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60. 새세상 (2)

오늘의 쉼터 2014. 10. 10. 15:29

860. 새세상 (2)

 

 

(2298) 새세상 -3

 

 

 

김대성이 입국한 것은 조철봉이 대통령 특별보좌관 임명장을 받은 다음 날이었다.

개성공단을 통해 대한민국 영토로 들어온 김대성은 강영만 중장, 그리고 수행원 셋까지

포함해서 일행이 다섯이었다.

조철봉은 개성공단까지 김대성을 마중나갔는데 한국 정부 측에서는 국가정보원장

김광준과 청와대 대통령실장 유세진이 나왔다.

그러나 비밀 영접이어서 공단 귀빈실에서 인사만 하고 돌아갔으므로 주위에는

조철봉과 국정원 정보실장 이강준 그리고 수행원 셋까지 다섯이 남았다.

이쪽도 다섯이다.

그래서 일행 열 명은 캠핑카로 개조한 40인승 버스 세 대와 승용차 두 대,

일명 ‘탑차’로 불리는 트럭 두 대까지 차량 일곱 대로 대열을 편성하고 자유로로 나왔다.

40인승 버스는 5인용 침실과 주방, 욕실까지 갖춘 최신형 캠핑카인 것이다.

그러나 겉은 버스로 보이도록 특별히 한국자동차에서 제작을 했다.

김대성은 처음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자유로를 달리기 시작했을 때

옆에 앉은 조철봉에게 말한다.

“차들이 많습니다.”

마침 토요일이어서 자유로는 상하행선이 붐비고 있다.

짙게 선팅된 버스 창밖을 둘러보는 김대성은 감탄한 표정이었다.

김대성이 조철봉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둘씩 탄 사람들이 많군요.”

“예, 놀러 가는 겁니다.”

8월 초여서 산과 바다는 피서객으로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 국정원측은 김대성의 첫 방문지를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

대천해수욕장으로 잡았다.

정신없이 창밖을 내다보던 김대성이 다시 조철봉에게 묻는다.

“남한에 차가 몇 대가 있습니까?”

“천만 대가 넘었습니다.”

조철봉이 눈만 껌벅였을 때 이강준 뒤쪽에 앉아 있던 수행원 하나가 재빠르게 말했다.

이 버스에는 앞쪽에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쯤의 의자가 6개 놓여 있어서 양쪽의 고위층 셋이

나란히 앉았다.

이강준의 수행원은 머릿속에 지식을 담고 있는 요원이 틀림없다.

김대성이 놀란 듯 눈과 입을 반쯤 벌리자 수행원이 차분하게 말을 잇는다.

“2008년 말에 전국의 자동차 보유대수가 1679만 대였습니다.

자가용 승용차는 1248만 대였고 전체 대수를 당시 가구수인 1667가구로 계산하면

가구당 한 대가 넘습니다.”

“대단하군요.”

입맛을 다신 김대성이 말했을 때 조철봉이 거들었다.

“집은 없어도 자가용을 사니까요. 할부로 살 수 있으니까 별로 어렵지 않지요.”

차 안에 잠깐 정적이 덮여졌다. 어색하고 무거운 정적이다.

김대성은 다시 창밖을 보았고 강영만의 표정은 어둡다.

그때 버스가 속력을 늦췄으므로 조철봉이 앞쪽을 보았다.

차량들이 앞에서 밀리고 있다. 사고가 난 것 같다.

“차가 한번 밀리면 짜증이 납니다.”

조철봉이 그것이 큰 잘못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을 잇는다.

“사고도 많이 나지요. 아주 운전들을 험하게 해서….”

그때 버스가 일차선의 사고가 난 지점을 서행으로 지나갔다.

차 두 대가 접촉 사고를 냈는지 비상등을 켜고 서 있었는데 여자가 남자한테

삿대질을 하면서 대들고 있다. 차들은 모두 멀쩡했는데 여자의 태도는 격렬했다.

