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27. 갈등 (3)

오늘의 쉼터 2014. 10. 10. 08:09

827. 갈등 (3)

 

 

 

(2230)갈등-5

 

평양에서 돌아온 다음 날 저녁,

 

조철봉은 대한자동차 기조실 사장 이윤덕과 둘이서 한식 방안에 앉아 식사를 하는 중이다.

 

이곳은 요정 ‘한국장’, 요즘은 요정의 기세가 떨어졌다고 하지만 잘 나가는 곳은 여전하다.

 

맛있는 식당이 불황 따위는 타지 않는 이치나 같다.

 

요정 손님은 언제나 있는 것이다.

요정의 술안주는 식사용 반찬과 겸용된다. 술안주로 따로 가져오는 건 몇 가지뿐이다.

 

그야말로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린 요리상의 음식은 모두 맛이 있었으므로 조철봉은 만족한다.

 

건성으로 차린 요리는 금방 티가 나는 것이다.

 

평양에서 돌아온 직후 청와대와 국정원 측에 귀국 보고를 한 터라

 

이젠 대한자동차 측에 상황을 설명해 주려는 자리였다.

 

대충 이야기를 마친 조철봉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면서 묻는다.

“근데 대한자동차에선 임차지로 어느 곳이 낫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이윤덕이 씹던 것을 서둘러 삼키더니 얼굴을 굳히면서 자세까지 똑바로 했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한다.

 

“개성공단이 임차지로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아아.”

“지금 건설 예정인 관광특구도 저희들한테 맡겨주신다면 자동차 공장하고 같이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텐데요.”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이윤덕이 절실한 표정을 짓고 말을 잇는다.

“물론 임차지 내의 관광특구는 북한과 공동 운영을 하도록 한 본래의 계약을 지키겠습니다.”

조철봉은 심호흡을 했다.

 

기업은 당연히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사회에 대한 봉사와 희생은 그다음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한자동차가 관광특구까지 염두에 두고 있으리라고는 조철봉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만일 대한자동차가 개성공단 지역을 임차지로 받아 관광특구까지 건설, 운영하게 된다면

 

일석 삼조의 효과를 내게 될 것이었다.

 

첫째, 대단한 특혜를 받고 자동차 공장을 운영하게 될 것이며

 

둘째, 정부 자금으로 관광특구 건설을 맡게 될 것인데다

 

셋째, 임차지 안의 관광특구에서 나오는 엄청난 이득을 북한과 나눠 갖게 된다.

 

그때 조철봉의 표정을 본 이윤덕이 말을 잇는다.

“저희들로서도 커다란 위험을 무릅쓴 투자니만치 그 정도의 반대급부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 그렇죠.”

했지만 조철봉은 소리죽여 숨을 뱉는다.

 

아직 양성택한테서도 임차지가 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는 조철봉이다.

 

다시 이윤덕이 말했다.

“회장님께서 잘 부탁한다고 하셨습니다.”

“뭘 말입니까?”

“임차지 선정에 대해서 말씀입니다.”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조 사장님만큼 힘을 쓰실 수 있는 인간은 대한민국 안에 없습니다.”

“과찬의 말씀을.”

“그래서 말씀인데요.”

이제 이윤덕이 바짝 상에 몸을 붙이듯이 다가앉는다.

 

불빛을 받은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안전한 로비자금이 있습니다.”

숨을 죽인 조철봉에게 이윤덕이 저고리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더니 내밀었다.

“받으시지요.”

“뭡니까?”

엉겁결에 쪽지를 받은 조철봉이 묻자 이윤덕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안전한 자금입니다. 1억불 들어있습니다.

 

개성공단이 임차지가 된다면 로비 자금을 더 낼 수도 있지요.”

안전하다니? 더구나 1억불이, 조철봉의 입이 벌어졌다. 

 

 

 

(2231)갈등-6

 

 

요정에서 나왔을 때는 밤 9시반 밖에 안되었다.

 

할 이야기를 다한 이윤덕이 아가씨를 불렀지만 조철봉은 그 자리에서 노닥거릴 기분이 아니었다.

 

꼭 먹이를 입에 문 견공이 그 자리가 오히려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한사코 다른 곳으로 도망가는

 

이치와 비슷했다.

 

그래서 이윤덕과 헤어져 차를 탔지만 얼른 행선지를 말해주지 않았다.

아직 갈 곳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 최갑중을 불러내기도 그렇고 집에 가기에는 좀 아쉽다.

 

운전사인 미스터 김이 두번째로 백미러를 본 순간에 조철봉은 마음을 정했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들고 버튼을 누른다.

 

신호음이 울리는 동안 조철봉은 심호흡을 했다.

 

그렇다. 평양에서도 김미옥을 그냥 보냈고 오늘도 춘향이 같은 파트너를 온전하게 놔둔 셈이었다.

 

그때 신호음이 끊기더니 응답소리가 났다.

“네, 전데요.”

민유미다. 이제 서로 알 건 다 알고 여러 번 기회를 미룬 관계.

 

민유미로 말할작시면 다 익어서 따기를 기다리는 복숭아 같다고나 할까?

“응, 나야.”

이미 발신자 번호를 알고 대답한 터였지만 조철봉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지금 어디 있나?”

“방금 집에 도착했어요.”

민유미가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 순간 조철봉의 가슴이 뿌듯해진다.

 

처음에 이 여자는 이쪽을 경멸했다.

 

겉으로는 사근사근했지만 몇번 접촉해보면 티가 나는 법이다.

 

그러다가 차츰 끌려오더니 이젠 온몸으로 색기를 발산하고 있다.

 

이제는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민유미를 침대로 끌고 갈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민유미의 작전에 말려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때? 술 한잔?”

하고 조철봉이 물었을 때 민유미가 놀란 듯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 정말이세요? 갑자기 이 시간에.”

“갑자기 시간이 남는구먼.”

“오늘 대한자동차 이사장 만나시지 않았어요?”

“금방 헤어졌어.”

“요정에서 말이죠? 아가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 이차 안 나간다고 해서.”

그러자 민유미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띠어졌다.

“그래서 저한테 전화하신 거예요?”

“이차하고 바로 연결을 시키는구먼.”

“내 집으로 오실래요?”

하고 민유미가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심호흡을 했다.

 

언젠가는 한번 겪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

 

그렇다고 특정한 날을 잡아 고사를 지내고 일을 치르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오늘 같은 날, 우연히 다 무르익었을 때 이렇게 찾는 것이 자연스럽다.

“좋아. 갈게.”

“술 드실래요? 스카치 30년짜리가 있는데요. 괜찮죠?”

“좋아.”

“안주는 치즈하고 땅콩이면 되겠죠?”

“좋지.”

“참, 그거 가져오세요.”

“뭔데?”

“그거요. 끼우는 거.”

“글쎄, 뭐냐니까?”

“임신 못하게 하는 거.”

“난 걱정 없어.”

“정말요?”

조철봉의 몸에 차츰 열기가 띠어졌다.

 

과연 민유미는 CIA 정보원답다.

 

이렇게 몇분 통화로 몇단계 과정을 생략하는 재주가 있는 것이다.

 

그때 민유미가 말을 잇는다.

“나, 얼른 샤워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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