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65. 새세상 (7)

오늘의 쉼터 2014. 10. 10. 15:34

865. 새세상 (7)

 

 

 

(2308) 새세상 -13

 

 

전라호텔 최상층에 특실이 두 개 있었는데 김대성과 조철봉이 차지하게 되었다.

 

김대성을 먼저 방으로 안내한 조철봉이 키로 문을 열어 주면서 말한다.

“제 방은 바로 옆방입니다.”

그러고는 얼굴을 펴고 웃었다.

“내일 아침에는 몇시에 깨워 드릴까요?”

“제가 7시쯤 전화 드리지요.”

따라 웃은 김대성이 방 안으로 들어가다가 문득 멈춰서더니 조철봉을 보았다.

“제 파트너는 제가 재벌 2세인 줄 압니다. 그런데 뭘 좀 줘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군요.”

정색한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가슴이 세차게 뛰었고 얼굴이 화끈거렸으므로 조철봉은 슬그머니 심호흡을 했다.

 

이강준이 용의주도하게 조처를 했지만 아가씨한테 줄 돈 준비는 하지 않은 것이다.

 

김대성이 직접 대가를 지불하려고 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

 

조철봉은 서둘러 지갑을 꺼내고는 안에 든 수표를 모두 집어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강 중장이 달러를 갖고 있으니까 내일 바꿔 드리지요.”

하면서 수표를 받은 김대성이 조철봉에게 다시 묻는다.

“얼마를 줘야 합니까?”

“그, 그것이.”

입맛을 다신 조철봉은 김대성이 쥐고 있는 수표로 시선을 내렸다.

 

세지도 않고 있는 대로 다 빼내준 수표여서 10만원짜리도 있고 100만원짜리도 있다.

 

모두 합쳐서 1000만원 정도는 될 것이다.

 

다시 머리를 든 조철봉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김대성의 시선과 마주쳤다.

 

김대성은 지금 2차 값을 묻고 있는 것이다.

“그건 정해진 값이 없는데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집어주셔도 되지만….”

말을 그친 조철봉이 짧은 한숨을 뱉는다.

 

그러나 한국 물정을 모르는 김대성이 생각나는 대로 집어줬다가 망신당할 수도 있다.

 

김대성의 파트너 미스 정 같은 여자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초특급이다.

 

얼빠진 놈이 걸리면 몇 천이라도 던질 만했다.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돈이 그것뿐이라고 하시면서 그냥 그걸 다 주시지요.”

눈으로 김대성이 쥔 수표 뭉치를 가리키며 조철봉이 말했다.

“세어보지 마시고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머리를 끄덕인 김대성이 이제는 되었다는 듯이 환한 얼굴이 되어 방으로 들어갔다.

 

조철봉이 제 방으로 돌아온 지 5분도 되지 않았을 때 문에서 벨소리가 났다.

 

서둘러 문으로 다가간 조철봉이 문을 열자 파트너 미스 진이 웃는 얼굴로 서있다.

“들어가도 돼요?”

“아, 그럼.”

비켜선 조철봉도 따라 웃는다.

 

앞을 스치고 지나는 미스 진한테서 달콤한 향내가 맡아졌다.

 

진 바지에 셔츠 차림의 미스 진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탁자 위에 가방을 내려놓은 미스 진이 방 안을 둘러보면서 눈을 둥그렇게 떴다.

“휘유, 이런 방은 처음이에요, 여긴 하룻밤 방값이 얼마죠?”

“글쎄.”

“100만원도 넘겠죠?”

“벗고 씻기나 해.”

저고리를 벗으면서 조철봉이 말하자 미스 진이 빙긋 웃는다.

 

웃음 짓는 모습이 귀여웠으므로 조철봉의 가슴도 편안해졌다.

“같이 씻어요?”

바지를 벗으면서 미스 진이 묻는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도 모른다,

 

그리고 나이도. 김대성한테만 신경을 쓰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2309) 새세상 -14

 

 

인간은 다 사연이 있다. 다시 말해서 사연 없는 인간은 없다.

 

구구절절 가슴에 사무치는 사연을 모두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본인의 입에서 밖으로 전해질 때 상대가 본인만큼 감동하지는 않는다.

 

표현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사연은 주관이 가득 섞여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주관은 다 벗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잘못 쓴 자서전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인간은 또 본인의 행적을 미화, 합리화시키려는 본능이 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명성을 얻게 되면 은근히 가르치려고 드는 습성도 만들어진다.

 

그래서 조철봉은 남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받은 적이 드물었다.

 

본인의 바탕이 깨끗하지 못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사기꾼은 철저한 계산과 대비를 갖춰야 성공한다.

 

따라서 타인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씻고 침대에 나란히 눕고 나서 미스 진과 대화를 나눌 때도 그런 선입견이 작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주고받는 말이 건성이었고 반쯤은 흘려들었다.

“이름은?”

“진안나라고 해요.”

“고향은 어디인데?”

“경기도 수원.”

“나이는?”

“스물여섯, 학교는 4년제 대학 나왔고요.”

거기까지는 건성으로 들었는데 진안나는 문득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했다.

“대학 3학년 때 애를 낳아서 지금 다섯 살짜리 아들이 있죠.”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진안나가 이를 드러내며 소리없이 웃는다.

“애 때문이기도 하고 제대로 직장 생활하기도 어려워서 이렇게 파트타임으로 일한답니다.”

“파트타임?”

차츰 이야기에 끌려든 조철봉이 묻자 진안나가 시트를 목 밑까지 당겨 덮는다.

 

지금 진안나는 샤워를 마치고 알몸인 채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다.

 

진안나가 웃음 띤 얼굴로 대답했다.

“그럼요. 중요한 손님이 오실 때만 가게에 나가 일하는 거죠.”

“이런 일 자주 있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사흘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하는데

 

오늘은 몇 시간 전에서야 연락을 받았고요.”

“수입은 어때?”

“한 달에 5백 정도. 적금 들 정도는 되죠.”

“일주일에 한 번이면 한 달에 네 번 일하는 셈이구나.”

“결국 몸 파는 직업이죠.”

웃음 띤 얼굴로 말한 진안나가 시선을 돌리더니 말을 잇는다.

“몸매 관리도 열심히 해야 하고요. 그리고 몇 달 전에는 수술까지 받았죠.”

“어디 수술?”

조철봉이 얼굴을 둘러보는 시늉을 하자 진안나가 피식 웃는다.

“거기 말고요, 아래.”

“젖가슴?”

“더 아래.”

그러자 조철봉이 따라 웃었다. 더 아래쪽이란 그곳을 말한 것이다.

“그렇게까지 해야 돼?”

“손님을 더 기쁘게 해 드려야죠.”

“반응이 좋더냐?”

“네, 성공적이었어요.”

조철봉이 한쪽 팔로 머리를 받치고는 비스듬히 누워 진안나를 보았다.

 

솔직함을 가장한 표현으로 주의를 끄는 인간도 있다.

 

그러나 진안나한테서는 꾸민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때 진안나가 다시 말을 잇는다.

“본래 크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수술하고 나니까 저도 느낌이 더 좋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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