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풍우연귀래

45. 카멜레온의 실상

오늘의 쉼터 2014. 10. 27. 13:40

45. 카멜레온의 실상

 

 

주약란이 두리번거리며 누구를 찾는 듯한 모습을 보고 조소접은 의아하게 표정을 굳혔다.
[언니, 누구를 찾으세요?]
그제야 주약란은 두리번거리던 시선을 거두어들이는 것이었다.
[도옥은 안왔어요?]
[조금 전까지 있었어요.]
[그런데?]
[등불을 끄자 잠시 후에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그 간사한 자가 목숨이 아까우니까 먼저 도망친 모양이에요.]
하는 바로 그때였다. 어느 구석에선가 차가운 도옥의 음성이 들려오지 않는가!
[조소저! 그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이 도옥에게 해독약을 주었다면 능히 싸우고

행동을 같이 할 것이 아니오?]
그러자 도옥이 없어진줄 알고 마구 내뱉던 조소접은 어깨를 흠칫! 했다.

그러나 숨은 것은 숨은? 것이다.

마구 쏘아붙였다고 해서 미안해 할 조소접은 아니었다.
[그럼 왜 떳떳치 못하고 숨었죠?]
하는 소리에 음침한 구석에서부터 천천히 자태를 나타내며 일어나 나오는 도옥은

주약란에게 두 주먹을 쥐어 흔든 다음 변명을 늘어놓으려고 멈칫멈칫 하는 바로 그때

대청 문이 열리며 도사(道士)차림의 늙은이가 서서히 걸어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승려들이 비켜주는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늙은 도사는 먼저 주약란에게

허리를 굽히며 일읍하는 것이 아닌가.
[주소저! 그간 안녕하시오?]
주약란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정말 뜻밖에도 오랜만에 나타난 등인대사(登因大師)였다.
하림을 어려서부터 키워주고 무공을 가르쳐 준 양부(養父)이자 양몽환에게도

역시 무공을? 가르쳐준 스승인 등인대사.
다가오며 일읍하는 도사가 등인대사임을 알아본 주약란은 몇걸음 마주 나가며

역시 허리를 굽혀 공손히 반례했다.
[등인 선배님!]
그와 함께 양몽환과 조소접도 허리를 굽히며 주먹을 쥐고 일읍하였다.
이와같이 해서 오년만에 다시 만나는 일동은 지나간 과거를 생각하며?

감회에 빠질 시간도 없이 목전에 벌어진 일부터 화제를 돌렸다.
주약란과 조소접 그리고 양몽환과 인사를 나눈 등인대사를 한참 바라보던 조소접은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소스라치듯 놀라며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지금 조소접 앞에 나타난 등인대사는 좀전에 바로 이 대청에서 싸울 때

적수였던 지심대사 바보 그 사람이 아닌가.
변장을 했을 때는 몰랐지만 지금 조소접 앞에 나타난 사람은 틀림없는 등인대사였다.
이때 등인대사 역시 조소접의 의아한 표정이 바로 자기 때문에 짓는 표정이라 짐작하며

먼저 호탕하게 웃었다.
[허......허......조소저, 미안하게 됐소.

아까는 이 노승이 조소저를 속였소.

이 노승이? 바로 지심대사(智心大師)로 변장하고 소저를 속인 등인대사요.]
[네? 그럼 노선배님이?......]
조소접은 말을 못다하고 손으로 입을 가렸다. 실로 기절초풍할 일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등인대사와 맹렬히 싸웠단 말인가?......>

하고 생각하는 것은 조소접뿐 아니라 양몽환도 마찬가지였다.

절로 얼굴이 붉어질 일이었다.

<......그러면......우리들의 무공을 알아보려고?......>

하고 생각했지만 곧 고개를 흔들어 그런 생각을 떨쳐버렸다.
사실 등인대사는 조소접과 양몽환이 천축국의 승려들에게서부터 받을 위험을 생각해서

급히 지심대사로 변장하고 천축국의 승려들을 속이기 위해 연극을 꾸몄던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끌며 지체하다 나중에는 피로한 듯이 지쳐 쓰러짐으로서

그들의 신변을 안전한 시간까지 끌었던 것이었다.
그러한 것을 알리 없는 조소접과 양몽환은 자기들이 힘껏 무공을 다해 겨룬 상대가

바로 등인대사라는 것에 송구스럽고 민망해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싸우던 끝에? 이상하게 행동하며 서로 격렬히 싸우지 않고 느릿느릿 싸우다가 쓰러지는

지심대사를 이상하다고 여겼던 사유를 알 것만 같았다.
이처럼 등인대사와 무공을 겨루었다는데 대해서 미아해하는 조소접과 양몽환을 보며

어색하게 된 분위기를 주약란은 조용히 화제를 돌려 바꾸었다.
[등인대사께서는 어떻게 이곳까지 오시게 되었어요?

그리고? 지심대사의 역할까지 하셔서 우리를 도와주시고......]
[허......허......그건 예기치 않았던 우연의 일이오......]
별로 놀랄 것이 없다는 담담한 웃음이었다. 그리고는 품 속에서 한 장의 가죽을 꺼내는 것이었다.
가죽을 꺼낸 등인대사는 머리 위에서부터 가죽을 뒤집어 썼다. 그러자 등인대사의 얼굴은

한쪽은 붉고 한쪽은 검은 형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인피면구(人皮面具)를 뒤집어 써서 괴상한 모습으로 변장하고 스스로 지심대사라 자칭했던

등인대사를 보는 순간,

양몽환과 조소접은 절로 웃음이 터졌다.그러나 도옥은 웃지도 않고 냉정했다.
[노선배님, 한가지 물어볼 말이 있습니다.]
[?..........]
[노선배님께서 이곳에 들어오실 때 함께 왔던 청의인(靑衣人)있지 않습니까?]
[있소이다.]
[그 청의인은 해독약을 가지고 있었는데 조소저가 해독약을 뺏지도 않고 쫓아냈습니다.]
하고는 살짝 조소접을 흘겨보았다.
그 순간 조소접은 입술을 깨물었다.

<우리들에게 해독약을 주려는 눈치던데?......>

하면서도 도옥을 바라보며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애석한 일이지만 해독약을 뺏지 못했어요.]
그러자 도옥은 정말 애석하다는 듯이 그러나 눈을 가늘게 뜨며 무릎을 탁탁 쳤다.
[만일 이 도옥이 기독에 중독되지만 않았다면 벌써 지광대사의 시체를 안고 이곳을 떠났을 것이오.]
하고 조소접을 또 바라보았다. 그러나 조소접은 본 체도 않고 고개를 돌연 외면해 버렸다.
이때 주약란은 대화가 끊어지자 등인대사에게로 눈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지금 말하는 청의인도 노선배님과 함께 이곳에 오셨습니까?]
그러나 등인대사는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어 모른다는 표시를 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오. 며칠전 내가 이곳에 와서 형세를 살피던 중 양몽환과 조소접이

사로잡힌 것을 알고 인피면구로 변장을 하고 들어오긴 했소만 의심을 받을까 염려해서

약을 관리(管理)하는 책임자를 동행했을 뿐이오.]
[그러면 전연 모르는 사람이군요......]
[그렇소이다.]
하는 말에 조소접은 더욱 정의인의 행동에 의심을 품게 되었다.

<......그 청의인이 정말 등인대사를 지심대사로? 알고 따라왔을까......

그렇다면 왜 우리들에게? 해독약을 선뜻 내주었을까......

그리고 만일 그가 중원 땅의 사람이라면 무엇때문에 지광대사(대국사)는

중원 땅의 사람들을 많이 이용한 것일까?......>

생각은 천가지 만가지였으나 어느 하나도 수긍이 가는 점이 없었다.
그러나 도옥은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아무리 우연의 일치라도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일 것같습니다.]
그러자 등인대사는 싸늘한 시선으로 도옥을 흘깃 바라보고는 내뱉듯이 말했다.
[이 늙은이는 거짓말은 하지 않소. 하도 정세가 긴박해서 뛰어들었을 뿐이오.]
하는 등인대사의 태도는 상당히 노여움이 가득찬 표정이었다.

그러한 등인대사의 노여움을 풀어주려고 주약란은 가볍게 기침을 하면서 화제를 바꾸었다.
[노선배님께서는 이 정세를 어떻게 타개해야 할 것같습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지 않겠어요?

