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권
11. 가 짜 천 기 진 인
대문 안으로 들어섰던 시람들이 어떠한 곡절인지도 모르게 숨이 끊어지고
그 중에 회색 장삼의 사나이만 걸인 소녀의 치료로 살아나는 놀라운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는
어느 누구도 대문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그 자리에 앉기도 하고 서기도 한채 수군거리며 앞으로 나타날 천기진인과 또 어떻게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 일어나는가를 초조히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어느덧 시간은 흘러 약속한 시각 밤 이경(二更)이 되었다.
그러자 대문 안에서 요란한 북소리와 징소리가 울려퍼지며 어둡던 대문 안이 대낮처럼
밝아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벙긋이 열렸던 대문이 활짝 열리며 손에 횃불을 든 청의동자(靑衣童子) 두 명이
나란히 나왔다.
그리고 그 중의 한 동자가 큰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여러분! 천기선사님이 나타나실 이경(二更)이 되었읍니다.
그러나 천기선사님께서는? 직접 여기까지 나오시지 않고 여러분께서
안으로 들어오시라는 명(命)이십니다.
아무쪼록 떠들지 말고 들어오시기 바랍니다.]
순간, 너무나 끔찍하고도 놀라운 사건이 벌어진 그 대문 안으로 선뜻 나서서
들어가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들어가기는 커녕 앞선 사람은 미적미적 뒷걸음질을 치며 뒤에 선 사람과 바꾸어 서려는
행동만 취하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뒤에 섰던 사람은 다시 그 다음 사람의 뒤로 물러서고 또 그 다음 사람의 뒤로......
뒤로만 밀려갈 뿐 서로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앞에 선 사람들의 후퇴로 양몽환 일행도 할 수 없이 뒷걸음치는 사람들에게 밀려
어느 정도 밀려갈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밀려가던 양몽환은 가만히 생각했다.
<이렇게 무작정 뒤로 밀릴 것이 아니라 이왕 여기까지 온 길이니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 좋겠군 ......>
하고는 옆에 서 있는 동숙정을 가만히 불렀다.
[동사매! 우리가 먼저 들어가 보죠.]
[그것이 좋겠어요.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보는 것도 좋겠어요.]
[그렇게 합시다. 내 뒤를 따르시오.]
하며 앞장서는 양몽환을 막으며 동숙정은 어여쁜 얼굴을 들었다.
[안돼요. 제가 앞장 서겠어요.
만일? 불의의 공격이 있어도 양사제는? 대사(大事)를 이룰 몸이에요.
제 뒤를 따르세요.]
동숙정의 말을 들은 양몽환은 그녀의 폭넓은 생각에 감탄하며 머리를 끄덕거렸다.
[그럼 동사매, 운기(運氣)하시고 조심하시오. 제가 뒤에서 경계하겠읍니다.]
동숙정은 뒤로 밀리기만 하는 군중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갔다.
대문 앞에까지 꽉 들어섰던 사람들이 뒤로 물러섬으로써 넓게 비어져 있는 길 한가운데를
동숙정이 앞장서서 걸어가고 그 뒤를 마부 차림의 사나이가 걸어나가자
뒤로 밀려가기만 하던 군중들은 ,
[여자가 앞장서서 먼저 들어가는데 우리라고 못들어 가겠느냐!]
하면서 우르르 그 뒤를 따르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머뭇거리던 사람들도 너나없이 이번에는 먼저 들어가려고 아귀다툼을 하는 것이었다.
[밀지 마시오! 밀지 마시오!]
아우성치는 소리를 귓등으로 들으며 양몽환은 동숙정의 뒤를 따라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대문 안은 휘황하게 비추는 등불로 해서 어느 구석까지 다 볼 수 있었다.
문 밖에서 보기에는 그다지 넓은줄 몰랐으나 막상 들어와서 사방을 둘러보고는 내심 놀랐다.
넓기가 얼마나 넓은지 밖에 모인 사람이 다 들어와도 절반이 못찰 것 같이 보였다.
그런데다? 사방구석에 한자가 넘을듯한 횃불을 피워 높이 매달아 놓아 밝기가 대낮 못지 않았다.
그런데 이 넓은 뜰을 닦은지가? 시일이 얼마 되지 않은 듯 곡괭이 자리가 울퉁불퉁 했고
흙 냄새가 물컥물컥 코끝을 찌르고 있었다.
그리고 넓은 뜰 한가운데는 사람의 키에 두배 정도 될 만큼 단을 쌓고 그 위에 백발이 성성한,
그래서 구십세 정도로 늙어보이는 노인이 흰 도포를 입고 의젓하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휘황찬란한 불빛만 있을 뿐 조금 전에 나타났던 청의동자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고 사람의 그림자도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 많은 횃불을 누가 켰으며 북과 징은 누가 쳤을까!
필시 어디에 잠복하고 있음이 분명하군.>
하는 한편, 단 위에 올라앉은 노인을 자세히 뜯어 보았다.
<흥! 그럴듯하게 꾸미긴 꾸몄군. 도대체 이놈들이 어떤 흉계를 꾸미는지 두고 보기나 하자......>
여기까지 생각하는데 갑자기 단 위에서 이십여명의 경장(輕裝)한 장정이 우르르 몰려나와?
노인을 중앙으로 하고 양편으로 갈라서는 것이었다.
그렇게 경장한 장정들이 서기를 마치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은 너울거리는 소매를 바람에 날리며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내리는 것이었다.
그것이 무슨 신호인줄 알았는데 그렇게 손짓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노인의 음성이 천천히 군중들의 머리 위를 지나가기 시작했다.
양몽환과 동숙정은 만일 불의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제일 먼저 어떠한?
대응책이라도 쓸 수 있도록 단 앞쪽 자리를 차지하고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한편, 수 백명의 군중들도 양몽환과 동숙정을 뒤따라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 중에는 무예계의 날고 뛰는 고수들도 있겠지만 다만 군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무리들이 귀를 세우고 눈을 크게 뜬채 노인의 거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여러분! 오늘 이 빈도는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이오.
그리고 그처럼? 성황을 이루어 주신 것은
우리 현문(玄門)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고 기뻐하는 바이오.]
단 아래 모인 사람들은 자칭 천기진인이라고 하는 노인의 말을 듣고 감지덕지해서
합장을 하는 사람, 허리를 굽히는 사람등 별의 별 사람들이 제각기 올릴 수 있는
최대의 경의를 올리고 있었다.
