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00. 대타협 (2)

오늘의 쉼터 2014. 10. 9. 13:22

800. 대타협 (2)

 

(2177)대타협-3

 

 

 

“이거, 빅 뉴스인데.”

눈을 치켜뜬 제임스가 민유미를 보았다.

북창동의 한식당 안이다.

제임스와 민유미는 한정식 상을 받아 놓았지만 젓가락도 들지 않았다.

민유미의 이야기가 끝났어도 제임스는 벌어진 입을 아직 다물지 못한다.

이윽고 심호흡을 하고난 제임스가 물었다.

“그럼 곧 남북한간 협상이 시작되겠는데, 조철봉의 동정은 어떻습니까?”

“중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청와대에 들어갔다가 나왔으니까요.”

민유미가 젓가락 대신 물잔을 쥐면서 말을 잇는다.

“벌써 움직이고 있겠지요.”

“정상회담하고 핵 폐기 보상금 협상을 같이 시작할 작정인가?”

혼잣소리처럼 말한 제임스가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한다.

보고할 마음이 급해진 것이다.

그러나 당장 일어날 수는 없었으므로 호흡을 가누고 나서 묻는다.

“참, 최문식 건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지금 옌지에 잡혀 있어요.”

쓴웃음을 지은 민유미가 말을 이었다.

“벌써 어제까지 CD로 120억을 토해 놓았더군요.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요.”

민유미의 영어는 유창해서 한국어보다 언어 구사가 현란하다.

제임스의 시선을 받은 민유미가 어깨를 치켜올렸다가 내린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에 있는 부동산을 조철봉의 하수인들이 매각하는 중이죠.

요지의 건물들이라 곧 매매가 될 것 같더군요.”

“하, 그거 재빠르군.”

제임스가 다시 입을 벌리며 감탄한다.

“남북한 합동작전 아닙니까?”

“그런 셈이죠.”

“손발이 아주 잘 맞는데요.”

그러더니 제임스가 스스로 너무 오버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지 입맛을 다셨다.

그러자 이번에는 민유미가 말했다.

“최문식한테서 빼앗은 돈을 북한측과 반분하고 나서 미국으로 보낸다고 하더군요.”

“알거지를 만들어서 쫓아내는군요.”

다시 입맛을 다신 제임스가 쓴웃음을 짓는다.

“미국에서 별로 반기지 않을 텐데.”

“조철봉의 이야기를 들으면 미국으로 몇백만불을 미리 빼돌렸다고 해요.”

“그렇겠지요.”

“그리고….”

정색한 민유미가 다시 제임스를 보았다.

“조철봉이 미국으로 넘어간 정치자금이 수억불이라고 하던데, 그 정보를 어디서 들었을까요?”

“조철봉이 그렇게 말했습니까?”

되물은 제임스가 머리를 기울이더니 민유미에게 말했다.

“혹시 북한측에서 들었을까요?”

“그건 모릅니다.”

“우리도 정보는 좀 있지만.”

입맛을 다신 제임스가 젓가락을 들었다.

“조철봉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군요. 그것도 남북한 합동작전인가?”

“이번에 한몫 쥔다고 했으니까요.”

한정식 상을 내려다보면서 민유미가 말을 잇는다.

“그 작자가 하는 짓을 보면 너무 엄청나서 실감이 안 날 때가 많아요.

하지만 실제로 닥쳐 보면 제법 앞뒤가 맞거든요?”

“어쨌든 민유미씨는 지금 큰일을 하고 계시는 겁니다.”

젓가락으로 전을 집으려다가 미끄러지자 포기한 제임스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을 잇는다.

“남북한의 비밀 협상, 정상회담의 내용 등을 가장 가깝게 접근해서 알아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단 말입니다.”

그러나 민유미는 별로 감동한 표정이 아니다. 