저는 접매와 양상공이 염려되어 이곳까지 왔는데 사태가 심상치 않군요.]
하며 본론을 꺼내자 이번에도 역시 등인대사보다 먼저 도옥이 한 걸음 나서며 주약란을 불렀다.
[그럼 주소저께서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무슨 계획이 있습니까?]
[아직 계획은 없어요.

그러나 죽음을 앞에 놓고 그냥 이대로 있을 수는 없지 않아요?

천명(天命)에 맡길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러면 말입니다.

이 도옥의 부하들이 구원해 올 때를 기다려 우리는 여기서 호응하면 어떻겠습니까?]
[그것도 좋지만 내 생각으로는 당신의 부하들을 통솔하는 사람이 없어? 곤란할 것같아요.

더구나 이처럼 위험한 곳에 목숨을 내걸고 구원하러 올 사람이 있을 것같지도 않군요.]
[그건 주소저가 모르는 말입니다.

이 도옥이 이곳에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내일 오전까지는 이곳을 습격하도록 말입니다.]
그러자 주약란은 이마를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안돼요. 못오게 헤야 해요.]
[왜요? 이 도옥의 부하들이 우리들을 구해주려고 하는데 왜 못오게 한다는 말입니까?

그럼 주소저는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인가요?]
[목숨이 아깝던 어쨌든 그것이 지금 문제가 아니에요.

우선 지광대사가? 소생할 때를 기다려서 행동해야 해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 도옥은 짐작도 못하겠습니다.

위험한 곳에서 빠져나가자는데 스스로 죽음을 택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까짓 지광대사가 소생하던 말던 우리에게 무슨 상관이 있단 말입니까?]
이해할 수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죠.

당신이나 이곳을 빠져나갈테면 나가세요. 나는 여기 있겠어요.]
도옥은 그만 얼굴이 벌개지고 말았다.

이중에서 도옥 혼자만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되어버려 입맛이 썼다.
[그건 주소저의 오해입니다.

이 도옥이 절대로 죽음을? 두려워 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만약 내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주소저가 여기에 남아 있겠다면 이 도옥도 기꺼이 언제까지나 남아 있겠습니다.]
하고 열변을 토하며 주약란의 환심을 사기에 급급했다.

그러자 주약란은 싸늘하게 웃다 말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렇다면 나의 말에 따르도록 하세요.]
[얼마든지 좋습니다. 주소저가 시키는 일이면 무엇이나 언제든지 물불을 가리지 않겠습니다.

어서 말하십시오.]
[그러면 우선 당신의 부하들을 이곳에 오지 못하도록 하세요.]
잠시의 여유도 주지않고 내뱉듯 하는 말에 도옥은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 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도옥은 기독에 중독된 처지입니다.

우선 중독부터 제거해야만 몸을 움직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자 주약란은 꼭 조건을 내걸고 나서는 도옥을 심히 못마땅한 듯 양미간을 찌푸리다

정상으로 돌아갔다.
[그건 꼭 몸을 움직여야만 부하들을 명령할 수 있을까요.

당신의 심오한 무공으로도 능히? 명령할 수 있지 않아요?]
[아닙니다. 이 도옥이 몸을 움직여서 그들을 직접 만나는 일외에는 어떠한 방법도 없습니다.

이 점을 주소저는 참작해 주셨으면 합니다.]
하는 말을 들으며 조소접은 밸이 뒤틀렸다.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구나......음침하고 간사한 성질은? 죽음앞에서도 버리지 못하는가,

언제 어디서든 기회만 있으면 중독된몸을 회복하혀고 꾀를 쓰고......

그러나 어림없지 해독약이 다행히 나에게 있기에 망정이지 만일 다른 사람에게......

주소저나 양상공이 가지고 있었다면 그 꾀에 넘어가 벌써 주었을 것이다......>

하며 속으로 도옥의 간사함을 마음껏 저주했다.
그러나 해독약을 가지고 있지 않은 주약란은 해독약을 주고 싶어도 없는 해독약을 줄 길이 없었다.
[그럼 해독약이 없으면 부하들의 기습을 막을 수 없단 말인가요?]
[그렇지요. 지금으로서는 달리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주소저!]
그러자 속으로 도옥을 저주하고 있던 조소접이 그만 참다 참다못해 불쑥 입을 열었다.
[도옥! 내가 한가지 방법을 가르쳐 드릴까요?]
<이년! 해독약을 감추고도 주지 않는 년이 뭐 방법을 알려준다고?>
[무슨 방법이오?]
절로 퉁명스럽게 튀어나오는 도옥의 음성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조소접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이 꼭 중독된 뭄을 회복하고 이곳을 빠져나가야만 부하들에게 명령할 수 있다면

내가 당신을 호위해서 이곳을 빠져나가도록 도와드리죠. 어때요?]
하고는 즉시 몸을 일으키며 지금이라도 함께 나가자는 것이었다.
그러자 당황해진 도옥은 주약란을 흘깃 돌아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영영 이 도옥은 기독에서 해독되지 못한단 말인가?......안되지!>
하며 주약란에게 구원을 청하듯 묻는 것이었다.
[주소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하고 묻는 것은 또 한가지의 의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말로는 자기를 보호해서? 승려들의 포위망을 뚫고 나가겠다고.

하지만 만일 승려들이 달려들어 피차 위험에 빠지면 조소접이 혼자 도망을 가면 갔지

중독된 도옥을 데리고 도망칠리 만무했다.

그리고 더더욱 의심이 생기는 것은 승려들의 손에 죽기보다 먼저 성질이 표독한 조소접이

순간적으로 마음만 변한다면 먼저 자기를 죽일 것같아 마음을 놓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심에서 주약란의 도움을 청하는 도옥의 내심을 모를리 없는 주약란이 아니었다.

그러나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하는 말은 너무나 냉랭했다.
[좋을대로 하세요. 어찌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어요?]
결국 궁지에 몰린 도옥은 진퇴양난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참 동안 쩔쩔매었다.

그러나 해독약을 얻어 먹기 위해서라면 무슨 말인들 못하랴 싶었다.
[주소저, 그래도 이 도옥은 주소저에게 기대하는 바 큽니다.

모쪼록 해독약을 구해서 이 도옥 스스로 부하들에게 갈 수 있도록 해주시오.

그 방법 외에는 무슨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도옥의 애원과는 달리 주약란은 여전히 냉랭한 태도요, 말이었다.
[저도 해독약을 구할 길은 없어요.?

그렇다고 당신의 부하들이 기습해오는 것을 말리지 못한다면 우리들의 목숨은 붙어 있지 못할 거에요.]
갈 수록 태산이다. 해독약도 구할 수 없다. 기습해 오지도 못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가슴이 답답한 도옥은 점점 숨이 가빠졌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더구나 사태가 그렇게 목숨까지 버려야할 만큼 위기란 말입니까?]
[믿지 못한다면 두고 보세요.

그보다 목숨이? 끊어지면 두고 볼수도 없지만......여하간 나도? 별 도리가 없어요.]
[그러나 주소저, 그들의 무공이 아무리 강해도 우리들의 목숨을 빼앗지는 못할 겁니다.

피리와 북이나? 불고 두들기며 몰려오면 몰라도 천축국의 무공이 우리의 목숨까지 빼앗을 만큼

대단한 무공은 아니지 않습니까?]
[뭐라고요? 그래서 당신은 기독에 중독되어 꼼짝 못하는 것이 그들의 피리소리에

뱀이 올까 두려워 꼼짝 못한다는 것인가요?

너무 가볍게 보면 도리어 패망이 있을 뿐이에요.]
[그래도 이 도옥은 고수다운 천축국의 승려들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만나보게 될 거에요.

아직 고수를 못만나 보았다고 해서 자기의 무공만 자부할 것도 아니에요.]
그러자 도옥은 고개를 숙이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도옥은 화제를 처음 논의하던 문제로 돌렸다.
[주소저, 해독약도 없고 그렇다고 이 도옥이 조소저를 따라갈수도 없는 지금,

이 도옥대신 중독되지 않은 다른 사람이 가서 명령하면 어떻겠습니까?]
[?..........]
[다시 말하면 이 도옥대신 다른 사람을 보낸다는 말입니다.