단 위에 앉아 있는 노인은 이 광경이 흐뭇한지 연방 수염을 내려 쓸었다.
그러한 꼴이 양몽환에게는 눈골이 시었다.
<그럴듯 하다만 이놈 어디 두고 보자......>
그러는 한편에서 동숙정은 밸이 뒤틀리는 모양이었다.
양몽환의 옷깃을 조금 잡아당겨 양몽환의 고개를 돌린 후
동숙정은 전음지술(傳音之術)을? 이용하여 속삭이는 것이었다.
[양사제! 가만히 보고 있자니 눈꼴이 사납고 메스꺼워 못견디겠어요.
제가 나가서 한방 놓고 오겠어요.]
그러자 양몽환도 전음지술을 이용해서 가만히 만류했다.
[나도 그러고 싶소만, 조금 더 두고 봅시다. 아직 서두를 것은 없는 것 같소.]
하는 바로 그때였다.
자칭 천기진인이라 일컫는 노인은 말을 멈추고 잠시 모인 군중들을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양미간을 찌푸리며 옆에 차고 있던 장검에서 시퍼런 날이 번쩍이는 칼을 뽑아드는 것이었다.
[이크! 이건 또 무슨 변인가!]
군중들의 눈이 커지고 간담이 서늘해진 것도 잠시, 뽑아 들었던 칼이? 쉬익! 밤 공기를 찢으며
군중들의 머리 위를 쏜살같이 날았다.
그 순간, 군중들은 그 칼이? 자기에게 날아오는줄 알고 그 자리에서 납작 엎드리기도 하고
움찔 놀라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러나 노인의 손을 떠난 칼은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면서 군중들의 머리 위를 날아
그 누구도 다치지 않고 뒷면 나뭇잎이 무성한 거목(巨木) 사이로 들어가 박히는 짓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으악!]
비명 소리를 지르며 어떤 괴한이 나무위에서 거꾸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군중들의 눈에서 아직 공포의 빛이 채 사라지기 전에 나무 위에 숨었던
괴한의 목을 댕강! 짜른? 칼은 어떻게 된 셈인지 그곳에서 누가 던지는 사람도 없는데
되돌아 부웅! 떠서 노인에게로 날아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옆에서 장정이 내미는 수건에 피묻은 칼을 쓰윽 닦고는 어안이 벙벙해서
어쩔줄을 모르는 군중들을 훑어보고 혼잣 소리처럼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무량수불(無量壽佛)...... 선재(善哉)로고 선재(善哉)로고 ......]
도대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귀신의 장난이 아닌 다음에야 어찌 숨어있는? 괴한의 목을 짜른 칼이 되돌아 온단 말인가!
그러나 양몽환은 속으로 냉소를 금하지 못했다.
사실 여기 모인 군중들이 개중에는 고수급들이 많기는 하겠지만
그 무공이 양몽환만큼 극치에 달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 그들이 놀라와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 노인이 약간 비상한 지략과 투시술(透視術)이 있고 무공이 보통이 넘는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이 양몽환에게는 비할바도 못되었고
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간으로 숨은 괴한을 떨어뜨리고 목을 짜른 칼이
노인의 강력한 잠력(潛力)과 인력(引力)으로 되돌아 오게 한다는 것은 무공이 강한
양몽환으로서는 조금도 놀라운 일이 못되었다.
그러나 양몽환은 이미 생각하고 있는 바가 정해져 있었고?
이때 역시 동숙정도 그만한 수법은 대수로울 것이 못된다는듯
냉소를 터뜨리며 자칭 천기진인이라 일컫는 노인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 군중 속에서 어느 누군가가 감탄사를 터뜨리는 것이었다.
[아! 훌륭한 어검술(御劍術)이로다.]
그 소리에 모든 군중들은 일제히 막혔던 숨통이 터지는지
저마다 숨을 내쉬며 큰소리로 감탄사를 터뜨리는 것이었다.
[과연 어검술이오!]
[기막히군!]
[내 눈으로 어검술을 보기는 처음이오!]
저마다 한마디씩 탄성을 발하는 소리에 동숙정은 시끄럽다는듯 미간을 찌푸리며 양몽환을 불렀다.?
역시 전음지술(傳音之術)로 하는 말이었다.
[양사제! 저 따위가 무슨 어검술인가요? 어검술이 아니라고 폭로해 버릴까요?]
[아니, 잠깐만 더 참고 봅시다.]
하는데 다시 자칭 천기진인의 엄숙한 목소리가 왁자지껄하는 군중들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여러분! 조용하오. 본래 이 빈도는 평소 인명을 해친다는 것이 아주 싫어하고
또 인명을 살상히지 않으려는 것이 이 빈도의 결심이었소.
그래서 수 십년간 살계(殺戒)를 범하지 않고 지내온 바요.
그러나? 오늘 밤 뜻밖에도 살계를 깨뜨리게 되었소.]
그리고는 잠시 말을 끓고 주위를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여러분, 오늘 살계를 깨뜨린 것은 이 빈도가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행한 일이오.
그것이 무엇인고 하니, 이 빈도는 어떠한 일이든지 남몰래 엿듣고 뒤에서 간계를 꾸미는 자를
제일 미워했소.
그런 자들을 그대로 둔다면 이 강호에는 협잡군만 우굴거릴 것이오.
그래서 오늘 할 수 없이 조금 벌을 내린 것이오.]
조금 벌을 내린 것이 장검으로 목을 짜르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큰 벌을 내린다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가히 끔찍하고 공포감을 줄만큼 무시무시한 말이었다.
그러나 양몽환은 속으로 냉소를 터뜨릴 뿐 그대로 보고만 있었다.
이때, 노인은 자기 옆에서 있는 장정 하나를 불러세웠다.
[너 가서 저 시체를 묻어주어라. 이제는 다시 남의 말을 엿듣지 못할거다.]
노인의 명을 받은 장정이 뛰어내려간 후 노인은 또 한번 운집해 있는 군중들을 휘둘러보는 것이었다.
그러한 그의 눈초리는 틀림없이 누구를 찾는 모양이었다. 안광을 번뜩이며 두어번 군중들을?
휘둘러보던 노인의 시선이 어느 한사람의 머리 위에서 멎었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그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저기 서 있는 아가씨, 이리 올라오시오.]
뭇 사람들의 시선은 노인이 가리키는 곳으로 쏠렸다.
