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 23장 파격 [10]
(489) 23장 파격 <19>
이집트에서 돌아오는 전용기 안이다.
서동수는 유병선이 건네주는 전화기를 받아 쥐었다.
북한 측 부장관 최봉주의 전화다.
“장관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최봉주가 예의 바르게 말했다.
“노동인력 5만이 15일 후에 입국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한 달 후에 다시 5만을 보낸다고 합니다.”
“잘됐습니다.”
만족한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신의주는 급속 성장 중이다.
한국은 이미 1960년대에서부터 1980년대까지 30년 동안 세계사에 유례없는
성장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신의주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폭풍성장이다.
한국인은 신바람의 동기만 부여해주면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만든다.
북한은 이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건강한 노동력이면 바로 신의주로 보내는 것이다.
유병선에게 전화기를 돌려준 서동수가 눈으로 앞쪽 자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가씨들한테 보너스 주었지?”
“예, 장관님.”
쓴웃음을 지었지만 유병선이 외면한 채 대답했다.
아가씨들 중에는 서동수의 파트너, 유병선의 파트너도 끼어있는 것이다.
“각각 5000달러씩 주었고 닷새간 호텔비도 계산해 주었습니다.
비행기 티켓은 갖고 있으니까 언제든지 타고 올 수 있습니다.”
공수해 온 파트너 일곱이 모두 온 김에 이집트 관광을 하겠다고 남은 것이다.
“큰돈은 부담이지만 적당한 돈은 행복하게 해주는 힘이 있지.”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나도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즐겁고 말이야.”
로비 자금은 물론이고 아가씨들 비행기 요금에서 호텔비, 수당, 보너스까지
모두 서동수의 개인 자금에서 나간 것이다.
“참, 내 파트너가 전에 내가 다니던 요정의 새끼마담이었어.”
서동수가 말하자 유병선이 놀라 숨을 들이켰다.
“그렇습니까? 서울 비서실에서 극비로 진행시켰는데 그런 우연이….”
“잘나가는 곳은 뻔하니까, 시장이 좁은 것이지. 내 파트너가 말하더군.”
“그 친구가 리더였습니다.”
“알아, 그런데 방으로 데리고 가지 못해서 아쉽구먼.”
소파에 등을 붙인 서동수가 혼잣소리를 했다.
“서울에 갔을 때 찾아가야겠어.”
어젯밤 북한군 장군들은 모두 아가씨를 데리고 방으로 간 것이다.
접대는 제대로 받은 셈이다.
전용기가 칭다오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7시 무렵이다.
이제 열아홉 살로 베이징대에 입학한 미혜는 할머니, 사촌 식구들과 함께
베이징으로 옮아가 있었기 때문에 서동수는 작년부터 칭다오에 오면 호텔에서 숙식한다.
그날 밤 서동수는 칭다오 중국은행 부대표가 되어있는 고등학교 동창 우명호를 호텔로 불러내었다.
“응, 장관이 급했던 모양이군.”
방 안으로 들어선 우명호가 대뜸 말했다.
“네가 날 불러낸 이유를 알겠다. 여자 생각이 나는 거지?”
“그렇다, 이 새끼야.”
우명호와는 칭다오에서 온갖 풍상을 함께 겪었다.
지금도 우명호는 그짓을 계속하고 있을 터였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
서동수가 묻자 우명호는 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아직 9시도 안 되었구먼, 여기서는 네가 장관님인지 모르는 사람 많으니까 나가자.”
(490) 23장 파격 <20>
우명호가 데려간 곳은 시내의 작은 카페였다.
서동수가 투숙한 호텔에서 차로 5분도 안 걸렸는데 3층 건물의 1층이었다.
안은 어둑한 데다 낮은 음악이 흐르고 있었지만 깨끗했고 향내가 풍겨왔다.
붉은 양탄자가 깔린 복도 좌우가 모두 육중한 나무문이 닫혀진 방이다.
그때 소리 없이 나타난 여자 하나가 인사를 하더니 둘을 안쪽 끝방으로 안내했다.
우명호가 예약을 한 데다 아는 사이인지 둘이 낮게 소곤거렸다.
방으로 들어선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조명이 어두웠지만 방 안은 품위 있게 장식되었다.
자리에 앉았을 때 우명호가 말했다.
“이곳은 중국인 전용이다.
한국인 손님은 거의 오지 않아. 아마 나까지 서너 명뿐일 거야.”
“비싼 모양이군.”
“그렇지. 이젠 돈이 다 중국으로 넘어갔다.”
90년대만 해도 중국 룸살롱은 한국인 전성시대였다.
가라오케, 룸살롱 문화를 중국에 전파시킨 것도 한국인이다.
그때는 조선족 아가씨들이 한국인 손님 덕분에 중국인 아가씨들 위로 군림했다.
그 당시 룸살롱 마담은 대부분 조선족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역전되었다.
어지간한 한국인 기업은 철수했고 고전한다.
더 이상 중국이 기회의 땅은 아닌 것이다.
중국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룸살롱 문화도 달라졌다.
비싸고 좋은 곳은 중국인 전용이 되었다.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종업원 둘이 쟁반에 담긴 술과 안주를 가져왔다.
이어서 조금 전의 여자가 아가씨 둘과 함께 들어섰다.
“너, 저기 앉고. 넌 여기.”
여자가 중국어로 말하자 아가씨들은 시킨 대로 서동수와 우명호 옆에 앉는다.
조명이 어두웠지만 둘 다 흠잡을 곳이 없는 미인이다.
종업원들과 여자가 곧 나갔으므로 방 안에는 넷이 남았다.
