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83. 강안남자 (3)

오늘의 쉼터 2014. 10. 11. 01:13

883. 강안남자 (3)

 

(2345) 강안남자 -5

 

 

 

그렇다. 바로 이 느낌이다.

 

철봉의 피부를 수천개의 바늘로 찍는 것 같은 이 짜릿한 느낌, 바로 이 샘이었다.

“아유우.”

머리를 든 김경옥이 다시 탄성을 뱉었을 때 조철봉은 눈을 부릅떴다.

 

지금부터 이 느낌을 잊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의 순간만으로 기억해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철봉이 빠져나오는 바람에 김경옥의 탄성이 계속되고 있다.

 

식탁을 짚은 두 팔이 잔뜩 움츠려져 있는 것은 쾌감을 모으려는 본능적인 자세같다.

 

젖혀진 원피스 밑으로 엉덩이부터 하반신만 드러나 있는 것도 더 자극적이다.

“아아, 휘발유 1리터가 얼마더라?”

조철봉이 철봉을 집어 넣으면서 소리쳤다.

 

눈을 치켜뜬 모습이 오일값 하락을 걱정하는 경제장관 같다.

“아이고, 나 죽어!”

김경옥이 엉덩이를 치켜들며 소리쳤을 때 조철봉이 말을 받는다.

“그렇지, 아버지 산소에 벌초할 때가 되었구나. 가봐야겠다.”

“나, 할 것 같아!”

“뗏장을 또 사서 떼를 입혀야 할까?”

“나 죽어!”

“이날 면으밝 리멀 날떠.”

조철봉이 기를 쓰고 노래 가사를 떠올리면서 한자씩 꼬박꼬박 거꾸로 불렀을 때

 

김경옥이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고 했으므로 조철봉이 허리를 안아 들어야만 했다.

 

김경옥의 입에서 외마디 신음이 길게 이어졌다가 탁 그쳐졌다.

 

그러더니 사지를 늘어뜨리면서 식탁 위로 상반신이 엎어졌다.

 

그러고는 풀무같은 숨을 뱉으면서 아직도 몸을 떤다.

 

격렬한 절정이다.

 

한쪽 얼굴을 식탁에 붙인 김경옥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조철봉은 김경옥의 하반신을 치켜든 채 그러고 서 있다.

 

아직도 깊게 밀착된 철봉에는 거머리들이 붙었다가 떼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기운은 약해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김치찌개 냄비에서는 이제 김도 올라오지 않았고 뚜껑도 가만 있다.

 

그때 식탁 위에 늘어져 있던 김경옥이 두 발을 방바닥에 붙이면서 말한다.

“그때는 애국가를 거꾸로 불렀어.”

상반신을 든 김경옥이 아직도 붉어진 얼굴로 조철봉을 보았다.

“난 무슨 말인가 몰랐는데 나중에야 그것이 애국가를 거꾸로 불렀다는 걸 알았어.”

“잘 기억하는구나.”

“자기 안 했지?”

겨우 몸을 세운 김경옥이 두 손으로 젖은 철봉을 감싸면서 묻는다.

 

그러더니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가 젖은 수건을 들고 나왔다.

 

조철봉을 소파에 앉힌 김경옥이 젖은 수건으로 철봉을 부드럽게 닦아주며 말한다.

“그때도 날 세 번, 네 번 올라가게 했으면서도 자긴 끝까지 안 했어. 그렇지?”

“그랬겠지.”

조철봉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김경옥의 두 볼을 손바닥으로 감싸 안고는

 

입술에 키스를 했다. 김경옥이 두 팔을 벌려 조철봉의 목을 감아 안는다.

 

곧 김경옥의 혀가 밀려 나왔고 조철봉은 갈증이 난 사람처럼 혀를 빨았다.

“자기가 은지 남편인 줄 몰랐어.”

잠깐 입을 떼었을 때 김경옥이 헐떡이며 말한다.

“나 취직 시켜주지 않아도 돼. 오늘 나한테 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해.”

다시 입술을 붙이면서 김경옥이 말했으므로 조철봉은 잠자코 허리를 당겨 안는다.

 

그러자 탄 냄새가 났다. 김치찌개가 다 타고 있는 것이다. 

 

 

 

 

(2346) 강안남자 -6

 

 

집에 돌아온 것은 12시반경이었다.

