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70. 남자의 꿈 (2)

오늘의 쉼터 2014. 10. 10. 23:12

870. 남자의 꿈 (2)

 

 

(2318) 남자의 꿈 -3

 

 

“아니, 우즈베키스탄에는 왠일로?”

하고 비서관 한영기가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헛기침을 했다.

 

오전 11시, 요즘은 조금 한가해졌지만 대통령 특별보좌관인 것이다.

 

외국 여행을 마음대로 갈 수는 없다.

 

한영기의 시선을 피해 조철봉이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청와대의 넓은 정원이 보인다.

“저기, 그곳 고려인들의 생활상을 볼 겸 머리도 식힐 겸 해서.”

조철봉의 말에 한영기가 정색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아아, 예. 거기 고려인이 많지요. 아주 좋은 생각이십니다.”

한영기는 조철봉과 인연이 길 뿐만 아니라 호의적이다.

 

호의적이면 다 좋게 보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한영기가 팔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하면서 말한다.

“제가 실장님께 보고드리지요. 대통령께서도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아니, 그렇게까지.”

질색을 한 조철봉이 손까지 저었다.

“그게 큰 일도 아니고 잠깐 다녀오는 일인데 그럴 필요가….”

“아닙니다. 특별보좌관이 가시는데.”

하고 한영기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책상 위의 인터폰을 집어들었으므로 조철봉은 길게 숨을 뱉는다.

 

우즈베키스탄을 여행 목적지로 삼은 이유는 간단하다.

 

얼마 전에 룸살롱에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미녀를 만났기 때문이다.

 

최갑중도 함께 였는데 그야말로 눈이 튀어나오도록 아름다운 여자였던 것이다.

 

물론 눈이 튀어나온다는 무지막지한 표현은 최갑중이 했다.

 

더구나 그 미녀는 조선말을 아주 잘했다.

 

러시아와 고려인의 혼혈이었던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에는 고려인이 20만명 가깝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도 박유라라는

 

그 미녀한테서 들었다. 미인도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영기가 이렇게 실장, 대통령한테까지 수선을 떠는 바람에

 

느긋하게 혼혈 미녀와의 시간을 만들려는 계획이 수포가 될 것같다.

 

이윽고 실장과 통화를 끝낸 한영기가 웃음띤 얼굴로 말한다.

“타슈켄트에 가시면 현지 대사관에서 필요하신 자료나 편의를 제공해 드릴 것입니다.”

그러고는 정색하고 덧붙인다.

“대통령님께도 보고드리겠습니다.”

속으로 이런 젠장 소리가 터졌지만 조철봉은 시치미를 뗀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연락 주십시오.”

사무실 밖까지 따라나온 한영기는 여전히 정색하고 말한다.

“개성구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보좌관님께서도

 

신경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그거야 당연하지요.”

조철봉에게는 한가하게 놀러다닐 여유가 없다는 말로 들렸으므로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

 

청와대를 나와 회사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조철봉이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버튼을 누르자 곧 최갑중이 응답했다.

“예, 사장님.”

“내일 출발이다. 그런데.”

입맛을 다신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대사관에서 나온댄다. 그러니깐 대놓고 나서지는 말자고, 알았어?”

“압니다.”

수화구에서도 최갑중이 입맛 다시는 소리가 났다.

 

최갑중은 이미 준비를 끝낸 상태인 것이다.

 

룸살롱에 근무하는 우즈베키스탄 미녀들을 통해 현지 상황을 파악한 후에

 

친구들 연락처까지 받았다.

 

또 후배의 동생을 통해 물좋은 장소를 알아놓았고 안내 약속도 받았다니

 

그만하면 완벽하게 준비해 놓은 셈이다. 

 

 

 

 

(2319) 남자의 꿈 -4

 

 

7시간 반을 비행하여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5시쯤이다.

“형님, 다 왔습니다.”

최갑중이 깨우는 바람에 눈을 뜬 조철봉이 기지개를 켰다.

 

오래 비행했지만 지치지는 않았다.

 

비행기 안에서 적당히 몸을 풀면 오히려 피로가 가실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사적이라고 출발 전에 한영기한테 누누이 강조했으므로 공항에는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박 사장이 마중나와 있었다.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30대 후반쯤의 박영범이 명함을 조철봉에게 내밀면서 인사를 했다.

 

타슈켄트에서 중고차 판매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갑중과는 후배의 동생되는 사이였으므로 서로 아는 사이였다.

“음, 이야기 많이 들었어.”

조철봉이 말하자 박영범은 빙긋 웃는다.

 

웃는 인상이 좋아서 조철봉도 호감이 일어났다.

 

박영범이 가져온 한국산 대형차는 바로 대한자동차가 최근에 출시한 ‘서울’이다.

 

대한자동차는 앞으로 신차 이름에 한국의 각 도시명을 붙이기로 한 것이다.

 

한국의 도시 선전도 함께 될 것이니 일석이조다.

 차가 공항을 벗어났을 때 앞쪽에 앉은 박영범이 몸을 뒤로 돌리고 묻는다.

“오늘 저녁에 식사하시고 클럽에 가시겠습니까?”

“식사는 당연히 하는 것이고.”

최갑중이 말을 자르고는 정색하고 묻는다.

“그 클럽에 대해서 말해봐라.”

그러자 박영범이 빙긋 웃는다. 까놓고 묻는 최갑중의 분위기에 젖은 것이다.

“예, 고급 클럽인데 미인들이 많습니다.

 

남자들은 돈 많은 사업가나 외국인을 선별해서 받아들이지요.

 

그래서 외부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조건은 아주 좋은데.”

만족한 표정이 된 최갑중이 힐끗 조철봉에게 시선을 주고 나서 또 묻는다.

“여자는? 프로는 좀 그렇잖아?”

“예, 물론 아닙니다.”

다시 사람좋은 웃음을 보인 박영범이 말을 잇는다.

“직장인이 많습니다. 고려인 혼혈도 많구요.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그러고는 박영범의 시선이 옮겨져 왔으므로 조철봉이 빙그레 웃어주었다.

 

그것을 본 박영범의 얼굴에 활기가 더 섞여졌다.

“대부분이 아마추어라 돈 이야기도 안 합니다. 여긴 물가가 싸거든요. 그래서….”

“됐어.”

최갑중이 말리지 않았다면 박영범은 팁이 얼마인 것까지 다 말했을 것이다.

 

그것은 이미 조철봉이 서울에서 외워놓고 온 사항이다.

 

이제 조철봉도 해외여행에는 도가 트여서 외국에 갈 때는 미리 그 나라 돈과 한국 돈을 비교한다.

 

예를 들어서 우즈베키스탄의 화폐단위 ‘숨’을 바로 한국 돈과 비교할 수가 없으니까

 

우선 1달러가 몇 숨인가를 알아본다.

 

그러고는 한국 돈과 비교를 해보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조철봉이 알아보는 것은 그 나라 여자하고의 하룻밤 가격이다.

 

그것만 알면 되는 것이다.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고려인들이 많이 있다면서?”

“예, 사장님.”

다시 정색한 박영범이 열심히 말을 잇는다.

“타슈켄트주에 많이 삽니다.

 

스탈린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킨 후손들이지요.

 

1991년 우즈베크가 독립하고 나서 우즈베크어를 사용하라는 정책으로

 

다시 이방인 신세가 되었지만 요즘은 한국의 국력이 강해져서 고려인들이

 

큰 괄시는 받지 않습니다.”

이곳도 중국의 조선족처럼 한민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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