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57. 남북암행 (10)

오늘의 쉼터 2014. 10. 10. 13:40

857. 남북암행 (10)

 

 

(2291) 남북암행-19 

 

 

김대성이 평양으로 돌아왔을 때는 시찰을 떠난 지 딱 20일이 되었을 때였다.

20일동안 조철봉은 김대성과 그야말로 침식을 같이 해온 터라 호텔에 혼자 있게 되었을 때

허전해질 정도였다.

본래 김대성은 한달 예정을 하고 떠난 것 같았지만 아버지인 위원장한테서

이만 돌아오라는 연락이 왔던 것이다.

조철봉도 시간 여유가 있는 인간이 아니었으므로 호텔로 돌아오자

곧 짐을 꾸려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러나 오후 7시가 다 되어 있었으니 오늘밤은 푹 쉬고 내일 떠날 작정이었다.

오후 8시반,

조철봉이 고려호텔 1층 식당에서 혼자 저녁을 먹고 방으로 돌아온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탁자 위의 전화기를 든 조철봉이 응답하자 수화구에서 양성택의 목소리가 울린다.

“조 사장님, 식사 다 하셨지요?”

“예, 방금.”

해놓고 조철봉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가 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양성택의 말이 이어졌다.

“그럼 한잔 하시러 내려오시지 않겠습니까?”

그러더니 양성택이 짧게 웃는다.

“오랜만에 회포도 풀고 말입니다.”

“어, 어디로 말씀입니까?”

“지하 가라오케로 내려오시지요. 내가 지금 거기 있습니다.”

조철봉의 얼굴에 저절로 쓴웃음이 떠올랐다.

지하 1층 가라오케는 양성택과 여러 번 출입을 한 곳이라 낯이 익다.

문 앞에서 기다리던 지배인이 조철봉을 보더니 반색을 했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앞장서 안내를 하면서 지배인이 은근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낮춘다.

“아가씨도 준비해 놓았습니다.”

“고맙군.”

분위기가 싫지 않았으므로 조철봉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복도 끝쪽의 특실로 안내된 조철봉은 먼저 웃음 띤 얼굴로 일어서는 양성택을 보았다.

“어이구, 우리 조 사장님.”

손을 내민 양성택의 얼굴은 이미 술기운으로 붉다.

그리고 방 안에는 여자가 두 명이 있었는데 모두 따라 일어나 정중하게 조철봉을 맞는다.

“자아, 앉으십시다.”

악수를 나눈 양성택이 자리에 앉으면서 좌우의 여자를 눈으로 가리켰다.

“어떻습니까? 미인들이죠?”

“아아, 예.”

과연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미인이다.

그동안 풍찬노숙이야 아니지만 20일동안 이런 미인을 구경이나 할 수 있었던가?

같이 자는 김대성한테 들킬까봐 새벽마다 사납게 곤두서는 철봉을 죽이려고

갖은 고생을 다했던 조철봉이다.

조철봉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여자를 훑어 보았다.

“자, 어느 미인이 마음에 드시오?”

하고 양성택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주저하지 않고 제 옆에 앉은 여자의 허리를 당겼다.

양성택이 이미 배치해놓은 것이다.

“으하하.”

소리내어 웃은 양성택이 조철봉의 빈 잔에 위스키를 따른다.

“이제 조 사장님은 지도자 동지의 최측근이 되신 거요. 알고 계시지요?”

그렇게 묻는 양성택의 표정은 어느새 차분해져 있다.

이것이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잔을 들었다.

권력이 있는 곳에는 모든 것이 모인다.

그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인 것이다.

한모금에 술을 삼킨 조철봉이 더운 숨을 뱉고 나서 양성택을 보았다.

어느덧 조철봉의 얼굴도 긴장되어 있다.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한다.

“우리들의 책임이 큽니다. 부장님.” 

