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풍우연귀래

5. 백회요혈(百會要血)의 위력

오늘의 쉼터 2014. 10. 22. 09:59

5. 백회요혈(百會要血)의 위력

 

높고 넓은 하늘과 넓고 깊은 망망대해(茫茫大海)에다가도 풀 수 없는 여자의 맺힌 한이었지만,

 

도옥의 밑에 깔려 있는 동숙정의 마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야릇하게 번져가고 말았다.


욕정에 불붙은 도옥이 있는 힘을 다하여 동숙정을 껴안고 얼굴을 문지르자

 

동숙정은 미움도 원한도 잊은듯 아니면 오랜만에 만나는 남자라는데서 이상한 흥분이 터졌는지

 

자기도 모르게 정신이 산란해져 갔다.


동숙정 스스로는 이러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지금까지 도옥을 떠밀던? 손아귀의 힘이

 

그 반대로 도옥의 목을 껴안고 마는 것이었다.


성숙한 여자로서 더구나 좋아했건 싫어했건 몇년 전에 도옥에게 순정을 밟힌 그녀는

 

도옥의 손이 온 몸을 어루만지자 어렴풋이 쾌감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참으로 이상하게 일이 전개되고 말았다.

 

이제는 증오고 원한이고간에 피곤한 몸부터 쉬어야 할 것만 같은 동숙정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제 정신이 들었을 때는 마구 쏟아지는 눈물을 걷잡을 수 없었다.


미워해야 할 그래서 죽이고 원한을 갚아야 할 도옥 앞에서 이토록 무력한 자신을 돌아보기도 싫었다.

천만번 고쳐 생각해도 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러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동숙정은 왜 여기까지 와야 했던가를 처음부터 하나하나 더듬으며 생각해 봤다.


그러던 동숙정은 흩어진 머리를 매만지며 일어나 앉았다.


<몇 천번도 더 죽을 년...... 원수를 갚는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나?......>


혼자 자문자답하다 결국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어 더러운 몸을 버리려고 결심했다.


그렇게 결심하자 세상에 아무 것도 두려운 것이 없었다.


<그래 이 길로 바로 나가서 죽어버리면 돼.

 

이 더러운 몸으로 어찌 하늘을 대할 것인가?......>

그리고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러자 먼저 일어나 앉아 있던 도옥이 동숙정의 앞을 가로 막으며 정색을 하는 것이었다.


이리처럼 날뛰던 그 포악한 성질도 금방 사라지고 본연 그대로의 준수한 얼굴로 돌아온 도옥은

 

실로 그 간교함을 따를 자가 없는듯 했다.


[동사매! 어디로 가려고?]


[............]


죽어도 다시는 도옥을 보지 않으려 했다.


[동사매! 잠깐 할 이야기가 있는데......]


[필요없어요.]

나른하게 힘이 빠지며 두 다리가 부르르 떨렸다.


[중요한,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있소!]


그러나 동숙정은 돌아보지도 않고 방 문을 열었다.

 

순간! 도옥의 오른 손이 동숙정의 백회(百會) 요혈(要血)을 짚고 그 자리에 주저 앉히는 것이었다.


지금 동숙정에게 사용한 도옥의 수법은 귀원비급에 기재되어 있는 수법으로서

 

그 증상이 괴이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백회(百會)의 요혈을 짚으면 짚은 그 즉시부터 사람의 뇌신경(腦神經)을 건드려

 

지금까지의 모든 과거지사(過去之事)를 심지어 자기의 이름이 무엇이며

 

또 어디서 살고 있는지 조차 잊어 버리게 하는 망각수법(忘却手法)이었다.

 

그러한 수법을 동숙정에게 가한 것은 이미 치밀하게 계획해 둔 절차의 하나였다.


동숙정으로 하여금 모든 과거를 잊게 하고 이 순간부터 자기의 수중(手中)에서

 

움직이게 하려는 것임을 동숙정이 알리가 없다.

더구나 이 수법은 사람의 뇌신경을 변화시키는 수법이어서 요혈을 짚는데도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즉, 너무 무리한 힘으로 백회 요혈을 짚으면 미치광이가 되거나 죽어버리게 되고

 

또 너무 힘을 약하게 짚으면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병신이 되기 때문에

 

간단히 다른 요혈을 눌러버리듯 할 수 있는 수법이 아니었다.


