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31. 갈등 (7)

오늘의 쉼터 2014. 10. 10. 08:12

831. 갈등 (7)

 

(2238)갈등-13

 

 

“개성 공단지구 말입니까?”

눈을 크게 뜬 양성택이 목소리를 높였는데 과장이 좀 섞인 것처럼 느껴졌다.

 

옌지의 국제호텔 특실 회의장에는 셋이 둘러앉았다.

 

조철봉과 양성택 그리고 보좌관 하윤식이다.

 

균형을 맞추려면 응당 최갑중이 와 있어야 했지만 격식을 따지는 조철봉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최갑중은 정옥희와 딸 인옥이 옷을 사려고 백화점 매장을 기웃거리는 중일 것이었다.

 

양성택이 머리까지 저으며 말을 잇는다.

“곤란합니다. 아니, 어려울 것 같아요. 군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대한자동차는 개성 공단지구를 임차지로 받는다면 전력을 다할 겁니다.

 

아니, 그보다도 북한의 공장 유치에 대한 의지가 인정을 받게 될 것입니다.”

조철봉이 열변을 토한다. 물론 대한자동차 이윤덕은 물론이고 은밀하게 만났던

 

정부 관계자들도 같은 말을 했다.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개성 공단이 임차지가 되면 지금까지 입주한 기업은 물론이고

 

다른 기업들도 입주해올 것입니다.

 

거기에다 옆 쪽에 관광특구까지 건설되면 임차지는 한국의 홍콩, 마카오가 됩니다.”

이제 양성택은 눈만 껌벅였다.

 

홍콩, 마카오는 조철봉이 지어낸 말이지만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

 

그러나 내친 김이다.

 

조철봉이 열기 띤 표정으로 양성택을 본다.

“대한자동차는 관광특구까지 운영을 맡게 된다면 건설 비용을 대겠다고 합니다.

 

그럼 한국 정부도 부담을 덜게 되지요.

 

물론 관광특구에서 나온 수익금은 처음에 합의한 대로 북한측과 배분할 것입니다.”

그러고는 조철봉이 웃음 띤 얼굴로 목소리를 낮췄다.

“엄청난 자금이 임차지와 관광특구로 몰려들 것입니다.

 

북한은 수십만명의 인건비에다 관광특구에서 나오는 엄청난 수익금을 앉아서 먹게 될 테니까요.”

“자, 알았으니 그만합시다.”

쓴웃음을 지은 양성택이 힐끗 하윤식을 보더니 말을 잇는다.

“위원장님께 보고하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녁에 군의대장 동무가 옵니다.”

“누구 말입니까?”

짐작은 갔지만 조철봉이 묻자 양성택이 얼굴을 굳힌다.

“지난 번의 강하성 대장요. 내가 밖에서 술 한잔하자고 불렀습니다.”

“아아.”

강하성이라면 무력부 총정치국장이며 강성(强性) 무인(武人),

 

그때 조철봉의 표정을 본 양성택이 빙그레 웃었다.

“오늘 저녁에 셋이서 술 한잔합시다.”

“좋습니다.”

“그 동무를 잘 구워삶아 보시라우요.”

“최선을 다하지요.”

“위원장 동지께서 가장 신임하시는 군인 중의 한명입니다.”

그러더니 덧붙인다.

“위원장 동지께서 폭탄을 안고 불 속에 뛰어들라고 지시하시면 즉시 뛰어들 동무지요.”

“아이구.”

얼굴을 굳힌 조철봉이 길게 숨을 뱉는다.

“저는 못합니다. 절대로”

“뭘 말입니까?”

양성택이 묻자 조철봉은 머리를 젓는다.

“우리 대통령이 저한테 그러라고 하면 못한다는 말씀입니다.”

“아아.”

“그땐 대통령을 고발하든지 미쳤다고 정신병원에다 연락을 하든지 해야지요.”

“하하하.”

갑자기 양성택이 소리내어 웃더니 의자에 등을 붙인다.

 

하윤식도 쓴웃음을 짓고 있다.

“글쎄, 조 사장님 같은 분은 이해 못하신다니까.” 

