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강안남자’와의 7년10개월이 내 인생의 절정

오늘의 쉼터 2014. 10. 11. 01:26




“‘강안남자’와의 7년10개월이 내 인생의 절정”

 
2002년 1월부터 7년10개월 동안 문화일보에인기리에 연재됐던

소설가 이원호(62)씨의 ‘강안남자’가 30일 2366회로 마무리됐다.

 2002년 대성자동차 서초지점 영업사원이었던 서른다섯살의 조철봉은

 연재시간만큼 나이를 먹으며 베트남, 중국 등에 기업체를 둔 기업인으로 성공했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신임을 받는 대북특사를 거쳐 대통령 특보에 이르렀다.

유쾌한 술수로 손대는 것마다 성공하고, 원하는 여자를 모두 만족시킨

시대의 색남이자 쾌남인 주인공 조철봉은 마지막회에서 10여년 동안 마음 한구석에

감춰둔 옛 사랑을 찾아내 사랑을 나눈다.

결말에 대해 고민 또 고민했던 작가는 결국 돈, 권력, 여자라는 모든 것을 손에 쥐고도

언제나 들끓는 자기 혐오와 연민 그리고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외로움에 많이 아팠던

조철봉에게 마지막으로 ‘해피엔드’를 선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로 또 한 인간으로 가장 중요한 시간을 ‘강안남자’와 함께 보냈다는 이씨는

연재기간 내내 받았던 즉각적이고 뜨거운 반응, 늘 따라다녔던 인기와 화제,

하지만 적나라한 성 묘사 때문에 받았던 논란까지 돌아본 뒤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고의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이씨를 만났다.

 

―마무리 소감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연재하면서 대장 수술도 했고, 혈압 때문에 고생도 했지만 한 회도 빠지지 않았다.

고혈압으로 고개를 숙일 수 없을 때에는 아내에게 받아쓰게 하면서 연재를 계속했다.”

―긴 시간 연재할 수 있었던 소설의 힘은 무엇이었나.

“강안남자하면 흔히 섹스를 떠올리지만, 중심은 희대의 사기꾼 조철봉이 한국 사회, 기업,

정치, 대북관계 등을 통과하며 변신해가는 이야기이다. 이를 통해 소설 초반에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해나가는 과정을, 중반에는 기업 이야기를 풀어냈고,

후반에는 언제나 가슴을 비우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는 조철봉을 통해 현실 정치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섹스는 읽는 즐거움을 위해 가미한 강렬한 장치였다.

작가로서는 적나라한 성 장면을 쓰면서 내가 벌거벗고 선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언제나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 힘을 풀었다.

지금도 10년이라도 더 쓸 만큼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다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강안남자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데 인기 비결은.

 

“조철봉은 자본주의 사회가 만든 전형적인 사기꾼이다.

이 통큰 사기꾼의 성공과 성이 남성들에게 대리만족을 줬다.

문장이 짧고, 느낌과 묘사보다는 행동을 표현하는 글 스타일도 한몫했다.

예를 들어 나는 ‘초조하다’라는 단어를 쓰기보다 ‘손끝으로 탁자를 두드렸다’처럼

행동으로 표현했다.

또 도도한 파도가 아니라 ‘잔물결’ 같은 소설을 썼다.

매일 원고지 8장 안에 기승전결이라는 잔물결을 일렁이게 해,

며칠 만에 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소재는 어떻게 구했나.

 

“소설 속에 1000명 이상 등장했는데, 취재노트 몇권이 남았을 정도로 폭넓게 취재했다.

경험에 기초하지 않으면 리얼리티가 떨어지고, 또 사실만 늘어놓으면 풋내가 나서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진다. 경험 반에다 허구 반 정도의 결합이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기업과 정부 부처를 포함해 숱한 강연 요청을 받았고,

자기 이야기를 써달라며 찾아온 독자도 있었다.

조철봉의 여자가 몇명인지 끝까지 셈한 정부부처 고위 간부도 있었다.

한번은 조철봉이 성관계를 하면서 모 고교 교가를 거꾸로 부르는 장면을 넣었는데

그 학교 선배들이 학교를 빛낸 인물이라며 초대해 유쾌하게 자리를 함께 하기도 했다.

반대로 노무현 정권 때 모 국회의원이 강안남자를 국회에서 흔들며 비난했던 순간은

지금도 아픔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일이 내 소설을 달라지게 하지는 않았다.

소설은 언제나 재미있어야 한다.”

 

―강안남자 이후의 계획은.

 

“1990년대초 20년간 무역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다 수십억원의 부도를 낸 뒤

대중소설가로 데뷔해 다시 20년 가까이 51종 160여권의 소설을 썼다.

지금도 매일 최소 원고지 50장씩 쓰고, 머릿속은 언제나 새로 쓸 소설 이야기로 가득하다.

앞으로 5∼6년간 이 페이스대로 나갈 것이다.

자전적 소설 ‘할증인간’을 11월에 출간하고, 내 특기인 기업 소설을 멋지게 한편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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