이 도옥이 신표(信表)를 주어서 도옥의 명령이라고 하면 다 믿고 복종할 것입니다.]
그러자 조소접은 말도 안된다는 듯이 코웃음부터 터뜨렸다.
[그럼 누구를 보내죠?]
하는 말에 도옥은 주저없이 턱을 들어 조소접을 가리켰다.
[바로 조소저 당신이 가면 어떻겠소?]
[뭐라고요? 이 지독한 놈......]
말꼬리를 흘리다 말고 주약란에게 고개를 돌리며 다시 이었다.
[언니, 들으셨죠?]
그러자 주약란 역시 대청의 천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싸늘한 시선으로 도옥을 바라보았다.
[도옥? 지금 당신은 접매에게 신표(信表)를 주어 당신대신 이곳을 빠져나가게 하려고 하지만

그건 안돼요.]
[아니, 왜 안된다는 말입니까?]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 도옥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럼 잘 들어보세요. 지금 당신이나 나는 똑같이 몸을 자유로 쓸 수 없어요.

나는 중상을 입은 몸이고 당신은 중독을 당한 사람 이러한 형편에서 가장 무공이 강하고

몸도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접매를 보낸다면
그동안 우리는 만일의 사태를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말인가요?]

<그럼 양몽환을 보내란 말인가?......>

생각하며 도옥은 조소접을 승려들 속으로 보내 해를 입게 하려던 계획이 좌절되는 것에 실망했다.
그러나 도옥은 시치밀 뚝 떼고 마음이 괴로운 사람처럼 표정을 일그러뜨렀다.
[그렇다면 난처하군요.

이 도옥의 명령이 없으면 기습하는 것을 중지할 부하들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러자 주약란은 깊이 한숨을 토하고는 무슨 결심을 했는지 바싹 고개를 들었다.
[좋아요. 그럼 당신의 신표를 주세요.]
[그럼 주소저가?]
[어쨌든 신표만 주세요.]
강경한 주약란의 태도에 도옥은 할 수 없이 왼쪽 손목에 끼고 있던 금환(金環)을 뽑아들었다.
[이 금환이면, 부하들도 명령에 복종할 것입니다.]
그러나 주약란은 도옥의 말을 듣지도 않고 도옥이 들고 있는 금환을 빼앗듯 받아들고는

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것이 아닌가!
순간,
깜짝 놀란 양몽환과 조소접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주약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먼저 조소접이 주약란의 손을 잡았다.
[안돼요. 언니. 언니는 중상을 입은 몸이에요. 양상공과 제가 다녀오겠어요.]
그러자 주약란은 조소접의 귀에 입을 대고 무슨 말인가를 속삭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소접의 귀에서 입을 떼었을 때는 이미 금환을 받아든 조소접이 문밖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주약란과 조소접의 이상한 행동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 도옥이 비록 눈치가 빠르다 해도

주약란이 어떤 말을 조소접에게 했는지 그리고 못보낸다던 조소접을 문밖으로 내보내는 주약란의

의도가 어떤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조소접을 밖으로 내보내고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온 주약란은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고 묵묵히 앉아 있기만 했다.
이러한 주약란의 태도에 더욱 궁금함을 참지 못한 도옥은 가볍게 마른 기침을 하며 주약란을 불렀다.
[주소저, 조소저를 보냈습니까?]
하는 물음에 주약란은 별로 반갑지 않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요. 그렇다고 내가 갈 수는 없지 않아요?]
[그러면 왜 아까는 안된다고 했습니까?]
[그건 나대로의 생각이 있었던 거에요.

그러나 만일 이곳이 위험하면 나와 당신을 위해서 등인대사와 양상공이 도와줄 수 밖에 없어요.]
[그래도 인원 수가 많은 승려들인데 등인 노선배님과 양형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만일 이 도옥이 중독만 되지 않았다면......]
이것저것 걱정할 것 없다는 말이었으나 주약란은 일언지하에 잘라 말했다.
[그건 누구라도 마찬가지에요. 나도 중상만 입지 않았다면 당신과 마주 서 있지도 않아요.

그런 말은 더하지 말아요.

더구나 없는 해독약을 어떻게 하란 말이에요?]
[아니, 주소저에게 해독약을 구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중독만 되지 않았다면 몇십 명의 승려가 달려든다 해도 도옥이 혼자의 몸으로 능히 물리칠 수 있다

그런 말입니다.]
[알았어요. 그만 하세요. 더구나 지광대사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천축국의 승려들인 만큼

그의 명령이 없는 한 우리를 해치지못해요.]
[그러나 주소저. 만일 천축국의 승려들이 우리들을 공격해 온다면 그래서 우리들이

위협에 처한다면 등인대사나 양형은 모두 주소저만 구해줄 것이오.

그렇게 되면 이 도옥은 죽는다 이겁니다.]
[흥! 죽음이 그렇게 두려운가요?]
[죽음이 두려워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럼 무슨 뜻이죠?]
[중독된 채 죽으면......그것이 원통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천축국의 승려들을 이 중원 땅에 불러온 장본인은? 누군가요?

그들의 손에 죽으면 당신은 더 영광이지 뭐에요.]
그러자 도옥은 얼굴이 벌개지며 몸둘 바를 몰라 쩔쩔맸다.
[......그럼 결국 스스로 죽음을 자초(自招)한 것이군요......]
하고는 무엇이 우스운지 혼자 낄낄 웃다가 뚝 그치며 정색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소저. 이 도옥이 이대로 죽지는 않을 겁니다. 죽을 수도 없구요.]
하면서 비장한 각오를 표했다.

그러나 주약란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하는 말은 가시가 돋친 말이었다.
[이대로 죽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하늘로 올라가거나 땅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기적이 없는 이상 별 수 없이

앉은 채 죽을 수밖에 더 있어요?]
그러나 도옥은 크게 코웃음부터 터뜨렸다.

 

어림도 없다는 뜻이었다.

 

[흥! 아무래도 이 도옥은 좋소.]
[죽음이 두렵지 않단 말인가요?]
[그렇소. 왜냐하면 이 도옥은 세상에서 제일 사모하는 주소저 당신과 함께 죽는다면

무슨 원한이 있을리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만큼 주소저께서는 이 도옥의 진정한 마음을 알아주시오.]
하고 말하는 도옥은 욕정에 불타는 듯한 눈으로 주약란을 주시하며 이글거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약란은 말같지도 않다는 듯 대꾸도 하지 않았다.
싸늘한 시선에 무표정한 주약란의 모습을 힐끗 훔쳐본 도옥은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이 도옥이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이곳에 갇혀 있는 신세지만

이러한 사실을 이 도옥의 부하들은 모르고 있소.

그런데 지금 조소저가 이 도옥의 금환을 가지고 부하들에게 갔다는 것은

 바로 이 도옥의 위급함을 알리는 것이 되고 즉각 구원하러 올 것은 명약관화요.

그러면 이 도옥은 주소저 당신만은 목숨을 걸고 먼저 안전한 곳으로 모시겠소!]

<뭣이! 그럼 우리가 그의 계략에 속았단 말인가,

그리고 뭐? 목숨을 걸고 주소저를 어떻게 해?......>

눈썹이 번쩍 치켜 올라간 양몽환은 약간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냉랭히 냉소를 터뜨렸다.
[흥! 도형! 확실히 단수가 높은? 계획이오마는 그보다 먼저 이양모의 일격이

도형의 가슴을 뚫는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

<이놈! 이 도옥이 중독되어 항거하지 못한다고 마음대로 허튼 소리를 하는군!

그러나 안되지. 암 안되고 말고...>

속으로 마음껏 비웃어 준 도옥은 씨익 웃음을 을렸다.
[그러나 양형. 양형은 그래도 이름이 있는 도협지사(道俠之士)가 아니오.

그러한 양형이 중독되어 항거할 힘도 없는 그래서 눈에 가시같은 이 도옥을 죽인다면

실로 무예계에 웃음거리를 남기는 거요.

그런 것도 있다는 걸 알아두시오.]
하고 사나이끼리 으르렁거리는 심상치 않은 대화 속으로 주약란이 끼어들었다.
[도옥! 계략은 잘 썼지만 모두 허사라는 것을 알면 더 큰 소리치지 못할 거에요.]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금쯤 조소저는 승려들의 포위망을 뚫고 열심히 이 도옥의 부하들에게 달려갈텐데

그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미안하지만 접매는 아직 떠나지도 않았어요.

