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7. 대타협 (9)
(2191)대타협-17
“어떻게 말인가?”
위원장이 표정 없는 얼굴로 물었지만 긴장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작심한 터라 조철봉은 말을 이었다.
“있는 그대로를 다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사실을 말씀입니다.
그러면 한국의 젊은 세대는 감동할 것입니다.
네티즌들은 당장에 위원장님을 영웅으로 만들어 줄지도 모릅니다.”
“그, 댓글도 조작해야 되나?”
“아니,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당황한 조철봉이 손까지 젓는다.
“그건 금방 표시가 나거든요.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그러니까.”
“내가 농담한 거야.”
웃지도 않고 말한 위원장이 시선을 주었으므로 조철봉은 말을 잇는다.
“지난번 납북자 아니, 귀순자와 한국군포로를 송환시켜 주셨을 때 위원장님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기도가 한국 대통령보다 높았습니다.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때 누가 그러더군, 내가 한국 대통령에 출마해도 당선되었을 것이라고.”
“이번에도 정상회담 때 통 크게 양보를 하시고 사실을 인정하신다면 그 이상이 되실 것입니다.”
“자꾸 사실, 사실 그러는데 뭘 말인가?”
“저기, 6·25 말씀입니다.”
“으음.”
신음을 뱉은 위원장이 다시 소파에 상반신을 묻는다.
그러고는 조철봉을 보았다.
“그리고 또 있나?”
“아웅산 테러.”
“아웅산이라.”
혼잣소리처럼 말한 위원장이 쓴웃음을 짓는다.
“내가 테러를 지시했다고 말하란 말인가?”
“그러실 필요까지는.”
침을 삼킨 조철봉이 위원장을 보았다.
“그냥 사과만 하셔도….”
“내가 잘못을 사과하러 한국에 간 줄로 알지 않겠나?
마치 항복하러 간 것처럼 우리 북조선 인민이 생각하겠는데.”
다시 억양 없는 목소리로 말했던 위원장이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길게 숨을 뱉는다.
“내가 조 사장한테 지난번에 말했을 텐데, 내 한 목숨만 내놓으면 얼마든지 내놓는다고.”
위원장의 시선이 조철봉을 향해져 있었지만 초점이 멀어서 몸을 뚫고 뒤쪽벽에 박힌 것 같다.
위원장이 말을 이었다.
“조 사장 충고 잘 들었어. 내가 생각을 해보겠네.”
“감사합니다. 위원장님.”
조철봉이 앉은 채로 머리를 숙였다.
갑자기 목이 메었으므로 조철봉은 어금니를 물었다.
만일 위원장이 그렇게 다 하고 조건이 되어 한국 대통령에 출마한다면
조철봉은 기꺼이 선거 운동원이 될 것이었다.
그것이 조철봉식 인간관이다.
그때 위원장이 말했다.
“북조선 경제는 실패했어.”
놀란 조철봉이 다시 몸을 굳혔으므로 그것을 본 위원장이 빙그레 웃었다.
“개방을 일찍 했다면 우리도 중국을 앞질렀을 거야.”
“…….”
“그러나 난 아직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 포기할 수는 없어.”
자리에서 일어선 위원장이 서둘러 따라 일어난 조철봉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고맙네.”
조철봉의 손을 잡은 위원장이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말한다.
“내가 정상회담에서 진심을 보여주기로 하지. 조 사장 말을 듣고 내가 결심을 굳혔어.”
다시 조철봉의 목이 메었다. 과연 이 양반은 어디까지 진심을 털어놓을 것인가?
(2192)대타협-18
두부모 자르듯이 정치를 할 수는 없다.
독재 정치에서도 그렇게는 못한다. 찬성이 있으면 반대도 있고 그 중간도 있는 법.
그래서 민주주의는 다수결을 원칙으로 삼는다. 끊임없는 대화와 설득,
다수결로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이 민주주의 사회의 거울이다.
북한측의 호의로 평양에서 육로로 곧장 서울에 도착한 조철봉은 청와대에 들러
대통령실장 유세진에게 상황 보고를 했다.
놀라 얼굴까지 상기된 유세진과 헤어져 집에 돌아왔을 때는 오후 4시,
오늘은 일찍 퇴근한 셈이 되었다.
“오늘은 웬일이래?”
이은지가 놀라는 시늉으로 눈을 크게 떠보이며 맞는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영일이는 학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은지가 작년 여름에 낳은 딸 조세연은 아기방에서 곤히 잠이 들었다.
옷을 벗기도 전에 아기방 침대에 누운 세연이를 내려다보고 온 조철봉이 이은지에게 묻는다.
“어머니는?”
“교회.”
조철봉의 옷을 받으면서 이은지가 빙긋 웃었다.
“여전히 바쁘셔. 이번 토요일에는 요르단으로 성지순례 가신대.”
“지난번에 안 가셨나?”
“지난번에는 터키 쪽이었고.”
“성지가 많기도 하네.”
바지를 벗어준 조철봉이 문득 생각이 난다는 표정을 짓고 방안을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가정부 아줌마는?”
“시장.”
“그럼 혼자 있었던 거야?”
“왜 혼자야? 세연이하고 둘이지.”
했다가 이은지의 시선이 팬티 차림인 조철봉의 아래로 내려졌다가 한발짝 물러섰다.
“깜짝이야.”
“모처럼 둘이 되었으니까 지금 한번 하자.”
하고 조철봉이 이은지의 어깨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이런 절호의 기회가 없어.”
“왜 그래?”
이은지의 얼굴이 금방 상기되었다.
다시 한걸음 뒤로 물러난 이은지가 어깨를 흔드는 시늉을 했다.
“밖에서 실컷 했을 텐데 놔두셔.”
“내가 평양에서 오는 길이야. 어떻게 할 수 있었겠어?”
“놔, 아줌마 와.”
다시 이은지가 어깨를 흔들었지만 세지는 않다.
“언제 갔는데?”
“20분쯤 되었어.”
그러자 조철봉이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그럼 30분은 시간이 있구먼 그래.”
“오늘밤에 해.”
“오늘밤에도 하고, 지금.”
조철봉이 어깨를 쥔 채 그대로 밀자 이은지는 주르르 밀려나 침대 위로 쓰러졌다.
오후 4시면 한낮이다.
침실의 열려진 창으로 햇볕을 받은 정원의 푸른 잔디가 보였다.
조철봉이 서둘러 팬티를 벗을 때 이은지도 누은 채로 팬티를 벗으면서 말했다.
“팬티만 벗고 해.”
“알았어.”
조철봉이 몸 위로 오르자 이은지가 상기된 얼굴로 눈을 흘겼다.
“나, 미쳐. 정말 짐승같아, 당신은.”
“오늘은 거칠게 해줄까?”
“빨리 해.”
이 순간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더 아끼고 싶었지만 조철봉은 벌써 뜨거워진 이은지의 샘 안으로 서둘러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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