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86. 조특보 (13)

오늘의 쉼터 2014. 10. 9. 11:50

786. 조특보 (13)

 

(2150)조특보-25

 

 

 조철봉이 씻고 나왔을 때 소파에는 하나가 남아 있었다.

 

윤선주다.

 

하나가 남아 있다면 윤선주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조철봉이 빙그레 웃었다.

 

이정옥은 돈도 가져갔다.

 

조철봉이 웃는 것을 보더니 윤선주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옻칠을 한 것처럼 윤기가 흐르는 피부, 반짝이는 눈, 스커트 밑으로 뻗은 건강한 다리.

 

윤선주가 앞쪽에 앉는 조철봉에게 묻는다.

“제가 남았어요. 실망하셨어요?”

“아니.”

탁자에는 이미 술상이 차려져 있었으므로 조철봉이 술잔을 집으면서 말한다.

“씻고 와.”

“네, 선생님.”

발딱 일어선 윤선주에게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씻고 알몸에 가운만 걸치고 올 것. 시간은 15분.”

“20분만 주세요.”

윤선주가 이를 드러내고 웃더니 조철봉을 스치고 욕실로 들어간다.

 

조철봉은 한모금에 양주를 삼킨 뒤 더운 숨을 길게 뿜었다.

 

남북정상회담만 성사가 되면 지금까지의 남북간 대결구도는 그야말로

 

땡볕에 눈 녹듯이 사라질 것이었다.

 

주선자는 엄청난 업적을 이룬 셈이 된다.

 

정치인이나 공무원이라면 장래가 보장되고도 남는다.

 

조철봉이 팔을 뻗어 전화기를 들었다.

 

그러고는 버튼을 누르자 곧 옆방의 김경준이 받는다.

 

호텔방에 들어오기 직전에 연락한 터라 김경준의 목소리는 조심스럽다.

 

여자를 데리고 들어온 줄 아는 것이다.

“내가 특보로 이제 할 일은 다 한 것 같아. 아니, 기대 이상이야.”

조철봉이 열기 띤 목소리로 말하자 김경준은 듣기만 한다.

 

김경준한테는 아직 양성택과의 대담 내용을 말해주지 않았다.

 

조철봉이 이제는 불쑥 묻는다.

“전혀 예상도 못했던 김정훈씨를 총리로 내세우는 데 내가 한몫을 했지?”

“그렇습니다. 한몫이 아니라 다 하신 거죠.”

“그럼 정상회담만 성사되면 난 특보 자리값은 충분히 했겠구만, 그렇지?”

“몇배 하신 겁니다.”

“이제 할 이야기는 다 했으니까 귀국하면 특보 그만두겠어.”

김경준도 짐작했던 일이어서 가만있었고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로비스트 역할만 할 거야. 그래도 인연은 이어질 테니까.”

“그럼요.”

“그래야 돈 먹는데 불편하지가 않고.”

“…….”

“누를 끼치지도 않게 되는 거지.”

그때 욕실 문이 열리면서 윤선주가 나왔으므로 조철봉이 서둘러 말한다.

“여자 만나기도 불편했고. 그럼, 끊어.”

전화기를 내려놓은 조철봉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막 앞쪽에 앉는 윤선주를 본다.

 

조철봉의 시선을 의식한 윤선주가 가운 자락을 여몄지만

 

가슴이 여며지는 대신 허벅지가 드러났다.

 

가운 옆쪽이 트여 있기 때문이다.

“으음.”

조철봉이 윤선주의 허벅지에서 발끝까지를 훑어보면서 신음 같은 탄성을 뱉는다.

“아이.”

시선만으로도 여자는 달아오른다.

 

그것을 조철봉은 수백번 경험해온 처지다.

다시 훑어보는 조철봉의 눈에서는 마치 열선이 뿜어 나오는 것 같다.

“그만요.”

마침내 붉어진 얼굴로 윤선주가 말했을 때 조철봉이 눈으로 가운을 가리킨다.

“가운을 벗어.”

윤선주는 잠깐 가만있었다.

 

그러더니 소파에서 일어나 가운을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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