당신의 속마음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과연 틀림없이 간사하군요.]
하고는 문을 향해 다시 약간 음성을 높혔다.
[접매! 들어와요!]
그러자 뜻밖에도 떠난 줄 알았던 조소접이 거짓말처럼 대청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속았구나. 이년들. 이 도옥을 속여? 괘씹한 년들......>

그런 것도 모르고 자기의 계획을 모두 실토해버린 도옥은 분통이 터져 견딜 수가 없었다.

 자다 말고 일어나 이를 갈고 주먹을 쥘 일이었다.

그러나 이미 쏟아져버린 물이다.

분통도 터뜨릴? 여유도 없이 싸늘히 부르는 주약란의 음성에
겸연쩍게 웃으며 외면했던 고개를 돌렸다.
[도옥! 피차 위험한 처지에서 남을 모함하고 모함에 빠뜨리려는 수단을 쓴다면 용서치 못해요.]
하는 말은 서슬이 시퍼런 말이오,

가슴을 찌르는 비수였다.

한마디 변명의 말조차 할 수? 없는 도옥이었다.
더구나 달리 할 말도 없어서 도옥은 웃어 넘길 수밖에 없었다.
[허...... 참......주소저의 지략은 이 도옥이 도저히 따를 수 없습니다.

경탄, 또 경탄이오.]
그러자 조소접은 워낙 급한 성미인데다가 실실 웃으며 뱃심 좋게 능청을 떠는

도옥이 칵! 보기 싫었다.


<이 짐승보다 못한 놈! 죽여버려야지......>

눈썹을 꿈틀거리며 도옥을 흘겨보던 조소접은 도옥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주약란을 불렀다.
[언니, 같은 처지에서도 음흉한 계략을 쓰는 저 도옥을 오늘 깨끗이 죽여버려요. 언니가 말려도 나는 죽여버
리겠어요. 죽으면
계략을 쓰진 못할 거에요.]
그러나 주약란은 아무 대답없이 도옥의 아래 위를 차근히 뚫어 보기만 할 뿐이었다.
조소접은 자기를 죽이자고 하고 그 조소접을 움직이는 주약란은 아무 대답없이 싸늘한 시선으로 자기를 노
려보는 그 시선을 느끼며 도옥은 불안한 순간이 거침없이 흘러갔다. 입안에 침이 바싹 말랐다.
그리고 숨막히는 침묵이 얼마나 흘렀을까? 죽이느냐, 살펴 주느냐를 결정짓는 주약란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
리는 순간이 다시 또
얼마를 흐른 다음, 이윽고 주약란은 도옥을 불렀다.
[도옥! 스스로 택하세요.]
<휴우......죽여버려요......할 줄 알았는데 우선 숨이나? 돌리자. 만일 지금 기력도? 쓸 수 없는 내가 꼼짝없이
죽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또 계략을 써야지......>
길게 숨을 몰아쉰 도옥은 정신을 가다듬고 씨익 웃었다.
[그럼 주소저도 이 도옥에게 죽음을 택하라는 말입니까?]
[그래요. 나를 도우겠다고 자청해서 온 당신을 내가 죽일 수는 없어요. 그러면 정의에도 벗어나고....당신? 스
스로 택하는 것이
좋겠어요.]
그러자 도옥은
<옳지! 주소저를 물고 늘어지면?>
요리조리 살아날 궁리가 설 것같았다.
[그렇습니다. 이 도옥이 이렇듯 위험한 곳까지 온? 것은 모두 주소저 당신만을 위해서 온 것입니다.? 그것을
알아주신다면 이 도옥은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하겠습니다. 그런데 주소저를 돕지도? 못하고 죽는다면
말이 됩니까?]
[그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내가 직접 당신을 죽일 수는 없어요.]
<그럼 나 스스로 자결을 하라는 말인가? 이거? 큰일났는데......빌어먹을 중놈의 새끼들, 어쩌자고 이 도옥에
게 중독을 시켜놓고 이꼴을 만든담?>
공연히 승려들에게 실컷 욕을 퍼부은 도옥은 점점 목이 죄어드는 것같은 느낌을 느껴야? 했다. 그러나 죽음
을 면하기 위해서는 있는 계략을 다 써야 하는 도옥으로서는 마음이 급했다.
[주소저, 당신이 이 도옥에게 스스로 죽으라는 말을? 해도 이 도옥은 원망치 않고 죽겠습니다. 그러나? 주소
저, 잘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주소저 당신은? 중상을 입은 몸이어서 천축국의 승려들과 싸을? 몸이 아니오.
그런데다 승려 백명쯤 간단히 처치해 버릴 이? 도옥마저 죽어버린다면 천축국의 고수들과 어떻게 싸우겠단
말입니까? 도리어 몰살을 당할 것입니다.]
[흥! 염려해 줘서 고맙군요. 그러나 천축국의 승려들보다 도옥 당신이 더 풍파를 일으킬 장본인이라는 것을
모르는가요? 당신
만 죽여버리면 천축국의 승려도 다 돌아가고 강호는 조용해질 거에요.]
[그 무슨 말씀을......주소저는 정말 이 도옥의 심정을 너무 몰라줍니다. 두고 보십시오. 주소저 당신이 위기에
처하면 이 도옥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당신을 구해줄 용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하는데 주약란은 도옥의 말을 끊으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간사한 꾀를 부리지 말아요. 잘못했으면 응당 죄를 빌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남자 대장부가 할 일 아닌가
요?]
[그럼, 살려주겠습니까?]
[진심으로 용서를 빈다면 새 사람이 되라는 의미로서 목숨을 살려줄 수 있어요.]
<그까짓 허리 한번 굽히면 되는데 못할게 뭐냐? 우선 살고 보자. 그러면 복수할 기회가 있겠지!>
주약란의 태도와 표정에서 자기를 죽일 의사가 없다는 것을 눈치챈? 도옥은 곧장 주먹을 마주 쥐며 흔들었
다.
[주소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 은혜는 갚겠습니다.]
[좋아요. 만일 다시 음흉한 계략을 쓴다면?]
하자 얼른 도옥이 뒤를 이었다.
[죽여도 좋습니다.]
사실 어느 때라도 도옥을 죽여야 하는 것은 기정 사실이지만? 지금 곤경에 빠진 상태에서 도옥을 죽여버리
고 싶지는 않았다.
더구나 중독된 도옥을 죽인다는 것은 원수를 뒤에서 몰래 습격하는? 것과 같다고 여기는 주약란은 아무 때
나 죽일 수 있는 도옥
을 성급히 죽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여움이 가시지 않은 조소접에게 눈짓을 하며 한번만 더 살려주기로 결심하고 용서를 빌게 했다.
그러한 주약란의 처사가 심히 못마땅했지만 어떤 계획이? 있으리라 짐작한 조소접이나 양몽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편, 당장 죽을 목숨이 인사 한번으로? 살아난 도옥은 그 순간부터 다시? 계략을 쓰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어떤 묘한 계략이 있
더라도 중독이 회복되지 않는 한은 별 수 없었다. 우선 중독된 몸부터 해결해야 했다.
[애석한 일이오. 정말 애석한 일이오.]
밑도 끝도 없이 눈을 껌벅거리며 중얼거리던 도옥은? 주약란의 시선이 자기에게로 돌아오기를 기다려 다시
입을 열었다.
[주소저는 지금 중상을 입은 몸, 그리고 이 도옥은 중독된 몸입니다. 만일 누가 이 도옥의 중독만 제거호 준
다면 주소저의 상처도 치료하게 할 수 있을? 것은 물른 천축국의 승려들도 무찌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애석한 일이 아닙니까?]
하는 말에 주약란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럴 수도 있겠지. 내가 완쾌되고 도옥이 해독만 된다면? 등인대사와 조소저 그리고 양상공과 힘을 합
해 천축국의 고수들을 처치하기는 어렵지 않겠는데......>
하는 한편 조소접도 자기대로 잠시 생각에 빠졌다.
<지금 나는 도옥을 해독시킬? 수 있는 약이 있다.? 이왕 언니가 살려준 도옥인데? 그만 해독약을 주어버릴
까.....그렇게 되면 언니도? 할 수 있고......>
그러나 간사한 도옥이 무슨 계략을 꾸밀지 몰라 조소접은 해독약을? 내놓는다는 데에 망설이지 않을 수 없
었다. 해독약을 주어서 도옥의 손을 빌려 주약란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보다 귀원비급 책장속에 적혀 있다는
무공으로 치료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곧 도옥을 불렀다.
[도옥, 당신은 지금 중독된 몸을 회복하고 싶죠?]
그러자 도옥은 이번에야말로 조소접이 해독약을 주는줄 지레짐작하고
<그러면 그렇지. 주약란을 살린다는데 네가 해독약을 안줄 수 있나?......>
은근히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야 말해서 뭐합니까? 해독만 된다면 무공도 발휘할 수 있고 주소저의 내상도 치료할 수 있는데......]
[그러면 이렇게 해요.]
[뭣입니까? 말만 하십시오.]
[란이 언니의 내상을 치료할 수 있는 귀원비급 요상편의 원문을? 들려주세요. 그래서 치료가 가능하다면 나
도 당신에게 해독약을 주겠어요.]
[그럼 조소저는 해독약을 가지고 있습니까?]
<이 옴흉한 놈....눈치를 채고서도 엉뚱할 소리를 하는군......>
하면서도 조소접은 대답하지 않고 다른 말을 했다.
[어때요? 조건부로 하는게.]
[좋습니다. 그러나 이 도옥이 요상면의 원문을 외우기 전에 그 해독약을 먼저 줄 수는 없습니까?]
[그럴 수는 없어요. 원문을 듣는다 해도 그대로 치료해서 회복된다면? 모르지만 아무렇게나 줏어 외우는 말
을 어떻게 믿고 먼저
해독약을 줄 수 있어요?]
[흠......그러면 이 도옥이 먼저 원문을 외우라는 말씀인가요?]
[그래요.]
만일 지광대사의 말대로 그가 다시 소생해서 주약란의? 내상을 치료해 회복케 한다면 모르지만 대국사라는
지광대사가 소생하지 못한다거나 불의로 죽어버리면 역시 주약란의? 내상도 영영 치료하지 못하고 말 것같
아 마음이 초조해진 조소접은 혹시 귀원비급 책장 두겹 사이에? 있다는 무공의 원문에 혹시 치료법이 없을
까 해서 교환 조건으로 도옥과 담판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럼 주소저의 내상이 어느 부분인지 상처를 보게 해주시오. 그래야만 어느 장의 요상편 원문을 외워야 하
는지 알 수 있습니
다.]
하는 말에 주약란은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것은 상처라는 것이 공교롭게도 두개의 유방? 사이에 깊숙이 패
여진 바로 그곳이었다.
그래서 상처를 도옥에게 보인다면 젖가슴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젖가슴을 더구나 도옥에게 보인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그래서 주약란은 얼굴을 붉히다 말고 조소접을 불렀다.
[접매, 요상편을 모두 외우라고 하세요.]
그 말에 조소접도 주약란의 붉어진 얼굴에서 여자끼리 통하는 어떤 기미를 알아챘는지 즉시 도옥에게로 고
개를 돌렸다.
소생하는 지광대사
귀원비급의 요상편 전부를 다 외우라는 말에 도옥은 눈을 크게 떴다.
[어휴......그걸 어떻게 다 외웁니까? 더구나 한 자도 틀리지 않게 말입니다.]
[여하간 외울 수 있는데까지 외워 보세요. 그렇지 않으면 해독약을 줄 수 없어요.]
[그럼 주소저는 이 도옥의 기독을 어떻게 해독하겠다는 말입니까? 그것부터 말해 보시오.]
[여하간 해독약만 주면 되지 않아요?]
[물론 그렇죠. 그러나 지금까지 조소저는 해독약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당신이 알 바 없어요. 언니와 양상공 앞에서 하는 말인 만큼 믿어도 돼요.]
그제서야 도옥은 청의인의 품 속에서 꺼낸 것이 해독약임을 알고는 더 다짐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그럼 틀림없이 주리라 믿겠습니다.]
하고는 요상편의 원문을 머리 속으로 정리하는지 지그시 눈을 감으며 생각을 몰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이윽고 천천히 눈을 뜬 도옥은 주약란에게 고개를 돌렸다.
[주소저, 상처를 직접 보지 못해서 자세히 모르겠지만, 지금 상처가 붉게 부어오르고 한가운데는 파아란? 점
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자 주약란은 깜짝 놀랐다.
<상처도 안보고 어떻게 잘 알까?......>
[지금은 그래요.]
[그리고 부어오른 부위는 점차 퍼져 배까지 부었죠?]
[그래요.]
[음......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주소저의 상처는 틀림없는 칠일단혼수(七日斷魂手)에 의한 것입니다. 이것은 상
처를 입고 칠일이 지나면 목숨을 잃게 됩니다.]
그러자 주약란은 순간적으로 지광대사가 하던 말과 이 도옥의 말이 일맥 상통한다는 것에 아연했다.
[맞아요. 대국사라는 지광대사도 칠일이 지나면 죽는다고 말했어요.]
[그럴겁니다. 이것은 살을 뚫은 내력(內力)이 간(肝)과 폐(肺)를 썩게 해서 죽게 되는 것입니다.]
하고는 잠시 말을 끓었다가 다시 이었다.
[이 도옥의 예측이 틀림없다면 지금 주소저의 상태로는 닷새를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주소저
는 호흡도 곤란하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놀라운 일이군.....어쩌면 이토록 자세히 알고 있을까...>
주약란은 도옥이 하는 말이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고통과? 일치한다는 것에 굉장히 놀라고 또 감탄했지
만 대꾸하지는 않았다.
그러자 조소접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언니, 어때요? 맞아요?]
[응, 틀림없는데......]
[그럼, 이제는 치료해 보도록 해요.]
하고는 도옥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도옥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죠?]
[저......치료를 하려면 상처를 만져야하는데?......]
여자의 몸을 만지고는 싶지만 차마 그렇게 말할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조소접은 그렇지, 했다.
<그렇지....치료를 받으려면 상처를 봐야 하고 상처를 보려면? 옷을 벗어야 한다.....그런데 여자의 더구나 처
녀의 젖가슴을 도옥에게?......>
머리를 흔든 조소접은 손뼉을 탁 쳤다.
무슨 묘안이 떠올랐다는 표시였다.
[이렇게 하면 어때요?]
[?..........]
[제가 언니를 데리고 저쪽 보이지 않는 곳에 있겠어요. 그러면 당신은 여기서 어디를 짚으라고 말만 하세요.
그러면 내가 짚겠어요. 어때요?]
[조소저의 생각이 좋긴 하지만 어디 그렇게 해서 제대로 치료할 수가 있겠습니까?]
[왜 할 수 없어요?]
[생각해 보십시오.

