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4. 조특보 (11)
(2146)조특보-21
“그럼 조 특보는 나머지 절반을 먹고?”
하고 양성택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똑바로 양성택을 보았다.
“그럴 수가 있습니까?”
양성택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한마디씩 또박또박 말한다.
“제 몫을 또 반으로 나누지요.”
“…….”
“그 반을 양 부장께 드리겠습니다.”
“허어.”
양 부장이 얼굴을 펴고 웃는다.
전혀 놀라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이번에 여기로 오면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의견을 슬쩍 물었지요.
그랬더니 금방 자료를 만들어 주더군요.”
화제를 바꿨지만 양성택의 주의가 대번에 옮겨졌다.
아무리 수양이 높은 인간이라도 어쩔 수 없다.
이쪽은 자전거끼리 부딪쳤는데 바로 옆에서 버스끼리 충돌한 사건이 일어난 꼴이나 같다.
조철봉이 똑바로 양성택을 보았다.
“세계 경제 상황도 좋지 않고 특히 한국은 지난 IMF때보다 사정이 더 나쁘다고 합니다.
이런 때 북한의 공격적 자세는 오히려 남한 국민들을 단결시키고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강화시키게 된다고 자료에 써 있더군요.”
“아니, 그거야.”
정색한 양성택이 입을 떼었을 때 조철봉이 머리를 젓고 나서 말을 막는다.
“위원장님과도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저한테까지 그런 말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양성택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쓴웃음을 짓는다.
“그래서 이번 남북 간 정상회담이 만들어지고 양국 정상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한국 경제는 탄력을 받게 될 겁니다. 북한에 대한 호의도 폭등할 것이구요.
그럼 양측이 다 좋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조철봉이 엄지를 구부려 제 콧등을 가리켰다.
“저한테도 뭔가가 올 겁니다.
내가 회담을 성사시키면 대가는 받아야겠다고 분명히 말했거든요.”
“정상회담 대가?”
양성택이 눈을 크게 뜨더니 확인하듯 되묻는다.
그러고는 침을 삼키고 말을 잇는다.
“아니, 그 대가를 받는단 말이오? 누구한테서?”
“누군 누굽니까? 한국 정부지요.”
“한, 한국 정부에서 조, 조 특보한테?”
“난 특보 안할 겁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특보 내놓고 로비스트만 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받아들일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
“몇억불쯤 받아낼 겁니다.”
그러자 눈을 치켜뜬 양성택이 조철봉을 보았다.
마치 눈이 세 개나 달린 인간을 만난 것 같은 표정이다.
그러더니 입술만 달싹이고 말한다.
“몇억불을…….”
“당연히 그게 다 제 몫이 아니지요.”
“…….”
“반을 잘라서 우선 반은 제 몫으로 하고.”
“…….”
“다시 제 몫의 반을 양 부장께 드리지요.
그럼 한국 정부에서 3억불을 받아낸다면 저하고 양 부장님 몫은 각각 7천5백만불이 되겠습니다.”
“…….”
“7천5백만불이면 지금 환율로 약 1천억원쯤이 되겠네요.”
“…….”
“거기에다 일성의 수수료가 있습니다. 이 기회에 한몫 크게 챙기는 겁니다.”
(2147)조특보-22
지난번에도 정상회담이 거론되었다가 유야무야된 적이 있는 터라
이야기 꺼내기는 오히려 덜 서먹했다.
그러나 국가대사(國家大事)다. 양성택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돈 먹는 이야기는 신중해야만 한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양성택이 머리를 끄덕였다.
“검토해봅시다.”
“지난번에도 말만 내놓았다가 흐지부지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꼭.”
조철봉이 재촉하듯 말했을 때 양성택은 쓴웃음을 짓는다.
“다 시기가 맞아야 되는 겁니다.
이런 일은 재주나 노력, 또는 진실성도 통하지 않는 것을 조 특보도 잘 아시잖소?”
“압니다.”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소리 죽여 숨을 뱉는다.
이것도 정치다. 정치가 재주나 노력, 진실성 기준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짧은 정치인 생활 동안 무수히 겪어본 조철봉이다.
정치인은 운이 붙어야 한다.
시기가 맞아야 한다는 말이나 같다.
양성택이 말을 이었다.
“곧 연락을 드릴 테니까 이제 술이나 드십시다.”
“그러지요.”
양성택이 벨을 누르자 10초도 안 되어서 마담이 나타났다.
눈동자를 반짝이는 마담에게 양성택이 호기 있게 말한다.
“애들 데려와.”
마담이 사라졌을 때 양성택이 웃음 띤 얼굴로 조철봉을 보았다.
“조 특보,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내 몫도 다 당에 바친다는 거 알고 계시지요?”
“예, 압니다.”
했지만 조철봉은 긴장했다.
누가 먹건 상관하지 않는 것이 이런 경우의 불문율이다.
먹는 입장에서는 상대가 받았다는 사실만 중요할 뿐 쪼개건 바치건 모르는 일인 것이다.
한 모금 술을 삼킨 양성택이 혼잣소리처럼 말한다.
“뇌물은 일을 하는데 활력을 일으켜 줍니다. 하지만 결국은 일을 망치게 하더군요.”
그 말도 맞다. 양성택은 수전산전 다 겪은 인물이다.
조철봉의 제의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철봉은 빙그레 웃었다. 그러고는 외면한 채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자신을 다 열어 보이는 방법을 씁니다.
뇌물이지만 거짓은 없는 겁니다.”
“받는 놈이 잘 선택하라는 의미군.”
“공생공사인데 같이 살아야죠. 그러니 일이 망쳐진 적은 없었습니다.”
“어쨌든 조 특보는 수단이 좋으셔.”
하고 양성택이 웃었을 때 문이 열리면서 마담이 아가씨 넷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러더니 둘씩 양성택과 조철봉의 좌우에 앉힌다.
이미 다 정해놓고 데려온 것 같았으므로 조철봉은 입도 벙긋 못한 상태에서 파트너 둘을 만났다.
그러고는 마담이 가볍게 목례만 하고 나갔는데 이쪽 반응은 살피지도 않는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좌우의 아가씨를 번갈아 보았다.
둘 다 미인, 조철봉이 먼저 오른쪽 아가씨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안녕하세요.”
오른쪽 아가씨가 시선을 마주쳤을 때 한국어로 인사를 했다.
차분한 표정, 긴 머리, 흰 얼굴, 너무 가깝게 있어서 볼의 솜털도 보인다.
“이정옥입니다.”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왼쪽으로 목을 비틀었을 때 왼쪽 아가씨가 말했다.
“전 윤선주입니다.”
다 한국 여자다.
아니, 조선족인가?
아니면 북한 출신인가?
감동한 조철봉이 어깨를 부풀리면서 심호흡을 했을 때 향내가 맡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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