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풍우연귀래

1. 여기는 괄창산(括蒼山)

오늘의 쉼터 2014. 10. 21. 11:15

풍우연귀래(風雨燕歸來) 제1권

 

사령화신(四靈化身)과 도옥(陶玉)

 

 

 

 

1. 여기는 괄창산(括蒼山)


예로부터 비보(秘寶)와 사랑을 찾기 위하여 군웅 호걸들의 창검이 번쩍이고 피흘리며

 

넘나 들기 그 몇년.사나운 독수리도 한 번쯤 눈을 감을......

 

당대고수(當代高手)들의 그러나 지금은 해골이 뒹구는 괄창산.


깎아지른듯 높은 산봉우리 밑에 후미진 골짜기, 지금은 십 이월의 찬 눈이 내린다.


하안 눈송이가 괄창산을 덮어 점점 아래로 아래로 흩날리며

 

지난날의 영고성쇄(榮枯盛 ) 파란만장의 격전장을 망각으로 몰아넣는 듯,

 

길게 뻗어내린 영가강(永嘉江)의 강바람은 차차 눈보라로 변하고 있었다.


흡사 흰 점을 찍어 놓은듯 하늘 가득히 쏟아져 내리는 눈은 사방으로 휘날리고

 

살을 에이는듯한 회오리 바람이 갈가마귀 우짓는 소리처럼 사납게 들려온다.


갈수록 더욱 심해지는 눈보라는 괄창산의 기암기봉(奇岩奇峰) 을 뒤덮어

 

어디가 골짜기며 또 어디가 들인지 조차 분간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이상하게 주위 사방 천지가 백설로 뒤덮힌 중에도 흡사? 작은 바위처럼

 

하나의 검은 점이 아물아물 보이는듯 했다.

그리고 그 까만 점은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듯 했다.

언제까지나 움직일듯 말듯 하던 점은 그것이 눈발 속에서도 단정히? 앉아 있는 사람이라는 것과

 

한 사람이 아닌 네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기에는 얼마 동안의 시간이 흘러서였다.

마치 바위처럼 앉아 있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면 연한 남색(藍色)으로 도포(道布)를 해입은

 

소년들로서 그들은 말없이 황량한 들판에 앉아 있었다.

이윽고 긴 긴 침묵을 깨뜨리고 왼쪽에 앉아 있던 소년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날씨가 어두운데......몇 점이나 되었을까?......]


하고 혼잣소리처럼 말하며 어깨 위에 수북이 쌓인 눈을 털었다.

[글쎄.....이경(二更)은 지났겠지.]

역시 무엇인가 초조한듯 가만히 말하는 오른쪽 소년의 말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거의 되었는데.....]

하면서 사방을 휘둘러 보던 바로 그때였다.

 

맞은편에 눈이 쌓여 산과 바위를 분간할 수조차 없는 곳에서 호령하듯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을성도 없는 놈들......, 무엇이 그렇게 지루한가?]

꾸짖듯 호령치는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며 얼굴을? 돌리는 순간,

 

눈앞이 아찔하여 눈을 감았다? 떴을 때는 품위도 당당한 황의소년(黃衣少年)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었다.


엷은 황색의 도포에는 비단 허리띠가?

 

단정히 매어져 있고 튼튼한 가죽신을? 신은 황의소년의 팔목에는

 

그 눈빛과 어울리게 금환(金環)이 달려 있는 것이었다.

날이 오똑 선 콧날하며 눈썹이 굵은 얼굴에는 어딘지 쉽게 범할 수 없는 위엄과 기풍이 서려 있었다.


미모의 황의소년-.

어디서 본 것 같기도한 소년은 그? 앞에 넋을 잃은듯 서 있는 네명의? 소년들을 찬찬히

 

그리고 날카롭고도 싸늘한 눈초리로 훑어보고는 지그시 다문 입술 사이로 차가운 웃음을 띄우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웃음을 싸악 거두며 입을 여는 것이었다.

[너희중에 청룡(靑龍)이라는 소년이 누군가?]

그러자 네 명의 소년증의 하나가 창백한 얼굴을 들면서 한걸음 나섰다.


그러한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섞여 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바로 제가 청룡입니다.]

하며 두 손을 마주 잡고 고개를 숙였다.