그런데다 백회 요혈의 위치가 하도 까다롭고 찾기 어려워서 귀원비급의 기록대로 누른다 해도

 

움직이고 있는 사람의 요혈을 정확히 겨냥하고 백회 요혈을 짚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동숙정이 움직이는 대로 눈을 돌리며 정확히 겨냥하고 있던 도옥이었다.


순간!


머리가 띵- 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별 이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잡는 행동으로 밖에 생각하지 못한 것도 물론이려니와 백회 요혈이

 

어떠한 것이라는 그 자체도 모르는 동숙정으로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일찌기 현문(玄門)에서 권보(拳譜)를 익힌 동숙정은 그것으로 해서

 

어느 정도의 무술로 진기를 가졌기에 도옥의 백회 요혈증상이 금방 일어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동사매는 아까 나를 원수라고 했는데 어떻게 내가 당신의 원수가 된다는 말이오?]


[............]

그러나 동숙정은 아무 말 없이 흩어진 머리카락만 쓰다듬는다.


[동사매의 원수가 아니라 은인이지, 그리고 정부(情夫)이고....]


그러자 동숙정은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더 듣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뭐라고요? 은인? 정부? 뻔뻔스럽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왜 못한단 말이오?

 

당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놈은 양몽환이지만 몸은 이 도옥의 것이란 말이오.]


다론 때 같으면 입술을 깨물고 달려들 것이었으나 어찌된 셈인지 음성만 낮추어 말하는 것이었다.


[양사제를 모함하는군요.

 

양사제처럼 훌륭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요.

 

나같이 더러운 년이 어찌 양사제를 생각이나 할 수 있어요?]


[핫...... 하...... 모르는 소리요. 전에 내가 양몽환애게서 들었는데 이런 말을 하더군!]


[흥! 무슨 말을 했다는 것이죠?]


[사실 자기는 동사매를 사랑하고 있는데 혜진자(慧眞子)의 압력으로

 

심소저와 잘 지내라고 해서 할 수 없이 부부의 의를 맺었다구......]


[거짓말 말아요. 양사제가 하림 사매와 부부의 의를 맺게 된 것은 양사제가

 

곤륜파에서 추방된 후의 일이에요.]

도옥은 속으로 의아심을 품었다.


즉, 자기의 백회수법에 지금쯤은 과거지사를 잊어야 하는데

 

동숙정은 몇년 전의 일까지 기억해 내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한번 더 백회 요혈을 짚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기다려 보기로 하고 시치밀 뗐다.


[글쎄, 추방된 후의 일이지만 그전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다는 거요.

 

그래서 당신이 날 원수취급하는 것은 큰 잘못이오.

 

왜냐하면 당신이 그렇게 사랑하는 양몽환을 하림한테 뺏겼으니......

 

하림만 없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양몽환과 부부의 의를 맺을 수 있었을 것이오.]


사실 동숙정은 양몽환을 은근히 사모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도옥을 만나고 나서 부터는 마음 뿐이지 자기같은 더러운 몸으로서는

 

도저히 양몽환을 사랑한다고 할 수는 없었다.

[사모하기는 했지만 부부가 되려고는 안 했어요.]


[아니! 양몽환은 꼭 당신만을 사랑한다고 했소.?

 

틀림없이 그랬소. 그래도 못 믿겠다면 당장 가서 물어보시오.]


그러자 어떻게 된 셈인지 도옥이 하는 말이 사실인 것만 같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도옥이 자기의 원수가 아니라 하림 바로 심소저가 원수인것 같았다.

 

그리고 그 생각은 갈수록 더 짙어지는 것이었다.

무엇이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믿으려고 하는 것이 이상스럽기만 했다.


동숙정은 정신이 이상해 지는지 머리를 좌우로 돌리며 얼굴 표정이 이상하게 바꾸어지는 것이었다.


그러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도옥은 은근히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러면 그렇지. 나의 이 백회요혈 수법이 어떠한 수법인데...>

하고 만족해 하는 도옥의 생각처럼 동숙정은 점점 혼미 상태에서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하고

 

도옥이 말하는 대로 모든 것을 새삼스럽다는 듯이 듣고 또 분해 했다.