그곳에는 남루한 옷을 걸친 걸인 차림의 소녀가 서 있었다.
바로 심하림이었다.
순간, 하림은 피가 싸악 멈추는 것을 느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지금 하림이 서 있는 위치를 단 위에서 내려다본다 해도
잘 보이지 않는 위치여서 마음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 분명히 자기를 가리키며 아가씨 나오시오,
할 때 하림은 자기 아닌 다른 여자를 가리키는가 해서 주위를 돌아보았으나?
자기 이외에는 여자라곤 하나도 없었다.
하림은 당황했다.
<무공이 보기 보다는 강한 도사군......>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막상 지명을 당하자 가슴이 콩! 콩!? 뛰는 것이었다.
그러자 같은 걸인 차림으로 옆에 섰던 등개우가 큰 소리로 변명하는 것이었다.
[여기 있는 우리 딸은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입니다.
나이도 어린 딸이오니 선사님께서는 이 애비를 대신 불러주십시오.]
[관계 없소. 이리 보내시오. 그 소녀는 선골(仙骨)이 완연하오.
오랫동안 이? 빈도가 찾던 바요. 속히 내보내시오!]
그리고는 또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 염려말고 소녀는 단 위로 오르라!]
오도 가도 할 수 없이 완전히 독에 갇힌 하림은 당황하고 또 난처했다.
그러자 전음지술로 말하는 양몽환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겁내지 말고 올라가 보시오. 내가 지켜보고 있겠소!]
하림은 약간 자신이 생겼다. 그런데 다시 노인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만약 올라오지 않으면 평생동안 후회하리다. 빨리 올라오너라.]
하림은 더이상 주저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군중들이 비켜주는 길로 단 위에까지 올라갔다.
비록 변장은 하고 누더기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는 감출 수가 없었다.?
대낮같이 밝은 단 위로 올라선 하림의 얼굴은 마치 선녀의 아름다움처럼 청초했다.
단 위로 오른 하림을 노인은 손짓하여 가까이 오게 하였다.
[이리 더 가까이 오너라!]
하림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일에 당면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항상 자기가 할 일은 어디까지나 자기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양몽환이 자기를 지키고 있고 동숙정과 등개우 그리고 유원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도
자기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은 혼자 처리하려고 다짐했다.
그래서 노인이 가까이 오라는대로 나설수 있었다.
하림이 노인 옆으로 다가와 손을 뻗치면 잡힐만큼 가까운 위치에 서자
멀리서 보던 아름다움보다 한층 도를 더하는 것이었다.
노인은 탐욕과 음침한 야욕으로 이글거리는 눈을 번쩍이며 하림의 아래 위를 올려보고
내려다보고 하는 것이었다.
하림은 그의 음침한 눈이? 아래 위를 훑을 때마다 무슨 더러운 벌레가?
온 몸을 기어다니는 듯한 불쾌감 때문에 몸이 비비 꼬였다.
[아가씨는 과연 선골(仙骨)이야. 어때? 이 빈도의 제자가 될 마음은 없는지?]
[............]
[대답해봐! 몇 십년동안 무술계를 돌아다녀도 아가씨같은 선골은 처음이야.
이 빈도가 오랫동안 찾아다니던 선골이 바로 오늘 나타났군.
이 빈도의? 제자가 되면 웅후한 무공을 가르쳐? 주지. 귀원비급보다 더 웅후한 비법을......]
하림은 처음부터 그와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입을 봉한채 묵묵 부답이었다.
다만 그의 음침한 눈빛이 어서 다른 방향으로 옮겨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는 한편, 단 아래에 모인 여러 군중들은 분위기가 점점 이상해지는데에 얼굴을 찌푸렸다.
<괴상한 일이군! 천기진인이라면 수 백년 전에 구대문파(九大門派)를 섬멸한 절인(絶人)일텐데?
그런 분이 일개 걸인 소녀를 불러놓고 추잡한 눈빛을 하다니...
이거 뭐가 어떻게 된 것 아냐...>
누구를 막론하고 조금전 천기진인의 장검에 놀랐던 군중들은?
저윽이 맥이 풀려 소녀와 희롱하는 천기진인에게 실망하고 또 의심을 품게 되었다.
이때, 양몽환은 이미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에 결심한 바를 실행할 수 밖에 없다고 다짐했다.
즉각 전음지술의 수법으로 단 위에 올라 서 있는 하림을 불렀다.
[더 있지 말고 왼편 계단으로 내려오시오.
만일 공격할지도 모르니 운기하고 주의를 소홀히 하지 마시오.]
하림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천기진인은 자기의 제자가 되겠다고 머리를? 끄덕인줄 알았는지
큰 소리로 호탕하게 웃는 것이었다.
[핫...... 하......? 그러면 그렇지. 이 빈도의 눈이 얼마나 비상하다고, 선골을 가려내는 안목이 있지.]
했는데 하림은 왼쪽 계단으로 쪼르르 내려가고 마는 것이었다.
[섰지 못하고 어디로 가느냐?]
벽력같이 소리치며 하림의 뒤를 쫓아가는 천기진인 노인은 뜻밖에 웬 장정과 딱 마주치고 말았다.
[응? 넌 누구냐? 마부꾼 놈이구나. 비켜 서지 못할까? 어느 앞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소리치는 천기진인 앞에서 양몽환은 빙긋이 웃었다.
[웃어? 이놈 지금 너 웃었어!]
그래도 양몽환은 여전히 빙긋이 웃으며 태연히 말했다.
[선사님같이 훌륭하신 분이 일개 아녀자를 따라 내려가시다니 체통이 무엇이 됩니까?]
[체통? 그렇지. 그럼 도로 올라가마. 그런데 이놈, 너는 누구냐?]
먼저 단 위로 올라온 천기진인은 곧 따라 올라오는 마부 차림의 양몽환을 노려보며 발을 굴렀다.
[써억 대답하지 못할까, 이놈!]
그래도 양몽환은 바보처럼 싱글싱글 웃으며 다가섰다.
그리고는 두 손을 모아 정중히 읍(揖)했다.
[선사님! 고명(高名)하신 선사님께서는 도(道)를 수 십년 닦으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
어찌 말씀이 쌍스럽습니까?]
[뭐? 쌍스럽다 핫하......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자네는 대체 뭐하는 위인인고?]
[예, 선사님께서 보시다시피 말(馬)을 끄는 마부(馬夫)올시다.]
