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9. 공존 (8)
(2214)공존-15
대한자동차는 한국이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브랜드 중의 하나이며
세계 5위권의 자동차 메이커다. 또한 한국의 2대 재벌 기업이며 임직원 20만명,
미국을 포함한 해외 12개국의 현지법인 공장에는 30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회사임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자존심인 것이다.
대한자동차 회장 한태성은 60대 초반으로 언론에는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에는 남북 정상회담에 초청되어 참석했지만 다른 경우였다면 전문 경영인인
부회장들을 보냈을 것이다.
호텔 10층 접견실에서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양성택과 조철봉이 한태성을 맞는다.
양성택은 자신이 주최한 만찬장에서 먼저 빠져나와 있었던 것이다.
“아이구, 회장님.”
전(前) 정권 때 한번 평양에서 만난 적이 있었던 터라
양성택이 반색을 하고 한태성을 맞는다.
“먼저 오셨군요.”
이미 만찬장에서 인사를 나눴던 한태성이 빙긋 웃는다.
그러더니 조철봉에게는 손을 내밀었다.
“조 사장님이시군요.”
“처음 뵙습니다. 조철봉입니다.”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조철봉의 얼굴은 상기되었다.
그때 방 안으로 위원장이 들어섰으므로 분위기가 긴장되었다.
“오셨습니까?”
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다가와 한태성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더니 조철봉에게는 머리만 끄덕여 보이고는 앞쪽 자리에 앉는다.
셋은 한태성을 중심으로 나란히 앉아 위원장을 바라보았다.
위원장이 먼저 한태성에게 말한다.
“말씀 드릴 것이 있어서 뵙자고 했습니다.”
“예, 말씀하시지요.”
한태성이 정중하게 대답했다.
위원장과는 평양에서 같이 식사를 한 적도 있다.
물론 그때는 정상회담 때 한국 대통령을 수행한 상황이었고 둘이 만난 적은 없다.
위원장이 말을 잇는다.
“곧 미얀마에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어떻습니까?
북조선에 대한자동차 공장을 건설하시지 않겠습니까?”
위원장이 바로 본론을 꺼냈으므로 조철봉은 고인 침을 삼켰다.
한태성은 시선만 주었고 위원장의 말이 계속되었다.
“필요하신 땅을 무상으로 드리지요.
그리고 그곳을 자유구역으로 내놓겠습니다.
자유구역 안에는 북조선 사법권이 미치지 못하게 할 것이며
노동자 고용, 해임은 물론 임금까지 모두 대한자동차측에 일임하겠습니다.
외화 입출은 물론이고 자유구역 안에 탱크를 들여와도 상관 안합니다.
다만 탈북 하나만은 막아 주십시오.”
듣다 보니 조철봉의 입이 벌어졌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그때 위원장의 눈짓을 받은 양성택이 말을 잇는다.
“혹시나 걱정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
그 토지에 대한 임차 계약서도 작성해드리겠습니다.
자유구역 안의 치안은 대한자동차측이 한국군을 요청해 맡겨도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한국군이라니.
다시 조철봉이 침을 삼켰을 때 이번에는 위원장이 말을 잇는다.
참으로 손발이 맞는 상하관계다.
“아마 노조 문제도 없을 것 같군요.
아예 노조가 결성되지도 않을 테니까요.
문제가 있는 노동자는 가차없이 잘라 구역 밖으로 내보내시면 됩니다.”
그러고는 위원장이 얼굴을 펴고 웃는다.
“곧 양 부장이 자세한 내용을 서류로 만들어 드릴 것입니다.
부디 참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제 위원장도 세일즈맨이 다 되었다.
(2215)공존-16
이틀후 오전 10시에 위원장은 3박4일의 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제주공항으로 나왔다.
양국 정상은 평화 공존에 대한 평화조약을 체결하였으며 구체적 사항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포괄적 경제협정서에도 조인을 했다.
그러나 실현이 중요하다.
전(前) 정권때도 몇개나 조약을 체결했지만 실행이 되지 않아서
조인서가 휴지가 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위원장의 방한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핵 문제였다.
지금까지 3박4일 동안 양국은 핵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위원장이 출국 직전에 공항에서 핵에 대한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른바 굿바이 히트를 칠 것이라는 말이었다.
3박4일 동안 위원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는데 남미나 유럽에서도 위원장 뉴스만 나오면
시청률이 쑥 올라간다고 했다.
이제 한국 대통령의 간단명료한 작별인사가 끝나고 위원장의 차례가 되었다.
오늘도 조철봉은 일행과 함께 호텔방 안에서 TV화면을 보는 중이었는데
방 안이 조용해졌고 누가 침 삼키는 소리를 냈다.
연단에 선 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친애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대통령 각하….”
위원장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나서 머리를 똑바로 들고 화면을 보았다.
“저는 어젯밤 대통령 각하와 핵을 없애겠다는 합의를 했습니다.
그 구체적 계획은 6자회담에서 논의될 것입니다.”
“나왔다.”
하고 최갑중이 방정맞게 소리쳤다가 위원장의 말이 이어지는 바람에 입을 다물었다.
“이 결정을 곧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각국에 정식으로 통보할 것이며
이 자리를 빌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과 전 세계인을 향해 핵 폐기에 대한
약속을 드리는 바입니다.”
“됐다.”
이번에는 조철봉이 말하고는 길게 숨을 뱉는다.
최갑중과 김경준이 마주 보고 끄덕였다. 민유미도 웃는 얼굴이다.
“굿바이 홈런이다.”
소파에 등을 붙인 조철봉이 상기된 얼굴로 다시 말한다.
위원장은 과연 통이 크게 행동했다.
쇼면 어떤가? 일국을 통치하려면 쇼도 필요할 것이다.
평화 공존 시대가 되었는데 핵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자위용으로 만들었으니 공존시대가 되었다면 폐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조철봉의 감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TV 화면에 비친 사람들의 표정도 조철봉과 비슷했다.
위원장의 연설이 끝났을 때 최갑중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에이, 사장님 이야기라도 한번만 하시지. 이 기회에 왕창 뜨게.”
그러자 민유미가 이를 드러내고 소리내어 웃는다.
하긴 위원장이 조철봉 이야기를 한마디만 했다면 대한민국 어느 지역구에 갖다 놓더라도
국회의원 당선은 문제 없을 것이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리더니 곧 최갑중이 휴대폰을 귀에 붙인다.
그러고는 몇마디 응답하고 나서 송화구를 손바닥으로 막고 조철봉에게 묻는다.
“대한자동차 회장님이 오늘 저녁에 시간 내실 수가 있느냐고 물으셨다는데요.”
“아, 당연히 내야지.”
조철봉이 선뜻 대답한다.
“회장님이 정해주신 곳으로 간다고 해.”
그러자 최갑중이 다시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서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오늘 저녁 7시에 제주호텔 한식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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