이 도옥도 자신이 없는데 그나마 다른 사람이 짚는다면 그건 더 무의미한 거죠.]
[상관없어요.]
하고는 주약란을 부축해서 으슥한 구석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주약란은 옆에 서 있는 양몽환을 손짓해서 불렀다.
[양상공은 이곳을 빠져나가서 옥소선자를 만나도록 하세요.]
[그러면?]
[그래서 옥소선자에게 백독옹(百毒翁)을 찾아보라고? 하세요.

그러면 독가루로? 여기 승려들을 몰살시킬 수 있을 거에요.]
하고 말을 마치자마자였다.
갑자기 대청의 문이 열리며 한 줄기의 밝은 불빛이 비치더니

그뒤로 세 명의 승려가 천천히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등불을 든 흑의(黑衣)의 장정을 앞세우고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승려는 붉은 가사(袈裟)를 입었고
손에는 각기 동발(銅拔)을 하나씩 들고 있는 것이었다.
거칠 것 없이 당당히 들어오는 세 명의 승려를 본 조소접은 홱 눈꼬리가 올라갔다.

<......무례한 놈들......애초에 약속할 때는 서로 침범치 않기로 했는데!>

발칵 성이 난 조소접은 그만 쇳소리를 내고 말았다.
[들어오지 말아요!]
그러나 승려들은 조소접의 호령쯤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묵살해 버리며

계속 걸음을 옮겨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그바람에 더욱 화가 치민 조소접은 번쩍 팔을 들어올렸다.
그 순간, 황망히 그녀의 팔을 잡는 사람이 있었다. 주약란이었다.
[그만둬요. 무슨 일로 오는지 알아나 봐야지......]
그러는 사이에 조소접은 들었던 팔을 내리고 승려들은 세 걸음 앞에까지 와서 멈추어섰다.
그리고는 약속이나 한 듯이 그 자리에 일제히 주저 앉는 것이었다.
그리고 들고 온 두 개의 동발을 역시 마루 위에 놓았다.
두 명의 홍의 승려가 들고 온 동발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 모양이지만 들여다 봐도

뚜껑이 닫힌 동발 속을 볼 수는 없었다.
그러자 조소접은 우선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하고 궁금히 여겼다.

