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염라묘(閻羅廟)에서의 상봉
[일장춘몽이라! 깨어보니 덧없는 꿈이었단 말씀이군요]
[헛...... 허......]
허탈하게 웃는 등개우의 웃음 속에서 양몽환은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었다.
그러나 다정선자라는 여자가 무술계에서 언젠가는 명성을 크게 떨칠 것만은 틀림없으리라고
생각하면서 양몽환은 포장을 들치고 밖을 내다 보았다.
[등형은 지금 우리들이 가고 있는 염라묘라는 곳을 아십니까?]
[가본 일은 없읍니다.]
[내가 알기로는 그 염라묘라는 곳이 굉장히 무서운 곳이라고 들었소이다.
굳게 닫힌 문은 일년내내 열리는 일이 없다가 약 보름동안만 문을 열고 제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아까 흑의의 사나이는 염라묘라고만 말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을까요?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글쎄 무슨 말을 더 하려다 기운이 다해서 말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내 생각으로는 그 곳이 음침하고 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진 데다가 일년내내 사람이 살지 않고 있어서?
어떤 악한들의 소굴로 이용되거나 무슨 음모를 꾸미기에 그곳보다 좋은 곳이 없을듯 핫니다.
하여튼 가봐야 알겠지만 우리도 만반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소.]
양몽환의 말대로 등개우는 즉시 정좌하고 운기 조식하는 한편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것은 지금 가고 있는 염라묘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등개우 혼자로서는
양몽환을 얼마나 도와주고 힘이 되어줄지 의문이었다.
그런데다가 제대로 정신도 차리지 못하고 미치광이처럼 날뛰는 동숙정이나 유원을 데리고 가는데는
더 한층 불안한 생각이 떠나지 않는 것이었다.
[양대협님! 여기 이 두 사람은 어떻게 하시겠읍니까?
정신도 없이 누구인지도 분간하지 못하는데......]
[하기야 나도 그것이 걱정은 되오마는 혹시 요혈을 풀어주면
그들이 우리들과 싸우려는 것처럼 염라묘에 있을지도 모르는 적들과 분별없이
싸우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나긴 합니다만......]
[그럼, 우선 그들의 요혈이나 풀어 놓고 거동을 살펴보면 어떨까요.]
[잠깐만 기다리시오. 염라묘에 도착해서 풀어주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이윽고 관도(官道)를 달리던 마차가 험한 샛길로 들어서는지
덜커덩덜커덩 요란스럽게 흔들리며? 달리다가 얼마만에 멈추어 서는 것이었다.
그러자 양몽환이 먼저 포장을 말아 올리며 일어서는 것이었다.
[다 왔읍니다. 먼저 내리시오.]
등개우에게 먼저 내리게 하고 양몽환은 동숙정과 유원의 요혈을 풀어주었다.
길고 오랜 잠에서 깨어나듯 긴 숨을 몰아쉬며 먼저 눈을 뜬 동숙정은
바로 자기 앞에 버티고 서 있는 양몽환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약간 놀라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양사제? 여기가 어디죠?]
연이어 물으며 눈을 깜박이는 것이었다.
[동사매! 조금 정신이 드시오? 여기는 염라묘라는 곳인데 잠깜 일을 보고 가도록 합시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죠?]
[그것은 차차 말하기로 하고 우선 내리십시다.]
그렇게 정신 이상이 되어 날뛰던 동숙정은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조금 정신이 드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의아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양몽환의 재촉대로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뒤이어 유원이 눈을 떴다.
그러나 유원은 동숙정보다 내공이 약해서 그런지 아니면 상처가?
동숙정보다 더 깊었던지 그때까지도 혼미한 상태에서 채 깨어나지 못하고
양몽환이 끄는대로 아무 말 없이 따라올 뿐이었다.
염라묘는 듣던대로 크고 웅장했다.
검은 돌로 높이 쌓아올려 둥글게 둘러쳐진 담이며 고색(古色)이 창연한
대웅전이며 우선 보기부터 어마어마했다.
절은 지은지도 몇 백년이 되는듯 지붕 위에는 듬성듬성 잡풀이 나고 아래는
오색으로 칠했던 기둥이 오랜 풍우(風雨)에 씻기고 벗겨져 빗물이 흘러내린 자국이 역력했다.
