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10. 대타협 (12)

오늘의 쉼터 2014. 10. 10. 00:15

810. 대타협 (12)

 

(2197)대타협-23

 

 

최갑중의 표현대로 졸지에 미팅이 되었다.

뜻이 있으면 길이 보인다고 여자 문제에 관해서는 실패한 적이 드물었던 조철봉이다.

잠시 후에 지하 1층의 클럽으로 내려간 남녀 다섯은 입구에서 기다리던 지배인의 영접을 받는다. 미리 예약을 했기 때문이다.

클럽 지배인은 제각기 속을 알 수 없는 다섯 남녀를 안쪽의 방에다 밀어넣고는 물러갔다.

“난 여기 처음이야.”

하고 셋 중 피부가 너무 반들거리는 여자가 말했는데 눈에 서클 렌즈도 끼었다.

제일 젊어 보였지만 최갑중은 이미 눈이 서글서글한 여자에게 기울어져 있다.

이곳 클럽은 회원제가 아닌데도 가격이 비싸 젊은 손님이 드물다.

주로 호텔 투숙객인 외국인이나 중장년층 사업가 출입이 잦다보니

자연히 장식과 음악이 그 수준에 맞게 배치되었다.

플로어에서는 블루스 음악에 맞춰 서너 쌍의 남녀가 춤을 추는 중이었고

100평쯤 되는 홀에는 손님이 절반쯤 차 있었다.

술을 주문하고 났을 때 자연스럽게 조철봉의 옆에 앉게 된 크림색 셔츠의 여자가

웃음 띤 얼굴로 묻는다.

“오늘 과용하시는 거 아녜요? 벌써 200이 넘게 쓰셨는데.”

계산은 맞다.

바 지배인한테 100, 여자들 술값까지 계산했으니까

그것까지 합하면 200이 넘는다.

그러자 조철봉이 오연숙을 보았다.

여자 이름은 오연숙, 그냥 직장인이라고만 했다.

“춤추러 가실까요?”

“그래요.”

선뜻 대답한 오연숙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친구들에게 말했다.

“나, 나갔다 올게.”

이런 경우에는 분리시키는 것이 가장 빠른 효과를 낼 수가 있는 것이다.

셋을 함께 상대하자면 아무리 최갑중이 도와준다고 해도 진이 빠진다.

플로어에는 마침 블루스가 다시 시작되는 참이었고 춤추는 남녀가 10여쌍으로 늘어나 있었다.

조철봉이 오연숙의 허리를 당겨 안고는 스텝을 밟는다.

“어머.”

하반신이 마주친 순간 오연숙이 움칫 하더니 곧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조철봉의 딱딱해진 물건과 부딪쳤기 때문이다.

다시 돌 때 부딪친 오연숙이 조철봉을 올려다 보면서 묻는다.

“너무 빠른 거 아녜요?”

“오래 갑니다. 걱정 마시고.”

대뜸 말을 받자 오연숙이 피식 웃는다.

“셋, 동창 사이입니까?”

오연숙의 몸이 슬슬 풀려가고 있었다.

입술을 귀에 붙인 조철봉이 묻자 오연숙이 몸을 붙여왔다.

“네,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

“그럼 믿을 만하네.”

“뭐가요?”

“소문.”

다시 하반신을 밀착시켰다가 떼며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계원이나 반상회, 친구, 학부모 모임에서 남자하고 어울렸다가 쫓겨난 여자를 여럿 봤거든요.”

“그 원인을 제공했어요?”

“천만에.”

이제는 잠깐 동안이지만 하반신을 밀어넣듯이 움직이자 오연숙이 입을 딱 벌렸다.

그러나 엉덩이를 뒤로 빼지는 않는다.

조철봉은 심호흡을 한다. 온몸에 생기가 떠올랐고 가볍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느끼는 활기, 그 이유를 안다.

지금까지 서비스 비용을 지불한 대가를 받거나 주고받는 형식으로 여자를 안았다.