[마부? 그래 마부면 말이나 끌 일이지, 어찌 남의 일에 나선다는 말인고?]
[예, 말씀드리기 황송하오나 수염이 허연 늙은 놈이 왜 나이 어린 소녀를 탐하는지요?]
그러자 그렇지 않아도 양몽환이 나서면서부터 천기진인의 정체를 의심하던 군중들이
끝내 침묵하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으하하...... 하......]
[헤...... 헤...... 저게 천기진인이야!]
[으흐흐...... 잘 논다!]
별의별 희롱이 마구 쏟아져 나와 장내는 흡사 시장바닥처럼 소란스러워지고 말았다.
일이 이렇게 되자 당황하는 사람은 자칭 천기진인이라 일컫는 노인이었다.
<이러다가는 큰일나겠군...... 어쩐다? 이놈을 놔두면 내 꼴이? 말이 아니고,
그렇다고 한방 먹이자니 이놈이 무슨 재간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경솔히 한방 놓았다가 역습이라도? 당하면......
그렇지 않아도 여기 모인 놈들이 웃고 야단인데......어쩐다지?>
얼마 동안 단안을 못내리고 주춤했던 노인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양몽환에게서 시선을 돌려 왁자지껄 떠들며 웃고 있는 군중들을 노려보았다.
그러던 노인은 눈에 살기를 띄우며 장검을 뽑아들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표정이었다.
위엄을 부려야만 그나마 떨어진 위신을 복구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노인이 장검을 뽑아들고 군중들을 노려보자 장내는? 다시 숙연해졌다.
이제 저 장검이 쇳소리를? 내며 머리 위로 날으면 어느 누구의 목이 댕강 달아나고
다시 되돌아가서 피묻은 장검을 유유히? 닦을지, 모골이 송연 해지는 것이었다.
물을 끼얹은듯 장내가 조용해지자 천기진인은 위엄있는 목청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이 빈도는 마음이 선량해서 일개 아녀자? 뿐 아니라
무명의 초부나 마부(馬夫)와도? 담소(談笑)를 잘 하오.
이러한 빈도의 성품을 모르고 망령되이 입을 놀리고 망동(妄動)하는 자는?
이 칼이 용서치 않을 것이오. 그런줄 알고 조용하시오!]
위엄있게 호통치고는 양몽환에게로 다시 돌아섰다.
이때, 양몽환은 예민한 기지(機智)와 인첩한 신경을 집중시켜 단(壇) 좌우를 급히 살폈다.
이 허수아비 천기진인을 조종하는 배후자가 어딘가에 숨어서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일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시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른 어느 곳에 숨어 있는지 금방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는 한편, 천기진인 노인은 어디에선가 조종하고 있는 배후의 인물로부터
어떠한? 지시를 받은 모양이었다.
노인이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당신은 혹시 양(楊)씨 성(姓)을 가진 사람이 아닌가?]
순간, 양몽환은 멈칫 놀랐다.
분명히 누군가에게 자기의 이름석자를 들은? 모양이었다.
양몽환이 전음지술로 하림과 이야기를 했듯이 이 노인도 그 누군지 모르는
배후의 인물과 전음지술로 이야기했음이 틀림없었다.
[맞기는 하였읍니다만 보시다시피 마부올시다.]
[흥! 그래도 이 빈도를 속이려고! 틀림없이 네 놈이 양몽환이렸다!]
그러자 조용했던 단하의 군중들은 다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보지는 못하고 말로만 듣던? 양몽환 대협이 천기진인 앞에 나타났다는 것과
더구나 보기에도 초라한 마부 복장으로 나타난 사람이 진짜 풍문으로만 듣던
대협 양몽환인지 아닌지......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것이었다.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태도로 서 있는 양몽환과 자칭 천기진인이라? 일컫는 노인이
어떤 묘수와 절기로 겨룰 것인지 흥미진진한 구경거리에 가슴졸이는 군중들이었다.
[아, 저 마부 차림의 청년이 바로 양대협이라는구먼!]
[어쩐지 안광이 번쩍이고 기골이 장대하다 했더니......]
[어디 그뿐이오! 비록 마무의 복장을 했지만 저 당돌한 기풍을 보시오.]
[말도 조리있고......]
이구석 지구석에서 혜성저럼 나타난 양몽환을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경탄과 찬사를 아끼지 않는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말로만 듣던 양몽환이 어떻게 생겼는가 보려고
목을 빼고 발돋음을 하기도 했다.
[과연 대협은 대협이군. 준수하게 생겼는데......]
[무공이 강하다죠?]
[글쎄 누가 보기나 했소. 이제 가만히 지켜봅시다.]
[희한한 구경거리요. 이것으로도 순양관에 온 보람이 있소.]
입이 있는 자는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그러는 동안 양몽환은 양몽환대로 계략을 짜고 운기 조식했다.
만일을 위해서 어떠한 공격이라도 즉각 대비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었다.
그러나 얼굴에는? 여전히 마부의 티를 내며 쩔쩔매는 시늉을 했다.
[예, 소인이 바로 양몽환입니다만 선사님처럼 도가 높으신 분과는 비할 바도 못됩니다.]
[암, 그렇지. 그런데 자네는 매우 방자하군. 이 빈도는 방자스런 놈은 그냥두지 못하지!]
[선사님, 무슨 말씀입니까. 이 소인이 무슨 방자한 말이라도 했읍니까?]
[이놈! 그래도 주둥일 놀려. 내 이제 이 장검을 세번 휘둘러 네 놈의 두 팔을 몽땅 짤라버려 주마!]
단하의 군중들은 마른 침을 삼키며 이제 벌어질 당대의 고수? 양몽환과 전설처럼
그 명성이 전해져 내려오는 무술계의 원로인 천기진인과의 무술 대결에 숨소리조차 크게 쉬지 않았다.
눈만 잠시 감았다
떠도 그 순간에 어떠한 절기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어 눈도 깜박이지 못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다 천기진인이 장검을 세번 휘둘러 양몽환의? 두 팔을 댕강 자른다니
더더욱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었었다.
그러나 양몽환은 태연했다.
[어이구, 선사님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선사님 같이 무공을 떨치시는 분이 두 팔 아니라 두 발까지 자른다 해서 무슨 이득이 있겠읍니까?]
[핫...... 하...... 그렇긴 하다만 이 빈도가 한번 말한 이상 실행할 수 밖에 없는 일이지......]