대웅전 주위에는 사람의 손이 가지 않은 무성한 풀과 아름드리 고목나무가?
더더욱 엄숙하고 무서운 감을 자아내고 있었다.
양몽환 일행은 사방 주위를 날카롭게 경계하며 대문 앞으로 다가갔다.
육중한 대문은 안으로부터 어떻게나 굳게 잠겨져 있는지
양몽환과 등개우가 힘을 합쳐 밀어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몇번 온 힘을 다하여 밀어 보았으나 덜컹덜컹 소리만 날 뿐 열리지 않않다.
[양대협님, 제가 담을 넘어 들어가 문을 열겠읍니다.]
[그 길 밖에 없는 것 같군요. 등형은 각별히 조심하시오.]
[염려 마십시오.]
등개우는 그리 힘들이지 않고 높은 담을 훌쩍 뛰어넘었다.
과연, 대문은 팔뚝만큼이나 굵은 쇠막대의 고리가
그와 같은 굵기의 쇠막대에 의해 빗장이 걸려져 있었다.
등개우는 재빠르게 주위를 훑어보고는 쇠막대의 빗장을 뽑고 대문을 열었다.
그와 함께 양몽환, 동숙정 그리고 유원이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염라묘는 지옥의 염라대왕을 상징해서 지은 절이었다.
그만큼 절 앞에 장식한 여러가지의 불상(佛像)이며 석상(石床)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가슴이 뛸만큼 무시무시한 공포감을 자아내게 했다.
우선 앞에 서 있는 불상(佛像)부터 그러했다.
코와 눈, 입이 보통 사람 머리통만 한데 툭 튀어나온 눈과 귀밑까지 찢어진 입.
그리고 입 사이로 삐죽 나온 날카로운 이빨등 그 얼굴 모습부터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이었다.
그런데다 한 손에는 누구를 때릴듯이 방망이를 들고 있고
또 한 손에는 생사명부(生死名簿)를 들고 있으며?
허리에는 죽은 사람의 혼(魂)을 부르는 패(佩)를 차고 있었다.
아무리 담이 큰 사람이라도 이크!하고 놀랄만금 험상궂고 사나운 표정이었다.
불상을 지나 석상으로 다가가자 이번에는 지옥의 처참한 광경을 그려 놓은듯
사람들이 피를 낭자하게 흘리고 그 위에 덮치듯 혐상궂은 불상들이 뿔이 몇 개나 달린
짐승들과 서로 싸우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 그림 역시 비바람에 씻겨 희끗희끗 벗겨져 있었다.
그림을 보기만 해도 소름이 쫙 끼치도록 무서움이 밀려오는 것을 이를 악물고 등개우는 앞장을 섰다.
그렇지 않아도 그림만으로서 두려움이 가득 찬데다가 언제 어디서 기다리고 있던 괴한이 나타날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등개우는 대웅전을 끼고 돌다 큰 소리로 외쳤다.
마치 무섭고 두려운 것을 크게 외침으로서 잊어버리기라도 하려는 행동같았다.
[아무래도 이상한데요. 이렇게 큰 절에 인기척이 없다니...... 그렇지 않습니까? 양대협님!]
사실 대협이라고 하는 양몽환도 주위가 너무 교교하고 음침한 것에
내심 두려운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뒷걸음 칠 위인은 아니었다.
[글쎄, 이상하긴 이상하오. 누가 어디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소.]
[우리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어디에 숨어 있다면 우리도 미리 준비해야 하지 않겠읍니까?]
소리쳐 외치고는 좀전 보다는 두려움이 가셨는지 내딛는 걸음에 힘을 주며 대웅전을 지났다.
여기서부터는 대웅전 보다는 좀 작은 고옥(古屋)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리고 문 앞에는 삼라전(森羅殿)이라는 현판이 한쪽이 기울어진 채? 걸려있었다.
이때 양몽환은 불현듯 뒤 따라오는 동숙정의 정신상태를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삼라전이라고 쓰여진 현판을 가리키며 물었다.
[동사매는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옵니까?]
그러자 곧 대답하는 것이었다.
[삼라전이라고 써 있군요!]
하는 대답에 양몽환은 될듯이 기뻤다.
