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01. 대타협 (3)

오늘의 쉼터 2014. 10. 9. 13:22

801. 대타협 (3)

 

(2179)대타협-5

 

 

방으로 들어선 마담이 똑바로 조철봉을 보았다. 웃지도 않는다.

“부르셨습니까?”

“이 아가씨가 2차는 마담한테 물어보라고 그러는데.”

조철봉도 웃지도 않고 한마디씩 분명하게 말을 잇는다.

방 안은 조용하다. 누군가가 침 삼키는 소리를 내었다.

그때 마담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안 됩니다. 제가 규칙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에요.”

“그렇군.”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시선을 마담한테 준 채로 턱을 들어 최갑중을 가리켰다.

“이 친구는 내 회사 부사장이야. 이 친구가 이곳을 소개시켜준다면서 날 데려왔는데

지금 당신은 이 친구 얼굴에 똥을 뿌렸어, 무슨 말인가 알지?”

“압니다.”

마담이 차분하게 대답한다.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이 친구는 지난번에 왔을 때 2차 나갔어, 그렇지?”

그 순간 마담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시선이 내려갔다.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원칙을 내세웠다가 그것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아무리 얼굴이 두껍다고 해도 감당 못한다.

조철봉이 심호흡을 하고는 아가씨들을 둘러보았다.

“너희들은 나가 있어.”

숨도 죽이고 있던 아가씨들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일어서더니 방을 나갔다.

방 안에 셋이 남았을 때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자네도 산전수전 다 겪었을 테니 이 기회에 탁 까놓고 나한테 말해주지,

서로 속 시원하게 털어놓잔 말야. 자, 말해. 나한테 뭐가 불만이야?”

“저, 거시기.”

하고 최갑중이 나섰다가 조철봉의 시선을 받더니 질색을 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때 마담이 머리를 들고 조철봉을 보았다. 굳어진 표정으로 마담이 말했다.

“제가 명성의 새끼 마담이었던 유지연입니다.”

조철봉이 눈을 끔벅이며 마담을 보았다. 그러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10년이 넘도록 수없이 많은 룸살롱, 요정, 나이트, 카바레, 카페와 클럽을 설렵해온 몸이다.

그 상호를 모두 적는다면 수백개가 될 것이었다.

그것을 어떻게 다 기억하겠는가? 그런데 마담의 표정을 보면 심상치가 않다.

같은 분위기를 느낀 최갑중도 어깨를 세우고 있다.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을 것이었다. 다시 마담의 말이 이어졌다.

“역시 기억하지 못하시는군요.

그럼 제 대신 그 나쁜 마담한테 370만원을 물어주신 기억은 안 나세요?”

“으응?”

갑자기 조철봉의 입에서 기괴한 탄성이 터졌다.

눈을 치켜뜬 조철봉이 마담을 노려보았다.

이제 기억이 난 것이다.

“그럼 그, 테헤란로 필리스호텔 옆의.”

“네, 명성요.”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인 마담이 이제는 상기된 얼굴로 조철봉을 보았다.

“마담한테 돈 물어주시고 그 다음부터 오지 않으셨죠.”

“그랬던가?”

“저도 거기 그만두고 몇년 쉬었다가 작년부터 여기 나오고 있었어요.”

“그런가, 반갑다.”

“그 은혜를 갚고 싶었는데….”

그러자 최갑중이 헛기침을 하더니 끼어들었다. 눈을 치켜뜨고 있다.

“뭐? 은혜? 은혜를 원수로 갚는 거야, 뭐야? 왜 이렇게 만든 거야?”

최갑중의 시선을 받은 마담이 입을 열었다.

“제가 일부러 그렇게 시켰거든요.” 

 

 

 

(2180)대타협-6

 

 

5년 전이다.

그때는 회사가 도약하는 시기여서 접대도 많았고 회식도 많았다.

그날 밤은 은행 간부를 접대하는 자리였는데 인원은 조철봉과 둘이었다.

은행원 접대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다.

담당자와 둘이 만나는 것이 서로 득인 것이다.

명성은 조철봉이 두어번 가본 곳으로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건물도 새것이고

아가씨들도 뉴 페이스가 많았다.

전력을 불문하고 인물 본위로 엄청 공을 들여 모은다는 뜻이다.

그날 조철봉을 맞은 새끼마담 유지연의 얼굴은 그늘이 져 있었다.

“너, 무슨 일 있어?”

하고 건성으로 물었지만 유지연은 아무 일 아니라면서 넘겼으므로 조철봉은 금방 잊었다.

그러다 옆에 앉은 파트너한테서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마담이 대기실에 둔 가방에서 현금과 수표 370만원이 없어졌는데 그것이 유지연이 데려온

아가씨 소행이라고 했다.

그 아가씨는 마담 가방에서 돈을 빼내곤 가게를 나가 버렸는데 대기실에 들어갔다

나온 것을 본 증인도 여럿이었다.

그래서 화가 난 마담이 유지연의 뺨을 때리고 가서 잡아오라는 소동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때 조철봉이 호기를 부린 원인은 여러가지였다.

은행 대출을 받기 전에 접대를 하는 중이어서 일이 잘만 되면 이렇게 손이 크게 보상해줄

것이라는 시위 효과도 노렸을 것이고 스트레스가 쌓여서 풀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말을 들은 조철봉이 소리쳐 마담과 새끼마담을 불러놓고 그 자리에서

마담한테 370만원을 내주었다.

마담이 질색을 했고 새끼마담 유지연은 울기까지 했지만 조철봉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마담이 일러바친 조철봉 파트너를 잡아먹으려고 했으므로 그날 데리고 나간 것도 기억난다.

그러고 나서 조철봉은 명성에 발을 끊었고 물론 은행 대출은 받았다.

그것이 유지연과의 사연이다.

최갑중한테 대충 사연을 말해준 조철봉이 지그시 유지연을 보았다.

“그래, 일부러 내 파트너한테 2차를 못나가도록 했다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한 거야?”

“제가 나중에 말씀을 드리려고 했지요.”

유지연이 이제는 웃음띤 얼굴로 말하더니 힐끗 최갑중을 보았다.

“지난번 최 부사장님이 오셨을 때 언제 한번 오시리라는 예상을 했었죠.

그래서 오늘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는 제가….”

“나만 병신 되었군.”

입맛을 다신 최갑중이 말하자 유지연이 머리를 숙여 보였다.

“죄송합니다.”

“그럼 우리 사장님한테 어떻게 보상할 거야?”

했다가 최갑중이 스스로 오버한 것을 느꼈는지 뒤로 물러나 앉는다.

“어쨌든 좋아.”

마침내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가씨들 다시 들어오라고 하고.”

말을 그친 조철봉이 지그시 유지연을 본다.

“오늘 술자리는 일찍 끝내야겠지?”

“제 집으로 모실게요.”

유지연이 화답하자 최갑중은 외면했다.

중요한 순간이니까 숨도 참고 있을 것이다.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러지, 오늘 운수가 대통이군.”

“그만큼 베풀어 주셨으니 보답을 받으셔야죠.”

“그럼, 내가 뿌린 우유만 해도 정유트럭 하나는 될 거야.”

최갑중이 작게 헛기침을 했지만 이쪽으로 시선은 주지 못한다.

그때 유지연이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말했다.

“빨리 서둘러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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