<그럼 요 하림이, 고 계집년이 나의 사랑을 빼앗았구나, 어째 고년의 눈초리가 이상하다했더니......>


[그뿐인 줄 아오? 지금이라도 당신이 나타나면 당장 부부의 의를 맺으려고 하는 양몽환의

 

심중을 알아 챈 하림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나 알고 있소?]

[어떻게 생각한다는 것이죠?]

[나타나기만 하면 당장 없애버리겠다는 것이오.

 

그래야지 자기가 양몽환을 차지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양몽환 그 놈도 자기가 사랑한다면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지

 

하림이 무서워서 당신 이름을 입 밖에도 못낸단 말이오.]


하자 동숙정은 그제야 정말 모든 과거를 잊었는지

 

눈을 이상하게 반짝이며 헛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양몽환이라는 놈이 어떤 놈인지는 모르지만 내앞에 나타나기만 하면 죽여버릴테야.]


[그렇지, 양몽환도 그렇지만 하림이 먼저 그랬소.]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도옥은 동숙정의 정신착란에 맞장구를 쳤다.


[내가 먼저 죽여 버려야지! 도대체 그 년이 어떻게 생겼죠?]

완전하게 그리고 깨끗하게 과거를 잊은 모양이었다.

[어쨌든 수월산장을 찾아가면 양몽환을 만나게 될 거요.]

[그러니까 양아무개라는 놈이, 아니 그 놈의 이름이 뭐죠?

 

음... 나를 저버린 그 놈부터 죽이고 하림도 죽여야 겠어요.]


도옥은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을 꾹 누르고 동숙정의 거동만 주시했다.

동숙정은 아주 딴판으로 사람이 변해버리고 말았다.

 

하림이 누구이며 양몽환이 누구인지조차 깡그리 잊어버리고

 

그냥 누구를 죽인다고 팔 소매를 걷어붙이며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는 것이었다.


도옥은 모든 일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된다는 것에 회심의 미소를 띄우다

 

기어이 웃음을 터뜨리고 마는 것이었다.


[핫...... 하...... 봐라! 이 도옥의 수법을! 이 도옥을 죽인다고 벼르던 동숙정을

 

나는 양몽환을 죽이도록 만들었다.

 

참으로 귀신이 곡할 재간이로다.]


혼자 큰 소리로 외치며 좋아했다.

증오와 복수의 상대를 손쉽게 양몽환에게로 돌아서게 하는데 성공한 도옥은

 

계획중의 한가지 일을 마치고 그 다음의 계획을 실천으로 옮겨 놓기 시작했다.

 

그것은 곡지혈과 아혈을 짚어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해 놓았던

 

유원을 동숙정과 마찬가지로 백회 요혈을 짚어 망각 상태의 인간으로 만든 다음

 

그의 뇌리에 양몽환이라는 인간을 증오하게끔 만드는 일이었다.


신도 유원을 망각 상태로 만들기는 동숙정을 망각 상태로 만드는 것에 비해 훨씬 쉬웠다.

 

그만금 무공의 진기가 부족한 유원이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사실 그때까지 한쪽 방구석에서 도옥과 동숙정의 정사(情事)를 보고 있던 신도 유원은


<저런 짐승만도 못한 놈!>

하는 소리를 계속 외쳤지만 말이 되어 밖으로 나올리 없었다.


만일 손 발만이라도 움직일 수 있었다면 당장 밟아 죽이고 싶은 분노로 가득 차 있는 유원이었다.


그와같이 분노의 절정에 있는 유원을 망각 상태로 만들어 놓은 도옥은 점잖은 목소리로 유원을 불렀다.


[너 이놈! 지금 보았지? 양몽환이라는 놈이 나약한 여자에게 하는 짓을!]


[당장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오.]


[그럴 것이오! 그럼 수월산장으로 급히 가서 양몽환을 죽이고 오시오!]


[암! 가다 뿐이겠소! 그런 무례한 놈을......]


하다가 좀전에 일어났던 일마저 깡그리 잊어버린 유원은 말 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어느 놈이 뭘 했다고 했죠? 지금까지 줄곧 말했는데......]

[양몽환이란 놈이 당신 여자를 겁탈하고 또 당신도 죽인다고 했소!]

마구 나오는 대로 지껄이는 도옥의 말을 그대로 믿고

 

입을 한 일자로 굳게 다물었던 유원은 주먹을 쥐었다.