<됐어, 됐어...... 이재는 제 정신이 든 모양이군!>
양몽환은 동숙정의 손이라도 잡고 흔들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참았다.
아직은 시기상조(時機尙早)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무술계의 노장(老將)인 양몽환의 경험으로서는 능히 알아차릴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동사매는 매우 위급한 상처를 입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각별히 조심하지 않으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흥! 내가 누구한테 상처를 입었단 말이에요? 쓸데없는 걱정은 말아요!]
순간,양몽환은 아직 그녀의 정신상태가 정상으로 회복되려면 아직도 먼 일이라고 깨달았다.
즉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될 수 있으면 그녀를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는 앞서가는 등개우를 급히 쫓아갔다.
삼라전 앞에서 걸음을 멈춘 등개우는 역시 굳게 닫혀진 문을 양몽환과 함께 힘을 합쳐 힘껏 밀었다.
그러나 요지부동이었다.
양몽환의 내공은 이미 지고(至高)의 경지에 도달해 있는 바였고 등개우도 역시 무공으로
몸을 닦은 바로서 두 사람이 힘을 합했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힘인데도 문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조금 흔들거리기라도 한다면 계속해서 밀어도 보겠지만 먼지 하나 움직이지 않은 다음에야
속수무책이었다.
한동안 삼라전 문 앞에서 머뭇거리던 등개우는 후문을 찾으려는지 뒤로 돌아갔다.
잠시 후 총총히 돌아와서는 뒤에 후문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사람 하나 겨우 뼈져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다는 것이었다.
과연, 등개우의 말대로 문이 있기는 있었지만 나무로 만든 문이 아니라 돌문(石門)이었다.
힘을 주어 밀어보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이 밖에서 잠근 것이 아니라 안으로부터 잠겨 있다는 것에 양몽환이나 등개우는
삼라전 안에 사람이 숨어 있으리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얼마동안 진기를 모은 양몽환은 등개우를 가만히 불렀다.
[등형! 이번에는 우리 함께 발로 차 봅시다.]
[그러죠.]
[그럼, 하나, 두울, 셋!]
하는 소리와 함께 드디어 돌문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와드득 부서지고 마는 것이었다.
돌문이 부서져나가자 등개우가 앞장을 서고 그 뒤를 양몽환, 동숙정, 유원의 순으로 들어갔다.
삼라전 안에는 밖에 그려 놓은 지옥의 벽화와 마찬가지로 사면 벽은 울긋불긋 요란한 그림으로
매워져 있었고 제단같이 조금 높게 단(壇)을 쌓은 곳에는 불상(佛像)으로 된 험상궂은 형상의
염라대왕이 수 명의 귀졸(鬼卒)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런데 중앙의 염라대왕만이 매섭고 험상궂게 생겼지만 사람의 형체였고 그외의 귀졸들은
우상(牛像), 마상(馬像), 돼지상(豚像)을 비롯하여 사자, 호랑이, 뱀, 독수리등
사납고 포악한 짐승의 얼굴들이었다.
다른 사람도 그렇겠지만 앞서 가는 등개우는 등에서 식은 땀이 나고 소름이 쫙쫙 끼쳤다.
그러나 눈을 딱 부릅뜨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뒤에서 따라오던 양몽환의 외마디 고함 소리가 들렸다고 했을 때는
동숙정의 몸이 천장을 향하여 날으는 중이었다.
[동사매! 안돼!]
그러나 소리만 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해서 양몽환만을 주시하고 있는 등개우의 눈이 날으는
양몽환을 따라 천정 위로 오르다 딱! 멎고 말았다.
[앗!]
등개우는 입과 눈을 크게 벌리고 어쩔 줄을 몰랐다.
그것도 그럴 것이, 동숙정과 양몽환이? 천정을 향하여 날은 그곳에는
하얀? 옷을 입은 백의(白衣)의 여인이 굵은 줄에 전신이 감겨져 대들보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백의의 여인을 향하여 지금 동숙정과 양몽환이 몸을 날린 것이었다.
그런데 거꾸로 매달려 있는 백의의 여인은 이미 죽었는지,
아니면 급소를 찔려 정신을 잃고 있는지 눈을 감은채 숨도 쉬지 않는 것 같고
여러 사람들의 고함 소리도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백의의 여인을 먼저 발견하고 몸을 날린 동숙정의 뒤를 급히 따라간 양몽환은
앞서 가는 동숙정의 뒷덜미를 잡고 힘껏 낚아챘다.