조철봉이나 한국측에서는 자주 보는 장면이었지만 김대성은 신기한 모양이었다.

“남자가 크게 잘못을 한 것 같습니다.”

혼잣소리처럼 말했던 김대성이 다시 머리를 들고 조철봉에게 묻는다.

“아니면 여자가 권력층에 있기 때문일까요?” 

 

 

(2299) 새세상 -4

 

 

 

남조선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는 인간이 어디 김대성 하나뿐이겠는가?

 

북한 주민 대다수가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아온 것이다.

 

남조선은 미국의 앞잡이 노릇을 해온 주구이며 원쑤인 것이다.

 

김일성이 원수 직함을 달고 있었으므로 원쑤라는 새 단어까지 만들었다.

 

김대성이 비록 외국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쳤지만 남조선에 대한 선입견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남조선 사회의 부패와 비리, 권력자의 횡포 따위는 낱낱이 파헤쳐져 해외 토픽으로

 

보도되는 상황이다.

 

그것이 바로 열려진 사회의 모습이며 자유로운 언론의 결과라는 사실을 간과하는 한국인들도

 

많은 것이다.

 

제 모습이 어떤지는 보지 못하고 노출된 남조선 사회만 비웃는 북한인들이 바로

 

그런 한국인들과 같은 맥이다.

 

자유로에서 외곽순환도로로 옮겨 달릴 때도 차량이 많았다.

 

그러나 자유로보다 넓고 길이 좋은 때문인지 차량들은 속력을 내었다.

 

일곱대의 차량 대열도 시속 100킬로가 넘는 속도로 달려간다.

“모두 어디로 갑니까?”

하고 김대성이 첫 번째 톨게이트를 지났을 때 조철봉에게 묻는다.

“이 길이 서울외곽순환도로인데 서해안고속도로와 연결이 되어 있거든요.”

그쯤은 알고 있었으므로 조철봉이 설명했을 때 이강준의 눈짓을 받은 수행원이

 

앞쪽으로 나서더니 천장에서 스크린을 내렸다.

 

그 순간 스크린에 고속도로망이 선명하게 펼쳐졌다.

 

도로에 붉은 점으로 찍힌 것이 그들 일행의 차량 대열이다.

 

수행원이 또렷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목적지인 대천해수욕장까지는 앞으로 한 시간 반이 소요될 것입니다.”

그러자 목적지인 바닷가 대천해수욕장 위치에 푸른색 불이 켜졌다.

“으음, 오늘은 그곳에서 쉬겠군요.”

김대성이 머리를 끄덕이고는 다시 조철봉에게 묻는다.

“통행증 없이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정색한 조철봉이 똑바로 김대성을 보았다.

 

북한에서는 통행증이 있어야 여행을 하는 것이다.

 

웃거나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 기분이 상할지도 모른다.

 

그러자 김대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스위스에 있을 때도 그랬지요. 마음대로 돌아다녔다구요.”

“그렇습니까?”

“북한은 특수 상황에 있는 국가니까.”

혼잣소리처럼 말한 김대성이 다시 창밖의 차량 대열을 눈으로 가리키며 웃는다.

“저 차들 안에는 도둑놈도, 강도도, 살인자도 있겠군요. 그렇지요?”

“그, 그렇겠지요.”

“길을 막고 검문을 한다면 금방 혼란상태가 되겠습니다. 차가 천만 대가 넘으니까 말입니다.”

“그, 그렇습니다.”

긴장한 조철봉이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이강준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김대성이 말을 잇는다.

“국력은 꼭 경제력과 비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예? 예.”

조철봉이 건성으로 대답하자 김대성이 한마디씩 힘주어 말한다.

“나는 아버지가 왜 군을 그토록 양성했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머리를 든 김대성이 조철봉과 이강준의 얼굴을 차례로 훑어보았다.

“남조선의 경제 발전이 참 무섭군요.

 

만일 우리 인민군이 없었다면 벌써 남조선한테 흡수당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조철봉은 물론 이강준도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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