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37. 버려야 먹는다 (2)

오늘의 쉼터 2014. 10. 10. 08:32

837. 버려야 먹는다 (2)

 

(2250) 버려야 먹는다-3 

 

 

대한민국에서 조철봉만큼 북한 땅을 자유롭게 출입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번에도 조철봉은 양성택에게 연락한 지 30분도 안 되어서 육로로 평양에

 

들어오시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것을 본 통일부 관계자들이 한숨을 쉬면서 감탄했다.

 

조철봉이 출발하기 직전에 통일부 차관 박종성이 간절한 표정을 짓고 말한다.

“조 사장님, 이번에 가셔서 오대석씨 문제를 풀 방법을 알아봐 주십시오.”

 

그러더니 울상을 짓는다.

“벌써 두 달째 되었습니다. 제가 말라 죽겠습니다.”

개성공단에서 북측에 억류된 한국측 관리자를 말하는 것이다.

 

북한 체제에 대한 비난에다 간첩 혐의까지 있다는 말만 무성했지

 

구체적인 내용도 밝히지 않은 채 잡아 두고만 있는 것이다.

 

위원장이 평화 공존을 약속하고 남북간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중인데도

 

다른 한편으로는 강경 세력이 준동한다.

 

북한의 강온 양면 전략이라고도 하지만 두 달이나 잡혀 있는 오씨나

 

그 가족은 피가 마를 것이었다.

 

조철봉이 개성을 거쳐 평양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2시경이다.

 

고려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양성택이 웃음띤 얼굴로 조철봉을 맞는다.

 

조철봉은 최갑중과 둘이 온 것이다.

“아니, 만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또 무슨 일입니까?”

응접실 딸린 방의 소파에 둘이 마주보며 앉았을 때 양성택이 물었다.

 

양성택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물었다.

“위원장님 만날 수 있을까요? 드릴 말씀도 있고, 또.”

숨을 길게 뱉은 조철봉의 표정은 굳다.

 

이강준의 부탁을 듣고 나서 수많은 방법을 생각했지만

 

고려호텔에서 양성택의 얼굴을 본 순간 조철봉은 결심했다.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한 것이다.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위원장님 중병설이 있습니다.

 

아프시다면 제가 병문안이라도 하고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순간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던 양성택이 한동안 조철봉을 쏘아보았다.

 

이윽고 입맛을 다신 양성택이 입을 열었다.

“그건 소문이오. 중병설이라니, 당치도 않은 말입니다.”

“예, 그래야지요.”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이자 양성택이 묻는다.

“하실 말씀이란 뭡니까? 내가 전해 드리지요.”

“개성공단에 억류되어 있는 오대석씨를 풀어 주시지요.

 

남북한 평화 공존 분위기가 그 일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드리지요.”

그러더니 양성택이 지그시 조철봉을 보았다.

“조 사장님, 오늘 저녁에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실까요?”

“그럼요.”

대번에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양성택에게 묻는다.

“참석 인원은 누굽니까?”

“내가 한 명만 데려올 테니 셋이 마십시다.”

그러고는 양성택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한다.

“그분께 개성공단에서 잡힌 남한 관리자 이야기를 해 보시지요.”

긴장한 조철봉을 향해 양성택이 말을 잇는다.

“그분이 허락해 주시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군의 최고위급 실력자일 것이다.

 

강경파의 대표 주자인 강하성 대장인지도 모른다.

 

조철봉의 가슴은 희망에 벅차 뛰었다.

 

강하성한테 슬쩍 1000만불 정도는 찔러 줄 수도 있다.

 

어차피 대한자동차에서 받은 1억불은 그런 데 쓰라는 돈이니까. 

 

 

(2251) 버려야 먹는다-4 

 

 

“어서 오십시오.”

자리에서 일어선 조철봉이 양성택을 맞았다.

 

양성택은 선글라스를 낀 사내와 동행이었는데 조철봉 앞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조 사장님 인사하시오. 장군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예에?”

놀란 조철봉이 입을 딱 벌렸을 때 사내가 선글라스를 벗는다.

 

젊다. 조철봉의 놀란 표정을 보더니 사내가 빙그레 웃는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하고 사내가 손을 내밀었으므로 조철봉은 서둘러 손을 쥐었다.

 

위원장의 삼남 대성이다.

 

후계자로 가장 유력시되는 아들,

 

그러나 얼굴도 알려져 있지 않아서 어릴 적 사진으로만 보도되는 신비로운 존재,

 

그 주인공이 지금 조철봉의 눈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자, 앉읍시다.”

하고 김대성이 털썩 상석에 앉는 바람에 조철봉과 양성택은 좌우의 의자에 앉게 되었다.

“술은 뭐로 하실까요?”

불쑥 김대성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다시 당황했다.

“예, 아무거나. 저는.”

“위스키로 하십시다.”

김대성이 말했고 양성택이 머리를 끄덕이더니 벨을 눌러 지배인을 부른다.

 

고려호텔 지하 가라오케 안이다.

 

방에 들어온 지배인은 부동자세로 서서 양성택의 주문을 받았는데 감히 시선도 들지 못했다.

 

지배인이 방을 나갔을 때 김대성이 조철봉을 보았다.

 

여전히 웃음띤 얼굴이다.

“조 사장님, 잘 노신다면서요?”

“예? 저는.”

입안의 침을 삼킨 조철봉의 시선이 양성택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양성택은 조철봉의 시선이 닿기 전에 미리 외면하고 있다.

 

조철봉은 소리죽여 숨을 뱉는다.

 

김대성을 대하기가 위원장보다 더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대성의 태도는 자연스럽다.

 

김대성이 다시 말했다.

“여자하고 잘 노신다고 들었습니다.”

“아아, 예.”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진 조철봉이 입맛을 다신다.

 

다 알고 있을 테지만 부끄럽다.

 

시선을 내린 조철봉에게 김대성이 말을 이었다.

“내가 나이가 적다고 어색해하실 것 없습니다.

 

그저 동생처럼 편하게 대해주시라구요.”

머리를 든 조철봉은 김대성의 웃는 얼굴을 보았다.

 

천진한 웃음이다.

 

억지로 꾸민 웃음이 아니다.

 

의자에 등을 붙인 김대성이 조철봉을 똑바로 보았다.

“저도 제가 원해서 이 위치에 있는 게 아니거든요.”

조철봉의 표정을 본 김대성이 다시 웃는다.

“그렇다고 시킨 대로만 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많이 배워야겠지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러셔야죠.”

마침내 조철봉이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언제 나한테 여자한테 호감을 얻게 되는 방법이나 강의해주시라구요.”

“예? 예, 예.”

다시 조철봉이 더듬거린다.

 

침대에서 시간 끄는 방법이야 전수해 줄 수는 있지만 호감을 사는 방법은 공부를 더 해야겠다.

 

김대성한테 여자를 안고 김일성대학 교가를 부르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때 김대성이 생각났다는 표정을 짓고 묻는다.

“양 부장한테서 들었는데 뭐, 부탁하실 일이 있다면서요?”

순간 조철봉은 숨을 들이켰다가 뱉는다. 

 

 

 

 

'소설방 > 강안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839. 버려야 먹는다 (4)  (0) 2014.10.10
838. 버려야 먹는다 (3)  (0) 2014.10.10
836. 버려야 먹는다 (1)  (0) 2014.10.10
835. 갈등 (11)  (0) 2014.10.10
834. 갈등 (10)  (0) 2014.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