그러자 동숙정은 뒤로 몸이 굽혀지는가 했는데 번개같이 몸을 한바퀴 거꾸로 돌면서
힘있게 주먹으로 양몽환의 어깨를 내려치는 것이었다.
그러자 동숙정의 뒷덜미를 잡았던 양몽환의 손이 풀어지며 두 사람의 몸은 제각기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강한 장풍을 날렸다.
순간, 펑! 하는 강렬한 소리가 나고 뒤이어 양몽환의 외치는 소리가 터졌다.
[동사매! 정신이 있소? 없소? 저 여자는 내 아내인 하림이란 말이오]
그러자 동숙정도 지지않고 앙칼지게 고함을 질렀다.
[뭐라구? 양사제의 처? 나는 그년?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하고
또? 그년만 없었으면 양사제와 내가 부부가 되었을텐데 뭐, 아내라구?
오늘 그년을 죽여야만 되겠소!]
제 정신이 드나 했던 양몽환은 아차 했다.
다시 이성을 잃고 날뛰기 시작하는 동숙정이었다.
양몽환은 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동숙정의 요혈을 짚어 운신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만이 급선무였다.
눈에 살기가 이글거리는 동숙정을 어이없이 바라보던 양몽환은?
그녀의 오론 손 곡지혈을 노리고 조범남해(潮氾南海)의 수법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일찌기 삼음신니의 권보로 현문(玄門)에서 무공을 닦은 동숙정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양몽환이 취하는 자세로 어떠한 공격인가를 파악한 동숙정은 재빨리 두 걸음 옆으로 비켜 피하고
벼락같이 몸을 날려 비고당종(飛高撞鍾)의 수법을 이용하여 양몽환의 가슴을 겨누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순간,
동숙정의 도포 자락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면서 번개같이 몸을 날리는 것이었다.
한번 공중으로 몸을 날린 동숙정은 거의 떨어질듯 하다가 휙! 하고 몸을 한바퀴 돌리고는
양몽환에게로 공격해 오는 것이었다.
그러한 그녀의 공격은 삼음신니 권보에 적혀 있는대로 두 손을 사용하는 공격법이었다.
이에 비해 양몽환의 공격은 두 손과 두 발을 자유 자재로 쓰는 수법으로 여유있는 태도였다.
그런 양몽환은 어떻게 하든지 동숙정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그녀로 하여금 스스로 지쳐버리게
만들려는 수법을 써서 공격하는 것이었다.
달려오는 동숙정을 피해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서자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동숙정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재빨리 몸을 날려
양몽환의 머리 위로 질풍같이 날아가는 것이었다.
그러자 양몽환은 동숙정의 뒤를 따라 들었던 손을 힘껏 후려치고 급히 몇 걸음 비켜섰다.
그것은 양몽환의 장풍을 맞고 반동으로 튀어오는 동숙정의 장풍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살기가 도는 동숙정의 공격은 갈수록 더 매서워지기만 했다.
도포 자락이 펄럭였는가 하면 어느 사이애 양몽환의 뒤로 빠져나가 반격하는
양몽환의 장풍을 되받아 후려치는 것이었고 반면 양몽환은 양몽환대로 동숙정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고 장풍 한 수 쓰는 데도 조심조심 반격하며 요혈을 겨누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숙정은 필사의 공격으로 날카롭게 반격하다가도 양몽환이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면
번개같이 몸을 날려 천정을 향하여 날으는 것이었다.
그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양몽환의 빈 틈을 노려 대들보에 묶여있는 심하림을 공격하려는 것이었다.
순간, 양몽환은 약간 노기를 띄웠다.
맹렬히 공격을 가하여 양몽환이 주춤 물러서면 그 순간을 이용하여 심하림을 공격하려는
동숙정의 표독스러운 행동을 보고서는 더 참을 수가 없었다.
[동사매! 지독한 수법을 쓴다면 이 양사제도 참지 못하겠소!]
[누가 참으라고 했소? 나는 하림을 죽여야 한단 말야!]