 

 

 

 

 

(2178)대타협-4

 

 

민유미가 제임스와 만나고 있는 그 시간에 조철봉과 최갑중은 요정 ‘한양성’의 방 안에 앉아서

아가씨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한양성’은 한국식 요정이었지만 이것 또한 퓨전형이다.

물론 둘 앞에 차려놓은 술상은 한국 전통음식에다 술도 도자기로 만든 주전자에 담았다.

그러나 방 바닥만 온돌일 뿐으로 앉기가 편하도록 허리 받침이 붙은 앉은뱅이 의자에다

일식당 방처럼 발 밑을 파놓았다.

옆쪽 벽은 완전히 대형 TV 스크린으로 덮어졌으며 천장에는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달려 있다.

이곳은 최갑중이 근래에 개발한 곳으로 30, 40대의 CEO가 단골이라고 했다.

조철봉이야 청탁 불문, 장소 불문으로 술과 여자만 있으면 되었으나 최갑중 입장이 되면

어디 그렇게 할 수야 있는가?

오늘 오후에 갑자기 조철봉이 어디 기분 풀 곳이 없느냐고 물었을 때 최갑중은 언뜻 이곳이

떠올랐다.

열흘쯤 전에 친구 초대를 받고 들렀는데 인상이 좋았기 때문이다.

“음, 이 집은 여자들이 늦게 나오는군.”

하고 조철봉이 혼잣소리로 말했지만 최갑중이 들으라고 한 말이다.

조바심이 난 최갑중이 벨을 누르려고 손을 뻗었을 때 방문이 열렸다.

그러고는 한복 차림의 마담이 아가씨 둘을 데리고 들어선다.

아가씨 둘은 양장차림, 그것도 정장이다.

“조금 늦었습니다.”

마담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나서 둘을 조철봉과 최갑중의 옆에 앉힌다.

그러더니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방을 나가버렸다.

어이가 없어진 조철봉이 먼저 최갑중을 보았다. 최갑중은 조철봉의

시선이 오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미리 이쪽을 보고 있더니 쓴웃음을 짓고 말한다.

“이 집이 본래 이렇습니다.”

“그냥 맡겨놓고 가는 거냐?”

“예에, 지난번에도 그러더군요. 그런데.”

하고 최갑중이 말꼬리를 흐린 이유를 알 수 있었으므로

조철봉은 머리를 돌려 옆에 앉은 아가씨를 보았다.

아가씨가 기다렸다는 듯이 시선을 받는다.

가깝게 있어서 귀의 솜털까지 드러났다.

20대 후반이나 아니면 30대 초반은 되었을까?

화장으로 덮었어도 이제는 제법 여자의 나이를 짐작하는 조철봉이다.

“안녕하세요.”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다리가 구덩이에 들어가 있어서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었다.

큰 키, 날씬한 다리, 부드러운 표정의 미인.

“유경옥입니다.”

“응. 그래. 앉아.”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이고는 막 자리에 앉은 유경옥의 허리를 당겨 안는다.

이건 의도적이다.

“내가 이 집 처음인데, 룰을 몰라서 묻는다. 물론 이차 되겠지?”

“네? 그건.”

유경옥이 당황한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담 언니한테 여쭤보셔야….”

“넌 결정권이 없단 말이지?”

“네? 네.”

“그럼 앞으로 너한테 이야기할 필요가 없겠구나.”

그때 최갑중이 헛기침을 했다.

최갑중은 제 파트너 인사도 받지 않고 이쪽을 주시하고 있던 참이다.

“형님, 여긴 됩니다.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물은 거 아녀. 인마.”

눈을 흘긴 조철봉이 손을 뻗어 벨을 누른다.

파트너 양경옥에 대한 불만은 눈꼽만큼도 없다.

마담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말도 당연하다.

그러나 퓨전식 요정이라면 뭔가 다른 게 있어야 된다.

한식, 양식, 일식으로 완전 짬뽕만 해서 뭘 어쩌겠다는 말이냐? 그때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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