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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2. 버려야 먹는다 (7)

오늘의 쉼터 2014. 10. 10. 13:10

842. 버려야 먹는다 (7)

 

(2260) 버려야 먹는다-13 

 

 

“지도자 동지.”

조철봉이 굳어진 표정으로 부르자 옆쪽의 양성택이 긴장했다.

 

김대성의 시선이 조철봉에게 옮겨졌다.

 

차분한 표정이다. 조철봉이 물었다.

“지도자 동지, 북조선 땅을 다녀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그 순간 양성택이 머리를 들고 조철봉을 본다.

 

무슨 뜻인지 알아챈 듯 눈이 크게 떠져 있다.

 

그러나 김대성은 이맛살을 조금 모으고는 조철봉에게 묻는다.

“무슨 말입니까?”

“공식적인 시찰을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지도자 동지께선 혹시 꾸미지 않은 상태의 인민들이 사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꾸미지 않은 상태라면.”

잠깐 머리를 기울였던 김대성의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랐다.

“암행어사처럼 다니는 거 말입니까?”

“그, 그렇죠.”

“그런 적은 없는데….”

그때 양성택이 나섰다.

“하지만 그렇게 하실 필요까지는….”

“아니.”

김대성이 양성택의 말을 막더니 조철봉에게 말한다.

“조 사장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알 것 같습니다.

 

실제 북조선 인민들의 생활상을 제 눈으로 보라는 말씀이시죠?”

“예. 그렇습니다. 지도자 동지.”

감동한 조철봉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금의 위원장도 그런 적이 없을 것이다.

 

다시 양성택이 낮게 헛기침을 하고 나서 입을 열었다.

“지도자 동지, 그런 밀행은 하지 않으시는것이 낫습니다. 위험한 데다가….”

“잠깐.”

김대성이 머리를 젓고 나서 말을 잇는다.

“지금밖에 기회가 없을 것 같군요.

 

시간이 더 지나면 그땐 내 얼굴이 다 알려져 있을 테니까요.”

머리를 돌린 김대성이 조철봉에게 묻는다. 웃음 띤 얼굴이다.

“조 사장, 우리 같이 북조선 땅을 밀행해 볼까요?”

“예? 수행시켜 주신다면 영광입니다. 지도자 동지.”

조철봉이 상기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자 김대성이 양성택에게 말했다.

“조 사장 말씀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인민들의 생활상을 내 눈으로 봐야 되겠습니다.

 

아버님도 허락하실 겁니다.”

“지도자 동지. 저는.”

“제 얼굴이 아직 알려져 있지 않은 지금이 기회입니다.

 

내가 공식석상에 나타나면 그땐 기회가 없지요.”

그러고는 김대성이 길게 심호흡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집 안에만 박혀서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내 눈으로 보고 겪어야 합니다.”

조철봉의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으므로 심호흡을 해야만 했다.

 

김대성의 말을 들으면서 뭔가 희망이 솟아오르고 있는 느낌이 든 것이다.

 

그래서 가슴이 벅찬 나머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검토하지도 않고 말로 내놓았다.

“지도자 동지, 북한 땅을 밀행하시고 나서 저하고 다시 남한 땅을 같이 다니시지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제 말을 제 귀로 들은 조철봉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뛴다.

 

놀란 양성택이 입만 딱 벌렸고 김대성도 눈을 치켜뜬 채 시선만 보내고 있다.

 

조철봉의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국 정부도 지도자 동지의 밀행을 적극 찬성할 것입니다.

 

안전 문제는 걱정하시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모두 남북한을 위한 일이 아니겠는가? 

 

 

(2261) 버려야 먹는다-14 

 

 

조철봉이 위원장에게 불려 갔을 때는 다음 날 오후 2시경이었다.

 

갑자기 호텔로 찾아온 양성택이 허둥거리며 위원장의 호출을 알려 준 것이다.

 

위원장은 주석궁의 소접견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조철봉의 앞에 웃음 띤 표정으로 나타났다.

 

야윈 것 같았지만 여전히 활기찬 모습이다.

“여어, 그동안 여자를 몇 명이나 울렸나?”

하면서 다가온 위원장이 손을 쥐었으므로 조철봉은 절만 했다.

 

방안에는 양성택과 위원장을 수행해 온 중장 계급장이 번쩍이는 장군까지 네 명이 둘러앉았다.

 

위원장이 웃음 띤 얼굴로 조철봉에게 말했다.

“역시 조 사장의 순발력은 쓸 만해. 우리 대성이한테 북남의 암행 시찰을 권한 건 아주 적절했어.

 

나도 생각하지 못했던 발상이야.”

그래 놓고 위원장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대성이한테 꼭 필요한 일이지. 나도 겪어 보지 못한 일인데 대성이가 하게 되겠구먼.”

조철봉은 잠자코 위원장을 보았다. 얼굴의 주름살이 많아졌다.

 

그러고 보니 머리숱도 적어졌고 백발이 더 섞였다.

 

그러나 소문대로 중병에 걸려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위원장이 말을 잇는다.

“지금까지 대성이는 주위에서 이야기만 들었지 실상은 몰라.

 

인민들이 기아를 겪었다는 사실도 모를 거야.”

시선을 든 위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조철봉을 보았다.

“그래, 우리 북조선 인민들의 실상을 낱낱이 겪도록 해야겠어.

 

아쉽게도 그렇게 할 기회가 없었다네.”

“…….”

“대성이가 인민들의 현실을 알고 나면 더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북조선 밀행이 끝나면 조 사장이 안내를 해서 대성이가 남조선을 돌게 해 주게.”

“예, 한국 정부에서도 환영할 것입니다.”

조철봉이 자신있게 대답한다.

 

누가 반대할 것인가?

 

북한의 후계자가 한국 국민의 실생활을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이야말로

 

수백억불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위원장이 옆에 앉은 장군을 눈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여기 앉은 호위총국 소속의 강영만 중장이 밀행 호위 책임자로 동행할 거야.

 

물론 모두 사복 차림으로 절대 표시가 나지 않아야겠지.”

그러고는 위원장의 표정이 엄격해졌다.

“이 사실은 몇 명밖에 모르는 비밀 작전이네. 모두 입을 조심하도록.”

그러고는 위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철봉에게 손을 내밀었다.

“대성이를 잘 부탁하네.”

“예, 위원장 동지, 제가….”

목숨을 바쳐서 모시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다가 멈췄다.

 

위원장이 밖으로 나갔을 때 따라 나갔던 강영만 중장이 다시 방으로 돌아와 조철봉에게 말한다.

“조 사장 동지, 오늘 저녁에 밀행 장비가 호텔로 배달될 것입니다.

 

동행하신 분은 먼저 서울로 보내시고 조 사장 동지께선 북조선에 일이 있다면서 남으시지요.”

“알겠습니다.”

조철봉이 선선히 대답한다.

 

일행인 최갑중한테도 밀행을 숨기라는 말이었다.

 

다시 강영만의 말이 이어졌다.

“내일 오전 11시에 모시러 갈 테니까 옷을 갈아입고 기다려 주시지요.

 

그 안에 일행 되시는 분은 서울로 보내도록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내일부터 저를 강 선생이라 부르시고 저희들도 사장님을 조 선생으로 부르겠습니다.

 

그리고 지도자 동지 호칭은.”

심호흡을 한 강영만이 말을 잇는다.

“밀행 동안은 김 선생으로 부르라고 위원장 동지께서 지시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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