[음......, 네가 바로 청룡이라면 용형팔식(龍形八式)과 등운구장(騰雲九掌)법은 어느 정도로 연마했는가?]


[별로 자랑할 것은 못됩니다만 거의 다 연마했읍니다.]

하는 대답에 황의소년은 응당 그래야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나머지 소년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백호(白虎)는?]


역시 싸늘하게 묻는 황의소년의 말에 둘째번의 소년이 한 걸음나서면서 고개를 숙였다.


[백호는 여기 있읍니다.]

[너는 노호칠번(怒虎七飜)과 파산십권(破山十拳)의 권법(拳法)을 배웠다고 들었는데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가 ?]


[예, 완벽에 가깝다고 장담합니다.]

[그래 ? 완벽하다구? 핫하......]

비웃는듯 아니면 어이없다는 듯이 눈을 둥그렇게 뜨며 파안대소(破顔大笑)하고는

 

웃음을 거두며 말을 이었다.

[좋아, 어디 한번 시험해 볼 때가 있겠지, 다음 주작(朱雀)은?]

차례차례로 네 명의 소년을 호명하는 황의소년의 태도는?

 

어디 한군데도 빈틈없는 세련된 행동이며 날카로움이 있었다.

[주작이 나섰읍니다. ]


[음, 주작?]

주작이라고 나타난 소년을 아래 위로 찬찬히 훑어본 다음, 다시 물었다.

[경천오검(警天五劍)의 검술은?]


[예, 익혀 배우고 능숙해졌읍니다.]

하면서도 좀전의 소년처럼 비웃음을 살까 해서인지 가만히 황의소년의 눈치를 본다.

[물론 익혔겠지, 기억해 두마.]

하는 황의소년의 말은 정녕 비웃음은 아니었다.?

 

주작은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황의소년은 한 걸음 앞에 선 세 명의 소년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가

 

그 뒤에 혼자 서 있는 소년에게로 옮겼다.

[그럼 네가 현무(玄武))인가?]

현무라고 호명 받은 소년은 앞서 세 명의 소년과는 달리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황의소년을 마주 쏘아보는 것이었다.

[저 하나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디 달리 현무가 있겠읍니까?]

[핫하...... 옳은 말이야, 과연 명석하군 !]

[명석하다는 것도 그렇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이 천지에 현무는 저 하나밖에 없읍니다.]

패기에 넘치고 모든 일에 굴함이 없는 늠름한 자세로 대답하는 현무에게서

 

황의소년은 쓸만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먼저 세 명의 소년에게 물은것 처럼 냉정한 태도로 물었다.


[너는 너희들 중에서 제일 날렵하다고 들었는데 경신술(輕身術)과 암기(暗器)는 어느 정도의 실력인가?]


[경신술로 말하면 하루에 천리 길이요, 암기는 일시에 여덟가지를 쓸 수 있읍니다.]

[일시에 여덟가지라? 믿어지지 않는데.....]

[믿어지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보여 드리겠읍니다.]

하며 금방 암기를 쓸 자세를 취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황의소년은 천천히 손을 들어 현무의 행동을 제지하고는 빙긋이 웃는 것이었다.


[서두르지 마라 ! 네 암기 역시 기억해 두마!]

무엇인가 깊은 생각에 잠기는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며 황의소년은

 

네 명의 소년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잘 들어라 ! 이제 이? 시각부터 너희들을 사령(四靈)으로 부르겠다.

 

지금까지? 너희들의 성분이나 직위, 또 성명 여하를 막론하고 말이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연마한 검법이나 장법 실력이 초인적인 특기라고 믿고 있는?

 

자기들이 어째 한번 대항할 생각도 못하고 귀신에 홀린 것처럼 묻는대로 대답하고

 

영락없이 꼭두각시처럼 되었는지,

 

네 명의 소년은 궁금하고 괴이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중에서도 청룡이 더 궁금하다는 듯이

<도대체 이 황의소년은 누구이기에 우리를 사령으로 부르겠다고 큰 소리를 치는 것일까,

 

필시 하는 행동으로 보아 우리들보다 무예가 월등하고 훌륭한 천하 고수를

 

스승으로 모신 사람이 분명하다...>

속으로 생각하면서 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여보슈 ! 노형 ! 도대체 당신은 누구인데 우리들의 이름을 알며 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오?]

