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69. 남자의 꿈 (1)

오늘의 쉼터 2014. 10. 10. 23:12

869. 남자의 꿈 (1)

 

 

 

(2316) 남자의 꿈 -1

 

 

개성공단을 포함한 관광특구지역을 대한자동차에 임대하겠다는

 

북한의 공식 발표가 나온 것은 그로부터 15일쯤 후였다.

 

그것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대특종 보도이며 역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었지만

 

그동안 조철봉은 대한자동차 기조실 사장 이윤덕과 함께 평양에서 상주하다시피 했다.

 

정부 측에서도 관계자가 몰려가 그동안 치밀하게 협의를 했기 때문에

 

북한 측의 갑작스러운 발표는 아니었다.

 

물론 조철봉은 협상 전문가도 아니며 전문 경영인도, 정부측 관계자는 더욱 아니다.

 

오직 연결자 역할을 했을 뿐이지만 양측에 가장 필요한 존재였다.

 

북한의 발표와 때를 맞춰 한국 정부 측도 통일부장관의 성명을 통해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화답했다.

 

조철봉은 사무실에 앉아 양측 발표를 들었는데 최갑중과 김경준, 민유미까지 배석하고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통일부장관의 발표가 끝났을 때 먼저 김경준이 인사를 했다.

 

이번에는 김경준도 조철봉을 수행해 평양에 다녀왔다.

 

조철봉이 협상 주역은 아니지만 이런 일에는 김경준이 적격이다.

 

쓴웃음만 짓는 조철봉에게 최갑중이 말한다.

“사장님이 안 계셨다면 아직도 회담을 계속하고 있을 겁니다.

 

양쪽이 다 꽉꽉 막혀서 말입니다.”

그러자 조철봉이 머리를 들고 우두커니 최갑중을 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면서 최갑중이 묻자 조철봉은 혀를 찼다.

“너, 아부하는 기술이 늘었다.”

“예.”

했다가 최갑중도 정색한다.

“자주 하니까 버릇이 되어서 슬슬 나오는구먼요.”

“그런 말이 즐겁게 들리기 시작하면 회사가 슬슬 망해 가는 징조라고 하더라.”

그때 최갑중이 입을 벌렸지만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이번 개성 임차지 결정은 김대성이 주도했다고 봐도 될 거야.”

방안이 조용해졌다.

 

김대성이 남한 땅 암행을 끝내고 평양으로 돌아간 후에 북한이 임차지 협상을 제의해 온 것이다.

 

그리고 협상 중에 조철봉은 자주 김대성을 만나 한국측 입장을 전했고 협조를 받았다.

 

조철봉과 김대성은 협상 테이블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이른바 막후 역할을 했다.

 

그때 전화 벨이 울렸으므로 김경준이 서둘러 전화기를 든다.

 

소파에 등을 붙인 조철봉이 벽시계를 보았다. 오전 11시반이다.

“사장님, 대한자동차 이 사장입니다.”

전화기를 내민 김경준이 말했다.

 

기조실 사장 이윤덕한테서 전화가 온 것이다.

 

조철봉이 전화기를 귀에 붙였다.

“예, 이 사장님.”

“발표 보셨지요?”

이윤덕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이 TV를 보았다.

 

이미 발표는 끝났다.

“예, 방금 봤습니다.”

“조금 전에 북한 측의 연락을 받았는데요.”

하고 이윤덕이 말을 잇는다.

“내일부터 개성 임차지 협정의 효력이 발효된다고 했습니다.”

“그럼 내일부터 시작이군요.”

조철봉이 들뜬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큰일을 해내셨습니다. 조 사장님 덕분입니다.”

“그럴 리가요.”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서로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된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 사소한 일이라도 이유가 있다.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2317) 남자의 꿈 -2

 

 

개성공단과 관광특구 지역까지 임차한 대한자동차는 남북한 양국의 지원하에

 

본격적인 건설을 시작했다.

 

개성 임차지는 ‘개성구’로 명명되었으며 남북한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특별지역이 되었다.

 

따라서 판문군과 개풍군, 연안군 일부까지 포함된 광대한 임차지 경비는 대한자동차에서

 

따로 설립한 대한 경비회사에서 맡게 되었으며 개성구에 유입될 남북한 남녀는 별도

 

‘구민권’을 소지하도록 했다. 구민권 소지자는 편의상 제3국인이 된 것이다.

 

구민 유입은 북한측 주장을 받아들여 남북 비율을 5대1로 정했는데 매년 조정이 가능했다.

 

그리고 임차 기간은 50년이다.

 

50년 동안 개성구는 대한자동차 소유가 된 것이다.

 

임차비로 대한자동차는 북한 정부에 매년 1억불씩 10년간 10억불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1차로 개성구에 유입될 북한 주민은 5만가구 15만명이다.

“자동차 공장도 가능성이 있지만 관광특구 건설이 끝나면 개성이 홍콩처럼 번성할 겁니다.

 

그때 한몫 잡는 거죠.”

회사 근처 식당에서 같이 점심을 먹던 최갑중이 말했다.

 

최갑중은 관광특구에 호텔을 세우려고 이미 개성구 행정청측 허가를 받아놓았다.

 

도시계획이 확정되는 대로 요지를 차지할 속셈으로 은밀히 로비까지 하는 모양이었다.

 

개성구는 민간투자도 받아들일 계획인 것이다.

 

수저를 내려놓은 조철봉이 최갑중을 보았다.

“네 꿈은 뭐냐?”

“네?”

눈을 크게 떴던 최갑중이 곧 정색했다.

 

조철봉의 난데없는 질문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최갑중이 시치미를 뚝 뗀 얼굴로 대답했다.

“예, 호텔 서너 개 갖고 이쪽저쪽으로 옮겨 다니면서 살고 싶습니다.”

“지금은 부족해?”

“뭐, 부족한 건 없지만.”

그러자 조철봉이 잠자코 머리를 끄덕였다.

 

최갑중의 재산은 어림잡아도 200억은 될 것이다.

 

아파트가 두 개, 부동산으로 5층짜리 빌딩도 있다.

 

그만하면 처와 두 자식이 먹고살 걱정은 없는 것이다.

 

거기에다 호텔 서너 개를 더하면 수천억이 된다.

 

그때 최갑중이 묻는다.

“형님 꿈은 뭡니까? 남북통일입니까?

 

아니면 통일 후에 북한에서 무슨 사업이라도….”

“미친놈.”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의자에 등을 붙였다.

 

한정식집의 방 안에는 둘 뿐이다.

 

최갑중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난 지금까지 꽤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최갑중이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형님만큼 열심히 사신 분이 없죠.”

“돈도 벌 만큼 벌었고.”

이 대목에선 최갑중이 잠자코 눈만 껌벅인다.

 

아직 기준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앞으로는 남북한 다니면서 베풀 거다. 벌 만큼 쓰고 다닐 테니까.”

모으기만 하다가 쓰지도 못하고 죽은 인간이 많은 것이다.

 

기를 쓰고 모아서 자식 좋은 일만 시키고 가지만

 

그 자식이 십분지 일이라도 그 은혜를 알까?

“제가 모시고 다니지요.”

시선을 내린 최갑중이 말한다.

“사람은 분수를 알아야 한다고 언젠가 형님이 말씀하셨지요?

 

제 분수는 형님 따라다니는 것입니다.”

“말은 잘한다.”

하면서도 조철봉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조철봉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한다.

“그럼 바람쐬러 외국 여행이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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