날카롭게 쏘아붙이며 양몽환을 공격하고 그 사이를 이용하여 하림에게로 기수를 돌리는 것이었다.
그러면 주춤 물러섰던 양몽환이? 동숙정을 낚아채고 하림을? 보호하는 한편 두 손을 번쩍 들어?
장풍을 밀어붙이고...... 좌충우돌하는 동숙정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는?
양몽환이었다.
이때까지 멀리 서서 양몽환과 동숙정의 결투를 관전(觀戰)하고 있던 등개우는 속이 탔다.
<참 이상하군! 양대협같은 사람이 여자 하나를 해치우지 못하고 시간만 끌다니
이해할 수 없는데......
혹시 그녀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고 절세의 무공을 쓰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지......>
그러나 애가 타서 더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내가 대신 싸울 수밖에 없군......
그러면 천정에 매달린 백의 여인을 양대협이 구할 수 있을 거야......>
여기까지 생각한 등개우는 비껴찼던 장검을 뽑아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
[양대협님! 여도사는 저에게 맡기시고 백의 여인을 구하십시오!]
하고는 질풍같이 동숙정을 향햐여 달려들었다.
갑자기 소리치며 뛰어드는 등개우를 힐끔 바라본 양몽환은 등개우의 의견도 옳은 것 같아
즉시 뻗쳤던 손을 거두고 등개우에게로 몸을 돌렸다.
[등형! 조심하시오!]
하고 양몽환은 잠시 숨을 돌렸다.
그러나 등개우는 어림도 없는 상대였다.
물론 등개우도 위력을 떨치는 고수급의 무공이지만,
동숙정은 삼음신니의 권보로 무공을 연마하였고
또, 지금은 제정신이 아닌 광적(狂的)인 상태이기 때문에 그녀의 무공은
양몽환 조차도 경계하여 상대할 정도였다.
잠시 후,
동숙정의 날카로운 일격의 장풍에 제대로 공격 한번 못하고 맞은?
편 벽에 무참하게도 거꾸로 박힌 등개우는 혀를 내둘렀다.
양몽환이 보기에 적수가 되지 못했다.
손 한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한채 나가 떨어지는 등개우에게 동숙정을
맡겨둔다면 금방 중상을 입거나 치명상을 당할 염려가 있었다.
동숙정을 그대로 둘 수 없는 양몽환이었다.
등개우의 출현으로 잠시 숨을 돌린 양몽환은 드디어 동숙정의 오른편 관절의 요혈을 정확히 노리고
몸을 날리고야 말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들었던 왼 손을 마저 뻗쳐 동숙정의 왼 팔 요혈을 노리고 힘껏 내려치고 말았다.
그러자 동숙정의 몸이 휙 옆으로 쏠리는듯하다 몇 걸음 비틀거리며 쓰러지려다 몸의 중심을 잡는 것이었다.
그때, 잠시의 여유도 주지 않고 다시 한번 양몽환의 두 팔이 앞으로 쭉 뻗쳤다.
이번에는 동숙정의 두 팔목을 노리고 들어간 것이었다.
순식간에 양몽환의 잇따른 공격으로 두 손과 두 발의 요혈이 짚힌 동숙정은 이를 부드득 갈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나 양몽환은 그녀의 짚힌 요혈이 지나치게 큰 상처가 아니길 은근히 바랬다.
드디어 혼란한 싸움은 끝났다.
동숙정의 이마에서 땀이 흐르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지그시 눈을 감는 것을 확인한
양몽환은 한 옆에서 엉거주춤하고 서 있는 등개우에게 동숙정을 맡겼다.
[등형! 동사매를 보살피시오!]
그리고는 돌아서면서 몸을 날려 심하림이 묶여? 있는 대들보 위에 가볍게 내렸다.
그러나? 심하림은 싸우는 소리에도 깨지 못하고 힘없이 늘어져 있는 것이었다.
양몽환은 어떤 악한 고수의 짓인지는 모르지만 자기가 사랑하는 하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괴한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며칠 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하림을 이렇게 의외의 곳에서 참혹한 모습으로 대하자
절로 가슴이 떨리고 아팠다.
그러나 냉정히 마음을 안정시키고 묶여진 끈부터 풀려고 하는 바로 그 순간!
