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64. 새세상 (6)

오늘의 쉼터 2014. 10. 10. 15:33

864. 새세상 (6)

 

 

 

(2306) 새세상 -11

 

 

그날 밤은 전주의 요정에 갔다.

 

가라앉아 있는 것 같은 김대성의 분위기를 의식한 조철봉이 제의했던 것이다.

 

김대성이 선선히 승낙했으므로 이강준은 서둘러 요정 한 곳을 예약해놓았다.

 

저녁 8시반, 일행 여섯이 요정의 안방으로 들어가 앉자마자

 

한복을 차려입은 여주인이 선녀 같은 아가씨들을 데려왔다.

모두 한복 차림으로 절색이다. 이어서 그야말로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의 음식이 차려진

 

요리상이 놓였고 안쪽에 북과 장구, 가야금을 연주할 국악인이 자리 잡는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이어서 누구 하나 머뭇거리지 않았으며 어긋나거나 부딪치지도 않았다.

 

아가씨들이 자리를 잡는 것도 그렇다.

 

안쪽 상석에 앉은 김대성의 옆에는 긴 생머리를 뒤로 묶은 아가씨가 배정되었는데

 

마치 머리를 땋은 조선시대 처녀 같은 분위기였다.

 

그때 여주인이 다시 방으로 들어서며 말한다.

“자, 술을 따라 올려라.”

그래 놓고 고수 앞으로 다가서더니 허리를 굽혀 절을 한다.

“제가 권주가를 부르겠습니다 ”

그 순간 가야금이 울렸으며 장구와 북이 가락을 맞추었다.

 

어깻짓을 하고 난 여주인이 곧 권주가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국악에 문외한인 조철봉이

 

듣기에는 그야말로 명창이 따로 없다.

 

흥이 절로 났고 손에 쥔 술잔이 저도 모르게 입으로 옮아갔다.

 

앞쪽에 앉은 김대성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상기된 얼굴로 열창하는 여주인은 조철봉과 시선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는다.

“주인이 명창입니다.”

하고 이강준이 설명하자 김대성은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과연 그렇군요”

“한국에서는 국악인 중 명창 칭호를 받는 분이 몇분 계십니다.

 

바로 저분이 그 중 한 분이죠.”

이강준이 다시 설명하자 김대성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럼 우리 북조선의 공훈배우와 같다는 말씀이군요.”

“그, 그런 셈이지요.”

이강준이 어설프게 대답했을 때 김대성은 더 열심히 권주가를 듣는다.

 

머리를 돌린 조철봉이 옆에 앉은 아가씨를 보았다.

 

미인이다. 한복을 차려 입었어도 잘록한 허리, 둥근 어깨와 풍만한 엉덩이가 눈앞에 그려진다.

“고향이 이곳이야?”

하고 조철봉이 낮게 묻자 아가씨는 희미하게 머리를 젓는다.

 

눈웃음도 희미하게 떠올라 있다.

“어디서 왔니?”

아직도 창에 정신이 팔린 김대성에게 시선을 주고 난 조철봉이 다시 묻는다.

아가씨가 목소리를 낮추고 대답한다.

“서울요.”

“서울에서? 언제?”

“한시간 전에.”

그러고는 아가씨가 다시 눈웃음을 쳤다.

“헬리콥터 처음 타봤어요.”

이강준이 요정에 예약을 한 것은 오후 4시경이었으니 4시간쯤 전이다.

 

4시간 동안 공수 대작전이 일어난 것이다.

 

이제는 조철봉이 묻지 않았어도 귀에 입술을 가깝게 댄 아가씨가 소곤거렸다.

“앞에 계신 젊은 분이 VIP군요?”

조철봉은 눈만 껌벅였고 아가씨의 말이 이어졌다.

“재벌 2세쯤 되나요? 잘생겼네. 아저씬 중역이세요?”

“모두 다 헬리콥터로 날아왔어?”