[그렇지! 나를 죽인다고 천만에 어림도 없는 소리지! 내가 먼저 가서 죽여야지!]


하면서 뛰어나가려는 것을 다시 붙잡은 도옥은 한번 더 크게 말해 주었다.

[수월산장의 양몽환!]

그러자 유원은 이번에는 잊어버리지 않겠다는 듯이 큰 소리로 복창하며 뛰어나가는 것이었다.


[수월산장 양몽환...... 수월산장 양몽환...... 수월산장 양몽환......]


계속해서 외우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만 같아 수 없이 되풀이 해서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동무령(東茂嶺)에서도 제일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수월산장(水月山莊)은

 

뒤로 나무가 무성한 산을 끼고 앞으로는 맑고 깨끗한 물이 사철 소리 없이 흐르는 아름다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붉은 벽돌 담이 둘러져 있는 대궐같은 집은 멀리서 보아도 그곳이 수월산장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웅장한 집 대문 앞에서 다시 한번 수월산장(水月山莊)이라고 먹글씨로 쓴 현판을 올려다 본 유원은

 

거침없이 대문을 밀어제쳤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수월산장 양몽환! 나와라!]

그러나 대궐같이 큰 집은 조용하기만 했다.

조용하고 인기척이 없는 큰 집은 어느 구석에서도 유원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나타나는 사람은 없었다.

얼마 동안 유원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서 있었다.


<괴이한 일이군! 이렇게 큰 집에 강아지 한 마리도 없다니......?

 

이 놈이 벌써 내가 오리라는 것을 눈치채고 도망을 간 것이 분명하지......>


하면서도 유원은 다시 한번 소리쳐 불렀다.

[아무도 없느냐? 장사부의 유원 어르신네가 왔는데 수월산장 양몽환은 어디에 갔느냐?]

소리치는 순간! 유원의 바로 등 뒤에서 그야말로 굵고 커다란 음성이 위엄있게 들려오는 것이었다.


[여기 있소이다. 유원 어른!]


유원은 깜짝 놀랐다.

 

방 안에서 들려와야 할 목소리가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휙 몸을 돌리며 상대방의 몸차림 부터 내려 훑은 유원은 더 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주먹을 쥐고 달려드는 것이었다.

그러자 양몽환은 순간 어리둥절 했다.

 

그러나 유원의 일격을 여유있게 피하며 잠깐만 참으라는 듯이 손을 들었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노형이 실로 장사부의 신도 유원이란 말씀이시오?]

[그렇다 이놈아! 내가 유원이란 말이다.

 

그건 그렇고 네놈이 수월산장 양몽환이라는 놈이냐?]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로 오셨는지 말씀이나 하십시오.

 

제가 알고 있는 바의 신도 유원은 노형처럼 행동하시지는 않을 것이오.]

[이놈아! 네 놈은 어떻게 나를 안다고 떠드느냐?

 

그래 나를 그렇게 아는 놈이 내? 처자를 아니 이 어르신네 마누라를 내가 보는 앞에서 겁탈을 하다니

 

이놈 오늘이 마지막 인줄이나 알고 유언(遺言)이라도 해 둬라!]


기가 막힌 것은 양몽환이었다.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얼마 동안 유원의 아래 위를 은근히 살피며 바라보던 양몽환은


[유원 대공! 무슨 말씀이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읍니다 그려.

 

노형의 부인을 제가 어떻게 하였다는 것인지......

 

아마도 노형은 어느 누구의 꾀임에 빠진 것 같습니다.]

[뭐 꾀임에 빠졌다구? 미친 소리 마라! 내가 이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데도 뭐 어쩌구......]

[유대공이 친히 보셨다면 저의 얼굴을 기억하실텐데 어찌 처음보는 사람같이 묻는단 말이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또 지금이지. 내가 어떻게 너 같은 놈을 기억해 둔단 말이냐?]


하며 다시 달려들 기세로 주먹에 힘을 불끈 쥐는 바로 그때 도포를 날리며 달려드는 여인이 있었다.

 

동숙정이었다.

 

지금 동숙정도 도옥의 백회 요혈에 찔려 양몽환을 처치하려고 달려오는 길이었다.


[그 양가놈은 나에게 맡기시오.

 

내가 몇년을 찾아 헤매었는데 기어이 오늘에야 바로 만났소.

