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08. 대타협 (10)

오늘의 쉼터 2014. 10. 10. 00:13

808. 대타협 (10)

 

(2193)대타협-19

 

 

사춘기때,

아직 동정을 버리기 전까지만 해도 조철봉은 예쁜 여자들은 똥 따위는 안 싸는 줄 알았다.

그 예쁜 여자들이 화장실에 앉아 얼굴에 핏대를 세우면서 냄새 나는 똥줄기를 술술

빼내리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가 조금 시간이 지났을 때 그 예쁜 여자들도 똥을 싸긴 싼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했다.

안 싸면 인간이 아니니까,

그래서 싸긴 싸되 그 똥이 염소나 토끼 똥처럼 환약처럼 모양 좋고 냄새도 안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세월이 화살처럼 지나고나서 이제 40대 중반이 된 조철봉은 어떻게 변모했는가?

조철봉은 지금 두 다리를 잡아 올린 이은지의 골짜기를 혀로 애무하는 중이다.

그 긴 골짜기, 골짜기 끝쪽에서 설사 똥이 쏟아져도 상관없다.

눈에 보이는 검고 붉은 이 골짜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으며 혀와 코는 미각과 후각 따위의

기능을 버린 지 오래다.

이은지를 절정에 올려 놓는다면 설사도 먹겠다.

가정부가 올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냥 넣고 올려 주기에는 서운하지 않은가?

그래서 조철봉은 하다가 말고는 애무를 해주고 있다.

이은지가 집안이 떠나갈 듯이 비명을 질러대는 것은 분명 의도적이다.

모처럼 대낮, 집이 비었을 때 하는 터라 자극도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다가 제 소리에 더 흥분이 되어서 이런다.

이윽고 이은지가 혀만으로도 터지려고 했으므로 조철봉은 다시 다리를 내려놓고 몸을 합쳤다.

그때 조철봉의 허리를 부둥켜안은 이은지가 헐떡이며 말한다.

“아줌마 간 지 10분밖에 안 되었어.”

아까는 20분이라고 했는데 10분 더 여유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서둘지 않아도 된다는 배려가 박혀 있다.

“아아악.”

몸이 합쳐지자 이은지의 비명이 더 커졌다.

정원 건너 대문 밖에서도 듣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하긴 이은지하고 안 한 지 이주일째가 되어간다.

그동안 출장에다 접대가 겹쳐 있었기 때문이다.

조철봉은 정상위를 가장 선호하는 편이다.

정상위는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자세인데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간혹 원숭이류가 그와 비슷한 자세를 취하지만 짐승 대부분이 후배위,

즉 뒤에서 하는 것과 비교가 될 것이다. 이윽고 이은지가 절정에 올랐다.

화산이 터지는 것 같은 절정이다. 이은지 본인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조철봉에게는

그 절정이 단 한번도 같은 때가 없는 것이다. 다 다르다.

버릇처럼 온몸을 웅크렸다가 한참만에 펴면서 사지를 떨었지만 그 반응, 시간, 강도,

느낌이 할 때마다 새롭다.

이윽고 이은지의 굳어졌던 몸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가쁜 숨이 정돈되었을 때

조철봉은 천천히 몸을 뗀다. 아직도 철봉이 그야말로 철봉처럼 단단한 채여서

빠져 나올 적에 이은지가 낮게 신음을 뱉는다.

아쉬운 여운이 풍기는 신음이다.

“오늘밤에 다시 해줄게.”

조철봉이 시트로 이은지의 아래를 가려주면서 침대에서 일어선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소리가 큰 거야?”

“소리 크게 내니까 더 흥분이 되어서.”

정직하게 말한 이은지가 여전히 상기된 얼굴을 펴고 웃는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이 방안에 들어온 햇살을 받아 반들거렸다.

조철봉이 머리를 숙여 이은지의 볼에 가볍게 입술을 붙였다.

“네 거긴 들어갈 때마다 새로워.”

립서비스였지만 반절은 진실이다.

그러자 이은지가 손을 뻗어 아직도 곤두선 철봉을 쓰다듬으며 웃는다.

행복한 웃음이 맞다. 

 

 

 

(2194)대타협-20

 

 

정상회담을 이용한 떡고물 사업은 한국측의 자세가 워낙 완강해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조철봉이 포기한 것은 아니다.

언제라도 기회가 온다면 달려들 준비는 해놓고 있다.

이제 공은 넘긴 상태였기 때문에 조철봉은 회사일에 몰두한다.

회사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놓았어도 조철봉은 끊임없이 일을 만들어내는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평양을 다녀온 후에 민유미는 일이 있다면서 미국에 다녀왔다.

CIA에 보고할 것이 많았을 것이다. 귀국한 다음 날 오전, 민유미는 조철봉의 방으로 들어선다.

소파에 앉은 민유미가 맑은 눈으로 조철봉을 보았다.

“내일 베이징에 있는 대동강무역에 가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민유미가 말을 잇는다.

“지난번에 제가 보낸 오퍼에 보충할 것도 있고 그쪽에서 적극 관심을 보이는 품목도 있어서요.”

“그럼 가 봐야지.”

조철봉이 선뜻 말하고는 지그시 민유미를 보았다.

“혼자 가도 되겠어?”

“그럼요.”

했다가 민유미가 눈을 크게 뜨더니 잠깐 망설인 후에 말했다.

“사장님이 함께 가 주신다면 더 도움이 되겠는데요.”

“며칠간 출장 예정이지?”

“일주일은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럼 난 나흘쯤 후에 출발할 테니까 베이징에서 만나기로 하지.”

“알겠습니다.”

얼굴이 환해진 민유미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대동강무역은 북한 통전부 소속의 무역회사로 대남 무역은 물론이고

북한 정부의 공식 수출입 창구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민유미가 방을 나갔을 때 조철봉이 인터폰을 눌러 부사장 최갑중을 부른다.

1분도 안 되어서 나타난 최갑중이 자리에 앉자마자 조철봉이 말했다.

“민유미가 내일 베이징의 대동강무역에 간다. 나하고도 나흘 후에 만나기로 했는데.”

그러고는 눈만 껌벅이는 최갑중을 향해 목소리를 낮췄다.

“연락해.”

“알겠습니다.”

최갑중도 낮게 대답했다. 국정원에 연락을 하라는 말이었다.

민유미가 CIA의 정보원이라고 말해준 것이 바로 북한의 국방위원장 본인이다.

조철봉은 최갑중을 시켜 그 말을 전하게 한 것이다.

직접 조철봉이 전할 수도 있었지만 자랑할 일도 아니고 기분이 찝찝해서

최갑중을 시켰더니 그쪽도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최갑중이 머리를 들고 조철봉을 보았다.

“참, 이명진씨가 사흘 전에 죽었습니다.”

놀라 눈만 크게 뜨고 있는 조철봉을 향해 최갑중이 말을 잇는다.

“양수진씨하고 딸 혜주가 임종을 지켰다고 합니다.”

“그래?”

하마터면 ‘잘됐다’ 하려다가 만 조철봉이 길게 숨을 뱉는다.

이명진은 안심하고 눈을 감았을 것이다.

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선해진다고 한다.

이명진은 바람이 나서 도망쳤던 양수진을 이해했다.

그때 최갑중이 말을 잇는다.

“제가 양수진씨한테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양수진씨는 혜주가 용서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는군요.

그때 가서 같이 살겠답니다.”

조철봉이 길게 심호흡을 했다. 다 사정이 있다.

그러나 자식의 가슴에 상처를 입힌 것만큼은 대가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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