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94. 중개자 (8)

오늘의 쉼터 2014. 10. 9. 13:18

794. 중개자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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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최갑중과 김경준은 우창건설 측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아야 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갖고

논쟁하는 중이었지만 민유미는 가만있었다.

조철봉도 양쪽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론이 나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민유미는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가끔 조철봉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미뤄 이 상황이 의외인

눈치였다.

대통령 특보까지 지낸데다 북한 최고위층과 통하는 유일한 인물이 조철봉이다.

민유미는 아미 미국 방산업체, 항공기 제작회사의 로비스트가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따위 사기 사업에 조철봉이 간여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세상에, 로비자금으로 준 돈을 도로 빼앗으려고 하다니.

준 놈도 받은 놈도 불법이지만 그것을 도로 빼앗으려고 하는 놈은 또 무엇인가?

그 작업을 하면서 위임장을 받네 안받네로 논쟁을 하다니.

그때 조철봉이 입을 열었으므로 민유미는 생각에서 깨어났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위임장은 받아놔.”

조철봉이 간단히 결론을 내더니 머리를 돌려 민유미를 보았다.

“민 보좌관이 미국 쪽에 손을 써서 최문식의 미국 비자를 취소시킬 수는 없을까?

그놈이 미국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말야.”

“그, 그것은.”

침을 삼킨 민유미가 시선을 내린다.

이제 자신을 참석시킨 이유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머리를 든 민유미가 조철봉을 보았다.

“범법 사실이 없는 한 한번 발급된 비자를 취소시키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럼 범법 사실을 만들어야지.”

조철봉이 최갑중에게 말했다.

“돈 갖고 튀면 안돼.”

“예, 사장님.”

다시 조철봉의 시선이 민유미에게로 옮겨졌다.

“미국은 이런 경우가 없는지 모르지만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난 정권의 숨겨진 거래가 드러나지. 이것을 청소하는 것이 새 정권의 첫번째 일이야.”

민유미가 눈만 깜박였고 조철봉의 말이 이어진다.

“요즘은 많이 줄어들었긴 해. 사건도 그렇고, 금액도 적어졌어.”

“…….”

“지난 정권에서 꼬불친 돈이 미국에서 많이 돌아다닌다는 정보도 있어.

나는 그런 돈에 아주 관심이 많아.”

정색한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민유미가 서둘러 외면했다.

조철봉이 자신을 파트너로 삼은 이유에 이것도 포함이 되는가?

그야말로 동상이몽인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 조철봉이 말했다.

“수십억불이 돌아다닌다는 거야. 난 민 보좌관하고 같이 그 돈을 찾고 싶어.”

이제 조철봉의 의도가 드러났다.

비자금으로 빠져나간 국부를 미국에서 찾아오겠다는 것.

그러려면 자신 같이 미국 시민권자에다 국제 변호사,

미국 대기업과 정부에 끈이 닿는 로비스트가 필요할 것이었다.

민유미가 머리를 들고 조철봉을 보았다.

“저는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물론 그렇겠지.”

“그리고 그런 일은 경험도 없는데다가 제가 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나하고 같이 하면 돼.”

자르듯 말한 조철봉이 최갑중에게 지시한다.

“자네가 민 보좌관한테 최문식에 대한 자료를 드려.”

“예, 사장님.”

그러자 조철봉이 다시 민유미한테 말한다.

“이번 최문식 작업부터 민 보좌관하고 같이 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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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기가 막혀서.”

인사동 한정식 식당의 방 안이다.

방 안에는 한정식 요리상을 사이에 두고 두 남녀가 마주 보며 앉아 있었는데 지금 여자가 말했다. 여자는 민유미다.

민유미가 앞에 앉은 서양인을 향해 영어로 말을 잇는다.

“내가 이젠 사기꾼 일당이 되었다고요. 제임스씨”

그러자 30대쯤의 서양인이 이를 드러내며 소리 없이 웃는다.

“민, 재미있지 않습니까?

조철봉을 통해 한국인의 품성이나 돈거래 관행까지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전 정권의 비자금이 미국에서 돌아다닌다는 정보도 우리가 파악해 놓은 상황입니다.”

제임스라고 불린 사내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저희들이 적극 밀어 드릴 테니까 조철봉의 신임을 받도록 하세요.”

“좀 역겨워요.”

이제는 민유미가 쓴웃음을 짓고 말한다.

“한국이 30년 만에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경제 성장을 이룬 바탕에는

온갖 부패와 부정이 숨겨져 있는 것 같더군요.”

“연구를 좀 하셨군요.”

여전히 웃음 띤 얼굴로 제임스가 말을 받는다.

머리를 끄덕여 보인 제임스가 민유미를 보았다.

“민, 나는 한국에 5년 있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당신처럼 부정적인 생각이 들다가 어느덧 이 사람들의 생명력과 복원력,

그리고 재능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이제는 제임스가 정색한 표정으로 민유미를 보았다.

“당신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어떤 요원도 당신만큼 북한 고위층에 근접할 수 있는 위치에 닿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당신은.”

그러자 민유미가 말을 잇는다.

“보다 긍정적으로 조철봉의 사고를 수용해야 되겠군요.”

“그, 최문식의 비자 취소도 당신이 맡아서 조철봉의 신임을 얻으세요.”

목소리를 낮춘 제임스가 말을 잇는다.

“그쯤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조철봉이 좋아하겠네요.”

민유미가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을 때 제임스는 머리를 젓는다.

여전히 정색한 표정이다.

“지금 조철봉의 역할은 의적입니다. 홍길동이라고 아십니까?”

“처음 듣는데요?”

“로빈후드처럼 옛날 한국에는 홍길동이란 의적이 있었지요.

조철봉은 지금 그 의적 흉내를 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제임스씨는 한국 공부를 많이 하신 것 같군요.”

민유미가 감탄한 표정으로 말하더니 곧 쓴웃음을 짓는다.

“참, 조철봉이 여자 관계가 복잡하다면서요? 저한테 치근대면 어쩌죠?”

그러자 제임스가 외면하고 말한다.

“글쎄요.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고 드릴 말씀이….”

“그 문제로 일을 망치지는 말라는 말씀이죠?”

제 말에 제가 대답한 민유미가 혼잣소리처럼 말한다.

“그쯤은 각오하고 있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참.”

잊었다는 듯이 머리를 든 제임스가 민유미를 보았다.

“조철봉이 당신의 뒷조사를 시켰습니다. 미국 에이전시를 통해서요.”

민유미의 시선을 받은 제임스가 쓴웃음을 짓는다.

“이상 없었으니까 염려 마세요.”

제임스는 한국 주재 CIA 요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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