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66. 새세상 (8)

오늘의 쉼터 2014. 10. 10. 15:35

866. 새세상 (8)

 

 

 

(2310) 새세상 -15

 

 

 

이제 진안나는 반듯이 누운 채 천장에 시선을 주고 있다. 진안나의 사연이 이어졌다.

“애는 뇌성마비로 겨우 엄마만 알아보고 누가 도와줘야 움직일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돈을 많이 벌어놔야 걔 치료비, 간병비에다가 생활 기반까지 만들어줘야 한다구요.”

그러더니 조철봉이 무엇을 궁금해하는 지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을 잇는다.

“애 아빠는 미국으로 이민 갔어요. 도망친 거죠.

 

그놈도 별 볼일 없는 놈이라 아마 미국에서 접시나 닦고 있겠죠.

 

우리 집안도 겨우 먹고 사는 형편이라 제가 일해야 된다구요.”

“그렇겠다.”

조철봉이 정색하고 진안나를 보았다. 밤이 깊었다.

 

주위는 조용했고 술기운도 가셔지는 중이다.

 

진안나를 내려다보면서 조철봉이 묻는다.

“결혼식은 올린 거냐?”

“아뇨.”

머리를 저은 진안나가 말을 이었다.

“임신 6개월이 되었을 때 그놈이 미국으로 도망을 갔으니까요.”

“그랬군”

“제가 경솔했죠.”

한마디로 정의를 내린 진안나가 머리를 돌려 조철봉을 보았다.

 

어느덧 정색한 표정이다.

“그 대가를 받는 거죠. 하지만.”

진안나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편안하게 느껴지는 웃음이다.

“세진이 웃는 얼굴을 보면 모든 근심이 다 풀리고 행복해져요.

 

그리고 어떤 어려운 일도 해낼 것 같은 힘이 솟아나는 것 같아요.”

“네가 착한 성품인가보다.”

마침내 진안나의 사연에 끌려든 조철봉이 말했다.

 

길게 숨을 뱉은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네 아들, 그래, 세진이도 너 같은 엄마를 만나 행복할 거다.”

“벌써 두시네요.”

탁자 위에 놓인 시계를 본 진안나가 놀란 듯이 말했다.

 

그러고는 조철봉의 옆으로 몸을 바짝 붙였다.

“시간이 아까워요.”

진안나의 몸은 따뜻했다. 젖가슴이 닿았고 사지가 엉켜졌다.

“봐요. 제 몸이 덥혀졌지요?”

“그러네.”

“그곳도 젖었어요.”

조철봉의 허리를 두 손으로 감아 안으면서 진안나가 말했다.

 

더운 숨결이 가슴에 닿자 조철봉의 머리도 열기로 뜨거워졌다.

 

이미 둘은 알몸이다.

 

그때 진안나가 가쁜 숨을 뱉으면서 말한다.

“저기요, 천천히, 가만가만 넣어주세요.”

조철봉이 상반신을 세웠을 때 올려다보는 진안나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진안나가 두 손으로 조철봉의 어깨를 움켜쥐면서 말을 잇는다.

“천천히, 하지만 강하게.”

진안나가 혀를 내밀더니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끝까지요. 응?”

“알았다.”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자세를 취하고는 진안나를 내려다보았다.

 

시선이 마주쳤지만 이미 진안나의 눈동자는 먼 곳을 향하고 있다.

 

반쯤 벌려진 입술, 초점이 먼눈, 그리고 붉게 상기되어 덥고 가쁜 숨을 뱉으며

 

기다리는 여자를 보는 이때가 조철봉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인 것이다.

 

그때 진안나가 헛소리처럼 말한다.

“빨리, 응?”

조철봉은 철봉에 닿은 골짜기 주변이 이미 젖어 있는 것을 알았다.

 

그 순간 조철봉은 다시 심호흡을 한다.