 

김경옥의 집이 걸어서 10분 거리였기 때문에 12시20분에 나와 슬슬 걸어서 돌아온 것이다.

 

오입을 하려면 매사 주도면밀해야만 한다.

 

먼 옛날에는 내복이나 양말 따위를 뒤집어 입고 집에 돌아간 경우가 가끔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조철봉이 향수를 꼭 뿌리고 다니는 것도 예방 차원이다.

 

여자의 향수 냄새를 상쇄시키기 때문이다.

 

갑자기 김경옥의 집으로 이은지가 쳐들어오는 것 따위의 연속극 같은 장면도 일어날 이유가 없다.

김경옥의 집이 어디 붙었는지 이은지가 모른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찾아갔기 때문이다.

 

핸드폰? 집에 돌아오기 전에는 내용을 다 지운다.

 

그리고 여자용 핸드폰은 최갑중의 이름으로 등록되어서 아예 집에 가져오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집에 돌아오기 전에 오늘 저지른 일을 역으로 훑어본 다음,

 

빠뜨리거나 묻은 부분이 있는가를 점검한다.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그렇다. 여자 만난 후에 인사불성이 되어서 집에 돌아오는 놈자는

 

아예 오입쟁이 명단에서 퇴출시켜야 옳다.

 

아니, 그 놈자는 결혼생활을 영위할 자질이 전무하다고 봐도 될 것이다.

“피곤하지?”

응접실에서 TV영화를 보던 이은지가 그렇게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정색했다.

“아, 좀 그러네.”

이은지에게는 오늘 개성특별구 관리자들과 회식이 있다고 한 것이다.

 

저고리를 받아 든 이은지가 말한다.

“씻어, 물 받아 놓았어.”

20분 전에 김경옥의 집에서 씻고 왔지만 다시 씻어야 옳다.

 

미적거리거나 핑계를 대고 씻지 않으면 의심받는다.

 

바지와 저고리를 받아 든 이은지는 안방으로 들어가고 조철봉은 욕실로 향한다.

 

옷장에 옷을 걸 때 이은지는 주머니에 든 내용물을 빼놓는다.

 

그때 주머니에 룸살롱 마담 명함이나 쪽지에 적은 전화번호,

 

또는 여자의 귀고리 한 짝, 껍데기가 벗겨진 텍스,

 

또는 여자 팬티까지 넣고 있는 미친 남자들이 있다.

 

지갑, 깨끗한 핸드폰, 털어도 긴 머리카락 한 올 없다.

 

조철봉이 가운으로 갈아입고 나왔을 때 소파에 앉아 있던 이은지가 생각난 듯 묻는다.

“참 경옥이 건 어떻게 되었어?”

“누구?”

하면서 옆쪽에 앉은 조철봉이 TV로 시선을 주었다가 머리를 돌려 이은지를 보았다.

 

그러자 이은지가 가볍게 이맛살을 찌푸린다.

“아이참, 어제 만난 내 친구.”

“아아, 그 친구 이름이 경옥이었던가?”

“이력서 가져갔잖아?”

“미안, 내가 아직 펴 보지 못해서.”

조철봉이 팔을 뻗어 이은지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잠깐 이은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지만 곧 사라진다.

 

버릇이 되었다기보다 이은지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은지가 모른다면 죽을 때까지 이렇게 서로 만족하게 될 것이다.

 

부부 간에 한 점 의혹 없이 다 털어놓고 지내야 된다는 인간들이 있지만

 

그쪽 동네는 그쪽 주장대로 사시라,

 

잘만 살고 있는 이쪽에 강좌하면 안 된다.

그때 이은지가 말했다.

“경옥이 걔, 다른 동창들한테서 이야기 들었는데 딸애가 심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돈이 엄청나게 들어서 포기했대.”

TV를 향한 채 이은지가 말을 잇는다.

“근데 나한테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그냥 놀기 답답하니까 취직시켜 달라고 했어.

 

자존심이 센지 아니면 세상 사는 게 싫어졌는지 이해가 안 돼.”

조철봉은 소리 죽여 숨을 뱉는다. 

 

  

 

'소설방 > 강안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885. 강안남자 (5)  (0) 2014.10.11
884. 강안남자 (4)  (0) 2014.10.11
882. 강안남자 (2)  (0) 2014.10.11
881. 강안남자 (1)  (0) 2014.10.11
880. 남자의 꿈 (12)  (0) 2014.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