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17. 공존 (6)

오늘의 쉼터 2014. 10. 10. 08:02

817. 공존 (6)

(2210)공존-11

 

 

 

 영접 행사가 끝난 후에 각 언론은 위원장의 연설문을 대서특필했다.

호외를 찍어 배포하는 언론사도 있었다.

모두 위원장의 연설문에 대해서 호의적이다.

감동한 시민들도 많아서 TV 인터뷰 때 울먹이는 사람도 있었다.

아직 분이 안 풀린 사람도 당연히 있겠지만 비치지는 않았다.

그날 저녁 조철봉이 일행과 회와 매운탕으로 저녁을 먹고 있을 때였다.

식탁 위에 놓인 휴대전화가 울렸다.

서둘러 집어든 조철봉이 발신자 번호를 보고 나서 귀에 붙였다.

모르는 번호였다.

“예, 조철봉입니다.”

“저, 양성택인데요. 지금 오실 수 있지요?”

대뜸 양성택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팔목시계부터 보았다.

“예, 10분이면 갑니다.”

“그럼 현관으로 사람을 보내지요.”

간단히 통화가 끝나자 조철봉은 저녁을 먹다말고 일어섰다.

조철봉이 위원장의 숙소인 제주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정확히 10분 후였다.

철통같은 경호망이 쳐져 있었지만 미리 연락을 받은 터라 조철봉이 탄 택시는

바로 호텔 정문 앞에 멈춰섰다.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북측 요원이 조철봉을 안내해서 10층으로 곧장 올라간다.

조철봉이 10층 의전실로 들어섰을 때 소파에 앉아있던 양성택이 웃음띤 얼굴로 일어섰다.

“자, 가십시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양성택이 다시 조철봉을 안내하여 옆쪽 방으로 들어선다.

이곳은 회의실 같다.

둘이 빈 회의실에 들어선 지 10초도 안 되었을 때 옆쪽 문이 열렸다.

“여어, 조 사장.”

위원장이 웃음띤 얼굴로 들어선다.

인사를 마친 조철봉이 양성택과 앞쪽에 나란히 앉았을 때 위원장이 물었다.

“내 연설 어땠어?”

“훌륭하셨습니다.”

조철봉이 기다린 것처럼 대답했다.

“언론도 모두 호의적입니다. 감동받은 시민들도 많습니다.”

“편집했겠지.”

쓴웃음을 지은 위원장이 말을 잇는다.

“아직 부족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 모양인데.”

“그럴 수가.”

얼굴을 굳힌 조철봉이 머리까지 젓는다.

“100퍼센트 다 맞출 수는 없습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90퍼센트 이상의 한국 국민이 위원장님 말씀에 호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하긴 조선사람들 냄비 기질은 내가 알지.”

정색한 위원장이 머리를 끄덕인다.

“금방금방 잊어먹으니까 가끔 편리하다는 생각도 들어.”

이건 맞장구칠 내용이 아닌 것 같았으므로 조철봉은 입을 다물었다.

 

옆에 앉은 양성택만 머리를 끄덕인다.

 

다시 위원장이 말을 잇는다.

“이봐, 미국측과는 핵 폐기건에 대한 합의를 했어.

그래서 한·미·일 3국이 공동으로 보상금을 내게 될 거야.”

위원장이 조철봉의 표정을 보더니 빙그레 웃는다.

“조 사장한테만 알려주지. 한·미·일 각각 15억달러씩 45억달러네.

각국이 매년 3억달러씩 15억달러를 5년간 내는 조건으로.”

침만 삼키는 조철봉을 향해 위원장이 말을 잇는다.

“미국과는 가장 먼저 합의를 했고 한국도 아마 미국측에서 연락을 했을 거야.

한국 입장에서는 잘 된 일이지.

일본 하나만 남았는데 조·한·미, 3국이 밀면 동의하지 않을까?”

그러더니 위원장이 목소리를 낮춘다.

“그런데 조 사장, 부탁이 있네.”

옳지, 조철봉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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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봉의 기대에 찬 시선을 받은 위원장이 빙그레 웃는다.

“앞으로 조사장 통해서 북남간 거래관계가 이루어질 거야.

조사장은 한국 측에서도 믿을 만한 사람이니까.”

“믿어 주시니 영광입니다.”

머리를 숙였다가 든 조철봉의 얼굴에 화색이 돋아났다.

상기가 된 것이다. 떡고물이다. 그러면 그렇지 떡고물이 없다니 말도 안된다.

그리고 그런 중차대한 업무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누구겠는가?

바로 조철봉 자신인 것이다. 그때 위원장이 정색하고 조철봉을 보았다.

“우리는 한국처럼 대기업은커녕 중소기업도 없다네.

그래서 각 군부대에서까지 열심히 무역일을 하고 있지만.”

위원장이 길게 숨을 뱉는다.

“외화가 많이 부족하지. 이른바 통치자금이 부족하단 말이네.

한국처럼 기업체에다 특혜를 주고 통치자금을 챙길 수가 없단 말이지.”

“위원장님, 한국도 요즘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다면 큰일납니다.”

이번에는 조철봉이 정색하고 말하자 위원장은 쓴웃음을 짓는다.

“글쎄 말이네. 그렇게 삭막해서야 앞으로 누가 대통령 하려고 나서겠나?

재미가 있어야 말이지.”

해놓고 위원장은 문득 이야기가 샛길로 빠진 것을 느낀 듯이 얼굴을 굳히고는 고쳐 앉는다.

그러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오늘 저녁에 조사장을 숙소로 부른 것을 언론들은 다 알고 있겠지. 그렇지 않은가?”

“예? 예에.”

하고 조철봉이 어정쩡하게 대답한다.

하지만 맞는 말이다. 호텔 앞에는 기자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한국기자들이 누구인가?

아마 옆쪽 빌딩, 근처 아파트 옥상까지 다 차지하고 망원렌즈로 감시할 것이었다.

조철봉은 이미 자신의 모습이 수백장 찍혔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때 위원장이 목소리를 낮췄다.

“이제 조사장은 명실공히 내가 믿는 사람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에 알려지게 될 거네. 알겠는가?”

“예? 예.”

“그럼 앞으로 일 하기가 수월할 거야.”

“무, 무엇을 말씀입니까?”

“자세한 내용은 여기 있는 양부장이 말해줄 거야.”

옆에 앉은 양성택을 눈으로 가리켜 보인 위원장이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내 말은 한국뿐만 아니라 각국의 정보기관에서도 다 듣고 있겠지.”

그러고는 다시 쓴웃음을 짓는다.

“뭐, 상관없어. 오히려 더 잘된 일이야.”

그러고는 위원장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서둘러 따라 일어선 조철봉에게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내일 정당과 경제인단 대표들 앞에서 연설이 있지? 잘 들어 보게.”

위원장이 방을 나갔을 때 길게 숨을 뱉은 조철봉이 양성택을 보았다.

그러자 양성택이 웃음 띤 얼굴로 조철봉의 소매를 당겨 다시 앉자는 시늉을 했다.

나란히 앉았을 때 양성택이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인지 대충 아시죠?”

“아뇨, 저는.”

머리를 기울인 조철봉이 양성택을 똑바로 보았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셔야겠습니다. 저는 도무지.”

“한국 기업체에 북조선 대리인 자격으로 접촉하시는 겁니다. 아셨습니까?”

“아아.”

조철봉이 누구인가? 대번에 얼굴이 붉어진 조철봉의 두눈이 번들거린다.

북한이 한국 기업체에 특혜를 주고 리베이트를 받는 것이다.

이제는 직접. 아아, 떡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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