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26. 갈등 (2)

오늘의 쉼터 2014. 10. 10. 08:08

826. 갈등 (2)

 

(2228)갈등-3 

 

 

“조 사장이 방에 따라간 김미옥을 그냥 보냈습니다.”

다음날 오전 보좌관 하윤식의 보고를 들은 양성택이 빙그레 웃었다.

“긴장해서 그게 잘 안된 모양이지?”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정색한 하윤식이 부동자세로 서서 양성택을 보았다.

 

평양 창광거리에 있는 사무실 안이다.

 

양성택의 시선을 받은 하윤식이 말을 이었다.

“돼지처럼 하기 싫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뭐야?”

“아침에 김미옥을 보내면서 3천불을 주었습니다.”

“3천불이나?”

놀란 듯 양성택이 눈을 크게 떴다가 곧 쓴웃음을 짓는다.

“조철봉이 다운 행동이야.”

“어떻게 할까요?”

“놔두라우.”

해놓고 양성택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묻는다.

“김미옥이가 돈 받았다는 사실을 보고하던가?”

“예, 착실한 동무여서 바로 보고하고 받은 돈을 내놓았습니다.”

“돈 도로 돌려줘.”

“예, 부장동지.”

“조철봉의 뇌물 공세에 걸리면 온전하게 버틸 동무들이 몇 명 안될 텐데.”

혼잣소리처럼 말한 양성택이 머리를 들고 하윤식을 보았다.

“위원장 동지께서 조철봉이하고 두 대장을 링 안으로 던져 놓으신 거야.”

눈만 크게 뜬 하윤식을 향해 양성택이 말을 잇는다.

“링 안에서 임차지 관리의 실세인 두 대장과 조철봉이 싸우는 거야,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나?”

“예, 갑니다.”

김일성대학 출신의 엘리트인 하윤식이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싸운다는 것보다 서로 부대끼면서 익숙해진다는 표현이 맞겠습니다. 부장동지.”

“옳지.”

“위대하신 장군님께서 군부 강경 세력을 조철봉 같은 타락한 남조선 기업가와 접촉시켜

 

두 가지의 경우를 예상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옳지, 말해 보라.”

“첫째는 조철봉의 뇌물 작전에 넘어가는 경우입니다.

 

그때는 약점이 잡힌 강경 세력을 뜻대로 조종할 수가 있습니다.”

“으음, 또 하나는?”

“조철봉의 뇌물 작전에 넘어가지 않더라도 타락한 남조선 사회의 진면목을 알려주는

 

효과가 생깁니다. 이것도 결코 나쁜 현상이 아닙니다.”

“그렇지.”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인 양성택이 의자에 등을 붙였다.

“난 첫 번째 경우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래야 일이 제대로 풀릴 것 같단 말야.”

“조철봉의 수단이면 가능합니다. 거기에다.”

“거기에다 뭔가?”

“우리가 조금만 도와주면 말입니다.”

“그렇지.”

머리를 끄덕인 양성택이 눈을 가늘게 뜨고 앞쪽을 본다.

“위대하신 지도자 동지께서도 같은 생각이실 거야.”

“모두 충성하는 건 같습니다만 방법이 다를 뿐이지요.”

“당연하지.”

머리를 끄덕인 양성택이 팔목시계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선다.

 

오전 11시 반이 되어가고 있다.

 

조철봉과 같이 점심을 먹기로 한 것이다.

 

이윤식과 함께 방을 나오면서 양성택이 말했다.

“어쨌든 조철봉이 이용가치는 훌륭해.” 

 

 

 

(2229)갈등-4

 

 

그 시간에 청와대 소회의실에서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10여명의 국무위원급 고위층이

 

둘러앉아 있었는데 이른바 비밀회동이다.

 

그러나 방안 분위기는 비밀회동과는 어울리지 않게 밝은 편이다.

 

대통령 오른쪽부터 국방장관, 국정원장, 합참의장, 각 군 참모총장, 해병대 사령관까지

 

군 수뇌부는 다 모였지만 모두 사복차림 그리고 비서실장, 산자부, 통일부, 외교통상부,

 

재정경제부 장관에 국무총리까지 모인 것이다.

먼저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묻는다.

“북한이 임차지를 내놓는다면 어디가 될 것 같습니까?”

그러자 국정원장 김광준이 서류를 살펴보면서 말한다.

“원산이나 청진, 또는 나진 선봉지구도 예상할 수 있지만.”

잠깐 말을 멈춘 김광준이 굳어진 얼굴로 대통령을 보았다.

“하지만 위원장이 성격상 난데없는 곳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디 말입니까?”

대통령이 묻자 김경준의 목소리가 방을 울린다.

“개성입니다.”

“개성을?”

놀란 대통령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고는 한마디씩 또박또박 묻는다.

“개성공단을 임차지로 내놓을 가능성도 있단 말입니까?”

“예, 이미 부지 조성도 거의 다된 데다가 관광단지 공사까지 예정되어 있어서

 

그곳에 대한자동차 공장까지 입주하면 고용인력이 수십만명이 될 것입니다.”

“가능할까요?”

하고 대통령이 아직도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묻는다.

 

개성공단 지구는 자유로를 타면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밖에 안 된다.

 

따라서 그곳을 임차지로 내놓는다면 한국으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는 것이다.

 

김광준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위원장의 평화 공존 그리고 경협 의지가 확실하다면 개성공단 부지를 임차지로 내놓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될 것입니다. 이미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 업체를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그렇죠.”

국무총리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고 외교통상 장관도 동의했다.

 

그때 대통령이 국방장관에게 묻는다.

“임차지에 투입될 군은 파병 형식으로 해야 정상적인 작전과 통제가 가능합니다.

 

군의 준비 상태는 어떻습니까?”

“예.”

기운차게 대답한 국방장관이 머리를 돌려 옆에 앉은 합참의장을 본다.

 

그러자 합참의장이 입을 열었다.

“임차지가 해안일 것을 예상해서 육군 1개 사단, 해병 1개 연대, 해군 3개 전대,

 

공군 헬기 대대급으로 파병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말을 그쳤을 때 육·해·공군 참모총장, 해병대 사령관이 일제히 대통령을 보았다.

 

어서 뭘 물으라는 표시였으나 기가 질린 대통령이 침만 삼켰을 때 국방장관이 말을 맺는다.

“임차지가 정해지는 즉시 작전 계획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머리를 든 대통령이 이제는 통일장관을 보았다.

“임차지 조건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 대한자동차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가 있을 테니까요.”

“예, 대통령님.”

통일장관이 결연한 표정을 짓고 대통령에게 말한다.

“이제는 결코 끌려다니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끌려다녔다는 말이었으나 아무도 이상한 표정을 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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