어디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담황(淡黃)색의 옷을 걸친 소녀가 나타나며
삼라전이 울리도록? 날카롭게 부르짖는 것이었다.
[손대지 말아요!]
순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던 양몽환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그것은 뜻밖에 나타난 소녀에 대한 경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어디서 본듯한 낯익은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양몽환의 입에서는 절로 말이 튀어나왔다.
약간 노기까지 띄운 목소리였다.
[왜 안 된단 말이오?]
[손을 대면 위험해요! 지금 그녀의 관절이란 관절은 모두 마비되어
다른 사람이 건드리기만 해도 관절이 모두 비틀어져서 죽어요.]
이때, 등개우도 역시 나타난 여인을 보는 순간,
희미한 기억이지만 어디선가 본듯 하다고 느끼며
<참으로 아름다운 여자군!>
하는 말이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려졌다.
한편, 양몽환도 지금 나타난 여인을 어디서 보았는지는 기억이 희미하지만
낯익은? 얼굴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확실히 모르는 여인 앞에서 묶여 있는 하림에게 손을 대지 말란다고 고분고분
그녀의 말을 듣고 있기에는 사태가 너무 위급했다.
[누가 그따위 악랄한 수법으로 상처를 입혔소?]
[그런건 몰라요. 내가 말을 해 주는 것도 다 당신을 위해서 하는건데 도리어 큰 소리군요.]
[나를 위해서? 그럼 도대체 당신은 누구요?]
[그것은 알 필요 없어요. 어쨌든 내려오세요. 내려오지 않는다면 그냥 두지 않겠어요.]
슬그머니 양몽환은 울화가 치밀었다.
[못내려 간다면 어떻게 하겠소?]
[내려오지 않겠다면 당신도 그 여자처럼 만들어 버리겠어요.]
양몽환은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저 여자는 무공이 어느 정도나 되기에 큰 소리를 칠까? ......
우선 내려가서 일을 처리해야겠군.>
하고는 대들보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도대체 당신이 어떤 인물인지는 모르지만 내 무공으로도 분근 착골수법으로 상한 사람을 고칠 수는 있소!]
[장하시군요! 그러나 내가 지키고 있는한 저 여자를 못고쳐요.]
싸늘하게 내뱉는 여인의 말은 어딘가 자신이? 있는 태도였다.
그리고 상대방이 누구라는 것쯤은? 알고 있는 눈치였다.
한편, 양몽환은 하림을 구하는 것이 급했지만 상대방의 내공을 모르고서
경솔히 행동을 취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상대방의 내공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아낸 다음,
여인의 요혈을 짚어 꼼짝하지 못하게 한 후 하림을 구하기로 했다.
대들보 위에서 가볍게 내려온 양몽환을 지켜보고 있던 여인은 양몽환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로 가까와졌을 때 손을 들었다.
[더 오지 말아요! 그리고 우리 주인이 오실 때까지 꼼짝말고 기다려요.]
[뭐 주인이 온다고?]
[그래요. 나는 우리 주인의 분부를 받고 여기서 지키고 있는 중인걸요!]
[흥! 당신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기다려 줄 수는 없소!]
하면서 느닷없이 오른 손을 들어 장풍을 날려보냈다.
그리고 뒤이어 왼 손도 마저 휘둘렀다.
그것은 적수박용(赤手縛龍)의 수법이었다.
그러나 여인은 눈썹 하나 깜박이지 않고 약간 노기를 띄우는 것이었다.
[뭐에요! 연약한 여자에게!]
사실 양몽환같은 대협의 위인으로서는 응당 여자에게 선수를 쓸 수는 없었다.
그러나 상대방의 실력을 알기 위해서 그리고 하림을 구하기 위해서는 별 도리 없었다.
[그러시면 당신이 여길 떠나주시오.]
[점점 안하무인이시군요! 몇번 말해야 알아듣죠? 우리 주인의 명령이라고!]
[당신의 주인이라는 사람의 명령을 내가 들을 필요가 있소?]
그리고는 일찌기 곤륜파에서 익힌 천강지법(天강指法)의 삼십육식(三十六式) 중에서도
삼대묘식(三大妙式)이라고 일컬으는 금나수법(擒拏手法)으로 힘을 주어 내려치고 말았다.
