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 23장 파격 [8]
(485) 23장 파격 <15>
서동수는 알몸의 민혜영을 침대에 눕혔다.
민혜영이 알몸을 가리려고도 하지 않고 꿈틀거리면서 서동수의 팔을 끌었다.
상기된 얼굴에 초점을 잃은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그때 서동수가 시트로 민혜영의 몸을 덮어주면서 허리를 굽혀 입술에 키스했다.
민혜영이 두 팔로 서동수의 목을 감아 안았다.
이윽고 입술을 뗀 서동수가 허리를 펴고는 침대 끝에 앉아 민혜영을 내려다보았다.
“널 내 옆에 두려는 거야.”
“해줘요.”
민혜영이 꿈틀거리면서 서동수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다 벗었는데, 다 한 것이나 같은데.”
“난 달라.”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시트 밑으로 손을 넣어 젖가슴을,
아랫배를, 그리고 숲이 무성한 골짜기까지 천천히 쓸었다.
“이렇게 억제하는 것으로 난 네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돼.”
서동수의 손이 골짜기로 다시 올라왔을 때 민혜영이 다리를 오므려 손을 골짜기에 넣고 조였다.
민혜영의 두 눈이 더 번들거렸고 어금니까지 물려졌다.
“안 하면 난 더 부끄러워서 얼굴 뵙지도 못할 거예요.”
민혜영의 목소리가 떨렸다.
죄어진 민혜영의 골짜기에서 물기가 배어 나왔다.
이윽고 손을 뺀 서동수가 민혜영의 이마와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몸을 세웠다.
“그래, 난 이것으로 너에 대한 욕구를 임시로 풀었다.”
“난 아녜요.”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한걸음 뒤로 물러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이제 언제라도 가능한 일이 되었어. 그렇지 않아? 그러면서 참는 거다.”
몸을 돌린 서동수가 문으로 다가가면서 말했다.
“회의실에 있을 테니까 옷 입고 커피 가지고 와.”
방을 나온 서동수가 통로 옆쪽의 회의실로 들어섰다.
창가의 의자에 앉은 서동수는 온몸이 가벼워진 느낌을 받는다.
평양 초대소에서 전영주와 함께 있을 때부터 쌓인 것 같던 찌꺼기가 다 증발된 것 같다.
민혜영과 침대에서 엉켰다면 이렇게 가벼운 느낌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민혜영도 지금은 화가 날지 모르지만 곧 풀린다.
이윽고 10분쯤 후에 회의실로 들어선 민혜영이 전처럼 다소곳한 자세로
서동수 앞에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슬쩍 보았더니 옷차림도 깔끔하게 다시 입었는데 스커트의 옆구리 쪽 지퍼가 1㎝쯤 덜 올라갔다.
그것 외에는 완벽했다.
시선이 마주쳤지만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가 곧 중심을 잡았다.
그래서 참지 못한 서동수가 한마디 했다.
“그것 봐.”
그러자 민혜영은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회의실을 나갔다.
전과 같다.
어색하지도 않다.
전용기가 리야드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9시경이다.
공항에는 안종관이 마중 나와 있었는데 전용기 앞에 대기시킨 리무진으로 곧장 호텔로 출발했다.
리무진 옆자리에 앉은 안종관이 서동수에게 보고했다.
“킹덤호텔 22층 옆방에 제임스 씨가 투숙하고 있습니다.”
서동수가 머리만 끄덕였고 안종관이 말을 이었다.
“제임스 씨는 세 시간 전에 도착했습니다.
회의는 내일 아침 9시 정각에 제임스 씨의 방인 2201호실에서 열립니다.”
제임스 우드는 미국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다.
신의주장관 서동수가 미국대통령 특사인 제임스와 비밀 회동을 갖게 되는 것이다.
(485) 23장 파격 <16>
제임스 우드는 68세, 부시 정권 때 국무장관을 거친 거물이다. 오바마는 당적을 가리지 않고 요인을 기용했는데 제임스 우드는 대북 강경파에 속한다. 다음 날 오전 9시 정각에 서동수는 제임스의 방으로 들어섰다. 배석자는 안보특보 안종관, 제임스도 국무부 차관 고든 더글러스를 대동하고 있다. 인사를 마치고 넷이 마주 보고 앉았을 때 제임스가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동북아 평화의 열쇠는 서 장관이 쥐고 계신 것 같습니다. 남북한과 중국 정부의 신뢰를 받는 유일한 인물이시더군요.”
“이용가치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서동수도 웃음 띤 얼굴로 대답했다.
“한자리에서 자면서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머리를 끄덕인 제임스가 회색 눈동자로 지그시 서동수를 보았다. 마른 체격에 주름투성이의 얼굴이었지만 눈이 맑다.
“장관, 한반도는 어떻게 통일이 될 것 같습니까?”
제임스가 바로 본론으로 진입했다. 직선적이고 솔직한 성품이라고 알려져 있었는데 과연 그렇다.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이런 상태로 간다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통일이 되겠지요.”
옆에 앉은 안종관이 숨 쉬는 소리도 내지 않는다. 머리도 돌리지 않는 것이 서동수의 발언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는 것 같다. 제임스와 고든도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통일 지도자는 북한에서 나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제임스가 심호흡을 하고 나서 물었다.
“북한? 그러면 김동일 말입니까?”
“이대로만 간다면 그럴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통일 방법은?”
“남북한 직접선거가 되겠지요.”
“남한 인구가 북한의 두 배 아닙니까?”
“그동안 북한이 달라져 있을 테니까요.”
제임스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동상이몽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제각기 자신이 주인공인 꿈을 꾼다. 신의주라는 침상에서 서동수라는 베개를 베고. 그때 서동수가 머리를 들고 말했다.
“통일된 한국은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겁니다.”
서동수의 시선이 안종관에게 옮아갔다.
“안 특보가 대신 말씀드려요.”
“예, 장관님.”
영어로 대답한 안종관이 두 미국 관리를 정색하고 보았다.
“통일 한국은 1950년 미국이 극동방위선인 애치슨 라인을 그었던 당시와는
다른 상황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두 미국 관리가 애치슨 라인을 모를 리가 없다.
1950년 1월, 미 국무장관 딘 애치슨은 미국의 극동방위선을
일본에서 오키나와, 필리핀에 이르는 선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것이 북한의 남침을 불러일으킨 계기 중의 하나라고 알려져 있다.
안종관이 말을 이었다.
“통일 한국의 국력, 전력(戰力)은 중국이나 일본이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 만큼 되어 있을 테니까요.
오히려 그들이 몸조심해야 될 겁니다.”
서동수가 심호흡을 했다. 할 말 다했다.
제임스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일본 정부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장관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종관의 시선이 서동수에게 옮아갔다. 대신 말하라는 것 같다.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혹시 새 통일한국정부가 일본정부에 대마도를 반환하라고 할지 모르겠군요. 그것 때문일까요?”
그렇다.
건국 후에 이승만 대통령이 제일 먼저 한 일이 일본정부에 대마도 반환을 요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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