그러자 황의소년의 시커먼 눈썹이 꼬리가 처지며 위로 오르는듯 하더니

 

태도를 바꾸며 산이 쩌렁쩌렁 하도록 너털웃음을 웃는 것이었다.

[핫하......누구냐구?......궁금하겠지!]

[그렇소. 우리는 아직 노형을 만나 본 일도 없는데......

 

혹시 노형의 스승이 우리들의 스승님이 아닌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우리들의 이름을 알며 무예까지 안단 말이오?]

[스승님이라구?? 도대체 너희들의 스승은 누구며 어디 있느냐 ?]

[우리들의 스승님은 바로 저 앞에 보이는 골짜기 암자에 계시오.]

[그러면 스승한테 가서 무술을 연마할 일이지 어째 여기 남아 있느냐?]


[노형이 그것까지 참견할 필요는 없지 않소.

 

하지만 굳이 알고 싶다면 말해주지요.

 

오늘이 바로 우리 스승님의 정신 연마가 끝나 는 날이오.

 

그래서 우리들이 영접하러 나온 것이오.]

[흠 ! 영접도 좋다만 한가지 묻겠는데 너희들은 무술을 가르쳐준 스승을 본 일이 있느냐?]

[아직 본 일은 없지만 본 것이나 다름없소. 우리는 정신이 통일되어 있기 때문에......]


[이 어리석은 놈들, 제 아무리 정신이 통한다 한들 어찌 한번도 보지 못한 스승의 얼굴을 안단 말이냐?]

힐난하듯 묻는 황의소년의 말에 분통이 터진 것은 주작이었다.

[노형의 얼굴은 꽤 준수하게 생겼는데 어째 말은 그렇게 무례하오!]


[이놈들 ! 잘 듣거라. 내가 바로 너희 스승이다 !]

[뭐 ! 뭐 뭐라구? 당신이 우리들 스승이라구?

 

내참,? 젖비린내가 물씬거리는 어린 놈이 듣자하니 못하는 소리가 없군.

 

얼굴도 붉히지 않고 그런 무례한 거짓말을 하다니,

 

도대체 어떤 놈인지 신분이나? 썩 밝혀라.

 

우리들이 요절을 내기 전에......]


그러나 황의소년은 아무 표정없이 실날같은 미소를 띄우며 가늘게 뜨는 것이었다.

 

눈을 가늘게 뜨는 것이었다.

[그놈들 귀엽군 ! 가르쳐준 보람이 있는 걸......]

[핫하......]

주작은 기가 막혔다.

 

안하무인도 유만부득이지, 세상에 이런 무례함이 있을까 싶도록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호탕하게 웃어제치는 황의소년의 태도에 무술이 보통이 아니면?

 

그렇게 할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약간 그의 실력을 경계하면서 손을 저으며 주춤주춤 한 걸음 나섰다.


[멀쩡한 사람이 웃음이 헤프면 못쓰는 법이오!

 

우리들은 지금 스승님을 영접하러? 나온 길이지

 

노형같은 사람과 쓸데없는 입씨름이나 하자고 나온 것은 아니오. 어서 물러가시오!]


그러자 황의소년은 고개를 몇번 가로 저으며

<영, 통하지 않는군>

하면서 음성을 더 위엄있게 꾸며서 말하는 것이었다.

[믿지 않는군 ! 내가 바로 너희들의 스승이라는 것을 !]


하는 말에 성질이 조금 급한 주작이 더 못 참겠다는듯이 주먹을 휘두르려는 것을

 

청룡이 만류하며 가로 막았다.

[스승, 스승하니 당신같이 비린내 나는 스승도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들의 스승은 아니오.

 

그래도 못? 믿겠다면 내 이야기를 들어보시오.]


[그래 ! 들어주지.]

[우리 스승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들이 비록 보지? 못하는 저 절벽 속에 은거해 계시지만

 

천하 제일의 무술로나 비범한 가르침으로나 무엇으로 보더라도 노형처럼 나이가 젊은 사람은 아니오.

 

노형도? 눈을 감고 잘 생각해 보시오.

 

나이 젊은 사람이 어찌 그토록 놀라운 무공을 터득할 수 있단 말이오. 안그렇소?]

[그래서 내가 너희들의 스승이 아니라는 말이냐?]

