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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 강안남자 (1)

오늘의 쉼터 2014. 10. 11. 01:11

881. 강안남자 (1)

 

(2341) 강안남자 -1

 

 

“내 친구야.”

응접실로 들어선 조철봉에게 이은지가 말했다.

 

이은지 옆에는 또래로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는데 굳은 표정이다.

“내 고등학교 동창인데 이 근처로 이사 왔다고 해서.”

이은지의 설명이 끝났을 때 여자가 머리를 숙였다.

“김경옥입니다.”

“잘 오셨습니다. 조철봉입니다.”

오후 6시반이다.

 

오늘은 일찍 퇴근한 덕분에 이은지의 친구도 만나게 된 것 같다.

 

조철봉이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김경옥과 소파에 앉아 있던 이은지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한다.

“당신 내 친구 취직시켜 줘.

 

지금 친정 엄마하고 애하고 셋이 사는데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았대.

 

그래서 반년째 백수 상태라는 거야.”

이은지는 가볍게 말했지만 김경옥의 표정은 굳었다.

 

앞쪽에 앉은 조철봉을 향해 이은지가 말을 잇는다.

“대학 나왔고 여행사에 다니면서 일본어 통역일을 했어.

 

얘가 공부는 나보다 더 잘했다고.”

이제 김경옥은 시선을 탁자 위에 내린 채 희미하게 웃음만 띠고 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지만 이목구비가 반듯한 데다 날씬한 몸매였다.

 

그때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혼자 사신다고?”

그때 말대답은 이은지가 했다.

“딸애가 열다섯 살로 여중 3학년인데 8년 전에 이혼했어.

 

전 남편은 지금 재혼해서 잘먹고 잘살고 있대.”

그때 김경옥이 퍼뜩 머리를 들었다가 내렸는데 그 순간 조철봉과 시선이 마주쳤다.

 

김경옥의 눈밑이 붉어져 있다.

 

이은지가 정색하고 조철봉에게 조른다.

“내가 언제 당신한테 이런 부탁한 적 있어?

 

그러니까 얘 취직시켜 줘. 남 좋은 일만 해 주지 말고 말야.”

꼭 며칠 전 유서경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으므로 조철봉이 시선을 들었다가 내리고는 말한다.

“알았어, 알아볼 테니까.”

“이력서 가져왔어.”

하고 이은지가 탁자 위에 놓인 봉투를 눈으로 가리켜 보였다.

 

오늘 일찍 들어간다는 연락을 미리 했더니 김경옥을 불러 직접 다짐을 받으려고 한 것이다.

“안정적인 직장이 좋아.”

이은지가 못을 박듯이 한마디씩 말을 잇는다.

“애를 시집보낼 때까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직장.”

“이런.”

입맛을 다신 조철봉이 집안을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이 시간에 어머니는 사교춤을 배우고 있을 것이다.

 

중학 2학년인 영일이는 학원에 가 있겠고 두 살짜리 딸 세연이는 안채에서

 

조선족 출신 아줌마가 돌보고 있다.

 

학교를 그만둔 이은지가 가정부를 고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을

 

조철봉이 우겨서 둘이 일하고 있다.

 

여유가 있으면 일자리를 줘야 된다고 한 것이다.

 

할 말을 다한 이은지가 잠깐 안채로 갔으므로 조철봉도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저기요.”

김경옥이 부르는 바람에 놀란 조철봉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머리만 돌렸다.

 

그때 김경옥이 묻는다.

“저, 기억나지 않으세요?”

그 순간 조철봉은 심장이 철렁 위장 쪽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세상에, 여기에도 있단 말인가?

 

하는 탄식이 저절로 우러나는 한편으로 호기심이 솟구쳤다.

 

조철봉은 눈을 치켜뜨고 김경옥을 본다.

 

그러나 전혀 기억이 없다. 

 

 

 

 

(2342) 강안남자 -2

 

 

주위를 둘러본 조철봉이 눈을 치켜뜨고 묻는다. 물론 목소리는 낮다.

“내가 어디서 뵈었더라?”

제발 덕분이지 만난 곳이 카바레나 나이트클럽, 가라오케 등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동안 거쳐 간 여자가 한둘인가? 수백명이다.

 

이름은 물론 얼굴까지 다 잊어 먹고 몇 년 후에 다시 만난 여자를 처음 꼬신 줄 알고는

 

정성을 다해서 호텔방까지 모셔 간 적도 있다.

 

그때 여자가 말해 주지 않았다면 두 여자로 계산이 되었을 것이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김경옥이 말한다.

“저도 아까 처음 보는 순간에 놀라서 기절할 뻔했어요.”

그렇구나,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힐끗 안채에 시선을 주고 나서 묻는다.

“어딥니까?”

“신사동 왕궁 카바레.”

“언제?”

“3년쯤 되었어요.”

이제 김경옥의 눈동자에도 초점이 잡혀져 있다.

 

눈 밑이 아직도 조금 붉어져 있는 것이 요염하다.

 

그러자 목이 메는 느낌을 받은 조철봉이 또 묻는다.

“그럼 했겠구먼.”

그러자 김경옥이 웃음으로 대답한다.

 

입맛을 다신 조철봉이 길게 숨을 뱉고 나서 말한다.

“내가 집 안에서까지 그런 인연을 만나다니 갈 데까지 다 간 것 같구먼.”

그러면서 몸을 돌렸을 때 김경옥이 조철봉의 등에 대고 묻는다.

“제가 내일 전화해도 돼요?”

조철봉이 앞쪽을 향한 채로 머리를 끄덕였지만 김경옥은 본 모양인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는다.

 

이은지는 모처럼 친구가 찾아왔다고 김경옥에게 저녁까지 먹여 보냈는데 배웅하고

 

돌아와서는 조철봉에게 말했다.

“애가 착했는데 남자 복이 없어.”

눈만 껌벅이는 조철봉을 보더니 이은지가 웃음 띤 얼굴로 옆에 앉는다.

“전남편은 무능력자였다는 거야.

 

결혼 2년 만에 실직하고 경옥이가 번 돈으로 생활했대.

 

남편은 집에서 애 키우고 빨래하고 시장 보고….”

“…….”

“그러면서 하루에도 열두 번씩 전화를 해서 체크를 했다는군.

 

늦으면 애 데리고 회식 자리에까지 나타났다는 거야.”

“…….”

“이혼 안 해 준다고 해서 친척들을 다 동원하고 법정에 가서야 끝냈어.

 

그래서 쟤는 남자만 보면 소름이 일어난대.”

“…….”

“내가 알기론 쟨 섹스도 10년 가깝게 안 했어. 석녀가 다 되었을 거야.”

이은지가 TV만 보는 조철봉의 허벅지에 손을 내려놓았다.

“난 양쪽 다 능력 있는 남자 만나서 행복한 편이지?”

“오늘 생각 있는 거야?”

머리를 돌린 조철봉이 묻자 이은지는 피식 웃었다.

“오늘은 그날이야. 사흘 후에 봐. 꼭 하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만.”

“두 개 다 가졌다고 행복한 건 아냐.”

불쑥 조철봉이 말했으므로 이은지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 모습이 귀엽게 보인 조철봉이 이은지의 볼에 입술을 붙였다 떼었다.

 

이은지가 기쁜 듯 빙긋 웃으며 묻는다.

“왜?”

“욕심을 조절할 줄 알아야 돼.”

정색한 조철봉이 말하고는 이은지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이은지가 머리를 조철봉의 가슴에 기댄다.

 

조철봉이 손을 뻗어 이은지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섹스도 마찬가지야. 조절해야 성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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