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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23장 파격 [9]

오늘의 쉼터 2014. 10. 27. 15:29

<246> 23장 파격 [9]

 

 

(487) 23장 파격 <17>

 

 

 

 

 

리야드에서 제임스와 헤어진 서동수가 카이로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5시 무렵이다. 비공식 방문이었으므로 서동수는 매스컴의 추적을 받지 않고 나일강변의 이집트 호텔에 투숙했다.

“준비되었습니다.”

먼저 카이로에 와있던 비서실장 유병선이 말했다. 소파에 앉은 서동수가 시선만 주었을 때 유병선이 옆으로 다가와 섰다. 호텔 최상층 프레지던트 룸 안이다.

“저쪽 참석 인원은 네 명입니다.”

서동수가 유병선이 내민 메모지를 받아보았다. 북한군 총참모장과 호위총국 사령관 등 대장급이 두 명, 상장이 두 명인 장군들의 이름이 적혀져 있다. 어제 이집트를 방문한 북한군 사절단 요인들의 명단이다. 서동수의 이번 비공식 외유 목적은 이들을 만나려는 것이었다. 그 도중에 미국 대통령 특사 제임스 우드를 만나 비밀회담을 한 것이다.

“여자들은?”

서동수가 묻자 유병선이 외면하고 대답했다. 어색한 것 같다.

“예, 일곱 명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북한 측 넷, 신의주 측은 서동수와 유병선, 안종관까지 셋이니 일곱이 맞다. 여자 일곱 명은 오늘 파티를 위해 한국에서 날아온 것이다. 북한 군부 요인들이 카이로에 간다는 정보를 듣고 만든 파티다. 물론 서동수는 이 파티를 주선하기 전에 김동일 위원장의 허락을 받았다. 마침 같은 시기에 카이로에 갈 일이 있으니 같이 저녁을 먹겠다고 한 것이다. 제임스는 서동수와 동선을 맞추려고 터키를 가는 길에 리야드로 왔다. 오후 7시가 되었을 때 프레지던트실 옆쪽 방이 파티장으로 변해졌다. 응접실이 룸살롱의 방처럼 꾸며졌고 일곱 쌍의 남녀가 둘러앉았다. 주방에서 만들어진 요리가 날라졌는데 한식이다. 아랍식 뷔페만 먹던 북한 측 장성들이 탄성을 뱉었다. 모두 표정이 밝다. 위원장의 허락을 받은 데다 서동수는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두 대장과는 안면도 있었으므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인민군 총참모장 오대우가 문득 정색하고 물었다.
장관 동지, 이 미인들은 한국에서 공수해 오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오대우도 정색했다.

“모두 서울에서 왔지요.”

이 일곱 명을 고르려고 동성 서울 비서실 직원들은 진땀 꽤나 흘렸을 것이었다. 그 결과가 앞에 펼쳐졌다. 눈이 번쩍 뜨일 만한 팔등신 미녀들인 것이다.

모두 선수들이어서 태도도 자연스럽고 분위기를 맞추고 있다. 오늘 하룻밤 접대 대가로 비행기 일등석 티켓과 특급 호텔 숙식 제공, 그리고 1000만 원을 받기로 한 것이다.

“신의주는 우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희망이오.”

술기운이 오른 호위총국 사령관 박영진 대장이 술잔을 들고 소리쳤다.

“자, 건배합시다.”

“건배!”

함께 소리친 서동수가 한 모금에 위스키를 삼켰다. 오늘 밤 북한 측 장성들은 파트너와 함께 방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호위총국 사령관 박영진이 분위기를 주도하기로 계획돼 있다. 박영진은 김동일 위원장의 최측근인 것이다. 총참모장 오대우는 강성(强性) 군세력으로 분류된다. 김동일에게 충성하지만 신의주의 급변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는 부류다. 박영진의 시선이 서동수를 스치고 지나더니 오대우에게 술을 권했다. 그때 옆에 앉은 파트너가 서동수에게 불쑥 물었다.