[물론 아니구 말구. 나이가 기껏 많아봐야 우리들 보다 몇년 위일 뿐인데......]


하며 청룡은 말꼬리를 흐렸다.


공연한 입씨름으로 허황된 시간울 보내는 것보다

 

황의소년이 어서 이 자리를 떠나주었으면 하는 생각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대로 황의소년은 고분고분 말을 들어주지 않는 것은 물론

 

그들의 말꼬리를 잡고 시비를 걸 것만 같았다.

[나이가 젊다고 무공이 낮으란 법이 어디? 있으며,

 

그리고 무공이 높은 사람은 나이가? 많아야 된다는 법은 또 어디에 있는가!]

[여보슈? 노형, 꽤 답답하군요.

 

노형처럼 애숭이가 우리들의 스승이라니.....

 

어디? 스승이 될만한 무공을 지니고 있는지 그것부터 알아봅시다.]

믿어지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네 명의 소년이 일시에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말하자

 

황의소년은 이제야 때가 왔군 ! 하면서 어깨를 쫙 펴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무술로서 증거를 보이라는 말이군.]

하고 네 명의 소년을 건성으로 바라보던 황의소년은 한가지의 묘안을 제시했다.

[그럼,이렇게 하자. 사대일(四對一)도 좋겠지만 너희들 네 명의 무술이 강하다? 하니

 

우선 한놈 한놈 덤벼봐라. 그러면 너희 스승의 실력을 믿을 수 있으리라......]

[그렇게 하는 것이 원이라면 얼마든지 대적하겠소만 누구나 생명은 한번 뿐이요,

 

명심하시고 생명이 아깝거든 뒤 돌아보지 말고 도망이나 치시오 !]

하면서 청룡은 오른 손을 번쩍 들어 황의소년의 가슴을 겨누고 질풍같이

 

강한 장풍을 밀어붙이는 것이었다.

그러자 황의소년은 그 자리에 우뚝 선채 청룡의 강한 장풍을 되돌려 보내고

 

거기다가 더욱 강한 장풍을 얹어 창용에게 씌워버리고 말았다.

지금 황의소년이 밀어붙인 장풍은 원래 파산십권(破山十拳) 가운데

 

하나의 절기로서 청룡의? 장풍뿐 아니라


어느 누구의 장풍도 가볍게 물리칠? 수 있음은 물론 그것을 역이용하면?

 

몇배의 돌풍으로 돌변시키고 마는 수법이었다.

순간, 청룡은 가슴이 서늘했다.

 

고명한 스승에게서 전수받은 절기중의 한 수법을 황의소년이 터득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그것울 역이용하는 수법에는 더욱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옆에서 다음 순번을 기다리고 있던 백호가 느닷없이 나서며 차가운 냉소를 터뜨렸다.

[어디서 배운 절기인지는 모르지만 좀 알기는 아는 모양이구나!]

하면서 번개같은 날쌘 동작으로 오른 손을? 휘둘러 황의소년의 팔굽을 겨냥하고 장풍을 날렸다.

 

이것 역시 스승에게서 전수받은 등운구장(騰雲九掌) 중의 한 절기로서 그 매서움은

 

파산십권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너무나 놀라운 일이 하나하나 펼쳐지는 데는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남의소년들이 공격하는 절기보다 조금 높은 수법으로 가볍게 물리쳐버리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황의소년의 절기로서는 한번의 장풍에 몇 사람씩? 뒤로 날려보낼 수 있는 실력이었지만?

 

조금도 해치려는 기색이 없이 가볍게 물리치기만 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역시 옆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주작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것은 황의소년의 절기가 자기들이 발휘하고 있는 절기와 똑같은 파산십권과 등운구장이기 때문이었다.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황의소년의 비범한 수법을 바라보고 있던 주작은

<모를 일이야, 모를 일이야.......>

혼자 생각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주춤 물러섰던 네 명의 소년이 황의소년과 얼마간의 간격을 두고 다음 사태를 노리고 있는

 

그 순간,

 

산 계곡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크고 우렁찬 소리가 눈오는 산골을 메아리처럼 뻗쳐나가는 것이었다.

[네 이놈들 ! 꼼짝말고 있거라! 눈이 있어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눈을 당장 뽑아버릴테다.

