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4. 버려야 먹는다 (9)
(2264) 버려야 먹는다-17
트럭에는 비상 연락용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실려 있다.
다음날 아침,
강영만의 지시를 받은 경호병이 오토바이를 타고 우창리에 다녀왔다.
떠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돌아온 것이다.
사복 차림의 호위총국 군관은 부동자세로 서서 김대성과 나란히 선 강영만에게 보고했다.
“박순희의 어머니 홍금옥은 현재 제127 국경초소에 있습니다.”
“무시기?”
이맛살을 찌푸린 강영만이 군관을 노려보았다.
“갑자기 웬 국경초소야? 니, 딴 동무 찾은 거 아이가?”
“아닙니다.”
당황한 군관이 얼굴을 굳히고는 말을 잇는다.
“우창리의 보위부 파견대원한테서 직접 들었습니다.
홍금옥은 이틀 전에 국경을 넘다가 체포되었다고 합니다.”
“왜?”
하고 이번에는 김대성이 물었으므로 군관의 눈동자가 어지럽게 흔들렸다.
“말하라우.”
강영만이 독촉하자 군관이 머리를 든다.
“예. 장사를 하려고 넘어간 것 같습니다.”
“장사?”
다시 김대성이 묻는다.
옆쪽에 서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조철봉이 소리죽여 숨을 뱉는다.
오전 8시반이다.
방금 쌀밥과 고깃국으로 아침 식사를 마친 두 남매는 아래쪽 개울가로 내려가 몸을 씻는 중이다.
그때 김대성이 다시 묻는다.
“도대체 무슨 장사를 한다는 거요? 송이 두 개를 갖고 나갔다는데.”
그러자 강영만이 군관에게 소리쳤다.
“들은 대로 보고하라우!”
“예.”
부동자세로 선 군관이 똑바로 김대성을 바라보며 말한다.
“홍금옥은 다른 여성동무 두 명과 함께 잡혔다고 합니다.”
“….”
“국경경비대에서 그 셋이 자주 중국땅으로 넘어가 양곡을 바꿔왔거나 밀수품을 들여왔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김대성이 심호흡을 하더니 힐끗 조철봉을 보았다.
그러고는 강영만에게 말한다.
“경비대에 연락해서 홍금옥을 돌려 보내라고 해주세요.”
“예, 지도자….”
했다가 당황한 강영만이 말을 바꾼다.
“예, 김 선생.”
머리를 돌린 강영만이 앞쪽의 경비병을 소리쳐 불렀다.
“야, 김 중좌. 이번에는 동무가 덕천 보위부로 달려가라우!
가서 127 국경초소에 잡혀있는 홍금옥을 날래 빼내어서 우창리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해!”
“빨리.”
김대성이 낮게 말했지만 강영만은 목소리를 더 높였다.
“차에 실어서 보내라고 해! 특급이다!”
“예, 강 선생.”
“그 차에 쌀도 100킬로쯤 함께 실어보내라고 해요.”
김대성이 다시 말했을 때 강영만이 당황한 듯 눈을 껌벅였다.
“그, 그것은 저희들이 여기서….”
“알겠습니다.”
머리를 끄덕인 김대성이 몸을 돌렸고 강영만과 경비병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김대성이 다시 조철봉에게 시선을 주더니 옆으로 다가와 말한다.
“인민들 생활이 좋지 않네요.”
그러고는 김대성이 길게 숨을 뱉는다.
“애들이 밥 먹는 걸 보면 밥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가 않아요.”
(2265) 버려야 먹는다-18
김대성은 세심했다. 자상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홍금옥이 석방되어 올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으므로 김대성은 호위대원 중 군관 하나를 남매와 함께 남겨두고 출발했다. 홍금옥이 올 때까지 보호하고 있다가 돌아오라는 것이다. 그리고 쌀 1백킬로를 전해 주라는 지시도 다시 했다. 강영만의 시선을 받은 김대성이 말을 잇는다. 강 선생이 진정 나를 위해 주신다면 꾸밈없는 인민들의 모습을 보여 주도록 해 주시오.” 그러더니 말이 끝났을 때 상반신을 반듯이 세우면서 대답한다. 승합차에는 다섯이 타고 있다. 뒤쪽에 김대성과 조철봉이 나란히 앉았고 그 앞 열에는 강영만, 그리고 운전석과 보조석의 호위군관이 둘이다. 김대성이 묻는다. 그러고는 똑바로 김대성을 보았다. 강영만도 긴장한 표정이다. 누가 간섭이나 비난을 하겠습니까?” 전제가 필요하다. 국민의 지지가 없는 정권끼리의 관계는 야합일 뿐이다. 그때 조철봉을 향해 김대성이 싱긋 웃는다. 또는 철부지라고 하겠지요?” 북한에 오기 전에 바로 최갑중이 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최갑중뿐만 아니라 한국 국민의 대다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조철봉 자신조차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던가? 노회한 위원장이 그야말로 외줄타기 하는 곡예사처럼 북한 정권을 끌고 가다가 마침내 남북 합의와 핵 폐기를 선언한 마당이다. 위원장이 끝까지 마무리해 주기를 바랐는데 중병설이 떠돌면서 김대성이 출현한 것이다. 그때 김대성이 말을 잇는다. 눈을 깜박이고 났더니 금방 없어졌지만 떠올랐었다. 앞쪽의 강영만도 딴전을 부리고 있었지만 귀가 곤두서 있을 것이었다. 길게 숨을 뱉은 김대성의 말이 차 안에 울렸다. 그래서 날 민생을 직접 보라고 이렇게 내보내신 것입니다.” 김대성의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눈도 깜박이지 않는다.
“북쪽으로 갑시다.”
오전 10시경, 차에 오른 김대성이 강영만에게 말했다.
“도시는 볼 것 없습니다. 벽지에 사는 인민들의 모습을 보고 싶단 말입니다.
김대성이 한마디씩 차분하게 말하는 동안 강영만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잘 알겠습니다. 지도자 동지.”
“김 선생으로 부르셔야 됩니다.”
김대성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지만 강영만은 따라 웃지 않는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쓴웃음을 지은 김대성이 머리를 돌려 옆쪽에 앉은 조철봉을 보았다.
“조 선생, 남조선에서는 내가 후계자가 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예? 그것은….”
당황한 조철봉이 심호흡을 하고 나서 침까지 삼켰다.
“솔직히 북남 양국이 우호 친선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상대방 정권 승계에 대해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양국의 정권을 장악한 세력이 국민에 의해 선출되었어야 한다는
“아마 남조선에선 내가 정상적인 선거 절차를 거치지 않고 후계자가 된 행운아,
“그, 그럴 리가.”
당황한 조철봉의 얼굴이 굳어졌다.
“난 생각하시는 것처럼 어리지도, 단순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조철봉은 김대성의 얼굴에 떠오른 희미한 웃음기를 본 것 같았다.
“권력에 대한 집착도 없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절 선택하신 것 같아요.”
조철봉은 숨을 죽이고 있다.
“물론 아버지도 마음을 비우신 거죠.
조철봉은 김대성의 눈동자에 박힌 자신의 얼굴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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