이 금나수법은 상대방의 요혈을 짚으며 일시에 온 몸의 피가 멎게하는 수법으로서 약간 무서운 수법이었다.
순간, 여인은 양몽환이 내려치는 수법을 간파했는지 두어 걸음 가볍게 비키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리고는 섬섬옥수의 하안 손을 들어 달려오는 양몽환의 억센 장풍을 맞받아 쳤다.
그러자 노도처럼 밀려오던 양몽환의 장풍은 여인이 서 있는 위치를 벗어나 한쪽벽에 부딪치는 것이었다.
즉, 여인은 상대방인 양몽환을 반격할 생각은 없는지 양몽환의 공격을 재치있게 피하는가 하면
맞받아쳐 엉뚱한 곳으로 날려보내고 마는 것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놀라는 사람은 양몽환 자신도 자신이지만 한편에 서 있던 등개우였다.
처음 여인이 나타날 때부터 어디서 본 것같은 기억을 더듬다가 양몽환의 공격을 재치있게 피하는
행동을 보고서야 등개우는 무릎을 쳤다.
그리고 급히 양몽환을 불렀다.
[저 여자는 분명히 다정선자의 시녀입니다.]
[음...... 어쩐지 무공이 강한 것 같은데......]
[여하간 조심하시오.]
[알았소!]
머리를 끄덕인 양몽환은 그녀의 무공이 보통이 넘는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공격하는 수법을 한층 높혔다.
그리고는 몸을 날리며 두 발로 걷어찼다.
그러나 여인은 시종일관 양몽환의 공격을 받아낼 뿐 추호도 반격하는 눈치가 없었다.
그보다 발갛게 달아오르는 두 볼에는 미소마저 띄우고 있는 것이 양몽환에게는
더더욱 성질을 급하게 하는 것이었다.
양몽환은 더 이상 참고 있을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
대들보를 쳐다보면 사랑하는 아내인 하림이 묶인채 늘어져있고
바로 눈 앞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이 어렵지 않게 공격을 받아내는데는
절로 분통이 터지는 노릇이었다.
[좋소. 당신이 상처를 입는다 해도 나는 모르오.]
[물론! 그러나 상처를 입지는 않을 거에요.]
여전히 양몽환의 공격을 우습게 여기는 여인이었다.
양몽환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머리 위로 높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며 여인의 각처 요혈을 노리고 힘껏 휘둘렀다.
그러나, 이 어찌된 일인가!
힘껏 휘두르던 양몽환의 두 손목이 갑자기 따스해지며 누군가에게 꼬옥 잡히는?
순간과 귀 끝을 간지르며 조용한 여자의 음성이 들려온 것은 거의 같은 시각이었다.
[아서요. 여자에게 무슨 짓이세요?]
순간, 긴장했던 양몽환은 절로 힘이 빠지며 천천히 돌아섰다.
그리고 바로 눈 앞에 나타난 여자!
[앗! 조소접(趙小蝶)!]
하는 양몽환의 떨리는 음성과 눈이 커다래진 등개우의 외침이 터진 것은 잠시의 시각이 지났을 뿐이었다.
일찌기 천기진인과 삼음신니가 감추어 둔 귀원비급을 찾아낸 조해평(趙海萍)의 딸인 조소접,
그리고 일장춘몽의 대향연을 베풀고 자취를 감추었던 다정선자가 바로 양몽환과 등개우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양몽환은 지금 자기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눈을 감았다 떠도 달덩이 같은 조소접의 얼굴이 거기 있었다.
꿈은 아니었다.
예전과 조금도 변함없이 시원한 눈과 아름다운 얼굴을? 그대로 간직한채 나타난 조소접이
예전의 조소접임에 틀림없는가를 확인하려는듯 양몽환은 다시 한번 불러보았다.
[당신은 분명히 조소접이오?]
그러자 그때까지 생글생글 미소만 띄우고 있던 조소접은 고개를 끄덕이며 되붙는 것이었다.
[틀림없이 당신은 양몽환?]
감개무량하고 벅찬 순간이 지났다.
귀원비급을 줄줄 외우면서도 나이가 어려 제대로 무공을 발휘하지 못했던 조소접이
지금은 완전히 성숙한 여인으로 양몽환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한때는 생명을 바치면서까지도 사랑하던 양몽환!