“네, 하지만 모두 모르는 얘들이에요. 저는 아저씨 담당으로 배정되었고요.”

각기 취향에 맞도록 이강준이 어련히 잘하지 않았겠는가?

 

아마 옆쪽 아가씨는 섹스머신일지도 모른다. 

 

 

 

 

(2307) 새세상 -12

 

 

김대성은 술을 많이 마셨다.

 

전주의 특산 소주를 여러 병 비웠는데 술이 세어서 자세가 흐트러지지는 않았다.

 

옆에 앉은 파트너는 조철봉이 봐도 특급이다. 사근거리지도,

 

그렇다고 뻗대지도 않고 차분하게, 때로는 상냥했다가 시치미를 뚝 떼는 자세가 홀딱 빠질 만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섬세한 시중이다.

 

프로가 되어야 이 수준에 닿는 것이다. 거기에다 몸과 얼굴까지 받쳐 줘야 하니

 

대학교수 하는 것이 오히려 쉽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방 안 분위기는 뜨겁다. 김대성은 자주 웃었다.

 

명창인 여주인의 만담이 걸쭉했기 때문이다.

 

그때 강영만과 함께 잠깐 밖에 나갔다 들어온 이강준이 조철봉에게 몸을 굽히고 말한다.

“저기, 오늘 밤 같이 나가시지요.”

“어디를 말입니까?”

조철봉이 소리 죽여 묻자 이강준은 목소리를 더 낮췄다.

“2차 말씀입니다.”

“그야.”

했다가 조철봉이 퍼뜩 시선을 들고 앞에 앉은 김대성을 보았다.

 

김대성은 파트너 미스 정의 귀에 입술을 붙이고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는데 둘 다 진지한 표정이다.

 

머리를 돌린 조철봉이 이제는 이강준을 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이강준이 희미하게 머리를 끄덕인다.

 

김대성과 같이 2차를 나가라는 말인 것이다.

“그러지요.”

조철봉이 누구인데 사양하겠는가? 바라던 바다.

 

그때 조철봉의 귀에 대고 이강준이 말을 잇는다.

“저희들은 자리를 피할 테니까 조 특보님께서 김 선생님을 모시고 나오시지요.”

“어디로 말씀입니까?”

“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차를 타시면 됩니다. 아가씨들은 나중에 방으로….”

“어느 방인데요?”

“예. 전라호텔에 가시면 저희 요원이 안내해 드릴 겁니다.”

“알겠습니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허리를 세웠을 때 마침 김대성과 시선이 마주쳤다.

 

김대성은 어느덧 웃음 띤 얼굴이다.

“조 선생님, 다음 순서는 뭡니까?”

하고 김대성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작게 헛기침을 했다.

 

이때가 기회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김 선생님하고 내가 둘이서 말씀 좀 나눴으면 좋겠는데요.”

조철봉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을 때 강영만과 이강준이 동시에 일어났다.

 

수행원들도 서둘러 따른다.

“잠깐만 모두 밖으로.”

이강준의 말에 이번에는 조철봉과 김대성의 파트너까지 모두 일어섰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밖으로 나갔으므로 방 안에는 조철봉과 김대성 둘만 남았다.

 

조철봉이 웃음 띤 얼굴로 김대성을 보았다.

“어떻습니까? 파트너 마음에 드시면 호텔 방으로 데리고 나가시지요.”

그러고는 얼른 덧붙였다.

“저도 제 파트너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김대성은 정색한 채 시선만 주었으므로 조철봉이 다시 쓴웃음을 짓는다.

“강 중장하고 이 실장이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김대성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만한 사람은 조철봉이 적당한 것이다.

 

김대성의 시선을 잡은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약점 잡히실 일 없습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즐기시면 됩니다.”

그러자 김대성이 어깨를 치켜세웠다가 내리면서 말한다.

“좋습니다. 가지요.”

그러더니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다.

“겁날 거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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