 

 

 

(2239)갈등-14

 

 

회의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조철봉에게 최갑중이 말했다.

“옷 사입혔더니 아주 달라져 보입니다.”

그러고는 최갑중이 은근하게 웃었다.

“제 방으로 가서 한번 보시지요.”

“이수동한테 이리 오라고 해.”

불쑥 조철봉이 말하자 최갑중은 두어번 눈을 꿈벅이고 나서 묻는다.

“예, 그런데 무슨 일로 그러십니까?”

“저 모녀 일을 상의해야겠다.”

“알겠습니다.”

휴대폰을 꺼내든 최갑중이 연락하는 동안 조철봉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오후 4시반이다.

 

오늘 저녁은 양성택이 부른 강하성과 셋이서 가라오케에 가기로 한 것이다.

 

저녁밥을 먹고 나서 만나기로 했으니 본격적으로 마시려는 모임이다.

 

이윽고 통화를 끝낸 최갑중이 조철봉에게 말했다.

“한시간 후에 온다고 했습니다.”

조선족 이수동은 오래전부터 조철봉과 인연이 있는 사내로

 

지금은 식당과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혼잣소리처럼 말한다.

“내가 본 이상 그냥 돌려보내지는 못하겠다.”

그로부터 정확하게 한시간 후가 되었을 때 이수동이 방 안으로 들어선다.

 

이수동은 망해 먹었지만 혼자서 조선어 신문까지 찍어낸 적이 있었던 열혈 동포다.

 

인사를 마친 이수동이 자리에 앉았을 때 조철봉은 정옥희 모녀의 사연을 말해주고 나서 묻는다.

“내가 후원금을 낼 테니까 이 사장이 모녀를 보살펴 주실 수가 있을까?”

“그럼요.”

눈을 크게 뜬 이수동이 대번에 말했다.

“후원금 안 주셔도 됩니다.

 

제 식당에서 일 거들게 하고 식당 안집에 빈 방이 있으니까

 

당분간 모녀를 그곳에 살도록 하지요.

 

제가 공안을 잘 아니까 잡혀갈 염려는 안 하셔도 됩니다.”

“몸이 건강하지는 못한 것 같아. 그리고 애가 딸려 있어서 말이야.”

“그럼 경리나 다른 일을 시키지요.”

“어쨌든 맡기겠네.”

그러고는 조철봉이 최갑중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최갑중이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이수동에게 내밀었다.

“1만불이오.”

최갑중이 말하자 이수동은 질색을 했다.

 

두 손바닥을 펴고 밀어내는 시늉을 한 이수동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

“그동안 베풀어 주시기만 했는데 왜 또 이러십니까?

 

이제는 저도 살 만하니까 제가 은혜를 갚을 기회를 주십쇼.”

“아니, 어디 우리 사장님 성격이 그냥 부탁하시는 분입니까?

 

받지 않으시면 사장님이 부탁 못하십니다.”

하고 최갑중이 봉투를 이수동의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러자 조철봉이 다시 눈짓을 했고 최갑중이 서둘러 방을 나갔다.

 

잠시후에 최갑중이 모녀를 데리고 들어섰을 때 조철봉은 숨을 들이켰다.

 

정옥희가 전혀 다른 여자 같았기 때문이다.

 

어젯밤 보았을 때도 제법 반반하다고 느꼈지만 옷만 갈아 입었는데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야말로 쓰레기통에서 주워올린 진주 같은 느낌이 든다.

소파에 둘이 앉았을 때 조철봉은 이수동을 소개했다.

 

그리고 이수동이 모녀를 책임지고 보호해주겠다고 말하자 정옥희는 펑펑 울었다.

 

엄마가 우는 것을 본 인옥이도 따라 울었다.

 

이윽고 분위기가 조금 진정되었을 때 최갑중이 정옥희에게 다시 봉투를 내밀었다.

 

이 봉투는 조금 더 두꺼웠다.

“이건 중국돈 2만위안이오.

 

아줌마가 필요하신 거 사 쓰시라고 우리 사장님이 드리는 돈입니다.”

이 돈은 다 대한자동차가 준 로비자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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