[그러시다면 할 수 없지만 만일 선사님께서 실수하여 세번 휘두른 장검이 소인의 팔을
떨어드리지 못하시며 여기 모인 군중들 앞에서 어찌 체통을 유지하겠읍니까?]
[뭣이? 체통?]
[그렇습니다. 선사님께서는 우리 무술계의 원조이시며 원조이신지라
소인은 선사님의 기기묘묘한 재간을 흠모해 왔었읍니다.
그런데 이 소인과 상대하셔서 실수라도 하신다면 여기 모인 군중들이 실망할 것은 물론,
진짜 천기진인이 아니라고 아우성칠 것입니다.
그러면 참으로 난처한 노릇이 아니겠읍니까?]
그러자 천기진인 노민은 약간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도 그럴 수 밖에 앞에 마부 옷차림으로 헐렁하게 변장을 했을 망정
그래도 명성이 자자한 당대의 대협 양몽환이 아닌가,
그의 말대로 아차 실수해서 아니 양몽환보다 무공이 모자라서 오히려 역습을 당한다면
자기를 천기진인이라고 믿고 있는 군중들이 분노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번 소리쳐 외친 말을 회수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하든지 장검을 세번 휘둘러서 양몽환의 두 팔을 떨어뜨려 놓아야만 군중들이
천기진인을 재인식할 것이었다.
만만히 숙이고 들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이놈! 보자보자 하니까 못하는 소리가 없군.
어쨌든 이 빈도는 네 놈의 두 팔을 댕강 소리가 나도록 떨어뜨리겠다.]
하면서 시퍼런 칼날이 번쩍이는 장검을 쓰윽 뽑아들었다.
순간, 장내는 잠시 술렁거리는듯 하다 차츰 조용해졌다. 저마다 가슴을 졸이며
이제 일어날 일에 긴장하는 모양이었다.
이때, 양몽환은 운기 조식을 끝내고 자신있게 빙긋이 웃었다.
[좋습니다. 그러나 선사님께서 세번 장검을 휘둘러 소인의 두 팔을 떨어뜨리지 못하면
어떻게 하겠읍니까?]
[그러면...... 음...... 그러면......]
금방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때, 양몽환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죠. 소인이 교묘히 피해서 댕강! 소리가 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읍니까?]
[그러면...... 음...... 그렇지, 이 빈도의 손가락을 대신 하나만 자르지!]
[흥! 선사님 너무하십니다.]
[뭣이 너무한다는 말인고?]
[소인의 팔 두개에 선사님의 손가락 하나라니 겨우 그것밖에 안됩니까?]
[그럼 두개 자르지.]
[안됩니다. 그렇게 하시면 군중들이 비웃습니다.]
[그것도 안된다면 네 놈이 말해라!]
[무슨 말이라도 좋습니까?]
[암......]
[이렇게 하시죠. 즉 선사님이 제 팔을 떨어뜨리지 못하면......]
[못하면?]
[스스로 선사님의 진짜 이름 석자를 군중들 앞에서 크게 소리치기로 합시다.]
[그래! 그런데 만일 네 놈의 두 팔이 몽땅 댕강! 소리가 나도 원망하지 않으렷다!]
[물론이죠. 소인의 불찰로 떨어지는 팔을 어찌하겠읍니까?]
그러자 군중들 틈에서는 킥킥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웬 놈이냐? 웃는 놈이! 입을 찢어주겠다.]
천기진인의 호령소리가 터지자 장내는 다시 잠잠해졌다.
그러자 천기진인은 군중을 노려보던 험악한 시선을 그대로 양몽환에게 돌리며
호기있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좋아!]
순간, 천기진인의 시퍼런 칼날에서 쉬익! 하는 쇳소리가 나며 양몽환의 오른쪽 팔부터 후려쳤다.
이때, 천기진인 노인의 거동만 주시하고 있던 양몽환은 노인의 태도에서 분명히 돌아서며
장검을 휘두르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던터라 번개같이 날아오는 칼날을 쉽게 피했다.
그러나 양몽환으로서는 쉽게 피한 칼날이지만 단 아래에서 보는 사람들은 순간,
눈을 가리고 말았다.
이제 가렸던 눈에서 손을 떼면 양대협의 오른쪽 팔이 댕강 잘려나가고 시뻘건 선혈이
사방으로 튈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가린 눈에서 손을 떼면 보기 싫어도 보아야 할 처참한 광경에 몸서리를 치면서 가만히
눈을 가렸던 손을 뗐다.
[어......]
그러나 이 어찌된 일인가?
팔이 떨어져 피가 사방으로 튀기는 커녕 말짱한 두 팔을 흔들며 양몽환은
한 실음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도 양몽환은 일부러 비틀거리다 바로 서더니 빙긋이 웃는 것이었다.
[선사님! 두번 남았읍니다!]
팔이 떨어지기는 커녕 이제 두번 남았다는 소리까지 하는데는 군중들의 눈이 휘둥그래지고
어안이 벙벙했다.
이에 분통이 터진 천기진인은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음!]
신음소리를 내며 천기진인은 단단히 장검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힘있게 쥐었다.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었다.
이제 정확히 조준해서 우선 오른 팔부터
[쉬익!]
공중에서 둥그렇게 원을 그리다 그대로 질풍같이 내려친 천기진인의 장검은
양몽환의 오른 팔을 겨누고 차가운 검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시 한번 풍파고하(風波枯河)의 수법으로 내려치고 말았다.
그 순간, 양몽환은 경신법을 이용하여 그 자리에서 사람의 키만큼 껑충 뛰었다가
천기진인이 칼을 거두는 순간을 택하여 바로 그의 코 앞에 살짝 내려섰다.
[세번 다 끝났읍니다. 선사님!]
기절해 자빠질 노릇이었다. 세상에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싶었다.
바로 코 앞에 내려선 양몽환을 노려보며 분통을 터뜨리던 천기진인은
그만 눈알이 홱! 돌아버리는 모양이었다.
[요놈이 아직 살아 있어!]
했다고 하는 순간,
이번에는 세번이고 뭐고 모르겠다는 듯이 장검을 휘두르며 미친듯이 달려드는 것이었다.
체통도 명예도 다 버린 몸이다.
<이놈을 죽이지 못하면 오늘 나는 끝장이다.>
그러면서 맹렬히 후려치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팔딱팔딱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노한 장검을 피하는 양몽환도
노인의 손짓이 빨라짐에 따라 분주히 돌아가고 속도가 빨라졌다.
