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 갈등 (5)
(2234)갈등-9
민유미의 몸은 따뜻하다.
빈틈없이 엉켜있는 터라 체온이 그대로 전달되어 온다.
거기에다 탄력이 있다. 왼손으로 허리를 안았고 오른손은 어깨를 감싼 조철봉의 가슴에
민유미의 더운 숨결이 닿는다.
입김이 턱을 타고 올라와 오렌지향 같은 입냄새가 맡아졌다.
두쌍의 다리가 깍지 끼듯이 끼워졌는데 민유미는 무릎을 약간 눕힌 채 모로 누워 있어서
조철봉의 수족에 갇힌 꼴이다.
물론 둘은 헝겊 조각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다.
침대 시트 따위는 걸칠 생각조차 안 한 터여서 둘의 알몸이 환한 불빛 아래 다 드러나 있다.
가벼운 애무가 끝난 둘의 호흡은 가빴고 얼굴은 상기되었다.
조철봉을 올려다보는 민유미의 두 눈이 불빛을 받아 번들거린다.
단단해진 철봉은 민유미의 허벅지 사이에 박혀 있었는데 저절로 꿈틀거리고 있다.
조철봉은 더운 숨을 길게 뱉는다. 행복하다.
조철봉에게는 이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의 하나인 것이다.
가슴은 기대감으로 벅차올랐으며 심장은 무섭게 뛴다.
얼른 넣고 싶은 욕망으로 온몸이 비틀릴 지경이 되었지만 굳세게 참으려니
울음이 터질 정도로 안타깝다.
그러나 이 안타까움도 곧 행복이다.
보라, 가쁜 숨을 헐떡이며 애타게 기다리는 민유미의 표정을,
이 눈빛을. 이제 넣고 나면 처음 몇 순간만 빼고 도 닦는 수행자가 되어
머릿속이 염불로 가득 차게 될 테니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 끝나고 나서도 추억거리가 남는다.
다시 민유미가 온몸을 비틀었다.
허벅지 사이에 끼워진 철봉을 빼내려는 무의식적인 동작, 잔뜩 달아올랐다는 증거였다.
그때 조철봉은 무릎 위쪽에 척척한 습기를 느낀다. 무릎은 민유미의 다리 사이에 끼워져 있다.
그 순간 조철봉은 다시 숨을 들이켰다. 민유미의 샘이 넘치고 있는 것이다.
“왜요?”
하고 마침내 민유미가 물었으므로 조철봉이 얼굴을 펴고 웃는다.
민유미의 이마와 콧등에 작은 땀방울이 돋아나 있다.
조바심이 난 표정으로 민유미가 다시 묻는다.
“왜 안해요?”
“이 순간을 아끼고 있는 거야.”
그러자 민유미가 조철봉의 가슴을 두손으로 밀었다.
이맛살까지 찌푸리고 있다. 민유미는 납득하지 못한 것이다.
대부분의 상대가 다 그렇다.
이럴 때 참을성을 갖추는 여자는 드물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상반신을 일으키자 민유미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세를 갖춘다.
성의 쾌락을 아는 터라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기대감으로 잔뜩 부풀어 있다.
“아아앗.”
조철봉의 몸과 합쳐진 순간 방안을 울리는 탄성이 일어난다.
이 오묘한 느낌, 몸의 수백만개 세포가 기뻐 날뛰는 것 같은 이 촉감.
이 순간이 영원으로 이어지거나 아니면 이 순간에 죽어버리고 싶다는 욕망.
팽창되어 터질 것 같은 몸이 미끄러져 들어가는 그 몇초의 순간에
조철봉은 환희로 몸을 떤다. 찬란하다. 소리쳐 울부짖고도 싶다.
“아아아아.”
민유미 또한 그 느낌을 그대로 받는 것 같다.
샘 벽의 세포가 일제히 곤두서서 조철봉을 맞아들이는 것 같다.
보라. 눈을 치켜떴지만 초점은 멀다. 딱 벌린 입, 붉어진 얼굴은 땀으로 뒤덮여 있다.