<도대체 저 동발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만일 흉악한 기독(奇毒)이 들어 있다면

일장(一丈)에 후려 갈겨 대청 밖으로 내보낼 수 있지만......>


여하간 두고 보자고 다짐하면서도 동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횃불을 든 장정과 홍의의 승려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왔죠?]
그러자 두 명의 홍의 승려는 중원 땅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지 횃불을 들고 있는

장정을 올려보는 것이었다.
그때 횃불을 들고 있던 장정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분들은 중원 땅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오.]
[그럼 당신은?]
[나는 잘하오.]
[그럼 무슨 일로 이들이 이곳에 왔죠?]
[다름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행동을 감시하려고 왔습니다.]
[뭐? 감시?]
[그렇습니다. 소저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분들을 우습게 여기지 마십시오.

무공이 쟁쟁한 천축국의 고수입니다.]
하고는 잠시 말을 끊고 두 명의 흥의 승려를 둘러보고는 다시 이어서 말했다.
이러분들의 무공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지만 만일 이분들이 무공으로 여러분들을

제압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저 동발 속에 담긴것으로 제압할 것입니다.]
하는 것이 제법 위협조였다. 그러나 조소접은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물었다.
[그 안에 무엇이 들었죠?]
[금충독(金蟲毒)이라는 것이 들어 있소.]
[금충독?]
[그렇습니다. 동발 속의 금중독은 뚜껑을 열자마자 튀어나오게 되어? 있는 극독(極毒)입니다.

그러한 극독은 여러분들이 아무리 무공이 강하다 해도 피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만큼 여러분들은 지광대사께서 회생하실 때까지 망령된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금충독도 튀어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하고는 조소접과 주약란 그리고 양몽환을 둘러보고는 천천히 돌아서서 문밖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러자 조소접은 급히 계획을 짰다.

<......만일 양상공과 내가 각기? 한 승려씩 겨루고? 일제히 공격헤 들어가면?

처치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겠군......그러나 저 두개의 동발을 뺏는 방법이 없을까?

그러면 요긴히 쓰겠는데......>


하고 부지런히 지혜를 짜내기에만 여념이 없었다.
그러한 조소접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보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직감한 주약란은

음성을 낮추어 조소접을 불렀다.
[접매! 모험을 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자 조소접은 자기의 심중을 꿰뚫어 보듯 하는 주약란에게 얼굴을 붉히며 역시 음성을 낮추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죠? 저 두 개의 동발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지 않아요?]
[알고 있어요. 그러나 급히 서두를 것은 없어요. 지광대사가 살아날 때까지는 저 승려들도

이곳을 떠나지 않을 거에요.

그러니 지광대사가 살아나기를 기다려 손을 써도 늦지는 않아요.]
그래서 조소접은 자기의 계획을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이와같이 돌연한 승려의 출현에 주약란의 내상을 치료하려던 일은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지광대사가 살아날 때까지 할 수 없이 기다려야 하는 일행들은 운기 조식에 들어갔다.
그동안 동이 트고 노을이 지기를 몇날 며칠.
드디어 지광대사가 다시 살아난다는 칠일째의 아침을 맞게 되었다.
드디어 칠일날 아침!
닷새가 지나는 날부터 상처를 입은 주약란은 실로 말할 수 없이 여위고 상처의 고통으로

시달리고 온 몸에 붉은 기운이 돌면서 거의 가사(假死)상태에 빠져 헤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이틀이 흘러 칠일째를 맞는 주약란은 격렬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동안 무공과 내공이 강한 덕분으로 견디어 왔으나 칠일째 되는 이 아침부터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신음소리까지 내기에 이르고 말았다.
고통을 받는 주약란 당사자보다 옆에서 바라보는 일 외에는 도와 줄 일이 없는 사람들이

더 안타깝고 괴로운 고통을 받아야 했다.
양몽환과 조소접은 아예 귀와 눈을 틀어막아 주약란의 괴로워하는 모습이나

신음소리를 보지도 듣지도 않으려고 했고 도옥 역시
주약란이 신음소리를 낼 때마다 양미간을 찌푸리며 두 명의 홍의 승려를 노려보곤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도옥이 다시 주약란을 불렀다.
[주소저, 점점 더 고통이 심합니까?]
그러자 주약란은 이마 위로 흩어진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그러나 참을 수 있어요.]
[흠......실로 우스운 일이오. 저까짓 동발에 겁을 내고 꼼짝없이 며칠을 보냈다니......

그래서 주소저의 상처도 치료하지 못했다니 정말 우스운 일이 아닙니까?]
과연 옳은 말인 것같았다.

<그렇다. 저 동발 속에 정말 독이 들어 있는지 없는지 그것조차 모르고 수 일간을 꼼짝도 못했다면......>

사실이 그렇다면 분통이 터질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동발 속을 확인해 보지도 않고 겁부터 집어먹고 꼼짝도 못했다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

후회하고 울분을 토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동발 속에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보다 정말 극독인

금충독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라고 마음을 넓게 가졌다.
이때, 조소접은 담담히 주약란에게 말했다.

그것은 금충독으로 인해 꼼짝 못한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언니, 오늘이 바로 지광대사가 다시 살아난다는 날이에요. 그런데 언니는 어떻게 하겠어요?]
밑도 끝도 없이 묻는 말에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주약란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어떻게 하다니?......]
[언니, 노하지 않겠어요?]
[무슨 일인데 그래요?]
[사람의 마음이란 알 수 없는 것이 아니겠어요?]
하고 잠시 말을 끊고 주약란의 의아해하는 표정을 살피며 어려운 말이라도 하듯

천천히 다음을 계속해서 말했다.
[만일 지광대사가 다시 살아나서 언니의 상처를 치료하고 언약대로 천축국으로 가자면

언니는 어떻게 하겠어요?]
그러자 주약란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어두운 그림자가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
자신도 어떻게 처신했으면 좋을지 몰라 망설이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주약란은 간신히 대답했다.
[접매, 나도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그러나 지광대사가 오늘 중으로 나의 상처를 치료하지 않는다면 죽어버려요.]
맞는 말이었다.

조소접의 눈에도 도저히? 주약란이 이러한 상태로는 오늘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 확실했다.
그렇다고 달리 치료할 방법도 없는 조소접은 가슴이 바짝바짝 탔다.
[언니...... 어떻게 하면 좋죠?......]
[염려말아요.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고 했는데......]
하고 담담히 웃는 바로 그때, 홀연 은은한 피리소리가 들리며 대청 문이 열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열려진 문으로부터 나타나는 사람은 백의를 입은 네 명의 승려들로 각자 계도를
치켜들고

걸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뒤를 운상(雲床)을 어깨에 멘 여덟 명의 승려가 홍의를 걸친 채 나타나는 것이었다.
점차 가까이 다가오는 운상에는 하얗고 청결한 이불이 한 채 깔려 있었고 그 이불 위에는

붉은 이불을 뒤집어 덮은 사람이 반듯하게 누워 있는 것이었다.
이불이 덮여진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 사람이 바로 지광대사라는 직감이 들었다.
계도를 든 네 명의 승려가 들어오고 그 뒤를 여덟 명의? 승려가 운상을 메고 들어오고

맨 나중에 들어오는 또 한 사람의 승려는성큼성큼 위풍을 풍기며 들어오는 것이

아마도 지심대사같았다.
승려들이 대청 가운데에 운상을 내려놓고 다섯 걸음씩 물러나 정중히 서는 바로 그때

주약란은 전음지술로 조소접을 불렀다.
[접매, 만일 사태가 불리해지면 지광대사를 즉시 죽이고 동시에 도옥도 죽여버리도록 해요.

꼭 명심해요.]
하는데 지심대사라고 짐작되는 승려가 천축국어로 무슨 말인가를 했다.