도대체 상대가 되지 않았다.
양몽환은 아무 무기도 없이 더구나 노인의 공격에 대해서? 반격하는 기색도 없는 반면,
천기진인은 숨이 가쁜지 어깨까지 들썩거리며 땀을 비오듯 흘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장검은 양몽환의 옷깃 한끝도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군중들은 쑥덕쭉덕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찌된 일이야? 천기진인 선사님도 늙은 모양이군......]
[쉬잇! 양대협님이 영웅인데 아무렴 상처를 입으려구?]
여기저기서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 가운데서 유달리 우렁차고 큰 소리를 외치며
날렵하게 생긴 장정이 장검을 꼬나잡고 달려나오는 것이었다.
[여러분! 우리는 천기진일 선사님의 도(道)에 관한 말씀을 들으러 왔소.
그런데 저따위 젊은놈이 감히 선사님을 우롱하다니, 저놈부터 죽입시다!]
기골이 장대한 장정이 양몽환을 향하여 달려가는 것이었다.
바로 이때, 계단을 밟고 단 위로 올라가려는 장정의 앞을 탁 가로막는 귀부인이 있었다.
[어딜가?]
동숙정이었다.
아무 거침없이 달려 올라가던 장정은 앞에 떡 버티고 서서 장검을 뽑아드는 여인 앞에서
냉소를 터뜨렸다.
[핫! 이년은 또 어디서 굴러온 년이야!]
하며 꼬나잡았던 장검을 휘두르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가짜 천기진인의 아니꼬운 꼴을 간신히 참으며 눈썹을 곤두세우던 동숙정이
앞에서 비열한 욕설로 딱딱거리는 장정을 그냥 놔둘 성질이 아니었다.
동숙정은 아무 소리없이 등에 메었던 장검을 뽑아들면서 그대로 장정의 가슴을 찔러버렸다.?
그러자 동숙정의 날카로운 장검은 장정의 가슴을 꿰뚫고 등으로 장검끝이 쭈욱 나왔다.
동숙정은 이를? 악물고 장정의 가슴에서 칼을 뽑았다.
그외 함께 장정의 몸뚱이는 그대로 풀썩 모로 쓰러지며 검붉은 피를 흘리는 것이었다.
한번 노한 동숙정은 이제 천기진인이라고 자칭하는 작자의 거동을 더이상 보고 있을 수 없을 만큼
노기가 충천했다.
[여러분! 저따위 야비하고 비열한 짓을 하는 영감이 천기진인 선사라고 생각하세요?
벌써 좌화(座化)하신지가 몇년인데........
저 영감이 천기진인 선사의 이름을 팔아 우리를 속이고 있어요.]
그러자 만일을 염려해서 동숙정의 뒤를 따르던 유원이 큰소리로 외쳤다.
[저 아가씨의 말이 틀림없읍니다. 우리는 지금 속고 있읍니다.]
유원의 말이 끝나자 다시 등개우의 외침이 들려왔다.
[옳은 말씀이오. 우리는 저 영감을 사로잡아서 정체를 알아봅시다.]
그렇지 않아도 이상히 여기던 군중들은 과연 그들의 말이 옳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옳소, 사로잡읍시다.]
[당장 잡아 죽여버리자!]
외침소리는 성난 노도와 같이 번져 서마다 장검을 꼬나들고 우르르 단상으로 몰려드는 것이었다.
이때, 여지없이 폭로된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필사의 공격을 퍼붓고 있던,
천기진인 노인은 볼일 다 보았다.
일초도 어물거렸다가는 모가지가 댕강 떨어질 것만 같았다.?
급히 사방을 휘둘러 본노인은 자기 옆에 시위하고 서 있는 경장차림의 동자들에게 소리쳤다.
[이놈들아! 다 틀렸다. 빨리 도망쳐라!]
하고는 친기진인 노인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훌쩍 몸을 날려 도망치는 것이었다.
이때, 우르르 몰려오며 함성을 지르던 군중들은 천기진인이 몸을 날려 도망가자
방향을 바꾸어 밀물처럼 몰려가는 것이었다.
혼비백산해서 도망을 가는 천기진인 노인을 빙긋이 웃으며? 바라보고 있던 양몽환은
오른손 둘째 손가락을 펴서 천강지의 수법으로 날카로운 지풍(指風)을 날려보냈다.
순간, 정신없이 도망가던 노인은 바른쪽 허벅지의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것 같은
아픔을 느끼끄는 힘없이 한쪽 다리를 꺾으며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그와 함께 노도처럼 밀려가던 군중들은 쓰러진 천기진인을 빙 둘러쌌다.
그러는 한편, 단상에서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 양몽환은 퍼뜩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옳다. 오늘밤 천기진인 연극을 꾸민 놈은 분명 도옥의 지시를 받은 도옥의 화신들일 것이다.
도옥은 나와의 일전으로 하루쯤 더 치료해야 할텐데 그렇다면 도옥이 이 자리에 나오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의 화신들이 이렇게 노한 군중들 앞에 나타날리도 없지......?
천기진인 노릇을 한 저 영감은 노한 군중들이 잘 처리하겠고......>
그렇다면 이 순양관에 더 머물러 있을 필요가 없었다.
양몽환은 쓰러진 노인을 향하여 군중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그 혼란한 틈을 이용하여
전음지술로 하림과 동숙정, 그리고 등개우와 유원을 불러 순양관을 빠져나오고 말았다.
순양관을 빠져나온 양몽환 일행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등가보(鄧家堡)로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양몽환이 말없이 걸어가자 일행들도 아무 말없이 걷기만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무슨 큰일이나 저지르고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먼저 양몽환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동숙정을 불렀다.
[동사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읍니까?]
그렇지 않아도 동숙정은 양몽환의 행동이 못마땅해서 혼자 미간을 찌푸리고,
부지런히 걷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 눈치를 알아챘는지 양몽환이 묻는 말에 속에 있던 생각을 털어놓고 말았다.
[저는 불만이에요.]
[무슨 불만?]
[이왕 천기진인의 정체를 폭로시킨 바에야 끝까지 파고 들어서 도옥의 일당을 처치하지 못하고......
저? 혼자라도 끝까지 파헤치려고 했어요.]
볼멘 소리였다.
그것은 동숙정이 도옥에게 품고있는 복수심이 더 작용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 그것은 동사매가 모르는 말씀이오.