 

살을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원수놈을 나에게 맡기시오!]


외치며 유원을 가로 막고 양몽환에게 그대로 달려드는 것이었다.


이 너무나 돌변한 사태에 무엇이 단단히 잘못되어 돌아간다고 짐작한 양몽환은

 

우선 동숙정의 공격을 피하고 유원과 동숙정을 침착히 안정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아! 동사매(童師妹)! 이거 몇년만입니까? 그동안 안녕하셨소?]


동숙정의 공격을 피하면서 양몽환은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안부부터 물었다.


그러나 동숙정은 날카로운 눈으로 양몽환을 노려보며 코웃음치는 것이었다.


[흥! 안녕하시냐구? 그래 안녕하시지 않으면 나를 죽이겠느냐!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욕된 삶을 이어오게 한 놈이 누군데 뭐 안녕하시냐구? 여하간 잘 만났다.]


양몽환은 길게 탄식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곤륜파에서 추방되기 전에도 또 그 후에도 동숙정을 위해서 얼마나 애쓰고 노력했는데,

 

그리고 요 몇년 동안 만나보지도 못했는데 원수라니 무슨 일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생각에만 골몰하기에는 동숙정의 공격이 너무나 날카로왔다.

 

정말 몇년 동안 한을 품고 찾아다니지 않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상상도 못할 날카로운 수법으로

 

공격해 오는 데는 양몽환 자신도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오랜만에 만나는 동사매를 그것도 눈꼽만치의 원한도 없는 양몽환으로서는

 

동사매에 대하여 손끝 하나 다치게 할 수는 더욱 없는 일이고 보면 사태는 위기일발(危機一髮),

 

진퇴양난(進退兩難)으로 정말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답답하기만 했다.


그러나 양몽환의 무공으로서 동숙정의 공격쯤 눈 감고도 알아낼 수 있는 일이나

 

양몽환이 손을 움직여 동숙정을 마취시키지 않는 한 동숙정 자신이 스스로 공격을

 

멈추지는 않을 것만 같았다.

 

동숙정의 공격이 더 심해지고 날카로와지면 그때는 할 수 없이 동숙정의 요혈 한 곳을 찔러

 

정신을 잃게 하는 방도밖에 없다고생각하는 바로 그때 일은 다시 급변해지고 말았다.


그것은 갑자기 나타난 동숙정에게 양몽환을 뺏기고 한쪽에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던

 

유원이 더 참고 볼 수만 없었던지


<저건 또 어디서 굴러 왔어! 내가 먼저 해치우려고 했는데 되지 못하게......

 

우선 저 년부터 해치우고 수월산장 양가놈을 단방에 때려 눕혀야지......>


하고는 양몽환을 가로 막고 동숙정과 맞섰다.


[너는 또 어디서 굴러 왔는지는 모르겠다만 내가 처치하려고 먼저 왔는데 앞 뒤도 모르고 펄펄 날뛰니

 

무례한 년이구나!]


주먹을 쥐고 달려드는 것이었다.

 

좌충우돌(左衝右突), 그 앞에서 양몽환은 어이가 없는듯 몇 걸음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강아지 같은 놈이 먼저 죽여줍사하고 애원하는구나,

 

죽기 전에 성명 석자(姓名三字)나 밝혀라.

 

너의 집에 알려서 시체라도 가져 가게 해주마!]

유원도 지지 않았다.

[오냐! 그 말은 내가 하려고 했는데 네가 먼저 하는구나.

 

내 이름은 신도 유원이다.

 

자, 네 이름 석자도 무엇인지 말해봐라!]

수월산장의 조용한 뜰은 삽시간에 먼지가 일고 장풍(掌風)이 온 뜰을 메웠다.

사실 지금 서로 살기를 띄우고 대적하고 있는 동숙정과 유원의 사이는 잠시 동안이었지만

 

악양성의 여인숙에서 몇 가지의 무공을 전수받고 전수해준 사제지간(師弟之間)이오,

 

또 유원으로서는 동숙정이 구명은인(救命恩人)인 것이다.


그러한 사이가 도옥의 악랄한 백회 요혈 수법으로 과거지사를 전부 잊어버리고

 

정말 미친 짓들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었다.