그러자 그때까지 동발을 앞에 놓고 앉아 있던 두 명의 승려가 동발을 집어들고

조심히 문밖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명의 승려가 나가는 것과 함께 마치 교대라도 하는 듯 선비차림의 장정이

그 문으로부터 천천히 나타나는 것이었다.
꼭 귀신에 홀린 것처럼 주약란 일행은 눈을 둥그렇게 뜨고 그들의 행동을 주시했다.
주약란에게 곧장 다가가는 선비차림의 장정은 여덟 팔자로 기른 수염이 인상적이었고

음흉한 웃음이 입술에서 떠나지 않았다.
[주소저, 몇마디 할 이야기가 있소.]
하는 것이었다.
이때, 주약란은 상처의 고통으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무슨 말이냐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선비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이었다.
[지심대사께서 말씀하시길 중원 사람들은 간교하고 음흉하며 남을 속이기를 밥먹듯하고

변장도 잘 하며 심지어는 남의 흉내까지 낸다면서 이 점을 경계하라는 명령이십니다.]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약란은 자기가 받고 있는 고통이라는 것에 대해 말로 대꾸할 기력이 없었고

있다손 치더라도 말하기도 싫었다.

그래서 대답대신 조소접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치 접매가 대답하라는 듯이.
그러자 주약란의 기미를 알아챈 조소접은 즉시 지체하지 않고 차갑게 내뱉았다.
[경계라니?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죠?]
하는 대신 말하는 조소접을 흘깃 바라보던 선비는
<너는 또 뭐냐?>
는 듯이 아니꼽게 바라보고는 조소접을 향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여보시오 아가씨. 대체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지금 처한 처지를 생각하고 얌전히 있으시오.]
하고는 조소접을 아래 위로 훑어보고는 조소접이 무슨 말도 할 여유도 주지 않고 다시 말을 계속했다.
[더구나 우리 지심대사께서는 지나간 과거를 이러니 저러니 해서 왈가왈부하지는 않겠다는 말씀입니다. 그런 만큼 여러분들은 애초의 약속대로 지킬 것이며 만일 대국사께서 소생하실 때 망령되이

행동하면 애석하지만 여러분들을 죽일 수밖에 없다고 하십니다.

여러분들은 이 점을 깊이 생각해서 생명을 아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조소접도 지지않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위협인가요? 그러나 어쨌든 좋아요. 그렇다고 우리가 두려워 할 바도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대국사라는 사람도 우리들과의 약속대로 언니의 중상을 치료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은 두말 할 필요 없습니다. 어찌 대국사께서 약속을 어긴단 말이오?]
하며 자기가 대국사나 되는 것처럼 큰 소리를 치는 것에 조소접은 팍! 비위가 상했다.
[흥! 당신이 대국사가 아닌 다음에야 어찌 그렇게 호언장담을 한단 말인가요?]
비웃듯 쏘아붙이는 조소접의 가시돋친 말에 선비는 약간 얼굴을 붉히고 겸연쩍게 웃다가 태도를 고쳤다.
[틀림없소. 대국사께서는 일찍이 언약을 어긴 바가 없기 때문에 장담하는 거요.

그러나 거듭 경고하는 말이지만 만일 망령되이 행동한다면 용서치 않을 것이오. 명심하시오.]
하고는 뒤에 서 있는 지심대사에게 무슨 말인가를 몇마디 나누고는 옆으로 두어걸음 물러서는 것이었다. 자기가 할 말은 다 했다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계도를 들고 서 있던 네 명의 장정이 일제히 움직이며 주약란 일행을 막아서듯

에워싸는 것이 여차직하면 계도를 휘두르겠다는 태세였다.
그리고 다음.
네 명의 승려가 태세를 갖추기를 기다려 꼼짝도 하지 않고 서있던 지심대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운상으로 다가선 지심대사는 지광대사를 덮고 있는 이불을 걷어내리고

다시 얼굴을 가리고 있던 비단 헝겊까지 벗겨냈다.

그러자 핏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창백한 지광대사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때, 지심대사의 옆으로 물러섰던 선비가 엄숙히 입을 열었다.
[대국사께서는 잠시 후에 다시 소생하십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하도 의심이 많은 사람들이라 대국사께서 정말 심장이 멈추어 있는지

아니면 거짓인지를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그러니만큼 누구라도 한 분만 나와시 자세히 살펴보시오!]
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동안 다를? 곳에 시체를 옮겼다가 지금 들고온 운상 위의 시체가

정말 죽었는지 아니면 죽은 척하다가 다시 살아난다고 연극을 꾸미는지

그것을 알 수 없어 절로 코웃음을 터뜨리던 조소접은 주저하지 않고 나섰다.
[내가 살펴보겠어요.]
[좋습니다. 마음대로 살펴보시고 우리 천축국의 기술(奇術)이 어떤가를 보시오.]
조소접은 더 대꾸하지 않고 성큼 지광대사의 시체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의심할 여지없이죽어 있었다.

싸늘한 냉기가 도는 듯한 얼굴. 핏기조차 없이 백지장같은 살결을 이모저모로 살펴보고

혹시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손을 대보았다.

그러나 심장도 뛰지 않았다.

틀림없이 죽어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심장에 손을 대고 있던 조소접은


<참아야지......언니를 생각해서 참아야지 ......>

백번을 고쳐 생각하고 망설였다.

그것은 지금 지광대사의 가슴에 손을 대고 있는 조소접이 약간 손에 힘을 주면 여지없이

심맥(心脈)을 짚어 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광대사가 소생해서 언니인 주약란의 중상을 치료해야만 했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참고 말았다.
더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죽은 것이 확실하고 더구나 주약란을 위해서 심맥을 끊어버릴 수 없는

조소접으로서는 천천히 되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선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어떠냐는 듯이 물었다.
[확인했습니까?]
[틀림없군요.]
하며 천천히 주약란에게로 돌아왔다.
이때, 주약란은 매우 고통을 받고 있었으나 지광대사의 시체로

다가가는 조소접을 보고는 매우 불안해 했다.

<......접매가 급한 성미로 심맥이라도 끊으면......제발 참고 돌아와 주었으면 좋겠는데......

만일 일을 잘못하다가 몰살을 당하면...... >

자신의 지금 상태로서는 저항할 힘은 고사하고 죽음이 눈 앞에서 일각일각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한 지금 싸움이 벌어진다면 승패는 말할 것도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안해 하는 주약란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 것처럼 조용히 돌아오는 조소접을

기특하게 생각하며 간신히 웃어주었다.

그리고 전음지술로 속삭였다.
[접매 잘 참아 주었어요. 심맥을 짚으려고 했죠?]
그러자 조소접은


<언니인 주약란 앞에서는 어떠한 마음도 품을 수 없구나......>


경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도 알고 있었군요. 간신히 참았어요.]
[아주 잘했어요.

그러나 접매, 내가 보기에는 지심대사라는 자가 지광대사를 죽여 주었으면 하는 눈치던데?]

[네? 지심대사가요?]
[글쎄 내가 잘못 보았는지는 모르지만 접매가 손을 지광대사의 가슴에서 그대로 거두자

조금 실망하는 눈치던데......아마 다른 계획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그건 그렇고 접매!]
역시 전음지술로 간단히 대답하던 조소접은 주약란이 말을 끊으며 부르는 소리에 바싹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주약란은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사태로서는 우리들이 협력할 수 있는대로 힘을 모아야 할 때에요.

 


 

 

요전에 접매는 해독약을 구할 수가 있다고 했는데?]
[네. 몇 알 가지고 있어요.]
[그럼 내키지 않겠지만 도옥에게 한 알만 줘요.

살려서 우리를 돕게 한? 다음 이곳을 빠져나가 일을 도모할 수도 있으니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소접은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 듯 얼마를 망설이다가?

마지못한 듯 품 속에서 해독약을 그것도 꼭 한 알만 꺼내 주약란에게 건네주는 것이었다.
[알겠어요. 나는 이 기회에 도옥을 없애버리려고 했는데 ......]
[나도 그럴 결심이었어요. 그러나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그것은 나에게 맡기고 도옥을 불러요.]
하는 말에 조소접은 손짓으로 도옥을 불러들였다.
그러자 무슨 일인가 해서 눈을 껌벅거리며 다가온 도옥은 주약란이 내미는 해독약을 받아들며

입이 있는대로 벌어지는 것이었다.
[하앙, 이것......주소저 감사합니다. 은혜는 기필코......]
하는 것을 주약란은 차갑게 잘라 말했다.
[필요없어요. 우선 이곳을 빠져나가도록 협력해요.]
하고는 더 말하지 않았다.
이때, 해독약을 누가 뺏기라도 할까봐 급히 입으로 털어넣은 도옥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조식을 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깐 동안의 침묵이 거의 정오(正午)가 되었을 무렵 극히 부드럽고?