 

스승을 몰라보는 눈을 말이다!]


하는 소리와 함께 회오리 바람이 이는듯 눈보라를 몰며달려오는? 거인(巨人)이 있었다.

 

그리고 잠시후 일장 밖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다.

 

흠칫 놀란 네 명의 소년이 그 노인의 정체를 알고?

 

눈바닥에 꿇어 엎드리기까지는 얼마동안의 시간이 흘렀다.

그 노인은 지금 눈 위에 꿇어 앉은 네 명의 소년들을 이 계곡까지 데려다 준

 

왕한상(王寒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왕 노선배님 ! 이 어찌된 영문이옵니까?

 

진정 저희들이 스승님을 몰라뵈었다면 당장 벌을 주소서......]

네 명의 소년은 다시 한번 엎드린채 머리를 조아려,왕한상에게 죄를 빌었다.

[무례하고도 기막힌 놈들이구나.

 

스승을 몰라보고 대적하는 놈들이 천하에 어디 있느냐?

 

어서 스승님께 사죄드리지 못하고 무얼 꾸물거리느냐?]


하는 추상같은 호령에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는? 네 명의 소년은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황의소년을 향하여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조아렸다.

[죽어도 마땅한 죄를 지었읍니다. 스승님!]

그제야 황의소년은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웃어 제치고는 위엄있게 말하는 것이었다,


[모르고 지은 죄는 죄가 아니다. 어서 일어들 나거라!]

과연 스승다운 위엄있는 목소리로 네 명의 소년들을 일어나게 하고는 천천히 왕한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때,

 

왕한상은 황의소년의 시선이 자기에게로 돌려짐을 느끼고는 두 손을 합장하고 공손히 읍했다.

[준비는 다 되었읍니다.]

[음...... 수고하셨소.]

만족한 듯 다시 네 명의 남의소년들에게로 향했다.

[고개를 들고 나를 보아라 !]

명령조로 말하는 황의소년의 말에 네 명의 소년은 일시에 고개를 들고 황의소년을 응시한다.

[놀랄 것은 없다.

 

내가 너희들의 스승이라는 것은 차차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물어볼 말이 있다.]

잠시 말을 끊고 네 명의 소년을 차례차례로 훑어본 다음 끝으로 왕한상을 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너희들이 보는 바와 같이 생김새나 나이나 모든 것을 보더라도 나와 너희가 다른 점이 없는 것 같다.

 

그렇지 않은가?]

[예, 비슷합니다.]


[그런데 너희들과 다른 점이 꼭 한가지가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겠는가?]

외모로서는 별로 유별나게 자기들과 다른 점이 없는 것 같았다.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 제자들은 우둔합니다.]

하는데 황의소년은 네 명의 소년이 서 있는 주위를 천천히 한바퀴도는 것이었다.


[............절름발이 ?]


틀림없는 절름발이였다.

 

왼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자아, 이제는 알겠지 ? 말해봐라 !]

그러나 스승님이 다리를 전다고 해서 어찌 곧이 곧대로 대답할 수 있겠는가.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대답하기를 주저하자 황의소년의 굵직한 음성이 다시 터졌다.

[내 비록 너희들의 스승이지만 대답을 바른대로 하는 것이 옳은 법이다. 어서 말해봐라 !]

그제야 주작이 공손히 머리를 숙이며 대답한다.

[황공하오나 스승님께옵서는 왼편 다리를 조금 저는것 같습니다.]

[바로 그것이다. 나는 왼쪽 무릎뼈를 다쳐서 이렇게 절름발이가 되었다. 그런데 한가지!]

[?..................]

[스승으로서 처음으로 제자들에게 명령하겠다.]

[무슨 명령이든지 제자들은 기꺼이 행하겠나이다.]

[음......]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이는 황의소년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와? 차가운 미소가

 

눈썹 끝으로 살짝 지나갔다는 것을 눈여겨 본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표독스러운 웃음 그것이었다.

어떠한 요구인지,

 

그것은 지금의 웃음으로 보아 잔인할 것만 같았다.

이윽고 명령이 떨어졌다.

[나는 오래 전부터 뜻하는 바가 있어 칠전팔기(七顚八起) 온갖 고초를? 겪어오면서

 

오늘날같이 다리가 병신이 되도록 한가지 일만을 달성하기 위하여 분투 노력해 왔다.

