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05. 대타협 (7)

오늘의 쉼터 2014. 10. 9. 13:25

805. 대타협 (7)

 

(2187)대타협-13

 

 

“곧 오실 겁니다.”

대기실에서 만난 통전부장 양성택이 조철봉에게 말했다.

이층 대기실 안에는 둘뿐이다.

둘은 지금 국방위원장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양성택이 긴장한 얼굴로 말을 잇는다.

“핵 폐기 문제를 말씀하실 것입니다.

보상 관계까지 조 선생께 물어보실 것 같으니까 부디 허심탄회하게….”

말을 멈춘 양성택이 쓴웃음을 지었다.

“뭐. 제가 말씀 안 드려도 조 선생께서 잘 하실 테니깐요.

위대하신 위원장 동지께서 가장 신임하는 남조선 일꾼이시거든요.”

“아니. 천만에 말씀입니다.”

정색한 조철봉이 손까지 젓는다.

“제가 운이 좋았을 뿐으로….”

“아닙니다.”

양성택이 조철봉의 말을 잘랐다.

“조 선생은 북남 양측에 꼭 필요한 인물이십니다. 그건 제가 잘 압니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양성택이 말을 이었다.

“위대하신 위원장 동지께서도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솔직하고 꾸밈이 없다고도 하셨습니다.”

솔직하다는 칭찬은 처음 들었지만 어색하지는 않았다.

그때 열려진 문으로 군복 차림의 사내가 들어서더니 말했다.

“가십시다.”

둘이 군복 차림의 사내를 따라 들어선 곳은 복도 끝쪽의 소식당이다.

소식당이라지만 1백평도 넘는 면적에 대여섯명이 둘러앉을 원탁이 놓여져서 방이 더 크게 보였다. 원탁에는 이미 한정식 상이 차려져 있었으므로 둘이 지정된 자리에 앉아 기다린 지 1분쯤 지났을 때 옆쪽 문으로 위원장이 들어섰다.

위원장은 당중앙위 부위원장이며 총리인 김동남과 동행이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조철봉이 인사를 하자 위원장이 얼굴을 펴고 웃는다.

“또 만났어.”

“예. 위원장 동지.”

긴장한 조철봉의 표정을 보더니 위원장이 웃음 띤 얼굴로 자리에 앉는다.

“자. 앉으라구.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자구.”

정무원 총리인 김동남과는 남북의원 협의회 관계로 여러 번 만난 터라 낯이 익다.

조철봉은 자리에 앉아 식사를 했지만 음식맛을 제대로 느낄 여유는 없다.

그것은 양성택과 김동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철봉이 밥그릇을 절반쯤 비웠을 때였다.

위원장이 불쑥 물었다.

“남조선 민심은 어때?”

머리를 든 조철봉이 위원장의 시선과 마주쳤다.

위원장의 눈빛은 차분했다. 깜박이지도 않는 시선이 곧다.

조철봉은 문득 저 시선을 3초이상 받는 인간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4초쯤이 충분히 되었을 때 대답했다.

물론 그때는 시선이 내려진 후다.

“지금은 친북 세력이 많이 위축되었으니까요. 전과는 다릅니다.”

조철봉은 옆에 앉은 통전부장 양성택이 긴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이다. 이번 정권은 이른바 보수우익 세력이다.

지난 정권은 친북 세력이 주도했다면 지금은 반북 세력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인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친북과 반북 세력이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다.

위원장이 잠자코 시선만 주었으므로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억지 소리를 해대면 점점 더 왕따를 당하게 되고 설 자리를 잃습니다.

데모를 해도 민심이 받쳐주지 않으니까요.”

조철봉의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이런 말을 위원장한테 해준 사람이 있을 것인가?

아마 없을 것이다. 옆자리의 양성택도 이런 말 못한다. 

 

 

 

 

(2188)대타협-14

 

 

그때 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다 알고 있어, 상황이 어렵다는 것도. 하지만 민심이란 건 수시로 변하네.”

위원장의 얼굴에 희미하게 웃음기가 떠올랐다.

“우린 여론조사기관이라는 게 없어서 인기가 몇 퍼센트 떨어졌다고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고 말이야.”

“예에.”

대답은 했지만 따라 웃을 일도 아니어서 조철봉은 시선을 내린다.

그때 위원장이 말을 이었다.

“핵은 자위용으로 개발했지만 남조선이 과민 반응을 보일 것도 예상했어.

그래서 이번에 북남 정상회담이 열리면 핵폐기에 대한 합의를 할 것이네.”

긴장한 조철봉이 몸을 굳혔을 때 위원장이 길게 숨을 뱉는다.

“그 대가는 받아야겠지. 보상이라고 해도 되겠구먼.”

숨을 죽인 조철봉의 귀에 위원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보상금은 6자회담에서 논의하기로 하되 전체 금액은 정상회담에서 미리 합의해서

손발을 맞추는 게 낫겠어. 그러니까 동무가 먼저 청와대에 귀띔을 해주게.”

“예, 위원장님.”

몸을 세운 조철봉의 표정을 본 위원장이 이제는 얼굴을 펴고 웃는다.

“동무한데 그 뭔가? 떡고물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네.

우리는 뒤에서 거래는 하지 않을 테니까.”

“예, 위원장님.”

다른 때 같으면 간이 떨어질 소리였지만 긴장하고 있어서 조철봉의 충격도 크지 않았다.

위원장의 말이 이어졌다.

“50억불로 하고 7년간 분할로 지원해줬으면 하네.

물론 그 50억불은 6자회담에서 각국이 배당 금액을 정해야 하겠지.”

“예, 위원장님.”

“한푼도 깎을 수 없다고 전하게.”

“예, 위원장님.”

“사용 내역에 대해서도 지원국이 만족할 만한 조치를 해줄 것이네.”

“아아. 예.”

감동한 조철봉이 길게 숨을 뱉는다. 가장 마음에 걸렸던 조건이었던 것이다.

조철봉의 표정을 본 위원장이 다시 빙긋 웃는다.

“그런데 요즘 동무가 북남 합작사업을 제법 알차게 하고 있더구먼.”

그러자 옆에 앉은 양성택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번졌다.

최문식을 잡아 먹은 돈을 게워내게 한 사업이다.

그것이 위원장한테까지 보고된 것이다.

위원장이 눈을 가늘게 뜨고 조철봉을 보았다.

“미제 물품에 대한 판매 의뢰까지 했다면서?”

“예, 위원장님.”

“여기 있는 양 부장이 도와줄 거야.”

“감사합니다, 위원장님.”

“그런데….”

그러고는 위원장이 의자에 등을 붙이더니 지그시 조철봉을 보았다.

“그 미제 물품 내역을 가져온 동무 보좌관 말이네.”

“예, 위원장님.”

긴장한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위원장이 정색하고 묻는다.

“동무하고 잤나?”

“예?”

했다가 피부가 두껍기로 소문난 조철봉의 얼굴이었지만 대번에 상기되었다.

그러나 대답 안 할 수가 없다.

“안 잤습니다.”

그러자 위원장이 머리를 끄덕였다.

“잘했네, 참아. 그 여자는 CIA에서 동무한테 계획적으로 접근시킨 정보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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