은은한 징소리가 두웅! 하고 울리는 것과 함께 지광대사시체 옆에 있던 선비가 엄숙히 헛기침을 했다.
[여러분! 이제 곧 대국사께서 회생하십니다. 모쪼록 조용해 주십시오.]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여러 승려들은 자세를 바로 잡고 정중히 서는 것이었고 계도를?

든 승려들도 표정이 굳어지며 경계가 살벌해졌다.
순간, 장내는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드디어 해가 머리 위에서 뜨겁게 내려쬐는 정오(正午)!
[정오가 되었습니다.]
하는 한 승려의 말로 조용한 침묵이 깨지고 곧이어 선비가 음성을 낮추어 말하는 것이었다.
[주소저는 속히 앞으로 나오시오.]
하는 소리가 떨어지자 주약란을 가로막고 섰던 승려가 길을 비켜주고 그 사이로 천천히 걸어나온

주약란은 지광대사의 시체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때, 다시 선비의 입이 열렸다.
[주소저는 우리 대국사님과 약속한 만큼 이곳에서 지켜보도록 하시오.]
하고 말이 끝나자 다시 조용해지고 말았다. 숙연해진 장내는 이제 거짓말처럼 벌떡 일어날 시체

즉 지광대사로 둔갑할 운상만을 지켜보며 기침소리 하나없이 숨을 죽였다.
그리고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꼿꼿이 펴고 있던 지광대사의 두 팔이 약간 움직인다고 생각하며 눈을 크게 뜨는 순간!
벌떡! 일어나는 시체.
뻣뻣이 뻗어버렸던 시체가 귀신이 곡할 노릇으로 주약란의 등허리에 찬물을 끼얹으며

용수철이라도 달고 있었던 듯 벌떡 일어나는 것이었다.
지광대사가 벌떡 일어나는 것과 함께 앗! 하며? 가늘게 놀라는 누군가의 감탄소리가

극히 미약하게? 들렸을 뿐이었다.
먼저 천천히 눈을 뜨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의식을? 회복하면서

숨을 내쉬고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이러한 경로로 소생하는 것이 아니라 부지불식간에 벌떡 일어난 지광대사를 본

주약란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다음 순간, 주약란이야 놀라든 말든 은은한 풍악이 퍼지는 가운데 에워쌌던

천축국의 승려들이 차례차례로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이고 뻣뻣이 서 있던 지심대사가

마지막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때, 신음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쓰러지려는 몸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주약란의 손목을?

잡는 손이 있었다.
[소저, 잘 참아주었소. 과연 놀라운 무공이오.]
지광대사 아니 대국사였다.
그러나 주약란은 소스라치듯이 놀라며 대국사의 손아귀에 들어있는 가느다란 손목을 빼려고 했다.
그렇게 손목을 빼느라고 힘을 주자 즉시 팔굽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에 주약란은 으윽!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 순간!

[손목을 놔라!]
쩌렁쩌렁 대청이 울리도록 큰 고함소리와 함께 달려나오는 양몽환! 그리고 도옥!
해독약으로 기독의 중독에서 완전히 몸을 회복한 도옥은 눈에 보이는? 것이나

거칠 것이 없는 태도로 당당히 대국사 앞에서 가슴을 폈다.
그러자 계도를 들고 있던 네 명의 승려가 마룻바닥을 구르며 달려들고

그외의 승려들이 또 몰려나와 순식간에 대청에는 살벌한 기운이 감돌고 말았다.
험악한 사태, 언제 누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질지 실로 무시무시한 순간!
지광대사의 팔이 천천히 올라갔다.

그리고? 두어번 흔들었다.

그러자 그것을? 신호로 해서 양몽환과 도옥을 에워쌌던 승려들은 재빨리

제 위치로 돌아가고 험악한 분위기가 차차 양상을 달리할 즈음,

앞에 탁! 버티고 서서 노려보는 도옥을 이윽히 내려다 보던 지광대사는 얼굴을 찡그리는 것이었다.
[당신이 도옥이오?]
칠일만에 살아난 지광대사가 터뜨리는 첫 음성이었다.
그러나 도옥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지광대사를 노려보는 것이었다.
[그렇소. 속히 주소저의 손을 놓으시오!]
했을 때 양몽환은 두 주먹에 웅후한 내공을 몰아넣고

여차하면 일시에 공격을 가하려고 벼르고 있었다.
조소접은 조소접대로 정신이 홱! 돌았다.

<안돼. 지금 대국사를 죽이면 언니도 죽는다......>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지나가 급히 도옥과 양몽환을 불렀다.

그리고는 전음지술로 다급히 말했다.
[지금 죽이면 안돼요. 언니를 치료하게 한 다음 죽여요!]
그러자 도옥과 양몽환은 즉시 운집했던 진기와 내공을 약간 풀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지광대사는 도옥의 무례한 행동에 대해 노하거나? 나무라지도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도옥과 양몽환 그리고 조소접을

차례로 바라본 후 주약란의 얼굴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지금 주소저의 상처가 위독한 만큼 여러분들은 진정하시고 주소저를 치료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하오.]
하고는 좀전과 같이 다시 일동을 휘둘러보면서 다시 말을 계속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치료할 수 없소.]
그러자 당황한 조소접은 땀을 뻘뻘 흘리며 고통스러워 하는 주약란을 바라보며 다급히 말했다.
[그럼 어디가 좋겠습니까?]
[사람이 없는 은밀한 곳이라야 하오.]
하고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땀에 옷이 흠뻑 젖어 뽀오안 살결이 내비치는 주약란을

두 팔로 가볍게 안고는 몸을 돌려 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그러자 정신이 번쩍 든 조소접은
<......저 자가 무슨 음흉한 짓을 하려고?......>
생각하며 재빨리 대국사의 앞길을 가로막는 순간,

어느 사이에 달려들었는지 계도를 든 네? 명의 승려가 서로 계도를 맞대고 늘어서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나머지 승려들은 도옥과 양몽환을 비잉 둘러서고 한 걸음도 옮기지 못하게 막아버리고 말았다.
한편, 오년만에 우연한 자리에서 주약란 일행을 만난 등인대사는 나이가 늙은 탓인지

계속해서 며칠씩 조식만 취하다가 지금 마악 눈을 떴다.

그러나 이미 승려들의 포위망에 갇힌 신세가 되어버려 머리를 감싸쥐며 한숨을 토했다.
그러나 별 수 없는 일,

지광대사가 문밖으로 나가고 한참 후에야 한 승려의 호위를 받으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지광대사에게서 다시 어떤 분부가 내렸는지

조소접과 양몽환 그리고 도옥과 등인대사는 대청 뒤에서도 한참을 더 올라가

어떤 외딴 집 앞까지 안내되었다.
그러자 그 외딴 집 문 앞에서 그때까지 주약란을 품에 안고 있는 지광대사가

일행을 기다리고나 있었다는 듯이 뒤로 돌아서며 말하는 것이었다.
[주소저의 상처를 치료하려면 아무도 없는 은밀한 곳이어야 하지만 특별히 여러분 중에서

어느 분이든지 한 분만 들어오도록 하시오.]
하며 제법 선처를 베푸는 것이었다.
그 말에 도옥은 다시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들어가야겠소.]
그러나 지광대사는 완강히 머리를 흔들었다.
[안되오. 주소저를 치료할 때는 극히 여러분들이 조용해야 할 것은 물론이려니와

내가 공력을 다해 주소저를 치료할 때 여러분들이 역습하면 곤란한 일이오.]
<...... 과연 옳은 말이다.

지광대사로서는 능히 염려할 수 있는 일이다.

우선 언니부터 살려놓고 보자......>
이렇게 생각한 조소접은 즉시 응낙했다.
[좋아요. 그럼 내가 따라 들어가겠어요.]
[그럼 됐소. 다른 분들은 여기서 잠시 동안만 기다려주시오.]
하고는 먼저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 들어가던 조소접은 다시 되돌아섰다.

그리고는 도옥과 양몽환 그리고 등인대사를 둘러보며 음성을 낮추었다.
[만일 무슨 일이 생기면 곧 알리겠어요.]
하는 말에 일동은 굳은 결의를 나타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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