지금 순양도관에는 도옥이 나타나지 않고 그 화신들이 일을? 꾸미고 있읍니다.]
[그것은 어떻게 알죠?]
[먼저도 말했지만 도옥은 나와의 일전으로 상당한 중상을 입었읍니다.
코와 입에서 피가 니왔다면 대수로운 상처는 아닐겁니다.]
[그까짓 중상으로 그 악랄한 도옥이 나타나지 않을 것 같아요?]
[동사매가 그때 장면을 보지 못해서 그런 말씀을 하겠지만 이 사제는 장담할 수 있읍니다.]
[그래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나왔는지 안나왔는지 아무도 본사람이 없지 않아요. 안그래요?]
하면서 맨끝의 안그래요? 라고 묻는 말은 옆에서 걷고 있는 등개우에게 하는 말이었다.
[글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양대협님과 천기진인이 서로 싸울때 단 위의 한 구석에서
도옥같은 놈이 뛰어 달아나는 것을 보았읍니다.
그 놈이 도옥인지, 혹은 화신인지는 모르지만.]
그러자 양몽환이 입을 열었다.
[바로 그거에요. 도옥 같으면 도망가지는 않을 것이오.
끝내 숨어서 천기진인을 조종했을 것이오.]
[양사제의 말도 알아 듣겠어요.
그렇다면 천기진인을 배후에서 조종하던 자는 도옥이 아니라 그의 화신이란 말이죠.]
[그렇습니다. 사태가 불리하니까 먼저 도망간 것이 분명하지 않습니까?]
[분해요. 어떻게 하든지 도옥을 이 세상에서 없애야 하는데...
그런데 왜 도옥과의 싸움에서 죽이지 않고? 도망가게 놔 두었어요?]
[그것은 할 수 없이 그렇게 되었읍니다.
도옥이 중상을 당한 것도 저도 약간의 상처를 입었으니까요.]
그러자 심하림이 옆에서 양몽환의 말을 거들었다.
[사실이에요. 서로 강한 장풍으로 싸우다가 약간의 상처를 입었죠.]
하림의 말에 동숙정은 역정을 낸다.
[그럼 사매가 양사제 대신 싸울 수도 있지 않아? 왜 보고만 있었지?]
이때, 양몽환이 다시 변명했다.
[동사매! 너무 분해하지 마시오.
그때 심소저도 중상을 입었다 깨어난 후였기 때문에 도옥과 상대해서 싸울 수는 없었읍니다.]
동숙정은 한참 말없이 걸음을 옮기다가 혼잣소리처럼 중얼거렸다.
[언제 다시 좋은 기회가 올는지......내가 있으면 죽여버리고 말았을 것을......]
일행은 이야기를 끝내지도 못하고 다시 침묵에 잠겼다.
얼마 후, 오랜 침묵을 깨뜨리며 유원이 크게 웃는 것이었다.
[헛...... 허...... 여하간? 오늘 참? 통쾌했읍니다.
양대협님이? 천기진인을 놀려줄 때? 얼마나 우습던지,? 나...... 원......]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혼자 큰 소리로 웃으며 말하는 소리에 등개우 역시 따라 웃었다.
[정말 통쾌했지...... 도옥이란 자가 비록 영리해서 흉계를 꾸미려 했지만 그만 폭로가 나버렸으니......]
그 말을 이어 하림이 약간 걸음을 멈추며 두 눈을 깜박거렸다.
[그런데 왜 그따위 천기진인을 내세워서 우롱했을까요?]
[바로 그점이 아무래도 마음이 안 놓이오. 내 생각 같아서는 강호에 허무맹랑한 소문을 퍼뜨려서
어수선하게 한 다음 일시에 무술계를 덮치려는 도옥의 흉계가 아닐까 생각하오.
이제 더 무고보면 알겠지만 필경 또 허무맹랑한 소문이 퍼질거요.]
[오늘밤 자기들의 흉계가 무참히 폭로되었다는 소문은 퍼뜨리지 못하겠죠.]
[소문을 퍼뜨리고 말고가 있겠소? 순양관에 모였던 사람들이 다 본 일인데......]
유원의 말에 그래도 조심스러운 사람은 동숙정이었다.
[아무래도 잘못했어요.]
[동사매는 무엇이 그렇게 잘못 되었다고만 하는지 모르겠군요. 더 두고보면 알텐데......]
듣다못해 양몽환의 말에 동숙정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것이 아니에요.
도옥 일당들은 자태를 나타내지 않고 뒤이어 흉계를 꾸미는데 우리들은 뭐예요.
기껏 변장까지 하고 군중 앞에 자태를 나타내고......
그러면서도 일을 깨끗이 처리하지 못했지 않아요?]
[이왕 지난 일이니......앞으로 할 일이나 의논 합시다.
동사매는 혹시 도옥을 처치할 계획이 섰는지요.]
[서 있고 않고가 문제가 아니에요. 무조건 저치하는 거죠.]
[그것이 바로 제가 염려하는 바에요. 도옥이란 자는 이미 귀원비급을 완전히 터득해서
우리들보다 무공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까짓 귀원비급쯤 대수에요?]
[그럼, 다른 묘책이 있읍니까? 저는 아직 귀원비급보다 더 강한 무공은 없다고 봐요.
만일 도옥이 귀원비급을 터득하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지금의 도옥은 그렇게 만만히 보아서는 안되오.
요전에도? 동사매를 비롯해서 우리 모두가 염라묘에서 겪은 일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때 만일 조소서가 아니었더라면, 우린 모두 그의 손에서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오?]
[사실 그건 그래요.
그러나 우리들이 도옥에게 죽음을 당하지 않은 것은 우리들의 무공이 어느 정도 강하기 때문이에요.]
[그것은 너무 억지요. 실력이 모자라서 조소저의 도움을 받은 것이요.
그러니 도옥의 무공이 강한 한 처치하기가 점 점 힘들게 될 것입니다.]
[양사제는 너무 마음이 착해서 틀렸어요. 만일 도옥이 귀원비급을 터득했다 해도 양사제는
그보다 먼저 귀원비급의 절기를 배우지 않았어요?
그리고 도옥이 무공의 전전이 눈부실만큼 빠르다 하면 우리는 그동안 누워있기만 했나요?]
[하하......동사매의 말대로 저는 누워있지는 않았지만 거의 누워있다시피
무공에 전념치 않고 수 년간을 한적하게 살아왔읍니다.
