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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 연개소문 16

오늘의 쉼터 2014. 10. 18. 00:09

제23장 연개소문 16

 

 

 

개소문과 유자가 팽가를 찾아갔을 때는 신통 대사의 명성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적어도 갈석산 일대에서만큼은 황제보다 더 귀하신 몸으로 존경과 우러름을 받을 때였다.  

현령도 신통사에 오면 신통 대사 발 아래 엎드려 삼배를 하고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판인데,

난데없는 젊은이 두 사람이 나타나 팽지만을 찾으니 시자가 건방지게 보고,

 

“팽지만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하나 우리 큰스님 속성이 팽씨인 것은 사실이니

만일 큰스님을 뵈러 왔거든 저기 줄을 서서 표를 받고 낙뢰불(落雷佛)에 가서 8천 배를 하시오.”

 

하고 본당 뒤쪽을 손짓으로 가리켰다.

개소문과 유자가 시자의 가리킨 곳을 올려다보니

수백 명이 늘어서서 바위를 향해 절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방금 그대가 말한 대로 하면 언제쯤 큰스님이란 분을 뵐 수 있는가?”

 

유자가 묻자 시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글쎄올시다, 모르긴 해도 순번이 돌아오려면 달포는 족히 걸릴 게요.”

 

하고는 지나쳐 가려다 말고,

 

“아참, 신통사 규율은 알고들 계시나요?”

 

하고 물었다.

두 사람이 고개를 흔드니 시자는 표를 나눠주는 곳으로 데려가서,

 

“여기 이분들 표를 주게나.”

 

하고 꽤나 험상궂게 생긴 자에게 인계하였다.

그 자가 개소문과 유자의 행색을 힐끔 살피더니 대뜸,

 

“5백 냥씩 합이 1천 냥이오.”

 

하여,

 

“무엇이 1천 냥이란 말인가?”

 

개소문이 물으니,

 

“우리 절에 묵는 동안 밥값, 잠값에 큰스님 알현비까지 도합 1천 냥이란 말이오.”

 

하였다.

 

개소문이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유자를 돌아보며,

 

“팽지만이 전에는 허가 없이 산적질을 하더니 이젠 허가 맡은 도둑질을 하는군.”

 

하자 유자가 웃으며,

 

“개꼬리는 3년을 묻어놔도 개꼬리지. 본성이야 어디를 가려구.”

 

하고는,

 

“야 이놈아, 1천 냥이고 1만 냥이고 어서 너희 두목한테 가서 을지유자가 왔다고 아뢰어라.

낙뢰불에 올라가 산적질하던 놈들이라고 산통 깨기 전에!”

 

돈 내라는 자를 향해 버럭 고함을 쳤다.

그 자가 산적질이란 말에 깜짝 놀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간 곳이 상기의 거처였다.

신통사에서 종무를 총괄하던 텁석부리 상기가 매표하던 자에게서 을지유자란 이름을 듣자

하던 일도 팽개치고 쏜살같이 달려나왔다.

 

“여어, 이게 누구신가! 을지 장군님 자제께서 갈석산엔 어인 일이야?”

 

텁석부리가 양팔을 넓게 벌린 채로 성큼성큼 걸어오니

유자도 반가운 표정으로 팔을 벌리고 둘이 형제처럼 얼싸안았다.

 

“그간 잘 계셨소?”

 

“나야 보다시피 잘 있지. 아버님께서는 강녕하신가?”

 

“아무렴.”

 

“백산에 그대로 계시고?”

 

“네.”

 

“문안을 여쭈러 한번 간다간다 하면서도 마음만 있지 짬을 내지 못했네.

우리 신통 대사는 선경에 들어 잠깐 뵈었는데 장군님이 백산 산신령과 바둑을 두고 있더라나,

믿을 소리는 아니지만 말일세, 허허.”

 

상기는 유자와 인사를 하고 나서 개소문을 찬찬히 살피는데 개소문이 먼저,

 

“오랜만이외다. 저를 알아보겠소?”

 

하고 인사를 하니 양팔을 허우적거리며 개소문에게 건너와서,

 

“햐, 알아보다마다! 연개소문이 아니야?

장수는 한번 싸운 사람은 죽을 때까지 잊지 않는 법이지.”

 

하며 옛날 어양의 객사에서 싸운 일을 말하였다.

유자는 백산에서 지낼 때 몇 차례 갈석산을 다녀갔었지만

개소문과 상기는 어림잡아 20년 만의 해후였다.

 

“절문이 꽤나 번성합니다.”

 

개소문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신통사 경내를 둘러보며 물으니

상기가 겸연쩍게 웃으며,

 

“벼락맞고 부자 된 사람은 고금을 통틀어 우리밖에 없을 거라.”

 

하고는,

 

“대불이나 만나보러 가세들.”

 

앞장서서 본당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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