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71. 남자의 꿈 (3)

오늘의 쉼터 2014. 10. 10. 23:13

871. 남자의 꿈 (3)

 

 

(2320) 남자의 꿈 -5

 

 

우즈베키스탄에는 20만 가까운 고려인이 있다.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에 그렇게 많은 고려인이 살고 있는 이유는

 

1937년 스탈린이 연해주의 고려인 18만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기 때문이다.

 

그때 이주한 고려인의 자손이 우즈베키스탄에만 20만이다.

 

지금은 고려인 2세도 몇 명 남지 않았고 3세, 4세, 5세까지 번성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다민족국가로 2400만 가까운 인구의 71%가 우즈베크인이며

 

 8%가량이 러시아인, 고려인은 전체 인구의 1%가 조금 못 되지만 20만이나 된다.

 

조철봉은 중국의 조선족, 러시아의 고려인, 미국과 일본의 재미, 재일 동포만 많은 줄 알았더니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동포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이번에야 알았다.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대부분은 수도가 위치한 타슈켄트에서 산다.

 

타슈켄트는 인구 200여만의 중앙아시아 최대 도시이며 중세 실크로드의 중심 도시로

 

옛 명성을 되찾고 있는 중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옛적 러시아와 인도, 중국에까지 영토를 확장한 티무르 제국의 본거지였던 것이다.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친 조철봉은 박영범의 안내를 받아 주택가에 위치한 2층 저택 안으로

 

들어선다.

 

철제 대문을 지난 차가 현관 앞에 멈춰 섰을 때 기다리고 서 있던 사내가 문을 열어 주었다.

 

고려인 같았는데 차에서 내린 박영범과는 러시아어로 이야기를 나눴다.

 

30대쯤으로 콧수염을 길렀다.

“고려인 4세입니다. 한국어를 못해서 러시아어로 하는 겁니다.”

사내의 안내를 받아 현관으로 들어서면서 박영범이 말했다.

 

현관으로 들어서자 안은 바로 홀이다. 겉은 일반 주택처럼 보였지만

 

일층을 카페 형식으로 만들어 놓았고 안쪽에는 무대도 있다.

 

홀 안은 어둑했지만 테이블은 거의 손님들로 차 있었는데 분위기가 밝다.

 

곳곳에서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경쾌한 타악기에 맞춰 부르는 여자의 노래도

 

분위기에 어울렸다.

 

사내는 일행을 무대 앞쪽의 테이블로 안내했다.

 

기둥 옆쪽으로 테이블 하나만 비어져 있었던 것이다.

 

조철봉은 테이블 사이로 지나면서 남자와 여자 비율이 3대 7 정도인 것을 보았다.

 

그리고 여자 중 서양인과 동양인 모습의 비율도 7대 3쯤 되는 것으로 계산했다.

 

셋이 자리에 앉았을 때 안내해 온 사내가 조철봉에게 허리를 굽혀 절을 하면서 러시아어로 말했다.

“김이바노프라고 이곳 지배인입니다.”

하고 박영범이 통역했을 때 사내가 말을 잇는다. 이번에는 좀 길다.

“술 드시면서 천천히 여자 골라 보시라고 합니다.

 

남자들하고 같이 앉아 있는 여자도 상관없답니다.

 

그리고 여자들은 대부분 고려인 4세나 혼혈이어서 한국말이 통한다고 합니다.”

“허어.”

통역이 끝났을 때 조철봉이 놀란 듯 눈을 둥그렇게 뜨고 홀 안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여자 대부분이 저희들끼리 수다를 떨면서 딴짓을 하는 것 같았지만

 

이쪽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때 최갑중이 박영범에게 묻는다.

“그럼 저 남자 놈들은 뭐냐? 그냥 액세서리로 앉혀 놓은 거냐?”

그러자 지배인에게 물은 박영범이 대답을 듣고 만족한 듯 웃는다.

“손님이지만 우리한테 우선권을 드리겠다고 합니다.”

“역시 한국 사람은 단합해야 돼.”

최갑중이 정색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그들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조철봉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제 어둠에 눈이 익숙해져서 얼굴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모두 미인이다.

