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04. 대타협 (6)

오늘의 쉼터 2014. 10. 9. 13:24

804. 대타협 (6)

 

(2185)대타협-11

 

 

다음날 오전, 회사로 출근했던 조철봉은 손님을 맞는다.

청와대의 한영기 비서관이다.

한영기하고는 서로 익숙해진 사이여서 조철봉은 얼굴을 펴고 웃었다.

“좋은 소식 있습니까?”

사무실 소파에 마주보고 앉았을 때 조철봉이 물었다.

방안에는 둘 뿐이다.

한영기가 입을 열었다.

“보상금 문제는 6자 회담에서 논의하는 것이 낫겠다고 방침이 정해졌습니다.”

그 순간 조철봉이 얼굴을 굳혔지만 곧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죠. 어차피 6자 회담에서도 논의가 되어야 할 테니까요.

한국이 혼자 등에 메고 갈 필요는 없죠. 보상금이 엄청 많을 텐데.”

“그렇습니다. 하지만 정상회담에서 핵폐기 문제를 언급해서

물꼬를 터주는 방법을 택할 수는 없을까요?”

“알아보겠습니다.”

조철봉이 선선히 대답은 했지만 한국측으로는 가장 바람직한 이 방법에 북한이

동의해 줄지는 의문이었다.

북한이 한국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을 폐기하겠다는 선물을 주고 나서

그 보상금 문제는 6개국에 떠맡긴다는 의도였으니까.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한영기가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북한측은 그 보상금도 한국이 주도해서 내는 조건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겠죠?”

“그거야.”

그렇다고 딱 부러지게 대답해줄 수는 없었으므로 조철봉이 말끝을 흐린다.

떡고물을 많이 떨어뜨리려면 한국과 북한 양국만 보상금 협의를 하는 것이 조철봉한테도

나은 것이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한영기를 보았다.

“보상금 액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요?

먼저 북한측 요구를 들어보고 결정하시려는 겁니까?”

“예, 국민 합의를 거쳐야 되기 때문에.”

“국민 합의요?”

이제 조철봉의 얼굴이 표시가 나도록 굳어졌다.

국민 합의를 거쳐야 된다면 내역이 낱낱이 공개될 것이었다.

떡고물은 어림도 없다.

또한 북한측에 보상금 사용 내역에 대한 감사도 조건으로 붙여질 것이다.

조철봉의 눈치를 살핀 한영기가 입맛을 다신다.

“지금은 다르지 않습니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지요.”

“조 사장님은 지금 큰 일을 하고 계시는 겁니다.”

한영기가 얼굴을 굳히고는 똑바로 조철봉을 보았다.

“이런 일을 맡으실 분은 한반도에 조 사장님 한분 뿐입니다.”

“과찬의 말씀을.”

“대가는 없더라도 조 사장님은 긍지를 가지셔도 됩니다. 역사에 남을 테니까요.”

“역사까지나.”

“얼마나 영광입니까? 이번 일이 남북한 통일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통일씩이나.”

했다가 다시 길게 숨을 뱉은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어쨌든 내일쯤 다시 만나봐야 될 것 같군요. 그쪽 반응이 어떨지 불안합니다.”

그러자 한영기가 조철봉을 보았다.

“대통령께서 이번에 조 사장님이 대통령 특사로 활동해 주시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물론 이번 일에 한해서죠.”

“아니, 나는.”

“국가 대사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맞는 말이었지만 조철봉이 입맛을 다셨다.

대통령 특사가 떡고물을 먹으면 체할 확률이 많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2186)대타협-12

 

 

다시 베이징 출장에 동행한 민유미는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조철봉이 이번 여행 목적을 넌지시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국제호텔에 도착한 지 한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이번 출장에는 최갑중도 포함시켰으므로 김경준과 민유미까지 넷이 방에 둘러앉아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휴대폰 벨소리였다.

동시에 넷이 제각기 주머니를 뒤지다가 그것이 조철봉의 휴대폰에서 울리는 것임이 드러났다.

셋의 시선을 받으며 조철봉이 휴대폰을 귀에 붙였다.

발신자 번호는 찍혀 있지 않았다.

“예, 조철봉입니다.”

조철봉이 응답했을 때 잠깐 뜸을 들였던 상대방이 말했다.

“조 선생, 양성택입니다.”

“아, 양 부장님.”

그 순간 앞쪽에 앉은 셋이 일제히 긴장했다.

통전부장 양성택인 것이다.

그때 양성택이 말을 잇는다.

“오후 2시에 출발하는 조선민항이 있습니다.

그걸 타고 평양으로 오시지요.”

“예, 알겠습니다.”

“일행하고 같이 오십시오.”

“알겠습니다.”

더 말할 것도 없다.

통화가 끝났을 때 조철봉이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후 2시 비행기를 타라는 거야. 평양에서 이야기를 하자는 거다.”

“그럼 지금 출발해야 됩니다.”

김경준이 팔목시계를 보면서 일어났다.

오전 11시반이 되어가고 있다.

일행 넷이 다시 평양의 고려호텔 객실에 둘러앉았을 때는 오후 5시,

조금 전에 방까지 안내한 양성택의 보좌관이 돌아간 후였다.

조철봉이 일행을 둘러보며 묻는다.

“모두 긴장하고 있겠군, 그렇지?”

“그럼요.”

먼저 김경준이 대답했다.

평양으로 출발하기 전에 김경준을 시켜 한영기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김경준이 말을 잇는다.

“정보기관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겠지요.

대통령 특사가 극비리에 평양에 들어갔으니까요.”

그러자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말했다.

“오늘 저녁에 나 혼자 오라는 걸 보면 심상치가 않아.

통전부장만 만나는 게 아닌 것 같다.”

모두 숨을 죽였고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위원장을 만날지도 몰라.”

민유미도 위원장이 북한의 최고통치자인 국방위원장이라는 것은 안다.

그때 조철봉이 일행을 둘러보며 묻는다.

“보상금이 얼마건 간에 사용 내역을 밝히는 조건으로 한다면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겠지?”

“당연하지요.”

김경준이 먼저 대답했다.

이맛살을 찌푸린 김경준이 말을 잇는다.

“첫째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입니다.

제 생각이지만 받아들일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이 비자금으로 몰래 줄 수는 없는 상황이고.”

혼잣소리처럼 말한 조철봉이 길게 숨을 뱉는다.

“만일 그런다면 국민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우방국하고도 신의가 깨질 테니까.”

말을 그친 조철봉이 문득 쓴웃음을 짓는다.

“이거 꿈이 깨졌는데, 떡고물을 노렸지만 상대가 만만하지 않아서 말이야.”

그때 문에서 노크 소리가 울렸으므로 김경준이 서둘러 일어나 문으로 다가갔다.

문을 연 김경준이 곧 사내 하나를 방 안으로 안내했다.

양성택의 보좌관이다. 사내가 조철봉에게 말했다.

“모시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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