환과 조소접을 손짓해서 불렀다.
그러한 그녀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주약란의 손짓에 따라 급히 다가온 양몽환과 조소접을 데리고 훨씬 뒤에 있는

바위 옆으로 가서 걸음을 멈춘 주약란은 멀리 떠가는 흰구름을 바라보며 조소접부터 불렀다.
[접매! 나는 잠시 어디를 좀 다녀와야겠어요.]
하고 실로 뜻밖의 말을 하는 것이었다.
[어디를 가시려고요?]
[좀 먼 곳에......그래서 접매와 양상공에게 부탁할 말이 있어서 불렀어요.]
그러자 양몽환도 눈을 크게 떴다.
[주소저! 어디를, 무슨 일로 가십니까?]
[잠깐! 먼저 저의 이야기를 들으세요.]
하고는 이마 위로 흩어져 내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계속해서 말하는 것이었다.
[...... 접매와 양상공이 저에게 모두 잘 대해 주어서 늘 고마워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말하는 부탁도 잘 들어주실 줄 알고 하는 말이에요.

앞으로 삼개월 후 도옥과? 겨룰 일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세요.

물론 저도 계획을 세우긴 하겠지만, 무공 터득에 소홀히 하지 말고

구대문파의 장문인들과도 계속해서 왕래가 있도록 하세요.

그리고 내가 반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면 옥소 아가씨에게 천기석부를 맡기고

그곳에서 유하도록 하세요.]
순간, 조소접과 양몽환이 어리둥절하며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하자

손을 들어 제지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양상공께서는 여기 접매를 잘 보살펴주고 심소저와 이소저도 더 사랑해 주세요.

그리고 저의 앞길을 막지 말도록......그럼 가겠어요.]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서서 걸음을 옮기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조소접이 돌아서가는 주약란을 급히 막으려고 하는 것을 양몽환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이때, 거의 이장(二丈)이나 걸어간 다음 잠시 되돌아서서 조소접과 양몽환을 돌아보고는

곧 몸을 날려 계곡을 빠져나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흡사 영원히 만나지 못할 곳으로 떠나는? 사람처럼 엄숙히 유언(酉言)하듯 하고

사라지는 주약란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조소접은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후! 한숨을 토하며 양몽환에게 고개를 돌렸다.
[양상공, 왜 언니를 못가게 하지 않았어요?]
그러자 양몽환 역시 그제야 주약란이 사라진 방향에서 시선을 거두며 침울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우리가 만류한다고 해서 돌아설 주소저가 아닙니다.]
[그래서 말라지 않았나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완강히 말린다면 주소저의 노여움을 사게 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노여움을 사더라도 어떠한 곳에 가는지도 모르는 언니를 그냥 보낸 것이 후회되는군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재차 묻는 말에 잠시 망설이던 양몽환은 결심이나 한 듯이 표정을 굳히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며칠간 주소저는 줄곧 혼절상태에 빠진 채 지광대사와 지내지 않았습니까?]
하는 말에야 조소접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금새 얼굴이 붉어졌다.

<......그럼 혼절상태에 빠져있는 언니를 지광대사가?......>

생각조차 끔찍한 일이었다.

사실 혼절상태에 있는 주소저를 지광대사가 그대로 고이 두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꼭 주약란의 청순한 몸을 짓밟았으리라고도 생각하고 싶지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깨어났을 때는 이미 지광대사에게 더럽혀진 몸.......

그래서 자결을 결심하고 떠났단 말인가?......>


천가지 만가지 생각에 머리가 아픈 조소접은 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지광대사가 언니를?]
그러자 양몽환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아직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추측인가요?]
[그렇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선 알아봐야지요?]
[?......]
이 며칠간 주소저가 어떻게 지냈는가를 알아보면 될 겁니다.]
[어떻게 알아보죠? 지광대사는 이미 죽었는데......]
[지광대사는 죽었지만 그 밑의 승려들이 몇명 있지 않습니까?

그들에게 물어보면 대강 알게 될 것입니다.]
[............ ]
[그러나 조소저, 이것은 나의 추측일 뿐이요.

조소저나 내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이오. ]
[그럼, 우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간주하고 비밀리에 알아보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조소저도 누구에게든지 말하지 마시오.]
[물론 말하지 않겠어요. 그러나 노선배님이 언니의 행방을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죠?]
[그건 이렇게 대답하시오. 삼개월 후의 대결을 준비하기 위해서 잠시 운기조식 중이라고요.]
이렇듯 주약란의 행방을 의논한 양몽환과 조소접은 자기들이 돌아오기를 초조히 기다리는

여러 노선배님에게로 돌아왔다.
이때 양몽환과 조소접만 돌아오고 주약란이 보이지 않자 먼저 호진자가 궁금한 듯이 물었다.
[주소저는?]
하고 묻는 말에 양몽환은 여러 사람이 다 알아듣도록 큰 소리로 대답했다.
[주소저는 앞으로 삼개월 후에 있을 도옥과의 대결을 앞두고 운기 조식하겠다고