비록 당대의 고수였고 또 동숙정에게 몇 가지의 무공을 전수받았던 유원이었지만

 

현문(玄門)에 숨어서 삼음신니(三音神尼)의 권보를 익힌 동숙정의 무시무시한 공격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용이하게 동숙정의 공격을 피하긴 하면서도 제대로 무공을 발휘하지 못하는 유원은

 

몇번인가의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피해가며 제대로 공격도 못하는 것이었다.


두 팔을 흔들었는가 하면 오른쪽 발이 유원의 면상을 향하여 날으고

 

또 그런가 하면 뒤로 놀아서면서 몰아붙이는 동숙정의 공격은 양몽환이 보아도

 

확실히 예전의 무공에 비할 바가 못되었다.

몇년 동안 정말 무궁무진하게 무공을 쌓은 동숙정이었다.

그에 비해 유원은 말이 아니었다.

 

주로 피하기에만 여념인 유원이 양몽환은 이상하기만 했다.

원래 유원은 장사부뿐 아니라 그 일대에서도 이름을 떨치던 무술인이오.

 

또 재산도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양몽환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거의 갈은 고수급의 무술인이면 그 정도는 상대방을 알고 있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신도 유원은 듣던 바의 유원이 아닌 것만 같았다.

한편, 양몽환같은 대협(大俠)이 동숙정과 유원의 싸움을 어느 누구의 죽음으로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언제까지나 구경할 수만은 없었다.


그것보다 자기의 대협다운 도량으로나

 

양몽환 자신이 지니고 있는 천성으로나 방관만 할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몇 수만 더 계속되면 유원의 생명이 어떻게 될지, 위험천만이었다.

우선 그들의 싸움을 말리고 제 정신이 들게 한 다음 자초지종을 물어야 할 것만 같았다.


동숙정이나 유원이 자기를 찾아온 것은 필시 무슨 곡절이 있어 왔겠지만

 

같은 날 거의 같은 시간에 찾아온 것이라든가,

 

유원과 마찬가지로 동숙정의 눈 빛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이 아무래도 석연치 않았다.

 

틀림없이 어느 고수급의 인물에게 사주(使嗾)되어 정신착란을 일으킨 것이 틀림없다고 간주했다.

 

그렇지 않은 다음에야 동숙정이나 유원에게 그토록 한을 품게까지 무슨 죄를 지을 자기가 아니라는 것이

 

퍼뜩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던 양몽환은 만일을 염려하여 어떠한 공격에도 상처를 받지 않을 만큼?

 

운기(運氣)를 조절한 다음 손을 들어 싸움을 그치게 했다.


[유대공과 동사매는 내 말을 들으시오.

 

도대체 무슨 일로 해서 이 양몽환을 찾아왔으며, 찾아왔으면?

 

용건이나 말씀할 일이지 어찌된 일로 싸움을 하는거요?]

그러자 공격을 가하려던 동숙정이 이번에는 양몽환을 겨냥하고 팔을 휘두르는 것이었다.


[이놈! 너롤 죽이려고 왔는데 무엇이 어쩌고 어째?]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갈수록 일은 어이없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동숙정이 기수를 돌려 양몽환에게로 달려들면 유원이 양몽환을 가로 막고 나서고

 

유원이 달려들면 동숙정이 양몽환을 가로 막고 나서고 그러다?

 

나중에는 누가 누구와 싸우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어 버리기가 그 몇번인지,

 

얼마 만에야 양몽환은 동숙정과 유원이 각각 팔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수법을 쓰고서야

 

싸움은 중단되었다.

[말이나 해 보시오. 도대체 무슨 일들이오?]

그러자 아직도 분을 참지 못하고 가쁜 숨을 내 뿜던 동숙정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나는 그래도 양사제를 사랑했어요.

 

그런데 무슨? 원한이 있다고 나를 못살게 굴고 또 강호에 얼굴도 들고 다니지 못하게 했죠?]

[동사매는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읍니다.

 

여하간 이곳까지 저를 찾아주셨으니 방으로 들어가 자초지종을 들어 봅시다!]


하고 방안으로 들어가기를 권했다.

그러나 양몽환의 말대로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물론?

 

이를 부드득 갈며 양몽환에게로 달려드는 것이었다.