“웃기는군.”
마침내 서동수가 한마디했다.
중국말로 한 것이다.
서동수의 중국어는 유창해서 중국인 수준이고 우명호는 중국인이라고해도 속을 정도다.
“이건 뭐, 선택권도 없냐? 술도 제멋대로 들여오고 말야. 안주는 또 뭐야?”
서동수가 투덜거리자 우명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얀마, 얘들 시내에서 픽업해온 놈들이다. 오늘 이런 곳 처음 나온 애들이고.”
우명호가 중국어로 열변을 토했다.
“너 같은 촌놈은 처음이라 모르는 모양인데 그냥 주는 대로 먹고 마시라구.”
그때 서동수 옆에 앉은 아가씨가 풀썩 웃었다.
북방계 한족이다.
갸름한 얼굴, 눈꼬리가 솟은 눈, 곧은 콧날에 입술이 얇다.
젖가슴과 엉덩이는 작고 다리가 길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아가씨가 거침없이 물었다.
“아저씨, 어디서 오셨어요?”
“나? 옌지(延吉).”
“조선족이시군요.”
“잘 아는구나. 너는 어디 출신이야?”
“지난(濟南)요.”
“근데 여긴 왜?”
“언니한테 놀러왔다가 여기 언니를 만났어요.”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서동수는 조금씩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
어깨의 짐이 내려진 것 같기도 하다.
그때 둘의 말을 듣던 우명호가 한국어로 말했다.
조선족이라고 시인한 터라 숨길 필요도 없다.
“야, 5000원이다.”
이차값이다. 5000원이면 100만 원 가깝게 된다.
우명호가 턱으로 옆쪽 벽을 가리켰다.
“벽을 밀면 방이 나와. 침대하고 샤워시설까지 갖춘 호텔급이다.”
(491) 23장 파격 <21>
여자 이름은 린린(林林), 23세. 지난에서 의상실 종업원으로 일한다고 했다.
사촌 언니한테 놀러왔다가 마담한테 픽업되어 이곳에 왔다는 것이다.
린린은 말이 많았다.
두 달 전에 산 차 자랑에서부터 제 남자친구 이야기까지 묻지 않았는데도 쉴 새 없이 재잘거렸다.
“신의주로 돈 벌러 갈 작정이에요.”
불쑥 린린이 말하는 바람에 서동수가 머리를 들었다.
앞쪽에 앉은 우명호는 파트너 스커트 안에 손을 집어넣고 열중하고 있다.
곧 벽 쪽 문을 열고 들어갈 것 같다. 서동수가 물었다.
“어떻게 돈 벌 계획인데?”
“거기 유흥구 호텔에서 여직원 모집을 하는데 서류심사에는 합격했어요.”
“그렇구나.”
“카지노나 바에서 근무하게 되면 지금 의상실에서 받는 월급의 세 배를 받을 수 있어요.”
“잘 되었다.”
“거기서 애인 하나 잘 만나면 팔자 고치는 거죠.”
“어떤 애인 말이냐?”
“돈 많은 남자요.”
린린의 윤기 흐르는 입술을 바라보던 서동수가 빙그레 웃었다.
“린린, 네 애인은 어떻게 하고?”
“걔도 다른 여자친구 찾겠죠.”
린린이 정색한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해서 돈 모아야 한다구요. 기회를 놓치면 안돼요.”
“그렇구나.”
“아저씨, 돈 많아요?”
“이런 데 올 만큼은 있어.”
“그럼 부자네.”
머리를 끄덕인 린린이 서동수의 옆으로 바짝 붙어 앉았다.
“칭다오에 닷새간 머물 작정인데 매일 데이트해도 돼요. 전화번호 드려요?”
“그래.”
“방에 언제 가실 거예요?”
린린이 물었을 때 앞쪽 우명호가 파트너와 함께 일어섰다.
술은 세 잔밖에 마시지 않았다.
“나, 먼저 들어간다.”
우명호가 눈으로 서동수의 뒤쪽 벽을 가리켰다.
“네 방은 뒤쪽에 있어. 그림을 밀면 돼. 거기가 문이니까.”
서동수는 우명호가 붉은색 벽을 밀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문이 닫히자 다시 벽이 되었다. 마술처럼 사라진 것이다.
그때 린린이 말했다.
“아저씨, 일어나기 싫으면 내가 여기서 그냥 해 드릴까요?”
불빛을 받은 린린의 눈이 반짝이고 있다.
린린이 손을 뻗어 서동수의 사타구니를 부드럽게 쓸었다.
“저, 잘해요, 아저씨. 입으로 해드릴 수도 있어요.”
“나, 시간 많다. 천천히.”
서동수가 팔을 뻗쳐 린린의 어깨를 감아 안았다.
린린이 서동수의 가슴에 얼굴을 붙이며 웃었다.
“그렇군요. 아저씨는 분위기파시군요. 천천히 달아오르는 스타일.”
사타구니를 쓰는 린린의 손에 힘이 실렸다. 능숙한 손놀림이다.
“전 뒤에서 해 주는 것이 좋아요.”
린린이 서동수의 바지 혁대를 풀면서 말을 잇는다.
“왜냐하면 내 그것이 뒤쪽에 있거든요.”
서동수가 린린의 손을 잡았더니 혁대 푸는 것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지퍼를 내리고는 손이 쑥 들어왔다.
린린이 서동수의 남성을 주무르면서 말했다.
“아저씨, CF에서 본 것 같아요. 냉장고 CF인가? 손님으로 나온 분 같은데.”
뉴스 다음에 냉장고 CF가 나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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