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6. 버려야 먹는다 (1)
(2248) 버려야 먹는다-1
“유성희라고 합니다.”
방으로 들어가 앉았을 때 마담이 명함을 내밀며 인사를 했다.
대표이사라고 명함에 찍혀 있지만 내막은 아직 모른다.
그러나 김인경이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는 유리문으로 들어선 순간에 짐작했다.
내부 장식이 화려했고 종업원도 많았다.
카페라고 했지만 복도 양쪽에 방이 10개는 되어 보였다.
고급 룸살롱 수준이다.
김인경은 손님을 데려온 것이다.
아마 바가지를 단단히 쓰게 될 것이었다.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유성희에게 거침없이 술과 안주를 시킨다.
위스키 30년짜리도 있다면서 유성희가 유독 ‘도’자에 힘을 주었으므로
그것을 시켰고 안주도 알아서 가져오라고 했더니
온몸으로 기쁨을 내뿜으면서 밖으로 나갔다.
그때 들뜬 김인경이 뭐라고 말을 꺼냈지만 조철봉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단축 다이얼을 누른다.
그러자 신호음이 두 번 울리고 나서 최갑중이 전화를 받았다.
최갑중에게 카페 위치를 알려준 조철봉이 10초도 안 되어서
통화를 끝내고는 김인경에게 묻는다.
“손님 하나 더 불렀는데 여기 아가씨 있지?”
“그럼요.”
대번에 대답한 김인경의 얼굴이 더 밝아졌다.
“여기 저보다 더 예쁜 아가씨들이 많아요.
사장님이 보시면 저를 내보내려고 하실 텐데.”
“그럴 리가 있나?”
조철봉이 팔을 뻗쳐 김인경의 허리를 감아 안았다.
그러자 김인경이 엉덩이를 들더니 옆에 붙어 앉는다.
김인경한테서 향수 냄새가 맡아졌다.
달콤하면서 약간 코끝이 아려지는 것 같은 냄새.
김인경이 어깨를 붙이면서 말했다.
“마담 언니는 혼자 살아요.”
“마담을 해보라는 말이야?”
“질투 안 할게요.”
“인경이, 오늘 술 마시다가 살짝 도망가는 건 아니지?”
“아뇨?”
하더니 김인경의 시선이 빠르게 이쪽을 스치고 지나갔으므로 조철봉은 어금니를 물었다.
그럴 가능성이 느껴진 것이다.
그러나 실망하지는 않았다.
김인경의 전화가 왔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대 후반의 세련되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40대 후반의 유부남에게 연락을 해왔을 때
당연히 복선이 있어야 정상이다.
계산이라고 해도 좋고 함정도 어울린다.
그냥 인물이 좋아서, 끌려서 등으로만 생각하는 놈자에게는 정신과 의사가 필요하다.
김인경은 이쪽의 재물에 끌렸을 것이다.
명함도 그렇고 비즈니스 좌석의 손님이었으니까.
그런데 김인경은 여기서 몇 퍼센트의 배당을 받을까?
조철봉이 듣기로는 매상의 30퍼센트다.
오늘 300 매상을 올린다면 김인경은 90만원을 먹는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유성희가 종업원 둘과 함께 들어섰다.
종업원이 든 커다란 쟁반에는 술과 안주가 가득 놓여있다.
“언니, 손님 한 분 더 오시니까 아가씨 하나 준비시켜줘.”
김인경이 들뜬 표정으로 말하자 유성희가 펄쩍 뛰듯이 반긴다.
“어머, 어서 준비해야겠네.”
그러더니 바람을 일으키며 방을 나갔다.
조철봉은 종업원들이 벌여놓고 나간 테이블을 둘러보았다.
안주가 8접시나 된다.
술은 30년산 위스키.
그 순간 갑자기 가슴이 서늘해진 조철봉이 소리 죽여 숨을 뱉는다.
바가지를 씌워도 세련되고 부드럽게 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인생살이는 주고 받는 것이라고 조철봉은 배워왔다.
주면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어거지는 탈이 난다.
(2249) 버려야 먹는다-2
최갑중이 들어섰을 때는 그로부터 30분쯤 후였다. 그러고는 조철봉의 표정을 보고 나서 대번에 눈치를 챈 것 같다. 그리고 이 술은 몇 백만원 갈 겁니다.” 그리고 이 술도 몇 병 더 시켜. 안주도 몇 십개 더 가져오라고 해서 실컷 퍼 마시도록 해. 매상이 몇 천만원 나오게.” 한국 땅에서 다섯 사람만 거치면 다 인연이 얽혀 있다고 하는데 사업하는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 인간관계가 필수 요소인 터라 최갑중은 말할 것도 없고, 최갑중도 두 사람을 안 거치고 다 연결이 된다. 그래서 한 시간쯤 시간이 지났을 때 그들은 그곳에서 제일 큰 방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손님은 모두 여덟 명이 되었다. 입이 귀 근처까지 올라간 마담은 나는 듯이 방을 오갔는데 이런 대박은 처음일 것이었다. 조철봉 주위에 둘러앉은 이 사장, 고 사장, 박 사장, 윤 사장 등은 모두 국세청, 경찰청, 식품의약청, 구청의 거물 내지는 실무 책임자들이다. 이윽고 조철봉이 김인경에게 눈짓을 하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선다. 김인경도 나중에 리베이트를 받게 될 것이므로 마음놓고 따라 일어선다.
“어이구.”
테이블 위를 둘러본 최갑중이 탄성을 뱉더니 힐끗 조철봉의 눈치를 보았다.
“제가 따라 드릴게요.”
하면서 김인경이 수선을 떨었지만 최갑중이 정색하고 조철봉에게 말한다.
“보고 드릴 일이 있습니다.”
“뭔데?”
조철봉이 묻자 최갑중은 목소리를 낮춘다.
“잠깐 둘만 있게 해주십쇼.”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김인경에게 말했다.
“잠깐 나가 있을래?”
“그럴게요.”
서둘러 일어선 김인경이 방을 나갔을 때 최갑중이 테이블을 둘러보는 시늉을 하고 나서 묻는다.
“형님, 봉으로 잡히셨구먼요?”
“그렇게 되었다.”
“어떻게 할까요? 아직도 저 애한테 마음이 있으십니까.”
“그럼 일편단심이다.”
“하지만 이건 너무합니다.”
다시 테이블을 둘러본 최갑중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손님 하나 앉혀 두고 안주를 여덟 접시나 가져 오다니요.
“그럴 거다.”
“이렇게 노골적인 바가지를 씌우는 데 가만 당하시면 안 됩니다.”
“그래서 널 부른 거 아니냐?”
“어떻게 처리하시려고요?”
그러자 조철봉이 헛기침을 했다.
“이 친구들이 제일 겁내는 사람들이 누굴까?”
“국세청하고 경찰 단속반이겠죠.”
“너, 그쪽에 안면이 좀 있지?”
“그럼요.”
“그럼 그 사람들 다 불러. 여기서 한잔 마시자고 해.”
조철봉의 두 눈이 반짝인다. 술잔을 쥔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그렇지, 관계가 있는 사람은 다 불러라.
“…….”
“물론 신분은 나중에 밝히도록 하고 말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하면서 휴대폰을 꺼내든 최갑중에게 조철봉이 웃음띤 얼굴로 말한다.
“물론 난 김인경하고 도중에 나갈 거다. 그 애 기분 상하게 하면 안 될 테니까 말야.”
작전을 알아챈 최갑중이 분주하게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는 그 비싼 양주가 다섯 병이나 놓여진 데다 안주는 스무 접시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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