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93. 중개자 (7)

오늘의 쉼터 2014. 10. 9. 13:17

793. 중개자 (7)

 

(2163)중개자-13

 

 

이번에는 최갑중이 만 사흘 만에 민유미의 신상조사를 해왔다.

시간이 좀 걸린 것은 민유미의 생활 터전이 미국의 LA이므로 미국의 조사자에게

다시 용역을 주었기 때문이다.

조철봉에게 서류 한 부를 건네준 최갑중이 제 앞에 놓인 서류를 읽는다.

“나이는 33세, 프린스턴 박사입니다.

국제변호사로 워싱턴에서 활동하다가 민정찬씨와 결혼, 2년 만에 이혼했습니다.”

사무실 안에는 둘뿐이다. 힐끗 조철봉에게 시선을 준 최갑중이 말을 이었다.

“민정찬씨도 프린스턴 박사인데 지금 뉴욕대학 철학교수로 있습니다.

나이는 35세. 둘 사이에 아이는 없고….”

“됐어.”

최갑중의 말을 자른 조철봉이 서류를 넘기며 묻는다.

“경력을 보자.”

“네, 5페이지에.”

최갑중이 다시 읽는다.

“뉴욕 보만 사무소에서 LA의 리스만 법률사무소로 옮긴 지 3년차인데

주로 동남아지역에 대한 비행기와 무기 판매 로비스트 역할을 했습니다.

작년에는 경비행기 12대를 베트남 정부에 판매하는 실적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얼마를 먹었나?”

“법률사무소 소속이니까 보너스는 받았겠지요.”

“이영규하고의 관계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머리를 저은 최갑중이 조철봉을 보았다.

“베트남에서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넌 어떻게 생각해?”

서류를 덮은 조철봉이 묻자 최갑중이 눈을 가늘게 떴다. 집중한 표정이다.

“그런 보좌관이 필요하긴 합니다.

국제변호사인데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까지 유창하니까요.”

“여자가 옆에 딱 붙어 있는 것이 거북해, 섹스할 때는 모르지만 일을 하는데 말이야.”

최갑중이 눈만 껌벅였고 조철봉은 말을 잇는다.

“더구나 섹시한데다 유식하단 말이야,

난 내가 무식하다는 것이 드러나는 게 제일 불안하다.”

이 세상에서 조철봉의 이런 고백을 든는 인간은 최갑중이 유일하다.

최갑중이 길게 숨을 뱉고 말한다.

“정 그러시면 한달만 써 보시고 그만두시지요.

처음부터 안 하겠다고 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럼 이 여자는 LA의 법률사무소는 그만두는 건가?”

“예, 벌써 그만뒀습니다. 한남동에 빌라 한 채를 전세로 얻어서 삽니다.”

“돈이 좀 있는 모양이군.”

“재산이 1백억쯤 되더군요. 변호사 일한 지도 7년째가 되었으니까요.”

그러자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어차피 중개자 일을 하려면 국제변호사도 필요하지. 내가 일을 배우는 입장이 되겠군.”

민유미한테는 곧 연락을 하겠다면서 돌려보낸 터라 조철봉이 최갑중에게 말했다.

“민유미한테 연락해서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해.”

“그러지요.”

“김 실장한테 민유미 방 하나 만들어 놓으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미인계가 필요할 때 민유미를 보내면 되겠다.”

혼잣소리처럼 말했지만 최갑중은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서던 최갑중이 조철봉을 향해 빙긋 웃는다.

“예, 같은 조건이라면 미인이 낫지 않겠습니까?

민유미 정도면 특A급 미인입니다.” 

 

 

 

 

 

 

(2164)중개자-14

 

 

민유미가 오성산업에 출근한 지 사흘째인 오전 10시경,

조철봉의 호출을 받고 복도 건너편의 사장실로 들어선다.

사장실 소파에는 오성산업의 2인자인 최갑중 부사장과 떠오르는 실세

김경준 비서실장까지 앉아 있었으므로 민유미는 긴장한다.

인사를 마친 민유미가 김경준의 옆에 앉았다.

조철봉을 대각선으로 바라보는 위치, 최갑중은 정면이 된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조철봉이 셋을 둘러보며 말했다.

“자, 그럼 그 돈을 어떻게 게워내게 하느냐가 관건이군, 안 그래?”

“그렇습니다.”

최갑중이 정색하고 말을 받는다.

“2백억원을 CD로 줬다니까 아직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잘못하면 협박범으로 걸릴 수가 있어.”

“그럼 같이 들어가게 되니까 최악의 경우에 그렇게 되겠지요.”

주고 받는 둘의 말을 듣던 민유미가 옆에 앉은 김경준의 눈치를 보았다.

머리를 끄덕이던 김경준이 힐끗 민유미를 본다.

그때 조철봉의 시선이 민유미에게로 옮겨졌다.

“그렇지, 민 보좌관한테 상황 설명을 해줘야겠다. 이봐, 김 실장.”

김경준을 부른 조철봉이 소파에 등을 붙인다.

그러자 김경준이 헛기침을 했다.

“전(前) 정권 실세가 로비 자금으로 2백억원을 먹었어요.

대동산 터널 공사가 포함된 고속철 구간의 공사업체인 우창건설에서 받은 것인데.”

긴장한 민유미는 숨도 쉬지 않았고 김경준의 말이 이어졌다.

“우창건설이 공사는 따냈지만 공사비 증가로 적자 공사예요.

그런데 그 실세가 약속한 5백억원 중 차액 3백억원을 독촉하고 있단 말입니다. 그래서.”

그러자 최갑중이 말을 받는다.

“우린 이미 먹은 2백억원도 게워내게 만드려는 거요.”

“그, 그건…….”

말을 그친 민유미가 힐끗 조철봉을 보았다.

그러나 조철봉은 딴전을 피웠고 최갑중이 말을 이었다.

“사법기관에 맡겨야 되는 일 아니냐고 물으려다 말았습니까?”

그럴 생각이었으므로 민유미는 대답 대신 침만 삼켰고 최갑중이 입맛부터 다신다.

“미국도 마찬가지일 텐데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 미국에는 없습니까?”

“그, 그건, 못들어 봤는데요.”

“수사기관에 털어놓으면 준 놈부터 다 걸리는 것 아닙니까?”

눈을 크게 뜬 최갑중이 민유미를 쏘아보았다. 그러고는 말을 잇는다.

“지금도 적자인데 약속한 돈 더 내라고 위협하는 그놈이 나쁜 놈이죠, 맞죠?”

“그, 그렇죠.”

“오죽 답답하면 우리한테 찾아와 하소연을 했겠어요?

이건 법으로 처리할 수가 없는 일이지요.”

민유미가 입을 다물었을 때 조철봉이 소파에서 등을 ?燦駭?

“이제 대충 내막을 알았을 테니까 본론으로 들어가자구.”

“예.”

김경준이 제 차례가 되었다는 듯이 대답하고 말을 잇는다.

“최문식은 가족을 모두 미국으로 보내고 혼자 남아 있습니다.

아마 돈 받으면 미국으로 튀겠지요.”

조용해진 방 안에 김경준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현재 부동산이 4건, 대충 50억원대 재산이 있는데 모두 매물로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아마 갖고 있는 CD도 정리하겠지요.”

민유미는 소리죽여 숨을 뱉는다.

문득 이 자리가 사기꾼들의 모임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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