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67. 새세상 (9)

오늘의 쉼터 2014. 10. 10. 15:36

867. 새세상 (9)

 

 

 

(2312) 새세상 -17

 

 

 

조철봉은 지금까지 수백명의 여자와 상관했지만 단 한번도 실례해 본 적이 없다.

 

그 실례란 광범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섹스도 그 중에 포함되어 있다.

 

특별한 경우 몇 건을 제외하고 조철봉이 여자를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지 않았던 것도

 

그런 맥락이다.

 

조철봉에게 여자는 존경과 동경의 대상인 것이다.

 

옆방의 김대성과 정지연이 간첩 이야기에 열중할 무렵부터 조철봉의 작업이 시작되었다.

 

눈을 똑바로 뜨고 정상위를 하는 것이 조철봉의 기본 자세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상대의 표정과 동작, 분위기를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것이 정상위다.

 

인간의 표정은 다양하다.

 

개구리나 닭이 교미할 때도 저희들끼리는 꽤 많은 표정 변화가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만큼 다양할 수 있겠는가?

 

조철봉은 그것을 보는 것이 취미이자 습관이다.

 

그렇다고 그것에 빠져들지는 않는다.

 

그랬다가는 조물봉이 되었을 테니까. 진안나의 요구대로 천천히, 그러나 강하게,

 

그리고 끝까지 철봉이 들어갔을 때였다.

 

그 동작을 간단히 표현하면 쑤욱 들어갔다고 해도 되겠지만,

 

그리고 걸린 시간은 길어야 5초 정도 되었지만 진안나에게는 그것이 한 겁의 세월이 될 수가 있다.

 

이미 무아지경에 빠진 진안나인 것이다.

“아구구구.”

하고 진안나가 길게 비명을 질렀을 때의 얼굴을 보라.

 

눈은 치켜떴지만 검은 눈동자의 초점은 멀다.

 

붉은 얼굴, 딱 벌린 입, 가쁘게 뱉어내는 숨결, 콧등에 맺힌 잘디 잔 땀방울 무리.

 

만일 뒤에서 밀어붙였다면 이 천만금을 줘도 바꾸기 싫을 만큼

 

아름다운 표정을 볼 수 없지 않겠는가?

 

단 한번의 운행이었지만 조철봉과 진안나는 상대를 알게 되었다.

 

자, 이제는 철봉이 나온다.

“아그그그그.”

대개 철봉이 나올 때 여자는 더 강한 느낌을 받지만 남자는 그 반대다.

 

그래서 넣기에만 집중하는 바람에 나올 때 건성인 놈이 많다.

 

실수하는 것이다.

 

넣을 때 이상으로 공을 들여서 그만큼의 시간을 들여 나와야 실례하지 않는 법이다.

 

철봉이 나올 때 조철봉이 공을 들인 만큼 진안나의 비명도 비례했다.

 

이미 한 번의 왕복으로 조철봉의 느낌은 끝이 났다.

 

이제 이 느낌은 먼 훗날까지 떠오르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리라.

 

두 번째부터는 신경이 끊긴 철봉의 운행이다.

 

따라서 기억도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

“아아아악.”

진안나의 비명이 더 커졌다.

 

넓은 특실에는 문을 열고 들어와 응접실을 지나야 침실이 나온다.

 

따라서 문이 세 개나 닫혀 있기 때문인지 진안나는 마음 놓고 외침을 뱉는다.

 

탄성이 아니라 비명 같은 외침이다.

 

밖에서 누가 듣는다면 사람 잡는 줄 알 것이다.

 

이때 조철봉은 앞으로의 인생을 떠올리고 있었으므로 진안나의 반응에 무심하다.

 

그러나 철봉은 두 번째 운행을 끝내고 세 번째로 진입한다.

“아아악. 악악.”

조철봉의 어깨를 움켜쥔 진안나가 턱을 한껏 뒤로 젖히면서 외쳤다.

 

두 다리는 잔뜩 굽힌 채 조철봉의 몸에 붙이지 않았는데 더 많은 자극을 받기 위해서다.

 

오직 샘과 철봉만으로 접촉 부위를 줄임으로써 자극을 극대화시키려는 행동이다.