“장관님, 저 기억하세요?”

서동수가 파트너를 보았다.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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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서동수가 파트너를 보았다. 갸름한 얼굴, 맑은 눈, 단정한 입술에 조금 웃음을 띠었다. 검은 눈동자가 깜빡이지도 않고 서동수의 시선을 받는다. 가슴이 저리는 느낌이 들 정도의 미인이다. 지금까지 손님 상대 하느라고 옆에 앉은 파트너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모르겠다.

“잊으셨죠?”

파트너가 고른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미안하다.”

우선 사과한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40대 후반 아니냐? 너도 알다시피 내가 그 동안 얼마나 휘젓고 다녔냐? 언론에서도 다 보도했잖니?”

“그러게요.”

정색하고 파트너가 머리를 끄덕였다.

“이해해요. 장관님.”

“너, 나 어디서 보았니?”

“홍진각에서요.”

“그렇군.”

머리를 끄덕이긴 했지만 요정 홍진각은 여러 번 다녔고 거기서 데리고 나간 파트너가 대여섯이다. 장관이 되기 전까지 서울에 오면 고교동창 강정민과 자주 다니던 곳이다. 파트너가 말을 이었다.

“못 뵌 지 3년쯤 되었어요. 마지막에 뵈었을 때는 강 전무님하고 오셨는데.”

“그렇군.”

“제 이름이 장선정이에요. 기억나세요?”

숨을 들이켠 서동수가 테이블을 둘러보았다. 최고급 파트너를 선별해온 값을 하고 있다. 모두 파트너와 이야기를 하느라고 정신이 팔려있다. 간간이 웃음이 터졌고 술잔이 비워진다. 서동수가 다시 파트너를 보았다.

“기억 안 나는데, 미안하다.”

그때 파트너가 활짝 웃었다.

“저, 홍진각 새끼마담이었어요. 장관님 하고는 파트너 안 했어요.”

“이런.”

눈을 치켜떴던 서동수가 따라 웃었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난 너하고 잔 줄 알았지.”

“주무셨으면 기억하셨겠죠.”

“야, 자고도 잊어버린다.”

“전 잊지 못하실걸요?”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장선정이 눈웃음을 쳤다.

“좀 서운했어요. 장관님이 오시면 제가 오 마담 대신 애들 관리 다 해드렸는데.”

“그러고 보니 기억이 좀 난다.”

“이번에도 외국 나갈 애들 고르길래 제가 나서서 다 골랐죠.

제가 인솔해 온 것이나 같아요.”

“세상이 참 좁구먼.”

“이쪽 손님들은 한정이 되어 있어서 바닥이 좁아요. 장관님.”

“어쨌던 넌 오늘 나하고 자야겠다.”

서동수가 손을 뻗어 장선정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믿을 만한 파트너를 만나자 이쪽도 긴장이 풀린 것이다.

“장관 동지, 한잔 받으시지요.”

인민군 총참모장 오대우가 술병을 들고 일어났다.

60대 후반쯤의 오대우는 건장한 체격에 목소리도 컸다.

서동수의 잔에 술을 채운 오대우가 웃음띤 얼굴로 말했다.

모두 양복 차림이어서 사업가 같다.
“장관 동지, 남조선 접대문화가 발달되었다고 하던데 과연 명불허전이오.”

“감사합니다.”

서동수가 한모금에 술을 삼키고는 오대우의 잔에 술을 따랐다.

자리에 앉은 서동수에게 장선정이 땅콩 안주를 입에 넣어 주었다.

옆쪽에 앉은 안종관의 시선이 서동수를 스치고 지나갔다.

주연이 시작되기 30분쯤 전에 안종관은 오대우의 방으로 찾아가

현금 200만 불이 든 가방을 건네주고 온 것이다.

오대우는 그것까지 칭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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