 

볼수록 더 아름답다. 

 

 

 

 

(2321) 남자의 꿈 -6

 

 

이바노프에게 가게에서 가장 비싼 술을 주문했더니 100불짜리 스카치 위스키를 가져왔다.

 

우즈베키스탄 화폐로 15만숨쯤이 되어서 한국 돈과 숨은 비슷한 가치였다.

 

조철봉이 위스키를 석 잔째 마셨을 때였다.

 

지배인 이바노프가 다시 다가오더니 박영범에게 소곤거렸다.

“사장님한테 추천하고 싶은 여자가 있다고 하는데요.”

다 들은 박영범이 조철봉에게 말한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이바노프가 빙긋 웃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혼혈 4세인데 한국말도 잘하고 지금 학교 교사로 있답니다.”

박영범의 통역을 들은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미인이 너무 많아서 고르지 못하고 있었는데 잘됐어. 데려오라고 해.”

사실이다. 다 늘씬했고 절색이었다.

 

주위의 여자들은 이제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었는데 눈이 부실 정도였다.

 

조철봉 일생에서 이렇게 빛살같은 여자들의 시선에 싸이기는 처음이다.

 

중국 룸살롱에서 수십명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을 때도 이보다 덜했다.

 

이바노프가 돌아갔을 때 조철봉이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말한다.

“마치 내가 하렘에 들어온 것 같다.”

그러자 박영범이 정색하고 머리를 끄덕인다.

“예, 저도 여긴 처음이지만 수준이 높습니다.”

“여기도 혹시 결혼정보회사가 손을 뻗치고 있는 거 아냐?”

하고 최갑중이 묻자 박영범이 질색했다.

“그렇다면 한국 손님들이 우리 셋뿐이겠습니까? 둘러보십시오.”

과연 그렇다. 한국 손님은 그들 셋뿐이다.

 

주위를 둘러본 최갑중이 혼잣소리처럼 말한다.

“이거, 보물창고를 발견한 기분인데. 소문나지 않도록 단단히 단속을 해야겠어.”

그때 이바노프가 여자 한 명과 함께 다가왔으므로 주위 테이블이 조용해졌다.

 

모두의 시선이 여자에게로 쏠린 것이다.

 

여자를 본 조철봉은 숨을 들이켜고는 한동안 뱉지 못했다.

 

아름답다는 짧은 표현이 부족하다.

 

표현이 그것밖에 없다면 굵기로라도 나타내 주고 싶을 정도였다.

 

검은 머리는 어깨까지 닿았으며 갸름한 얼굴, 검은 눈동자,

 

서구인과 동양인을 혼합시킨 것 같은 용모, 날씬한 몸매,

 

그러나 부끄러운 듯 시선이 내려져 있다.

 

조철봉이 막혔던 숨을 겨우 뿜었을 때 여자가 옆에 앉는다.

 

그러더니 시선을 들고 조철봉을 보았다.

“한소냐라고 합니다.”

여자가 또렷한 한국말로 했으므로 조철봉은 어금니를 물었다.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고 목이 메었기 때문이다.

“난 조철봉이야.”

이렇게 이름만 주고받는 것도 얼마 만인가?

 

오래전 자동차 영업사원일 때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려고 ‘조’에다 힘을 주어서

 

 ‘좃’하고 발음할 때가 떠올랐고 다시 코가 시큰거렸다.

 

그때 소냐의 출현에 조바심이 일어났는지

 

최갑중과 박영범이 차례로 일어서더니 좌우로 사라졌다.

 

그동안 눈여겨봐 둔 여자한테 간 것 같다.

 

조철봉이 이제는 소냐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묻는다.

“소냐, 한국말 잘해?”

“네. 아버지한테 배웠습니다.”

소냐가 한마디씩 차분하게 말했다.

“어머니는 러시아 사람이거든요.”

“그렇구나. 소냐는 직업이 뭐야?”

“교사.”

짧게 말한 소냐가 흰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그 순간 조철봉은 누가 목을 조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헛기침을 한 조철봉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여긴 자주 나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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