이제 빈틈없이 받아들인 민유미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이어졌다.
조철봉은 이를 악물었다.
이 느낌은 이것으로 끝이다.
지금부터는 개성공단의 임차지 문제를 머릿속에 박아 넣어야 한다.
그렇지, 1억불의 용도도 생각해야겠다.
(2235)갈등-10
6자회담이 열린 것은 위원장이 제주도에 다녀간 사흘 후였고 잘 진행되고 있다.
칼자루를 쥔 북한이 적극적인데 잘 안 될 리가 있겠는가?
연일 TV에 보도되는 장면을 보면 모두 웃는 얼굴들이다.
핵폐기 보상금은 60억불, 한·미·일 3국이 매년 각각 3억불씩 5년간 45억불을 내는 것으로
절충 중이며 중국과 러시아는 매년 각각 2억불과 1억불씩 5년간 15억불로 조정 중이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핵폐기 조건으로 매년 5개국으로부터 12억불씩 5년간 받게 되는 셈이다.
남북한 평화조약이 체결된 마당에 핵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잘 된 일이었다.
조철봉이 옌지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무렵이었는데 공항에는
양성택의 보좌관 하윤식이 마중을 나왔다.
하윤식은 40대 초반의 단정한 용모를 갖춘 사내였는데 조철봉과는 구면이다.
이번 옌지 방문은 조철봉과 양성택 간의 비밀회동이다.
그러나 언론에만 비밀로 했지 양국 관계기관은 다 알고 있을 것이었다.
조철봉은 최갑중과 동행이었는데 시내로 들어가는 차 안에서 하윤식이
뒷좌석으로 몸을 돌리고 말했다.
“부장 동지께서는 내일 오전에 도착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제가 모시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조철봉이 웃음 띤 얼굴로 하윤식을 보았다.
회의는 내일로 잡혀 있으니 차질은 없다.
“오늘 저녁은 우리 둘이서 지낼 테니까 선생께선 쉬시지요.”
“불편하신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하윤식이 조철봉과 최갑중에게 명함을 건네주며 말을 잇는다.
“술 드시고 싶으면 제가 예약해놓겠습니다만.”
“어디 좋은 곳 있습니까?”
불쑥 조철봉이 묻자 하윤식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예, 특급 가라오케가 있습니다, 사장님.”
“아니, 됐습니다.”
웃음 띤 얼굴로 말한 조철봉이 의자에 등을 붙였다.
“오늘은 쉬고 내일 양 부장님하고 마시기로 하지요.”
“알겠습니다.”
하윤식은 여전히 정중했다.
내일은 양성택에게 임차지로 개성공단 지역이 어떻겠느냐고 처음 운을 떼볼 계획인 것이다.
그러니 부담이 크다.
그날 저녁, 호텔 식당에서 최갑중과 둘이 저녁을 먹고 난 조철봉은 운동을 겸해서
호텔 현관앞 정원을 잡담을 나누며 걷는다.
잘 꾸며놓은 정원이어서 풀 냄새도 느껴졌고 보안등이 켜진 주변은 잘 정돈돼 있었다.
그때 조철봉에게 이야기를 하던 최갑중이 주춤 발을 멈추더니 옆쪽을 유심히 본다.
최갑중의 시선을 따라 머리를 돌린 조철봉이 옆쪽 나무 밑에 쪼그리고 앉은 사람을 보았다.
나무 둥치에 붙어 있어서 잘 보이지 않다가 움직이는 바람에 눈에 띈 것이다.
여자 같다.
그러나 상관할 일이 아닌 것 같았으므로 거의 동시에 머리를 돌린 둘이 발을 뗐을 때였다.
“도와주세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국말, 둘은 다시 발을 멈추고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고는 여자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거리는 50미터 정도, 보안등이 뒤쪽에 있어서 여자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때 여자가 다시 말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그때 나무 옆쪽 꽃밭에서 아이 하나가 비척거리며 나왔다.
다섯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 아이가 여자 옆에 다가 붙었다.
그때 조철봉이 물었다.
“댁은 누구시오? 여기서 애 데리고 뭐 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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