또는 이쪽을 이용하려고 접근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이렇게 공을 들여서 자빠뜨리는 순간에 얼마나 행복했던가? 

 

 

 

(2198)대타협-24

 

 

음악이 끝났을 때 오연숙의 손을 잡고 플로어에서 내려오던 조철봉이 묻는다.

“방에 들어가기 전에 끝낼까요?”

“네?”

오연숙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발을 떼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빈방에 들어가 30분쯤 있다가 가십시다. 빈방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자 오연숙이 잡혔던 손을 빼내었다.

걸음도 늦췄으므로 조철봉이 머리를 돌려 뒤를 돌아봐야만 했다.

홀은 어두웠지만 오연숙의 정색한 표정은 보인다.

“빈방에서 뭐 하시게요?”

오연숙이 상체를 기울인 조철봉의 귀에 대고 묻는다.

둘은 룸으로 들어서는 입구에서 멈춰섰다.

“거기 젖지 않았습니까?”

바짝 다가선 조철봉이 되묻자 오연숙이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30분.”

해놓고 조철봉이 손을 들어 웨이터를 불렀다.

보이지 않았던 웨이터가 순식간에 앞에 나타났으므로 조철봉이 웃는다.

“빈방, 30분.”

그러면서 조철봉이 지갑을 열고 10만원권 수표를 꺼내 내밀었다.

“네가 문밖에서 지켜.”

“예, 사장님.”

수표를 받은 웨이터가 몸을 돌리면서 말한다.

“따라오시지요.”

그동안 오연숙은 반쯤 몸을 돌린 채 외면하고 서 있다가 조철봉의 뒤를 따른다.

웨이터가 안내한 방은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둘이 마시던 방의 바로 앞쪽 방이다.

조철봉을 따라 방에 들어선 오연숙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불을 꺼요.”

“불을?”

놀란 조철봉이 엉겁결에 벽에 붙여진 스위치를 찾다가 곧 오연숙을 보았다.

“여긴 호텔방이 아니어서.”

“네?”

“전등 스위치가 어디 붙여졌는지 알 수가 없네요.”

그러자 소파 끝 쪽에 앉은 오연숙이 시선을 내렸다.

크림색 셔츠에 검정 스커트 차림의 오연숙은 날씬한 체격이다.

키도 별로 크지 않았기 때문에 몸매가 아담하게 느껴졌다.

시선을 내린 표정이 그늘져 보였으므로 조철봉의 목이 또 멨다.

룸살롱이나 클럽 방에서 수없이 놀아본 조철봉이다.

그러나 그 방으로 들어갔을 때 불을 끄라고 한 여자는 처음 보았다.

그만큼 순진하다고 해도 될 것이었다.

조철봉이 오연숙의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허리를 당겨 안는다.

“싫으면 그냥 나갑시다.”

입에서 마음에도 없는 말이 튀어 나왔으므로 조철봉은 긴장했다.

그때 오연숙이 머리를 젓더니 시선을 내린 채로 말한다.

“팬티만 벗을 테니까 돌아서요.”

“하고 싶어요?”

몸을 비스듬히 돌린 채 조철봉이 물었지만 오연숙은 대답하지 않는다.

일어선 오연숙이 부스럭대며 옷을 벗었으므로 조철봉도 바지 혁대를 풀었다.

벌써부터 온몸에 열이 올랐고 마음은 조급해져 있다.

그때 오연숙이 벗은 팬티를 옆에 놓더니 여전히 시선을 내린 채로 묻는다.

“어떻게 해요?”

다르다, 다 다르다. 지금까지 수백명을 겪었지만 분위기부터 구조까지 다 다르다.

이런 경우도 처음이다. 조철봉은 잠자코 오연숙을 소파 위로 눕힌다.

정상위로 하는 것이 예의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서로 마주 보면서 하고 싶었지만 오연숙은 눕는 순간에 눈을 감아 버렸다.

그러나 스커트를 들치자 짙은 숲과 붉은 골짜기가 드러났다.

다시 목이 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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