 

 

 

(2292) 남북암행-20 

 

 

그 시간에 청와대의 소식당 안에서는 대통령이 비서실장 유세진,

국정원장 김광준과 함께 늦은 저녁을 먹는 중이다.

국정원장이야 대통령과 독대하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오늘 회동은 급하게 이루어졌다.

대통령이 두 시간 전에 급히 보자고 한 것이다.

그래서 김광준은 국정원에서 곧장 청와대 소식당으로 직행했다.

물론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된 비밀 회동이다.

대통령은 어려서부터 버릇이 되어서 식사를 빨리한다.

그래서 익숙지 않은 사람은 밥을 반도 못먹고 수저를 놓아야 한다.

이미 대통령이 밥을 다 먹었기 때문이다.

식사할 때 말 안하는 것도 대통령의 버릇이다.

가난하게 자랐기 때문이라고 대통령은 거침없이 고백하지만 솔직히 지금도 가난하다면

그렇게 대놓고 말 못한다.

오늘도 대통령이 수저를 내려놓았을 때 여러 번 겪어 본 유세진은 밥을 삼분지 이는 먹었지만

김광준은 삼분지 일밖에 못먹었다.

긴장한 김광준이 밥맛도 없었으므로 같이 수저를 놓았을 때 대통령이 힐끗 밥 그릇을 봐 주었다.

“왜요? 더 드시지.”

“아닙니다. 많이 먹었습니다.”

했지만 청와대 나오자마자 인사동으로 직행해서 설렁탕 한그릇을 먹어야 할 것이다.

그런 장관이 몇 있고 단골집도 생겨났다.

김광준이 누군가? 다 안다.

대통령이 물을 두 모금 마시고 나더니 똑바로 김광준을 본다.

자, 본론이다.

“유 실장한테서 들었는데 조철봉씨를 특별보좌관으로 기용하는 것이 낫겠습니까?”

“예, 대통령님.”

준비하고 있었으므로 김광준의 대답은 확신감에 차 있다.

유세진한테는 물론이고 안보수석한테도 조철봉의 역할에 대한 설득을 했고 모두 공감했다.

조철봉이 대통령을 측근에서 돕는다면 남북관계는 더 한층 공고해질 것이었다.

그때 대통령의 머리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이맛살도 조금 찌푸려져 있었으므로 김광준의 가슴이 답답해진다.

“조철봉씨는 보좌관직을 내놓은 지도 얼마되지 않았지요?”

대통령이 말하자 유세진과 김광준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렇다. 조철봉은 대통령 보좌관을 석 달반쯤 했다가 그만두었다.

그러나 그동안 남북관계에 큰 업적을 이루었다.

물론 양쪽의 이용물이 되었지만 매스컴도 많이 탔다.

김광준은 대통령이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조철봉에 대해서 크게 호감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

조철봉의 지저분한 사생활 때문이다.

유세진이 가만 있었으므로 김광준이 입을 열었다.

“대통령님, 지금 북한의 후계자가 되어 있는 김대성과 조철봉씨가

북한 전역을 암행 시찰했습니다.”

그것도 보고를 받은 터라 대통령은 머리만 끄덕였고 김광준이 말을 잇는다.

“오늘 오후에 김대성과 조철봉씨는 평양으로 돌아왔는데

곧 한국도 둘이 암행할 예정이라는 정보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것은 처음 듣는다.

김대성이 조철봉과 한국을 암행 시찰하다니,

그때 김광준의 목소리에 열기가 띠어졌다.

“이제 북한은 김대성의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고

그 최측근이 되어가고 있는 자가 조철봉씨입니다.

이것은 위원장의 포석으로 후계자에게 남북간의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미래를 결정하라는 의지라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조철봉씨를 대통령님의 최측근으로 운영해야 됩니다.

우리는 조철봉씨를 적극 활용해야 되는 것입니다, 대통령님.”

김광준은 지금까지 이렇게 긴 말을 한 적이 없었지만 만족했다.

할 말은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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