비록 무공이 극치에 이르러 함부로 손을 쓰지 않는 대협 양몽환이었지만

 

아무 영문도 모르고 횡설수설하며 달려드는 동숙정을 언제까지나 피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양몽환은 어떻게 해서든지 동숙정과 유원을 진정시키고 그들의 내막을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하고 즉시 그들의 혈도를 짚어 행동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


그래서 귀원비급에 기록되어 있는 천화산녀(天花散女)의 수법으로 그들의 혈도를 잽싸게 짚었다.

 

지금 양몽환이 행한 수법은 귀원비급에서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수법에 불과하지만

 

미친듯? 날뛰는 사람을 한 시간 가량 재우기에는 적당한 수법이었다.


양몽환은 마취된 동숙정과 유원을 양 팔에 하나씩 끼고 방으로 들어와 바람벽에 기대어 놓듯

 

겨우 앉혀놓았다.

그러면서도 양몽환은 무엇인가 석연치 못한 일에 휘말려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그들이 정상적으로 정신이 돌아와 자초지종을 이야기한다면?

 

그 끝에는 무시무시한 음모가 있을 것만 같아 공연한 분노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이 안정을 얻도록까지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사실 한 시간 정도가 흐르면 대개는 제 정신을 찾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래도 깨어나지 못한다면 조금 단계가 높은 수법을 쓰리라 생각하고 그들을 지켜 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방문 밖에서 인기척이 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양몽환은 문을 열어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하인이 사각으로 된 흰 편지(片紙)를 들고 서 있는 것이었다.

[웬 일이냐?]

[예, 여기 어떤 분이 오셔서 이것을 드리라고 합니다.]

양몽환은 하인이 건네어 주는 편지를 받아들었다.


[음...... 악남(岳南) 땅 등가보(鄧家堡)의 등개우(鄧開宇)라......

 

오랜만인데...... 여하간 이리로 모셔라!]

하인이 물러가고 잠시 후 다시 문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방으로 모셔라!]

그러자 문이 열리며 건장한 체구의 등개우(鄧開宇)가 안으로 성큼 들어서는 것이었다.


양몽환과 등개우는 수년 전에 서로 통성명을 한 사이였다.

 

그래서 양몽환은 일어나 두 손을 마주 잡았다.


[원로(遠路)에 오시느라고 고생이 많았소이다!]

등개우 역시 두 손을 마주 잡고 정중히 예의를 갖춘다.


[양대협께서도 평안 하셨소이까? 좀더 일찍 찾아 뵙는다는 것이...... 그만 늦어졌소이다.]


별로 반가울 것도 없지만 양몽환은 손수 자리를 권하며 등개우를 맞았다.


양몽환이 권하는 대로 자리에 앉던 등개우는 벽에 기대고 자는듯? 쓰러져 있는

 

동숙정과 유원을 번갈아 보고는 눈을 크게 뜬채 그대로 양몽환을 바라본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눈으로 묻는 것이다.


[별로 놀라실 것 없소이다. 천천히 말씀이나 하시죠.]

하며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말하며 웃자

 

등개우는 뜻없이 따라 웃다가 정색을 하는 것이었다.


<과연 대협은 대협이군!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혈도를 짚은 모양인데......

 

그렇다고 저렇게 죽은듯이 쓰러져 있다니...>


벌어진 입을 다물줄을 몰랐다.

 

그러다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는 것이었다.

[혹 싸움이라도......]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말에 양몽환은 여전히 미소를 띄우며 유원과 동숙정을 바라보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것이었다.


[예, 조금 시끄러운 일이 있었소이다. 그런데 등보주(鄧堡主)께서는 저 분을 아시는지요?]


동숙정과 나란히 쓰러져 있는 유원을 가리켰다.


[글쎄요......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데...... 양대협께서는 모르십니까?......]


[장사부에 사는 신도 유원으로 알고 있는데......]


하자 등개우는 알았다는 듯이 무릎을 쳤다.

[맞습니다. 틀림없는 신도 유원이군요.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나도 그것이 의심스럽단 말이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이렇게 두? 분이 찾아와서 이상한? 소리를 하더군요......]


[그것 참...... 저 신도 유원은 얼마 전에 장사부에서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알 수 없는 노릇이군요......]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저 두 분이 모함에 빠진 모양이오.

 

잠시 후 깨어나면 자연히 알게 되겠죠.

