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 23장 파격 [5]
(479) 23장 파격 <9>
그날 밤도 초대소에서 잤다.
정상회담 관계로 서동수가 실무자들과 협의를 했기 때문이다.
2박째가 되어서 초대소 분위기도 익숙해졌다.
TV를 켜면 한국 방송이 종편까지 다 뜨는데 서동수의 평양 방문은 보도되지 않았다.
밤 11시 반, 방에서 TV를 켜놓고 얼음을 넣은 스카치를 홀짝이고 있던 서동수가 노크소리를 듣는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든 서동수가 문 쪽을 보았다.
서동수의 침실은 2층이다.
수행원 숙소는 아래층에 있다. 수행원들이 용건이 있으면 인터폰을 이용하면 된다.
이 시간에 누가 노크를 한단 말인가?
문득 미인계가 떠올랐다.
전에 북한 측이 미인계를 사용한다는 소문이 떠돌았었다.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으므로 서동수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누구요?”
문으로 다가가면서 물었지만 대답이 없다.
서동수는 문을 열고 나서 숨을 내뿜었다.
전영주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응, 무슨 일이야?”
밤 11시 반이 넘었다.
인터폰도 사용하지 않고 왜 올라왔단 말인가?
순간이었지만 서동수의 머릿속에 생각들이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혹시? 그때 전영주가 말했다.
“초대소 지배인의 전갈입니다. 장관님.”
“뭔데?”
똑바로 시선을 주었더니 전영주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
둘은 반쯤 열린 문앞에 마주 보고 서 있다.
“저기, 여성동무를 방에 보내도 되겠느냐고 여쭤보라고 합니다.”
“아니, 고맙지만 사양하겠다고 전해.”
“네, 장관님.”
몸을 돌리려는 전영주에게 서동수가 물었다.
“이것은 지배인 혼자 생각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전영주 씨가 지배인을 데리고 오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네, 장관님”
당황한 전영주의 목소리가 떨렸고, 서동수는 문을 닫았다.
기분이 나빠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제의를 받고 가슴이 뛰었다.
전영주가 지배인 박 선생과 함께 들어선 것은 5분쯤 후였으니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박 선생은 밤이 깊었는데도 말쑥한 정장 차림에 넥타이도 목 밑까지 힘껏 올렸다.
허리를 기역자로 꺾어 절을 한 박 선생이 서동수를 보았다.
“장관동지, 부르셨습니까?”
“들어오시오.”
서동수가 문 옆쪽으로 비켜서며 말했다.
“전영주 씨도 들어와.”
방안으로 들어선 둘을 소파에 앉도록 권한 서동수가 앞쪽에 앉았다.
박 선생은 40대쯤으로 흰 얼굴에 이목구비가 단정한 미남이었다.
서동수가 박 선생에게 물었다.
“내가 여자 좋아한다는 소문이 다 퍼진 모양이지요?”
박 선생이 몸을 굳혔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여자 몇 명이 준비되었습니까?”
“예?”
의도를 알려는 듯 잠깐 서동수를 응시하던 박 선생이 곧 대답했다.
“셋입니다. 장관동지.”
“이건 지배인의 혼자 생각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럼 내일 지도자동지께 보고하면 혼나겠군요. 그렇죠?”
이제 박 선생의 얼굴은 시퍼렇게 굳혀져 있다.
눈동자가 어지럽게 흔들렸고 굳게 다문 입술 끝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부릅뜬 눈에서는 금방 눈물이 떨어질 것 같다.
그때 서동수의 시선이 옆에 앉은 전영주에게로 옮겨졌다.
(480) 23장 파격 <10>
“전영주 씨는 어떻게 생각하나?”
전영주와 서동수의 시선이 부딪쳤다.
그렇다.
문을 열고 전영주를 보았을 때의 감정을 순서대로 표현한다면 안도감, 기대감, 실망감이었다.
기대감과 실망감 사이에 전영주로부터 지배인의 제의를 들었다.
전영주가 아무 말 없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삭막하게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때 전영주가 말했다.
“지배인의 독단이었다면 순수한 호의였을 것입니다.
정황으로 봐도 악의인 것 같지가 않습니다. 장관님.”
전영주의 목소리는 맑고 울림이 있다.
여자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성적 충동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탄성이나 신음을 연상시키는 목소리, 전영주가 그렇다.
“지도자 동지께 말씀드리면 선의로 한 행동이었어도 벌을 받게 되겠지요.
장관께서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性)접대는 최소한 쌍방의 합의하에 진행시켜야 되는 거야,
그것도 조심스럽지만 말야.
무조건 방에다 접대하자고 넣는 것은 넣어진 대상뿐만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입장도 무시하는 거야.”
서동수가 차분하게 말했다.
거칠게 말한다면 ‘돼지한테 먹이 던져주는 거냐?’ 했을 것이다.
그때 지배인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다시 머리를 깊게 숙였다.
“제 불찰입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호의만은 고맙게 생각해요,
마침 어제 한국 언론에서 내가 여자를 너무 밝힌다고 떠들어댔으니 당연하지요.”
“아닙니다.”
당황한 지배인이 손까지 저었을 때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오늘 밤 일은 잊읍시다.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기기로 하지요.”
“감사합니다.”
허리를 꺾어 절을 한 지배인이 몸을 돌렸으므로 전영주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 서동수가 말했다.
“전영주 씨는 기다려.”
지배인이 방을 나가고 문이 닫쳤을 때 서동수가 아직도 서있는 전영주를 보았다.
시선이 닿은 순간 전영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서동수가 물었다.
“지배인이 직접 나한테 찾아와 묻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웠을 거야,
그렇게 생각지 않나?”
전영주는 시선을 내리지 않았다.
눈동자도 흔들리지 않는다. 차분해진 표정으로 서동수만 보았다.
서동수가 다시 물었다.
“내가 복잡하게 생각한 건가?”
“그러신 것 같습니다.”
전영주가 억양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수행비서인 데다 북조선 출신이니까 자연스럽게 전달했을 것입니다.”
“나한테 오면서 특별 지시는 받지 않았나? 오늘 밤 같은 경우 말이야.”
“받았습니다.”
“말해 주겠나?”
“받아들이라고 했습니다.”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가 길게 내품었다.
누구의 지시였느냐고 물을 필요는 없다.
국가와 지도자에게 충성하는 애국자일 것이었다.
소파에 등을 붙인 서동수가 외면했다가 다시 머리를 들었다.
시선을 내렸던 전영주도 서동수를 보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네 생각은 어떠냐’고 묻는다면 고문하는 것이나 같다.
그것이 좋건 싫건 간에 상처가 될 것이다.
확실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렇게 물었지만 말하다 보니 스스로의 본심이 드러났다.
전영주를 안고 싶었던 것이다.
처음 본 순간부터 성적 매력에 끌렸다.
이혼녀로 성 경험이 풍부한 몸일 테니 과즙이 줄줄 흐르는 복숭아 같지 않을까?
아니면 겉은 시고 안은 다디단 자두, 그때 전영주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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