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02. 대타협 (4)

오늘의 쉼터 2014. 10. 9. 13:23

802. 대타협 (4)

 

(2181)대타협-7

 

 

유지연이 방을 나갔을 때 최갑중이 말했다.

“뿌린 대로 거둔다더니 과연 형님은 베푸신 결과가 나오는군요.”

“모처럼 제대로 된 말을 하는구나.”

흐뭇한 표정을 지은 조철봉이 답했다.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나갔던 아가씨들이 들어온다.

“그렇지, 애들이 서비스하다가 말았지.”

조철봉이 옆에 앉은 파트너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한다. 유경옥이란 이름의 아가씨. 조철봉의 시선을 받더니 슬며시 웃는다.

“너, 마담한테 이야기 들은 거냐?”

조철봉이 묻자 유경옥이 웃음띤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네, 대충요.”

“그럼 너하고 이차 안 나갈 것이라는 건 알고 있겠구먼.”

“마담 언니가 이차 물으시면 대답만 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마음을 놓은 최갑중은 이제 제 파트너를 공략중이었으므로 조철봉도 부담없이 말을 잇는다.

“마담하고는 어떤 관계야?”

“사촌언니예요.”

“옳지.”

조철봉이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얼굴이 좀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여긴 자매간이 나서서 돈을 끌어 모으는군. 넌 새끼마담쯤 되겠다.”

“맞히셨어요.”

그러자 조철봉의 얼굴에서 슬슬 웃음기가 지워졌다.

“그럼 이 가게 주인이 네 언니야?”

“네, 몇억 들어갔어요.”

“남자가 몇이나 돼? 네 언니 말야.”

“없어요.”

배시시 웃은 유경옥이 몸을 비트는 시늉을 했을 때 조철봉이 이제는 정색하고 묻는다.

“언니하고 같이 사나?”

“네.”

“그런데 오늘밤은 딴 데 가서 자라고 했겠지?”

“아뇨?”

“그럼 됐다. 같이 가자.”

“눈만 동그랗게 뜬 유경옥을 향해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마담한테 말해. 내가 그러더라고.”

유경옥의 어깨에서 손을 뗀 조철봉이 다시 술잔을 쥐었다.

술기운이 오른 얼굴이 화끈거렸고 몸에서도 열이 났다.

지금이 가장 적당한 시간이지만 술을 적당히 마시기가 섹스 조절하기보다 더 힘들다.

섹스는 혼자 하는 운동이지만 술은 여럿이 함께 마실 때가 대부분이다.

혼자서 조절하는 것이 더 수월한 것이다.

그때 유경옥이 머리를 돌려 조철봉을 보았다.

아직 조철봉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다.

“저기, 언니한테 그렇게만 말하면 되나요?”

조심스럽게 유경옥이 묻자 조철봉은 시선을 준 채로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셋이 집에서 같이 술 한잔 하는 거야.”

“셋이서요?”

긴장한 유경옥의 표정을 본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하지만 긴장할 것 없다. 아마 네 언니도 싫다고는 안 할거다.”

유경옥이 잠자코 일어서더니 방을 나갔으므로 조철봉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밤 10시도 안 되었지만 이 정도면 술자리는 접어야 할 분위기가 되었다.

이차는 빨리 나갈수록 좋은 것이다.

늦게 나가는 놈일수록 아마추어이며 절제를 못하는 부류에 속한다.

그때 유경옥이 다시 방에 들어서더니 조철봉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언니가 그렇게 하재요.” 

 

 

 

(2182)대타협-8

 

 

호텔이 아닌 넓고도 아늑한 아파트 거실에서 미인 둘하고 술을 마셔본 남자는 드물 것이다.

그것도 채무 관계를 협의하는 것도 아니며 와이프하고 처제 사이도 아닌 신선한 관계,

방안 분위기는 쾌적했고 술은 고급 양주, 더구나 그 남자는 지금 해외 출장 중인 상태여서

귀가 시간에 연연할 필요도 없는 그야말로 최상의 조건이다.

그러니 술맛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조철봉은 욕실에서 씻고 나온 후에 유지연이 내준 가운으로 갈아입고는 소파에 느긋하게 앉았다.

역시 홈웨어로 갈아입은 유지연과 유경옥 사촌 자매는 양쪽에 앉아 술시중을 든다.

“쎄시죠?”

제 잔에 술을 따른 유지연이 웃음 띤 얼굴로 조철봉을 보았다.

화장을 지운 민얼굴이 반들거리며 윤기가 났다.

불빛을 받은 두 눈이 요염했다.

“뭐가?”

뻔히 알면서도 되묻는 조철봉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떠올라 있다.

대화를 가볍게 이끌어준 유지연에 대한 호의까지 얼굴에 잔뜩 배어나왔다.

유지연의 눈이 더 가늘어졌다.

“그거요.”

“그거라니? 뭔데?”

“사장님 다리 사이에 있는 거.”

“아, 이거?”

하고 조철봉이 가운을 젖혔다가 다시 덮은 순간은 1초도 안되었다.

그러나 둘은 다리 사이에서 솟아 있는 철봉을 똑똑히 보았다.

“어휴.”

하고 탄성을 뱉은 쪽은 유경옥이다.

유경옥보다 세살 위의 언니 유지연은 싱긋 웃었을 뿐이다.

“어때?”

시치미를 뚝 뗀 조철봉이 묻자 이번에도 유경옥이 대답했다.

“엄청 크네요.”

“크다고 다 좋은 게 아냐.”

정색한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강해야 된다구. 지구력도 필요하고.”

이제 둘의 얼굴은 진지해졌다.

마치 돈이 궁한 사람들한테 현금을 보여준 사채업자처럼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섹스는 넣었을 때보다 전희가 더 중요한 거야. 전희로 친밀감이 더 깊어진다구.

전희 없이 섹스를 해도 물론 만족할 수 있지만 전희를 충분히 한 사이의 관계는 더 오래 지속되지.”

“그럼 언니는 오늘 전희를 오래 해야겠네.”

마침내 유경옥이 끌려들었다.

유경옥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유지연을 보았다.

“언니가 이제사 몸 풀겠네.”

“이 계집애가.”

유지연이 눈을 흘겼지만 얼굴은 웃는다.

그때 조철봉이 넌지시 말했다.

“이봐, 둘이 같이 들어가자, 방에.”

그 순간 둘은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러고 나서 제각기 외면했는데 그중 유경옥의 얼굴에만 웃음기가 떠올라 있다.

“싫어요.”

외면한 채 얼굴을 굳힌 유지연이 말했다.

“경옥이 방에서 주무세요.”

“그러면 안되지.”

술잔을 든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싫다면 당연히 주인 방에서 자야지.”

“아유, 언니는 참.”

이제는 유경옥이 유지연에게 눈을 흘긴다.

“구식이라니까? 그게 뭐가 어색하다고 그래? 즐기면 되는 거지.”

“이 계집애가 정말.”

마침내 유지연이 눈을 치켜뜨고 쏘아붙였다.

“너나 나가서 즐겨, 이 계집애야.”

이것도 예상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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