 

조철봉이 무의식 중에 돌린 시선 끝에 진안나의 발이 보인다.

 

발가락이 잔뜩 안으로 꺾인 발. 그것 또한 쾌감의 명백한 증거다.

“악악. 악악.”

철봉이 나올 때 지르는 비명은 어차피 들린다.

 

그러나 조철봉은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 

 

 

 

 

(2313) 새세상 -18

 

 

다음 날 오전 8시반이 되었을 때 전라호텔의 1층 한정식당에는 네 사내가 둘러앉았다.

 

김대성, 조철봉, 그리고 강영만과 이강준이다.

 

한정식은 온돌방에서 먹어야 제맛이 난다.

 

아늑한 방 안에서 산해진미가 놓인 한정식상을 보더니

 

김대성이 정색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전라도 한정식이 유명하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김대성이 말을 잇는다.

“아버님이 그러셨지요.”

“언제 한번 오셔야 할 텐데요.”

인사치레로 조철봉이 말했을 때 김대성은 정색했다.

“통일이 되면 오시겠지요.”

조철봉은 외면한 채 어깨를 늘어뜨렸다.

 

어제 노인 한 분이 말한 대로 통일에 대한 열망은 식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사람따라 다르겠지만 남북 간의 현격한 차이 때문이다.

 

김대성이 잠자코 젓가락을 들었으므로 방 안에서는 한동안 음식 먹는 소리만 울렸다.

 

김대성의 표정도 가라앉아 있다.

 

어젯밤 술에 취해 흥이 오른 상태에서 아름다운 여자와 밤을 지낸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때 다시 머리를 든 김대성이 입을 열었으므로 방 안의 정적이 깨졌다.

“인민이 잘 먹고 잘살면 되는 거죠. 그렇지 않습니까?”

머리를 든 셋은 눈만 껌벅일 뿐 입을 열지 못한다.

 

김대성도 대답을 기다린 것 같지 않다.

 

외면한 채 김대성은 제 말에 제가 대답했다.

“지도자를 무조건 따르라는 말 따위는 이제 먹히지 않는 상황이죠.”

그러더니 김대성이 길게 숨을 뱉는다.

“그리고 북남 전쟁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이번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이번 남조선 방문의 가장 큰 소득입니다.”

그때 조철봉은 앞쪽에 앉은 이강준의 두 눈이 번들거리는 것을 보았다.

 

이강준에게는 엄청난 정보가 될 것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깐 방에 들른 조철봉은 노크 소리에 문을 열었다.

 

이강준과 함께 최갑중이 방으로 들어섰다. 최갑중은 조철봉이 부른 것이다.

 

오늘 목적지는 부산이다. 북한 땅 암행은 교통이 불편해서 100㎞를 가는 데

 

한나절이 걸릴 때도 있었지만 한국은 끝에서 끝까지 여섯 시간이면 다 간다.

“너, 그 돈을 이 쪽지에 적힌 여자를 만나서 줘라.”

조철봉이 최갑중에게 쪽지를 건네주면서 말했을 때 소파에 앉던 이강준이 헛기침을 했다.

“저기, 그 여자란 어젯밤에 만나신 여자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맞습니다.”

최갑중하고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으므로 조철봉이 얼굴을 뻣뻣하게 들고 대답했다.

 

최갑중은 돈 1000만원을 가져온 것이다.

 

그러자 이강준이 다시 헛기침을 한다.

“외람되지만 꽤 많은 돈 같은데요.”

외면한 채 이강준이 말했으므로 조철봉은 쓴웃음을 짓는다.

 

최갑중과의 통화 내용을 들었다고 말하는 것이나 같았기 때문이다.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예, 사정이 딱한 것 같아서요.

 

뇌성마비인 다섯 살짜리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다고 해서 말입니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그런 돈은 아깝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도와줄 작정입니다.”

그러자 이강준이 헛기침을 하고 나서 말한다.

“저기, 그애는 아직 미혼입니다.

 

손님을 감동시키라고 했더니 그렇게 끌고 갔군요.

 

나이는 스물넷에 이름이 오연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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