 

진안나는 프로 중의 하나인 것이다. 준비를 다 갖췄다. 

 

 

 

 

(2311) 새세상 -16

 

 

 

바로 그 순간, 옆방의 김대성은 파트너인 정지연과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었는데

 

이미 이쪽은 사랑이 끝난 상태였다.

 

사랑이 끝난 후의 상태는 그야말로 천태만상이어서 다 다르지만 대별(大別)할 수는 있다.

 

첫째는 만족한 상황, 둘째는 그저 그런 상황, 셋째는 좋지 않은 상황으로 나누어지는데

 

그 세 가지 경우에도 수백 가지 장면이 있어서 천태만상이란 말이 어울리는 것이다.

쌍마다 다르고, 같은 남녀라도 할 때마다 상황이 다른 법이다.

 

김대성과 정지연의 상황은 두번째의 그저 그런 상황에 포함되었다.

 

그것을 자세히 표현하면 김대성은 만족함과 미안함이 뒤섞인 상태였으며 정지연은

 

어색함과 불안감이 섞여 있다.

 

정지연에게 섹스 따위는 관심 밖이다. 주려고 온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씻고 다시 침대에 누웠을 때 정지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좋았어요?”

그러자 김대성이 머리를 돌려 정지연을 보았다. 굳어진 표정이다.

“응, 너무 좋았어. 그런데, 거긴….”

“내 걱정은 마세요.”

김대성의 말을 자른 정지연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런 염려는 안 하셔도 돼요. 거기만 좋으면 되니까.”

“내가 너무 빠르지 않았어?”

“누가 길어야 좋다고 했어요?”

그렇게 물은 정지연이 제 말에 제가 대답한다.

“저 같은 여자가 그런 말 했을 리는 없고 책이나 영화에서 보신 모양이죠?

 

하지만 그런 거 믿지 마세요.”

김대성의 시선을 받은 정지연이 이번에는 활짝 웃는다.

 

가지런한 이가 드러났고 눈이 가늘어지면서 딴 얼굴이 되었다.

 

이지적인 모습이 천진한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어느덧 긴장이 풀린 김대성이 다시 묻는다.

“그럼 거기도 좋았단 말이야?”

“그럼요.”

다시 웃어보인 정지연이 김대성의 허리를 두 팔로 감아 안고 몸을 붙였다.

“사장님은 마음씨가 참 고운 분 같아요.”

“내가?”

눈을 둥그렇게 떴던 김대성이 곧 피식 웃었다.

“그것, 고맙구먼. 그런데 내가 사장님으로 보이나?”

“아닌가요?”

눈을 가늘게 뜬 정지연이 몸을 더 붙인다.

 

빈틈없이 밀착된 두 알몸의 사지가 엉켜 있다.

 

정지연이 김대성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상관없어요. 사장님이 아니더라도.”

“내가 간첩이라도 상관없어?”

그러자 정지연이 피식 웃는다.

“요즘에도 간첩이 있어요?”

“그럼 없단 말이야?”

“간첩 잡았다는 말 못들었는데.”

해놓고는 손을 뻗어 김대성의 성난 철봉을 쥐었다.

 

그러고는 반짝이는 눈으로 김대성을 보았다.

“간첩보다 더 심한 일을 하는 사람이 쌔고 쌨는데

 

일부러 북한에서 간첩을 보낼 필요가 있겠어요?”

“그, 그런가?”

“하긴 요즘은 좀 주춤하겠네.”

혼잣소리처럼 말했던 정지연이 손에 쥔 철봉이 늘어진 것을 느끼고는 문지르기 시작했다.

“한 번 더 하실 거죠?”

당연한 일인 것처럼 정지연이 물었으므로 김대성은 머리만 끄덕였다.

 

철봉은 마음과는 다르게 다시 단단해졌다.

 

그때 정지연이 문득 생각난 듯 말한다.

“북한 간첩은 못먹어서 금방 표시가 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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