은밀한 곳으로 갔습니다.]
그러자 여러 사람들은 더 의심하지 않고 주약란의 회복을 기원하는 것이었다.
한편,
지광대사를 따라온 여덟 명의 승려들을 모두 혈도를 짚어 버리고 되돌아온

옥소선자는 양몽환에게 가까이 다가와 극히 음성을 낮추었다.
[주소저는 어디로 가셨어요?]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방향은?]
[방향은 대강 알지만 시기를 보아서 찾아나서도록 합시다.]
그러자 옥소선자는 굳은 결의로 표정을 굳혔다.
[저는 우리 소저를 따르겠어요. 방향을 가르쳐 주세요.]
하는 말에 옥소선자가 주약란을 따르게 된 동기며 주약란에게

충성을 다하는 옥소선자임을 잘 아는 양몽환은 그녀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시고 오늘 해 전으로 돌아오시도록 하십시오.

저에게도 계획은 있습니다.]
[알겠어요.]
[방향은 서남쪽입니다.]
[그럼 양상공. 조소저의 시녀들을 팽소저가 인솔하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저를 기다리진 마세요.]

<......충성스러운 옥소소저, 주약란의 신변에 일어난 일을 눈치챈지는 모르지만......

꼭 주소저를 찾아 설득시켜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양몽환이었다.
[옥소소저,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양상공.]
[만일 주소저를 찾게 되면 위치를 암호로 알려주시오. 그러면 저도 달려가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어요.]
하고는 몸을 돌려 나는듯이 서남방을 향해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한편,
양몽환이 돌아오기를 기다려 이창란 일행은 급거 천축국 승려들의 본거지인

산장(山莊) 대청으로 되돌아왔다.
그것은 천홍대사와 정현도장을 비롯해서 조소접의 시녀들이 대청 안에 남아 있는 승려들과

일대 격투를 하고 있다는 한 시녀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급히 달려갔을 때는 싸움의 승부도 거의 판가름이 나고 있을 때였다.
소림사의 천홍대사와 무당파가 거느리는 부하들이 합세하고 조소접의 시녀들이

눈부시게 장검을 휘두르며 돌아가는 바람에 상당 수에 달하는 천축국의 승려들이

살상(殺傷)되었고 또 나머지의 몇명도 혈도가 짚혀 여기저기 쓰러진 채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 결과로 소림사에서는 한 사람이 죽고 두 명의 부상자를 냈으며 무당파에서는

 세 사람의 중상자를 냈다.
그리고 천축국의 승려들 중에서는 아슬아슬하게 죽음을 면한 지 심대사만이 포위망을 뚫고

도망갔을 뿐 거의 전멸이었다.
보무도 당당하게 중원 천지를 짓밟고 들어온 천축국의 승려들은 비참한 최후를 마쳤고

위세 당당하던 경혼대진도 백독옹의 백독앞에서는 한갖 허장성세에 지나지 못했다.
고작 간재(奸才)에 지나지 않는 도옥의 계략으로 천축국의 승려가 만리 이역 땅에서

불귀의 고혼(孤魂)이 된 지금, 치열했던 격전장을 돌아보며 감회에 젖지 않을 자 과연 그 몇 명일까?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승려들은 모두 혈도를 짚어 대청 한 구석에 모아놓고 경계하게 하고

너저분히 쓰러진 시체들은 큰 구덩이를 몇곳 파서 깨끗이 매장해 버리고서야 양몽환은

여러 군협 앞에 나서며 두 주먹을 마주쥐고 흔들어 일읍했다.
[이 인덕이 없는 양모인을 위해 이토록 협조해 주신데 대해 진심으로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하고 정중히 인사하자 천흥대사는 크게 염불을 외우며 답례했다.
[아미타불...... 양대협은 겸손의 말씀이오. 빈도들은 양대협께서 이 어지러운 무술계를

바로 잡아 평안을 찾도록 노력해 주시오.]
[과분한 말씀! 앞으로 삼개월 후 형산(衡山)에서 도옥과의 대결은 천하 무술계의 안위를

좌우하는 일대 격전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 만큼 여러 노선배님께서도 서로? 협력하셔서 위기를 타개할 것은 물론?

이 양모인도 미비한 힘이지만 생명을 다해 분투 노력하겠습니다.]
[옳은 말씀이오. 머리없는 뱀이 길 수 없고 날개없는 새가 날지 못하는 것은 철칙이오.

그런 만큼 우리도 이 기회에 양대협을 추대하여 우리 구대문파를 이끌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자 거의 대부분은 이에 찬동을 표했다.

그러나 이창란은 자기의 사위인 양몽환을 두고? 찬동의 뜻을 표할 수 없어 속으로만 기뻐했다.
모든 사람들의 의논이 뜻을 같이 하자

양몽환은 할 수 없이 그들의 뜻대로 우두머리가 될 것을 응낙했다.
그러나 양몽환으로서는 다른 계획이 있었다.

