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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23장 파격 [6]

오늘의 쉼터 2014. 10. 15. 00:23

<243> 23장 파격 [6]

 

 

(481) 23장 파격 <11>

 

 

 

 

 

 

 

 

 

“원하신다면 여기 있겠습니다.”

전영주가 말하자 서동수는 빙그레 웃었다.

 

눈이 초승달처럼 굽혀졌고 이가 드러나면서 소리 없는 웃음이 일어났다.

“그래. 여기 앉아.”

서동수가 소파 옆자리를 눈으로 가리켰다.

신발도 슬리퍼로 갈아신고 편하게.”

전영주가 슬리퍼로 갈아신고 옆자리에 앉았을 때 서동수는 따라놓은 술잔을 건네주었다.

“자, 받아. 한 모금에 삼켜.”

“감사합니다.”

“몇 잔 마시면 긴장이 풀릴 거야.”

“네, 장관님.”

전영주가 술잔을 입에 붙이더니 머리를 젖히면서 한 모금에 삼켰다.

“옳지, 잘 마시는군.”

서동수가 다시 웃었다.

“알코올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있지.

 

또 적당한 알코올 기운은 성욕을 촉진시켜 주더구만.”

전영주의 빈잔에 술을 따르면서 서동수가 물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또는 내키지 않는 사람과 섹스를 해본 적 있어?”

“네, 있습니다.”

바로 대답한 전영주가 다시 술잔을 들고는 서동수를 보았다.

 

불빛에 반사된 눈동자가 반짝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경우가 안 될 것 같습니다.”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군.”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지시를 받았더라도 제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장관님.”

“이유가 뭔데?”

어느덧 정색한 서동수가 묻자 전영주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붉은 혀끝이 뱀처럼 날름거리면서 위아래 입술을 훑고 들어갔다.

“저도 성적 충동을 느꼈기 때문이죠.

 

장관님이 보실 때마다 전 몸이 뜨거워졌고 다리가 비틀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대담하군, 표현이.”

“저는 이혼녀입니다. 성의 쾌락에 대해서도 아는 몸이죠.”

서동수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대담하기보다 솔직한 성품 같다.

 

그리고 매력적이다.

 

머리를 든 전영주가 서동수의 시선을 받았다.

 

눈 주위가 붉게 상기되어 있다.

 

한 모금에 술을 삼킨 전영주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원인이 있죠.”

“말해봐.”

“장관님이 쥐고 계신 권력과 금력입니다.”

그 순간 서동수가 다시 빙그레 웃었다.

 

그렇다. 그것이 없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다.

 

다른 이유는 잔가지에 불과하다.

“꿈을 말해봐.”

서동수가 잔에 술을 따르면서 말했다.

“내 꿈은 통일 한국의 기반을 만들고 기업가로 돌아가는 거야.

 

한국인으로 그만한 성취를 이룬다면 인생을 산 보람이 있겠지.”

“저는.”

술잔을 든 전영주의 눈동자에 초점이 흐려졌다.

“부자가 되고 싶어요.”

“옳지.”

“대저택에서 하인들을 거느리고 사는 꿈을 꾸어요.”

“혼자 말이지?”

“네, 장관님.”

서동수가 다시 술을 삼키고는 더운 숨을 길게 내품었다.

 

“내가 그 저택에 가끔 들러야겠지?”

“네, 장관님.”

전영주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던 서동수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됐다. 그러자. 그런데 오늘은 그냥 돌아가.”

 

 

 

(481) 23장 파격 <11>

 

 

 

 

 

 

 

 

호색한이라고 절제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여자관계가 화려했던 서동수였지만 가릴 때는 가렸다.

 

직장 생활을 할 때도 같은 회사 여직원과는 관계를 삼갔던 서동수다.

 

다음 날 오전,

 

칭다오의 동성 본사에 도착한 서동수가 유병선과 회의를 끝내고 나서 말했다.

“그럼 지금 출발해.”

“알겠습니다.”

긴장한 유병선이 서류를 챙겨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병선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북한 측 제의서를 들고가는 것이다.

 

이미 서동수로부터 연락을 받은 한국정부 측은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유병선이 방을 나갔을 때 비서 민혜영이 들어섰다.

 

민혜영을 본 서동수의 얼굴에 저절로 웃음이 떠올랐다.

“회장님, 출발하시기 전에 결재하실 서류입니다.”

민혜영이 결재 파일을 서동수 앞에 내려놓더니 비스듬한 각도로 비껴 섰다.

 

정면을 가로막지 않는 것이다.

 

‘동성’은 모두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져 있지만 결재할 것은 있다.

 

사인을 한 서동수가 파일을 건네주면서 민혜영에게 물었다.

“신의주의 진윤화 사장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한국 여론이 바뀌었다면서?”

이미 유병선은 물론이고 박세중한테서도 이야기를 들었지만 서동수는 민혜영의 말을 듣고 싶어졌다.

“네, 회장님.”

민혜영이 눈을 크게 뜨자 맑은 흰 창이 드러났다.

 

날씬한 몸매지만 어깨허리, 엉덩이의 곡선을 볼 때마다

 

숨이 들이켜질 정도로 감동을 받는 서동수다.

 

이지적인 얼굴이어서 더욱 짓밟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민혜영의 시선과 마주쳤을 때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민혜영뿐인가? 중국계 비서 임청도 있다.

 

비서실 순환근무 방침에 의해서 임청은 지금 서울에 가 있지만 그쪽도 마찬가지다.

 

민혜영과 임청을 두고 그동안 절제력을 단련시켜 왔던 서동수다.

“거기 앉아서 말해봐.”

서동수가 앞쪽 자리를 눈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민혜영 씨의 감상평까지.”

“네, 회장님.”

앞쪽 소파에 무릎을 모으고 앉은 민혜영이 말을 이었다.

“지금은 사건을 터뜨렸던 KBC에 대해 엄청난 성토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알지도 못하고 장관님을 모함했다는 것입니다.”

서동수는 쓴웃음만 지었고 민혜영이 말을 이었다.

“지난번 신의주에서 일어난 사형 사건도 이번 일에 묻혀 버렸습니다.

 

장관님을 비판했던 단체들도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

“전화위복이죠.

 

장관님께선 궁지에 몰리셨을 때마다 정면대결로 전세를 역전시킨다고 평이 났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신의주인권회복운동에 가담했던 40여 명의 현역 의원 중 벌써 20여 명이 탈퇴했다.

 

언론에서는 3, 4일 안에 모두 탈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과연 역전이다.

 

전화위복인 것이다.

 

그때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민혜영 씨 생각은?”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민혜영이 심호흡을 했다.

 

민혜영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분, 사랑하셨어요?”

서동수가 숨을 죽였고 민혜영이 차분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전 그것이 궁금했어요.

 

세 번 만났을 뿐인데,

 

더구나 손도 못 잡고 차였다는데 그것이 짝사랑이라고 해도 그렇죠.”

입맛을 다신 서동수는 외면했다.

 

영리한 민혜영은 서동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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