 

그래서 나는 너희들을 제자로 삼고 무술의 최고 절기인 모든 수법을 가르쳐 왔다.

 

그러나 너회들이? 보는대로 나는 병신이다.

 

그렇지만 병신이라고 해서 너회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면 크게 후회하게 된다.

 

그럼 꼭 명심하고 내 말을 들으라. 내가 다리를 저는 것과 같이 너희들 왼쪽 무릎뼈를 꺾어

 

나와 똑같은 절름발이로 만들겠다.

 

그러면 나와 똑같은 사람이 이 천하에는 다섯명이 되는 것이나.

 

그렇게만 된다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는 말을 아무 거리낌 었이 내뱉는 것이었다.

순간, 네 명의 소년들은 머리 골이 쭈뼛하고 소름이 오싹? 끼치는 것도 잠시,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며 백지장처럼 얼굴은 사색이 되고 말았다.

[옛 ? 다리를?]

[그렇다. 제 2, 제 3, 제 4, 제 5의 나를 만들기 위해서다. 명령이다.]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네 명의 소년들이 어찌할줄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순간,

 

황의소년의 오른 손과 왼 손이 번쩍 들렸다고 했을 때는 이미 네 명의 소년은 눈 바닥에 뒹굴고


[어이쿠 !]

비명 소리가 그것도 꼭 네번 났을 뿐이다.

네 명이 한결같이 왼쪽 무릎뼈를 움켜쥐고 아픔을 못이겨 엎어진 채 뒹굴뒹굴 구를 뿐

 

신음소리 하나 내지않는 그들 위로 펑펑눈이 쏟아질 뿐이었다.

그러나 네 명의 소년도 황의소년의 무술을 전수받은 제자인 만큼?

 

뜨거운 땀을 연방 흘리면서도 저마다 기력을 운행 조절하여 아픔을 참고 있는 것이 역력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사태는 황의소년보나 더 빠르고 날렵한 무공을 지닌 고수라도 막지 못했을 만큼 민첩했다.

잔인하다 못해 절로 몸이 부르르 떨리는 처참한 광경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때, 황의소년은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할 수없는 일이라는듯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는

 

치료법을 가르쳐주었다.

[4년 동안이나 나에게서, 전수받은 심법(心法)은 어디에 쓰려고 신음만 하느냐?

 

속히 기력을 운행 조절하고 심법으로 기력을 회복하여 상처를 고치도록 하라!]


황의소년의 말대로 눈 위에 단정히 앉아 심법을 운행하여 상처를 고치고 있는 네 명의 소년은

 

자기를 병신으로 만든 스승을 원망함도 증오함도 없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 한편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이었다.

 

얼마 동안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픔도 거의 가실만한 시간이 되자 주작이 앉은채 머리를 조아렸다.

[스승님 ! 저희 네 명의 제자들은 스승님께서 하라는 대로 무슨 일이든지 하겠읍니다만,

 

4년 동안을 스승님 밑에서 무술을 연마했어도 아직 스승님의 고명(高名)을 듣지 못하여 그것이 한입니다.]


하고 황의소년외 대답을 기다린다.

[아! 그랬던가? 미처 생각지 못했군. 이제는 이름을 밝혀도 되겠지.]

하고는 그때 까지 두 손을? 마주 잡고 한쪽에 서 있는 왕한상을 흘깃 보고는 말을 이었다.


[내 성(姓)은 도(陶)씨요, 이름은 옥(玉), 그리고 흔히들 금환이랑(金環二郞)이라고도 부른다.]


그렇다면 황의소년의 이름은 금환이랑 도옥(金環二郞 陶玉)이라는 것이다.


그 이름과 별호대로 금환처럼 단단하고 의지가 강한 인상을 처음 대할 때부터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기골이며 준수한 얼굴은 가히 뭇 사람의 눈을 끌게끔 잘 생긴 황의소년 도옥임을 알 수 있었다.


이윽고 도옥이라고 자기 이름을 밝힌 황의소년은 황한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분부하는 것이었다.

[당신은 여기 네 명의 내 제자를 악양(岳陽)으로 데리고? 가서 상처를 치료하도록 하오.

 

그러면 오늘부터 3개월 후에 명령을 내리겠소. 명심하고 기다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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