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1. 공존 (10)
(2218)공존-19
“어디에서 묵고 계세요?”
문영미가 물었으므로 조철봉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대답은 했다.
“호텔에서, 왜?”
“전 호텔은 싫어요.”
“여관 좋아하냐?”
“제 집으로 가시지 않을래요?”
그러자 어깨를 늘어뜨린 조철봉이 힐끗 최갑중과 김경준에게 시선을 주고 나서 대답했다.
“좋지, 하지만 밤중에 누가 쳐들어오는 건 아니겠지?”
“그럴리가요.”
문영미가 웃음띤 얼굴로 말을 잇는다.
“제가 여기 태생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거죠.”
“그렇구나.”
“전 고향 사람은 손님으로 모시지 않아요. 마담 언니가 배려해 주시죠.”
“아파트에서 사는 거냐?”
“오피스텔요.”
“가족은?”
“서귀포에 부모님이 계세요. 동생은 서울에 있구요.”
앞쪽 최갑중과 김경준은 파트너하고 이야기를 하느라 이쪽은 시선도 주지 않는다.
그것이 룸살롱에서의 기본 예의다.
윗사람한테 신경쓴답시고 자꾸 참견을 하거나 시선을 주면 불편하다.
문영미는 긴 머리를 뒤로 묶어서 얼굴형이 말끔하게 드러났다.
광대뼈가 약간 돌출되었지만 곧은 콧날과 가늘고 선명한 입술선이 깔끔했다.
개성있는 용모였다.
눈꼬리가 약간 솟은 눈은 맑았으며 쌍꺼풀이 없는 맨 눈꺼풀에 인조 속눈썹,
서클 렌즈도 박지 않았다.
아름다운 여인을 보는 것만큼 기쁜 일이 어디 있는가?
보면서 환상을 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 다 만들어 낸 인조라면,
그리고 꾸민 흔적이 다 드러난 아름다움이라면 본래 바탕의 가치까지 깎여진다.
문영미는 100퍼센트 순혈 미인이었다.
그래서 광대뼈까지 개성있게 보인다.
룸살롱에서 나왔을 때는 밤 10시반쯤이었다.
물론 조철봉이 문영미하고 먼저 나온 것이다.
술좌석에서도 상하 관계가 분명하게 이어지는 한국 사회에서
제 상사하고 나란히 파트너를 끼고 이차 나가는 놈은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왔다고 봐도 될 것이다.
문영미의 오피스텔은 택시로 5분 거리밖에 안 되었다.
15평형 원룸 오피스텔은 깨끗했고 잘 정돈되었다.
필요한 가구나 전자제품만 놓여졌는데 벽에는 그림 한장 붙이지 않았다.
그래서 방이 더 넓게 보인다.
“씻으세요.”
뒤에서 조철봉의 저고리를 벗기면서 문영미가 웃음띤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쳐들어올 사람, 없거든요?”
“내가 이 집 몇 번째 손님이야?”
넥타이를 풀어 건네면서 조철봉이 묻자
문영미가 똑바로 시선을 준다.
“첫 번째죠.”
그러더니 덧붙인다.
“믿거나 말거나.”
“얘가 아주 노련하구먼.”
바지를 벗어준 조철봉이 빙그레 웃었다.
이런 때 몇 번째라고 순진하게 말하는 여자는 잘못 계산을 한 것이 된다.
남자는 끝까지 제 환상에서 헤매다가 떠나도록 놔둬야 되는 것이다.
그래야 더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제가 등 밀어드릴까요?”
팬티 차림이 된 조철봉에게 문영미가 묻더니 눈을 흘겼다.
조철봉이 팬티까지 훌떡 벗어 던졌기 때문이다.
곤두선 철봉이 건들거리고 있다.
“아유, 정말.”
문영미가 철봉을 노려보며 말한다.
(2219)공존-20
여자하고 둘이 되었을 때 조급해져서 서둘러 옷을 다 벗기고 나면 긴장이 팍 풀린다.
그때 조심해야 된다.
실랑이를 하면서 옷까지 다 벗겼는데 막상 작업을 시작하려고 보니까
그게 죽어 자빠진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다음날 울며불며 친구들에게 하소연을 하고 한약방, 뱀탕집을 수소문하는 놈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다 긴장을 푼 탓이다.
그런 놈들은 그게 일어나 있어도 3분 이상을 끌지 못한다.
따라서 만물의 영장인 인류는 창조자께서 배려하신 대로 긴장을 풀지 말아야만 한다.
조철봉은 자신의 철봉으로 향해진 문영미의 두 눈이 번들거리는 것을 보았다.
철봉은 마치 따로 움직이는 생물체처럼 건들거리고 있다.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어떠냐? 감상이?”
마침내 조철봉이 그렇게 물었다.
이제 철봉이 우뚝 곤두서더니 똑바로 문영미의 얼굴을 겨누고 있다.
“흥분돼요.”
물기가 마른 목소리로 말한 문영미가 침을 삼키더니 상기된 얼굴로 말을 잇는다.
시선은 여전히 철봉에 머물고 있다.
“이렇게 똑바로 보는 건 처음이거든요.”
“오늘은 처음인 것이 많구나. 그럼 황홀한 느낌도 처음 맛보게 해주지.”
“그렇게 자신 있으세요?”
그러자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발을 떼었다.
욕실로 들어서며 조철봉이 말한다.
“겪어보면 알겠지.”
샤워기의 물을 틀어놓고 비누칠을 하던 조철봉이 욕실 안으로 들어서는 문영미를 보았다.
알몸이다. 머리에 비닐캡만 썼을 뿐 두 손으로 아무데도 가리지 않고 다가온다.
시선은 똑바로 주었지만 얼굴에는 수줍은 듯 웃음기가 조금 배어 있다.
샤워기 밑에 나란히 선 문영미가 조철봉의 등을 맨손으로 문지르며 말했다.
“벗으면 금방 친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그죠?”
“그렇지, 나는 이 순간이 좋다.”
이제 문영미의 몸에 비누칠을 해주려고 조철봉이 샤워기의 물을 껐다.
조철봉이 문영미의 온몸에 비누를 문지르면서 말을 잇는다.
“아름다운 여자하고 섹스를 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지.
섹스를 하기 전에 이렇게 같이 비누칠을 하는 것도.”
“행복하세요?”
문영미가 조철봉의 허리와 아랫배를 문지르면서 묻는다.
그러다가 손이 철봉에 닿자 움칫하더니 곧 결심한 듯 두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비누칠이 된 손이 미끄럽다.
“넌 어떠냐?”
조철봉이 미끈거리는 문영미의 골짜기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면서 묻는다.
문영미가 두 다리를 움츠렸다가 곧 벌리면서 가쁜 숨을 뱉는다.
“좋아요.”
문영미의 몸은 건강했다. 탄력이 넘쳤으며 군살이 없었지만 마르지도 않았다.
그때 문영미가 두 팔로 조철봉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몸을 바짝 붙였다.
철봉이 미끄러져 문영미의 허벅지 사이로 묻혔다.
“지금 해요.”
문영미가 철봉을 쥐더니 제 샘에 넣으려는 시늉을 했으므로 조철봉이 허리를 비틀었다.
“비눗물이나 씻고.”
다시 샤워기를 켠 둘은 물을 맞으며 부둥켜안은 채로 섰다.
문영미가 두 팔로 조철봉의 목을 감싸 안으면서 입술을 먼저 붙였다.
물에 젖은 문영미의 입술은 부드러웠다.
밀려나온 혀에 샤워물이 섞였지만 조철봉은 상관하지 않았다.
문영미가 밀착된 몸을 비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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