그것은 주약란을 찾아 떠나면 그동안의 공간을 다른 사람이 대신 맡아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불초 양모인이 노선배님들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말씀드릴 것은 지금? 은밀한 곳에서 운기
조식하고 있는 주소저를 찾아가 얼마 동안 무공을 연마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양모인? 대신 일해 주실 분을 더 추대해야겠습니다.]
그러자 그 말도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일양자가 선뜻 입을 열었다.
[환아의 말도 일리가 있소.

어느 무리를 막론하고 정수령(正首領)과 부수령(副首領)이? 있는 법,

이 빈도의 의견으로서는 무술계의 경험도 많으시고

또 예전 천용방의 방주이시던 이노영웅께서 이 중책을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이창란은 손을 휘저으며 사의의 뜻을 표했으나? 천홍대사와 정현도상이

강력히 찬동하는 바람에 끝내 부수령의 자리를 승낙하고 말았다.
이와같이 해서 양몽환이 유사시(有事時)에 대신할 수령을 이창란으로 합의를 본 일행은

모두가 흡족하고 즐거워 했다.
한편, 이창란 이하 여러 선배들에게 일읍한 양몽환은 옆에 있는 조소접을 흘깃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양모인은 조소저와 함께 주소저를 찾아가 삼개월 후에 있을 대사(大事)를 의논코자 합니다.]
하는 말에 이창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염려말게. 이 늙은이가 다 알아서 하겠네. 속히 가보게.]
[그럼 이만 하직을 고하겠습니다.]
정중히 일읍하는 옆에서 조소접도 허리를 굽혀 일읍하고 함께 돌아서서 산장(山莊)을 벗어나왔다.
대강 주소저가 사라진 서남쪽 방향으로 길을 정하고 십리(十里)정도 와서야

양몽환은 걸음의 속도를 늦추며 조소접에게 고개를 들렀다.
[조소저, 만일 주소저가 지광대사에게 수치를 당하고 스스로 자결이라도 한다면 어떻게 하겠소?]
하는 물음에 조소접은 같은 여자가? 아닌 양몽환과 말하는 것이 약간 쑥스럽고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
[조소저도 대답하기가 곤란하겠지만......

여하간 한갖 추측에 지나지 않는 것을 크게 문제삼을 것이 못된다고 생각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주소저가 우리를 떠날? 때 보이던 비통한 표정과 마지막으로 하듯? 하는 말이
아무래도 무슨 이유가 있는 것같으니 이 원인부터 규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그런 만큼 주소저를 만나 허실(虛實)을 알아보고 사실이 그렇다하더라도

스스로 자결하는? 것만은 막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옳은 말씀이에요.]
[그래서 주소저가 자결할 결심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설득시켜야 합니다.]
[알겠어요. 언니가 스스로 자결한다면 나도 따라 죽겠어요.]
[안됩니다. 그것은 절대로 안됩니다. 스스로 자결하는 것은 죄악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죠? 저는 언니를 설득시킬 자신이 없어요.]
[음......]
양몽환과 조소접은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각기 주소저를 설득시킬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러던 얼마 후 조소접이 먼저 좋은 방법이라도 있다는 듯이 양몽환을 불렀다.
[양상공, 이렇게 하면 어떻겠어요?]
[? .........]
[언니가 제일 아껴주는 사람은 바로 심소저에요. 심소저에게 설득시키도록 한다면?]
[심소저?]
[그래요. 심소저의 말이라면 언니도 들을 거에요.]
[그러나 심소저는 이곳에 없지 않습니까?]
[물론 없어요. 그렇지만 가서 데려오면 되지 않아요?]
[수월산장에 가서?]
[그렇죠. 수고스럽지만 양상공께서는 계속해서 언니를? 찾으세요.

저는 수월산장으로 가서 심소저를 데리고 오겠어요.

그리고 오늘 해 전에 바로 이곳에서 만나요.]
양몽환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심소저가 주약란을 설득시킨다면

무슨 일인들 못할 일이? 없다고 그러면서 즉시 응낙했다.

[좋소. 그럼 조소저는 수월산장으로 가시오. 저는 주소저의 행방을 찾겠소.]
[몸조심하세요.]
이와같이 해서 각기 반대 방향으로 돌아선 양몽환과 조소접은 일시에 땅을 박차며 몸을 날렸다.

<......앞으로 삼개월 후면 도옥과 대결이다.

이 양모인이 어찌 큰? 일을 감당할 수 있으며 도옥과 대결할 수 있는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한 양몽환은 있는 진기를 힘껏 돋우며 앞으로 십리 길을 순식간에 달렸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산세가 험한 계곡 입구였다.
계곡 입구에 도달한 양몽환은 옥소선자를 떠나보낼 때 약속한 암호를 생각하고 혹시나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순간,
계곡 입구에서부터 삼장(三丈) 정도 되는 높은 바위 위에 앉아 아래를 굽어보며 무엇인가?

감시하는 듯하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옥소소저!]
틀림없는 옥소선자였다.
나는 듯이 바위 위로 달려오는 양몽환을 뒤돌아 보며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려 옥소선자는

손을 들어 깊은 계곡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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