 

그건 그렇고 등보주께서는 어떻게 여기까지 먼 길을 오셨읍니까?]

그제야 등개우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자리를 고쳐 앉으며 찾아온 용건을 말하는 것이었다.


[양대협께서도 익히 알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항간에는 이상한 소문이 퍼져 있읍니다.]

[이상한 소문이라니요? 금시 초문인데요.]

[그럼 양대협께서는 모르고 계신 모양이군.]

[전연...... 무슨 일이 벌어졌읍니까?]


눈을 크게 뜨며 묻는 양몽환을 지그시 바라보던 등개우는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얼마전 장사부에 다정선자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이 나타나

 

잠잠하던 무술계를 떠들썩하게 한 일이 있었읍니다.]

[다정선자라?...... 그 여자가 무슨 싸움이라도?]


[아니, 싸움이 아니라 무술인과 묵객들을 초청해서? 일대 호화판인 연회가 벌어졌었죠.

 

그런데 그? 초대연에 갔던 사람들이 한 사람도 빼 놓지 않고 그 이튿날 깨어보니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는 말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일장춘몽은 무엇이고 또 그 다정선자라는 여자는 어떻게 생겼소이까?]


[말씀도 마십시오. 그날 초대연에 갔던 사람들은 물론이려니와 가지 못했던 사람들도......]


[가지 못했던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그 초대연이 얼마나 호화판이었으며?

 

또 그 다정선자라는 여자가? 어떻게나 미인이었던지,

 

아, 글쎄 아침에 잠을 깨어보니 어이없게도 황량한 들판 뿐이더군요.]


[흠...... 그런데 다정선자라는 여자가 무술계에 이름이 있는 사람인가요?]


[예, 바로 그것이 문제입니다.

 

이름은 커녕 어디서 굴러먹던 여자인지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그것이 딱한 일이 아니고 뭡니까?]


[그럼 등보주께서도?]


[예, 그렇죠. 초대장이 왔기에 가긴 갔었읍니다만 아침에 눈을 뜨니

 

글쎄 황막한 들판이지 뭡니까?]

[그토록 정신을 잃었던가요?]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천하일색의 선녀와 산해진미의 진수성찬이며......]

[그렇게 훌륭한 대접을 받았으면 고마울텐데 무슨 이상한 소문이라니 말 뜻을 모르겠군요.]

[그러실줄 알았읍니다. 그런데 양대협께서도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 무술계는?

 

문자 그대로 태평성대 격양가(擊壤歌)를 부르며 풍진 세상을 모르고 지내 왔읍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다정선자라는 여자가 나타나서 무술계뿐 아니라

 

묵객들까지 한 자리에 불러 놓았으니 그것이야말로 잠자던 사자들을 깨워 놓은 일이 아니겠읍니까?

 

그 중에는 원한이 있는 사람, 은혜를 입은 사람, 가지 각색의 사람들이 다 모였으니

 

옛날을 생각해서 원수진 사람들은 그것을 풀어야 하고 은혜를 입은 사람들은 은혜를 갚아야 하고......

 

일대 수라장이 벌어질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인데다가,

 

초대연을 베풀었다면 누구도 빠짐없이 다 참석하도록? 했으면 될 것을


누구는 초대장을 보내고 누구는 안 보내고,

 

그래서 자연히 그 초대연 때문에 무술계가 술렁거리게 되었읍니다.]

[그러면 그 초대연에 참석치 못한 사람들의 불평이 대단하다는 말씀인가요?]


[천만에, 그것이 아니죠. 왜 조용하던 무술계에 초대연이니 뭐니해서 떠들썩하게 만들었느냐 그거죠.]


양몽환은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과연 그 다정선자라는 여인은 누굴까.

 

그건 그렇고 초대연을 베푼 이유는?

그리고 그 때문에 무술계가 어지러워 지다니...... 오늘은 도대체 이상한 일만 벌어지는군......>


하고 생각에 잠긴 양몽환을 흔들어 깨우듯 등개우가 음성을 조금 높혔다.


[오늘 제가 양대협을 찾아온 것은 그 일 때문입니다.

 

저의 가친(家親) 등보주(鄧堡主)께서 이번 일을 심상치 않게 보시고 양대협님을 모셔다

 

의논코자 하셔서 이렇게 찾아왔읍니다.]


양몽환은 다시 눈을 지그시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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