제가 쉬고 있는 동안 도옥이 열심히 무공을 닦았다면 문제는 다르지요.]
[글쎄, 저도 그동안 양사제와 떨어져 있어서 양사제가 지니고 잇는 무공의 실력이
얼마나 감퇴했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동사매는 무슨 비법(秘法)을 익혔읍니까?]
[귀원비급처럼 비법은 아니지만 그동안 저는 삼음신니(三音神尼)의 권보(拳譜)를 익혔어요.]
[그러면 그 권보에 무슨 묘수라도?]
[그 근보에 이런 것이 있어요. 즉 천색검법(天塞劍法)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수법은 상대방을 마치 밧줄로 묶어 놓은 것처럼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 수법이에요.
그리고 천색검진(天塞劍陣)을 이루면, 제? 아무리 무공이 강하여 정수(精髓)에 이르렀다 해도
그 검진(劍陣)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해요.]
[참으로 훌륭한 수법이요. 그 수법이라면 도옥을 사로잡을 수 있겠군요.]
양몽환 대신 등개우가 혀를 내두르며 하는 말이다.
[틀림없어요. 그런데 등보주님 한가지 청이 있는데 들어주시겠어요?]
[예, 말씀하십시오.]
[한가지 아니라 백가지라도 들어드리죠.]
[백가지까지는 필요없어요. 우리가 등가보에 닿으면 곧 날렵한 장정을 구해주세요.]
[문제없읍니다. 그런데 몇 명이면 되겠읍니까?]
[아홉명, 아홉명이 아니면 다섯 명이라도 좋아요.]
[구해드리겠읍니다. 등가보에 없으면 이웃 마을에서라도 구해드리죠.]
[약속해 주세요.]
[우리 등씨(鄧氏) 성(姓)을 가진 시람은 틀림없이 시행합니다.]
일행이 등가보(鄧家堡)에 닿기는 동이 훤히 트는 새벽녘이었다.
붉은 벽돌로 삼장(三丈) 높이로 축대를 쌓아 성벽을 두른 등가보는 성벽과 문 사이에
일장 거리로? 땅을 파서 물을 가득히 채워 어느 누구도 접근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다만 대문이 있는 중앙에 사다리 같은 다리가 성벽에 기대어져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등가보로 들어가려면 사다리 같은 다리가 내려져야만
그 사다리를 밟고 성벽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앞장서서 물이 채워진 곳까지 온 등개우는 높은 성벽을 향하여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강하고 긴 휘파람이 성벽을 넘어 멀리 메아리침과 동시에 성벽 망루(望樓)에서
다시 휘파람에? 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높이 매달려져 있던 조교(弔橋)가 내려지고 네명의 장정이 달려나와
급히 무릎을 꿇는 것이었다.
그것도 두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니라 한쪽 무릎은 꿇고 한쪽 무릎을 세웠다.
그리고 한 손은 땅을 짚었고 다른 한 손에는 안녕도(雁翎刀)를 쥐고 있었다.
[공영보주(恭迎堡主)님! 그간 편안하셨읍니까?]
네 명의 장정 중에서 우두머리쯤 되는 상정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고맙소, 그런데 보내(堡內)에는 별고 없었소?]
[예, 말씀드리기 황송하오나 조금 시끄러움 일이 있었소이다.]
[무슨 일인지 말하시오.]
[며칠 전에 낯모르는 괴한이 칩입해서 중상자가 생겼읍니다.]
[중상자? 그래 생명은?]
[두 명은 별로 깊은 상처가 아니지만 두 명은 생명이 위독하다 합니다.]
[음......알았소. 들어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등개우는 낯을 찌푸리며 엎드린 장정을 일어나게 해서 길을 인도하게 했다.
이때, 양몽환은 어떤 사고로 인한 중상인지, 또 가해자가 궁금했다.
누군지 궁금했다.
<음......이곳도 편안치는 못한 모양이군.>
혼자 생각하면서도 양몽환은 내색하지 않고 등개우를 불렀다.
[등형! 어떤 자의 기습인지는 모르지만 가끔 기습 사건이 있읍니까?]
[별로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성벽을 쌓고 지켜야 할 다른 일이 있는가요?]
사실 비잉 둘러싼 담장이며 접근하지 못하게 성벽 주위로 물을 채워 놓은 것이며
망루마다 몇 사람의 장정이 지키고 있는 것을 보는 양몽환으로서는 참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비단 양몽환 뿐 아니라 동숙정과 하림 그리고 유원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긴장하는 것이었다.
그제야 등개우는 빙긋이 웃으며 등가보의 유래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벌써 옛날 이야기입니다. 저의 가친이 젊었을 때 일이었읍니다.
그때도 세상이 어지러웠던지 아니면 살기가 어려웠던지는 모르지만 도적이 심했다는군요.
그래서 저의 가친께서 사재(私財)를 들여 마을을 온통 담으로 둘러 쌓았다는 것입니다.
그때부터 도적을 지키는 마을 청년들이 망루에서 밤을 새우고 하던 습관이 지금까지 내려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저의 가친께 감사함을 표시하는? 뜻으로
이곳을 등가보(鄧家堡)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께서는 망루에서 지키는 사람들을 보고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시겠지만
별일이 아니니 안심하십시오.]
[아, 그러셨군요. 참으로 등형의 가친께서는 훌륭한 일을 하셨읍니다.]
[자랑할 것도 못됩니다만 여러분들이? 긍금히 여기실까 해서 말씀드렸읍니다.?
자, 그럼 안으로 들어가십시다.]
조교(弔橋)가 다시 올려지고 육중한 대문이 닫혀지자
등가보 안은 천여호(千餘戶)의 인가(人家)가? 평화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조용한 마을이 눈 앞에 전개되었다.
등개우의 말대로 마을을 전부 담으로 둘러친 것을 첫눈에 알 수 있었다.
등개우의 안내로 마을 가운데 제일 호화스러운 저택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양대협님, 잠깐 여기서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가친을 모시고 나오겠읍니다.]
[아니, 저희들이 가서 뵈워야 도리에 닿는 일입니다.
등형께서는 가친이 계신 곳으로 저희를 안내하십시오.]
[어찌 양대협님께서......]
[무슨 말씀을...... 어서 앞장서시오.]
굳이 양몽환의 만류로 등개우는 다시 걸음을 옮겨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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