그리고 대협(大俠)으로 키우기 위하여 눈물을 흘리며 돌아섰던 조소접은
사실 양몽환을 찾기 위하여 얼마나 애썼던가,
조소접은 무슨 말을 해서 벅찬 순간을 넘겨야 할지 몰랐다.
옛 정을 생각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양몽환의 가슴에 뛰어들고 싶었지만
조소접은 유원에게 고개를 돌리므로서 벅찬 감정을 지그시 누르고 말았다.
[이분은 누구시죠? 상처가 심하군요.]
한 눈에도 유원이 백회요혈이 짚힌 것을 알아낸 조소접은
그때까지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냥 입속으로만
<다정선자...... 다정선자......>
하는 등개우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자 벌어졌던 등개우의 입이 달싹거렸다.
[다정선자님......]
[그래요. 당신도 초대연에 오셨지요?]
[예. 저도 갔었...... 그런데...... 꿈이...... 아니었군...... 요.]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비록 일장춘몽으로 끝나버렸지만 다정선자의 초대연이며 아름다운 시녀들,
황홀하기만 했던 다정선자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하고 있던 등개우로서는 너무나도 뜻밖의 일에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다.
[꿈이라니요? 무슨 말씀이신지......]
[그러니까...... 그...... 그......]
[아니, 말이 잘 안 되세요?]
그제야 등개우는 꿈에서 깬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정선자가 베푼 다정연의 황홀함에서 이제야 완전히 깬 모양이었다.
[아닙니다. 말도 잘 합니다.
그때 초대연이 너무너무? 기가 막혀서...... 그때 참석했던 사람들은
그 초대연을 지금도 일장춘몽이라고들 하오.]
[혹...... 호...... 별 것 아니었는데......]
[다정선자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시겠지만 그때 모였던 사람들은 평생 잊지 못할겁니다.]
[너무 칭찬하지 마세요. 부끄럽군요. 변변치 않은 연회였는데......]
만족해 하면서 등개우의 말을 듣고 있던 조소접은 양몽환에게 의미있는 듯한 미소를 보내고는
쓰러져 있는 유원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유원의 몸을 살펴보다가 등개우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분은 누구시죠?]
[신도 유원이라고...... 그 사람도 초대연에 참석했읍니다.]
[그런데 누구에게 이토록 깊은 상처를 받았어요?]
[글쎄, 그것은 모르겠군요.
그냥 미치광이처럼 날뛰기만 하고 제대로 말이나 해야죠.]
[악랄한 수법으로 상처를 받았군요!]
하고는 등개우에게 유원을 부축하라고 한 후 잠시 진기를 모으는듯?
눈을 감았다 뜬 조소접은 조용히 그러나 민첩하게 유원의 등뒤로 돌아가 힘껏 손을 내려쳤다.
그러자 지금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유원이 번쩍 눈을 뜨며 당황하는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주위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 듯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유원은
문 밖으로 몸을 날리는 것이었다.
그러는 유원의 행동은 몹시 급한 일을 당한듯이 허둥지둥하는 것이었다.
순간, 등개우는 허둥지둥 달려나가는 유원을 쏜살같이 쫓아가 가로 막았다.
[어디로 가시오?]
그러자 유원은 허둥지둥하며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여기가 어디오? 내가 왜 여기 있소?]
[여기는 염라묘요.]
[염라묘? 염라묘...... 아니오 나는 지금 수월산장으로 양대협님을 찾아가야 하오.]
[양대협? 무슨 일로 가려는 것이오?]
[당신은 알 바 없소. 급한 일이오. 꼭 전해줘야 할 말이 있소.]
그리고는 다시 뛰어나가는 것을 등개우는 간신히 붙잡았다.
[양대협은 지금 여기 있소. 이리 오시오.]
[여기에? 어디요? 어디......]
두리번거리며 유원은 등개우에게 끌려 되돌아왔다.
이때, 양몽환이 나섰다.
[제가 바로 양몽환인데 무슨 일인지 말씀하시오.]
[당신이 바로 그 유명한 양대협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어서 말씀하시오.]
유원은 앞에 나타난 양몽환을 바라보고는 혼란했던 정신을 수습하는듯 조용히 눈을 감는다.
? 그리고는 다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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