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1. 대타협 (13)
(2199)대타협-25
남북 정상회담이 보도된 것은 조철봉이 평양에 다녀온 지 엿새째가 되던 날이다.
그동안 철저히 비밀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국내외의 반응은 뜨거웠다.
정상회담 발표는 통일부가 아닌 청와대 대변인이 했으며 북한도 방송을 통해 보도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이름으로 발표를 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예쁘고 젊은 여자 아나운서가 나와 상냥하지만 품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에는 나이 든 여자가 눈에 힘을 주고
“하안다”
“하알거어시다”
해 대어서 내용이 어떻든간에 한국 시청자의 부아통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조철봉이 지난번에 양성택에게 말한 것이 반영된 셈이다.
한국에서 여자 아나운서가 그렇게 반말로 말했다가는
누가 시켰건 간에 오래 못 살 것이라고 했던 것이다.
회담 장소는 제주도, 시간은 일주일 후인 6월10일,
북한은 6월15일로 정하자고 고집을 피웠다가 결국 양보했다는 소문이 인터넷에서 떠돌았다.
“기어코 성사되었군요.”
발표가 끝나 TV를 껐을 때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은 김경준이 조철봉을 보았다.
조철봉의 방 안이다. 방 안에는 조철봉과 최갑중, 김경준에다 민유미까지 둘러앉아 있다.
그때 최갑중이 거들었다.
“모두 사장님 덕분입니다.”
“그런 소리 마라.”
이맛살을 찌푸린 조철봉이 손까지 젓는다.
“난 마침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스치고들 지나간 것이야.”
조철봉이 혼잣소리처럼 말을 잇는다.
“내가 없었다면 다른 사람을 통하게 되었을 것이고, 우연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존재도 아냐.”
그러자 민유미가 힐끗 시선을 주었지만 입을 열지는 않는다.
어쨌든 성과를 이룬 셈이어서 들뜬 표정이 된 셋이 방을 나가더니 곧 민유미만 돌아왔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민유미가 두 무릎을 모으며 앞쪽에 다시 앉는다.
시선은 똑바로 향해 있었고 차분한 표정이다.
“베이징의 대동강무역에서 오더가 되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민유미가 말했다. 지난번 민유미는 혼자 베이징에 다녀왔다.
조철봉도 뒤따라 가겠다고 했지만 일이 바빠서 합류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색한 민유미가 말을 잇는다.
“이란에 군수품과 전자제품까지 총 1억불 가까운 오더를 수출하게 되었어요.”
“그것 잘됐군.”
얼굴을 편 조철봉이 민유미를 보았다.
“그럼 마진이 얼마나 남지?”
“가격이 좋습니다. 북한이 가격을 받았는데 1천만불 정도의 리베이트를 포함시켰더군요.”
“대단하구먼.”
감탄한 조철봉이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대동강무역은 민유미가 가져간 오퍼시트 가격에다 1천만불을 추가시켜
새 오퍼시트를 만들어 이란 측과 상담한 것이다.
대동강무역의 이름으로 수출될 것이므로 당연한 작업이다.
조철봉이 눈을 가늘게 뜨고 민유미를 보았다.
“그럼 그 오더에서 북한은 얼마나 챙기게 되지?”
“약 1천만불이 됩니다.”
민유미가 바로 대답했다.
추가액 1천만불의 절반인 5백만불에다 원래 오퍼 가격의 5%를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철봉과 민유미의 몫도 같지만 둘로 나눠야 될 테니 각각 5백쯤 될 것이다.
만족한 조철봉이 지그시 민유미를 보았다.
“이번에 정상회담에서 대타협이 이루어지면 오더가 더 커질 거야.”
오더뿐인가?
대한민국의 브랜드 주가 자체가 상승한다.
몇천억불, 몇조불 가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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